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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대량 해고 원인 ‘무인시스템’의 비밀

경비원 대량 해고 원인 ‘무인시스템’의 비밀
무인시스템이 ‘관리비’ 높이고, 기업만 배 불린다?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발행 : 2017-03-21 20:09:50 | 수정 : 2017-03-21 23:00:01


▲ 경비원들이 제설도구로 눈을 치우고 있다. (자료사진) ⓒ정병혁 기자

서울 송파구 O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경비원 280여명이 ‘무인 경비시스템(이하 무인시스템)’ 도입으로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작년 1월 서울 강서구 대아·동신 아파트 역시 무인 시스템 도입을 위해 입주자대표들이 경비원 44명의 해고를 결정해 논란이 된 바 있다. 2015년 12월 서울 서초구 K 아파트 경비원 해고 논란 역시 무인 시스템 도입이 원인이었다.

이처럼 무인시스템 도입은 경비원 대량해고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2015년을 전후해 경비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관리비 절감’ 등을 이유로 무인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아파트가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경비원 해고 문제가 불거졌다.


무인시스템은 기업과 아파트 대표만 배 불린다?

▲ 통합전자보안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경비원 44명 전원을 해고해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 가양동 대아·동신 아파트 전경.ⓒ양지웅 기자

하지만 무인시스템 도입 이면에는 시공업체와 아파트 대표 간에 이익 관계가 맞물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를 따내려는 브로커와 공사 시공업체와 손을 잡고, 아파트 대표단을 상대로 ‘일정 대가’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원리다.

경비원 대량 해고로 논란이 됐던 강서구 대아·동신 아파트와 구로구 K 아파트, 안산의 H 아파트 등의 사례가 대표적인 예이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3곳의 아파트 무인시스템 사업에는 브로커 이모씨가 관여돼 있었다. 브로커 이씨는 해당 아파트 대표들에게 접근해 ‘대가’를 지급하는 등의 조건으로 무인시스템 사업을 추진시켰다. 입찰 과정에서 아파트 대표단은 브로커가 소개하는 시공업체에 맞춰 낙찰 조건을 만들었고, 해당 시공업체가 사업을 따낸 후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됐다.

이같은 부당거래 정황은 업계에 종사했던 내부고발자를 통해 드러났고, 3곳의 아파트 주민들은 내부고발자 진술을 바탕으로 브로커 이씨와 해당 아파트 대표단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이같은 브로커 피해 사례가 더 많이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사례를 수집하는 등 피해자들과 함께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강서구 대아·동신 아파트 주민이었던 김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시선)는 “무인시스템이 설치되지 않는 20년 이상 된 아파트 대표들에게 접근해 사업을 따내는 브로커가 전국 곳곳에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업체와 아파트대표의 배만 불리고, 경비원 해고 같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무인시스템 사업이 주민들 몰래 교묘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입주민들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인경비보다 사람경비가 경제효용 높다”

▲ 아파트 무인시스템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실제로 사람이 직접 경비를 서는 것이 무인시스템보다 경제적 효용이 높다는 연구도 나왔다. 무인시스템을 도입하면 관리비 절감 등의 큰 경제적 효용을 얻을 수 있다는 사업 추진의 논리와 반대되는 결과이다.

하재룡 선문대 교수(행정학)는 충남 아산시 36곳의 아파트를 분석해 ‘아파트 유·무인 경비의 효율성 분석과 고령자 일자리 발굴을 위한 연구’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하 교수는 논문을 통해 “아파트 경비시스템 체계를 유인시스템에서 무인시스템으로 변경할 경우 경제적으로 큰 효용성을 얻기 힘들다”는 결론을 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경비원이 방범 업무 외에도 택배, 청소, 분리수거, 주차관리, 제설작업 등 업무를 하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 주민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용이 크다는 것이다. 무인시스템을 도입한 아파트들은 청소, 주차관리 등을 위해 별도의 비용을 지출하는 등 손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무인 시스템을 도입한 안산 H 아파트, 강서구 K 아파트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5~10년이 지나면 다시 시스템 공사를 진행해야 해 추가 수리 비용 들어갈 수 있다. 또 20년이 지난 아파트는 재건축 대상이 돼 수십억을 들여 추진한 사업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비원 수를 절감해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추가 공사비 등이 발생해 더 큰 손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 서울시 가양동 대아·동신 아파트 경비원이 분리수거 용품을 나르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무인시스템 도입을 위해 내세우는 경비 절감 등은 다소 과대하게 포장된 경향이 있다”며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경비원의 부가업무까지 고려하면 사람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주민들에게 훨씬 큰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또 “고령화 사회에서 수만개의 중·고령 연령대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도 사회적으로 이익이 되는 측면”이라며 “함께 상생한다는 생각으로 경비원 고용과 무인시스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약 19만명의 중·고령 노동자들이 전국 아파트 등에서 경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곳곳에서 무인시스템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배 불리기’가 아닌 진짜 상생과 효용을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경비원 대량 해고 원인 ‘무인시스템’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