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동생을 죽였습니다”
동생 죽음 목격한 형의 절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생존자, 박철희 씨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발행 : 2017-05-03 15:13:18 | 수정 : 2017-05-03 19:26:19
박철희(47)씨는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생존자다. 그는 그날 사고로 동생 박성우(45)씨를 잃은 유가족이기도 하다.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인 박씨는 노동절 휴일에 일하다 동생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크레인에 깔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사고가 아니라 살인입니다. 삼성중공업이 동생을 죽인 겁니다.”
2일 오후 거제 백병원에서 만난 박씨는 그날의 상황을 설명하며 절규했다.
그는 1일 오후 2시 50분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의 진실을 알리고 싶다며 <민중의소리> 인터뷰에 응했다. 사고의 충격으로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도 그는 수액을 꽂고 기자에게 그날의 상황을 복기했다.
사고는 순간이었다. “함께 담배를 태운 후 (제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고, 동생은 휴게실 주변에 앉아 작업 도면을 보고 있었어요. ‘쾅’ 하는 소리가 들려서 하늘을 봤는데 크레인이 떨어지고 있었고, 동생이 있던 곳을 덮쳤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동생이 등쪽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어요. 머리가 깨져 의식을 잃은 동료, 팔이 잘려 고통스러워하는 직원들도 있었어요.” 그는 “하루 전날 자신에게 발생한 모든 상황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사고 후 더 악몽 같은 일이 벌어졌다. 먼저 출동한 사내구조대는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못했고, 이동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중상자들의 구조 시간이 지연됐다.
“사고 발생 5분 만에 사내구조대 5명 정도가 현장에 도착했어요. 작업모를 쓴 남자 4명과 조끼를 입은 여자 1명이었어요. 피해자보다 더 당황한 것 같았어요. 제대로 된 지혈과 심폐소생술을 하는 구조대원을 못 봤어요.”
삼성중공업은 사내 사고 발생 시 119보다 사내구조대에 먼저 신고하라는 매뉴얼을 직원들에게 교육시킨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사내구조대는 제대로 된 구급장비도 없이 ‘우왕좌왕’하며 인명피해를 키웠다.
“이동통로도 없어서 사고가 난 골리앗 크레인으로 중상자를 1명씩 이송시키는 과정에서 (중상자들의) 병원 도착이 늦어졌어요. 동생이 (사고 현장에서) 6번째로 내려갔고, 구급차에 실리기까지 50분이 걸렸어요. 1시간이 지나서 병원에 도착했고요. 초기 대응만 잘했더라도 동생을 살릴 수 있었어요.” (▶ 관련기사 : [단독] ‘1시간만에 중상자 이송’ 구조 골든타임 허비한 삼성중공업)
박씨의 동생은 병원 도착 후 2시간만에 과다출혈로 숨졌다. 이날 사고로 박씨를 비롯해 총 6명의 사망자, 25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고, 사망자 전원은 박씨와 같은 하청 업체 소속 직원이었다.
형제는 왜 노동절에도 일하며 이런 사고를 겪어야 했을까? 그는 “촉박한 수주일정 탓에 하청직원들은 휴일에도 근무를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그와 동생은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로 하루 일당을 받으며 일했다.
“수주 날짜가 다가오면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은 휴일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 쉬고 싶어도 (작업 관리자가) 무슨 이유인지 꼬치꼬치 물어보는데 어떻게 쉴 수가 있겠어요. 정규직들은 쉴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은 비정규직들은 일이 끊길까봐 쉴 수가 없어요. 그날(노동절)도 그냥 일당이나 벌자는 생각으로 일했어요. 휴일특근 수당 그런 것도 없었고요.”
박씨는 “공식 휴게시간인 3시보다 먼저 쉬러 나온 노동자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언론 보도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먼저 쉬러 나왔다고요? 물 먹을 공간도 없는 곳에서 무슨 휴식입니까. 쉬는 시간에 작업자 수백명이 한번에 몰리면 화장실을 이용할 수가 없어 조금 미리 나오는 겁니다. 먼저 나온사람들이 일찍 (작업장에) 들어가는 암묵적인 약속으로 기본적인 생리작용을 해결하는 거예요.”
그는 달리는 구급차에서 동생과 나눈 마지막 대화를 떠올리며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동생이 ‘아프다’고 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병원가서 치료받으면 괜찮을 거다’라는 말 밖에··· 그렇게 헤어졌는데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렸어요. 구급 조치를 잘했으면, 조금만 더 빨리 병원에 왔으면 살릴 수 있었는데, 회사가 우리들 개·돼지 취급만 안 했어도 살 수 있었는데. 삼성중공업이 동생을 죽인 겁니다. 하청에 책임을 떠넘기고 숨어 있는 삼성중공업은 ‘살인 피의자’로 처벌받아야 합니다.”
출처 [인터뷰] 동생 죽음 목격한 형의 절규 “삼성중공업이 동생을 죽였습니다”
동생 죽음 목격한 형의 절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생존자, 박철희 씨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발행 : 2017-05-03 15:13:18 | 수정 : 2017-05-03 19:26:19
박철희(47)씨는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생존자다. 그는 그날 사고로 동생 박성우(45)씨를 잃은 유가족이기도 하다.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인 박씨는 노동절 휴일에 일하다 동생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크레인에 깔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사고가 아니라 살인입니다. 삼성중공업이 동생을 죽인 겁니다.”
2일 오후 거제 백병원에서 만난 박씨는 그날의 상황을 설명하며 절규했다.
▲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 박철희(왼쪽)씨가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그는 1일 오후 2시 50분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의 진실을 알리고 싶다며 <민중의소리> 인터뷰에 응했다. 사고의 충격으로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도 그는 수액을 꽂고 기자에게 그날의 상황을 복기했다.
노동절, 형제의 ‘악몽’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살릴 수 있었다”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살릴 수 있었다”
사고는 순간이었다. “함께 담배를 태운 후 (제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고, 동생은 휴게실 주변에 앉아 작업 도면을 보고 있었어요. ‘쾅’ 하는 소리가 들려서 하늘을 봤는데 크레인이 떨어지고 있었고, 동생이 있던 곳을 덮쳤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동생이 등쪽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어요. 머리가 깨져 의식을 잃은 동료, 팔이 잘려 고통스러워하는 직원들도 있었어요.” 그는 “하루 전날 자신에게 발생한 모든 상황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 1일 오후 2시 50분께 발생한 삼성중공업 내 타워크레인이 건조 중인 선박 위를 덮쳤다. ⓒ민중의소리
사고 후 더 악몽 같은 일이 벌어졌다. 먼저 출동한 사내구조대는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못했고, 이동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중상자들의 구조 시간이 지연됐다.
“사고 발생 5분 만에 사내구조대 5명 정도가 현장에 도착했어요. 작업모를 쓴 남자 4명과 조끼를 입은 여자 1명이었어요. 피해자보다 더 당황한 것 같았어요. 제대로 된 지혈과 심폐소생술을 하는 구조대원을 못 봤어요.”
삼성중공업은 사내 사고 발생 시 119보다 사내구조대에 먼저 신고하라는 매뉴얼을 직원들에게 교육시킨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사내구조대는 제대로 된 구급장비도 없이 ‘우왕좌왕’하며 인명피해를 키웠다.
“이동통로도 없어서 사고가 난 골리앗 크레인으로 중상자를 1명씩 이송시키는 과정에서 (중상자들의) 병원 도착이 늦어졌어요. 동생이 (사고 현장에서) 6번째로 내려갔고, 구급차에 실리기까지 50분이 걸렸어요. 1시간이 지나서 병원에 도착했고요. 초기 대응만 잘했더라도 동생을 살릴 수 있었어요.” (▶ 관련기사 : [단독] ‘1시간만에 중상자 이송’ 구조 골든타임 허비한 삼성중공업)
박씨의 동생은 병원 도착 후 2시간만에 과다출혈로 숨졌다. 이날 사고로 박씨를 비롯해 총 6명의 사망자, 25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고, 사망자 전원은 박씨와 같은 하청 업체 소속 직원이었다.
▲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부상을 당한 노동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 일반노조
휴일에도 작업 강요받은 하청노동자들
“하청 뒤에 숨은 삼성중공업 처벌받아야”
“하청 뒤에 숨은 삼성중공업 처벌받아야”
형제는 왜 노동절에도 일하며 이런 사고를 겪어야 했을까? 그는 “촉박한 수주일정 탓에 하청직원들은 휴일에도 근무를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그와 동생은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로 하루 일당을 받으며 일했다.
“수주 날짜가 다가오면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은 휴일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 쉬고 싶어도 (작업 관리자가) 무슨 이유인지 꼬치꼬치 물어보는데 어떻게 쉴 수가 있겠어요. 정규직들은 쉴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은 비정규직들은 일이 끊길까봐 쉴 수가 없어요. 그날(노동절)도 그냥 일당이나 벌자는 생각으로 일했어요. 휴일특근 수당 그런 것도 없었고요.”
▲ 삼성중공업에서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내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박씨는 “공식 휴게시간인 3시보다 먼저 쉬러 나온 노동자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언론 보도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먼저 쉬러 나왔다고요? 물 먹을 공간도 없는 곳에서 무슨 휴식입니까. 쉬는 시간에 작업자 수백명이 한번에 몰리면 화장실을 이용할 수가 없어 조금 미리 나오는 겁니다. 먼저 나온사람들이 일찍 (작업장에) 들어가는 암묵적인 약속으로 기본적인 생리작용을 해결하는 거예요.”
그는 달리는 구급차에서 동생과 나눈 마지막 대화를 떠올리며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동생이 ‘아프다’고 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병원가서 치료받으면 괜찮을 거다’라는 말 밖에··· 그렇게 헤어졌는데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렸어요. 구급 조치를 잘했으면, 조금만 더 빨리 병원에 왔으면 살릴 수 있었는데, 회사가 우리들 개·돼지 취급만 안 했어도 살 수 있었는데. 삼성중공업이 동생을 죽인 겁니다. 하청에 책임을 떠넘기고 숨어 있는 삼성중공업은 ‘살인 피의자’로 처벌받아야 합니다.”
출처 [인터뷰] 동생 죽음 목격한 형의 절규 “삼성중공업이 동생을 죽였습니다”
'세상에 이럴수가 > 노동과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뭐가 바빠 노동절 휴일날 일 시켰나” (0) | 2017.05.03 |
---|---|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가 작업자 과실이라니요! (0) | 2017.05.03 |
‘1시간만에 중상자 이송’ 구조 골든타임 허비한 삼성중공업 (0) | 2017.05.03 |
노동절 크레인 참사, 살인기업을 처벌해야 (0) | 2017.05.02 |
하청업체 산재 사망률, 원청보다 8배 높았다 (0) | 2017.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