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복원 성공하려면 ‘4대강 마피아’ 청산해야
‘4대강 지킴이’로 활동해온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경햔신문] 서의동 선임기자 | 입력 : 2017.06.02 20:56:00 | 수정 : 2017.06.02 20:59:02
4대강 사업 이후 강들은 ‘100m 미인’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멀리서 보면 풍부해진 수량 때문에 아름다워 보여 ‘뭐가 문제냐’ 싶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추하고 역겨운 맨 얼굴이 드러난다. 물속 생태계는 지옥이 된 지 오래고, 정수 처리해도 사라지지 않는 독을 품고 있다. 강의 ‘쌩얼’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4대강 당국은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다.
충남 일대를 흐르는 금강은 예전엔 여울이 많은 하천이었다. 공주 사람이라면 안 가본 이 없다는 곰나루에는 널찍한 모래톱이 그림처럼 펼쳐졌고, 누치와 모래무지가 빠른 물살을 헤치며 뛰놀았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김종술(51)은 곰나루 낙조의 황홀경에 반해 14년 전 공주에 내려와 지역 언론 백제신문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일해왔다. 4대강 사업 이후 강이 죽어가는 현장에서 녹조 발생, 큰빗이끼벌레 출현 등 특종 보도를 포함해 1,000건이 넘는 고발 기사를 써왔고, 사람들은 그를 ‘4대강 지킴이’ 혹은 ‘금강 요정’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8년간의 취재 과정은 험로의 연속이었다. 공사장 인부에게 삽으로 얻어맞는가 하면 ‘죽이겠다’는 협박도 당했다. 자비로 항공촬영까지 하느라 빚더미에 앉았고 월세를 못 내 강에서 노숙도 해야 했다. 연중 300일은 강을 지키며 환경파괴를 고발해온 그에게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해 ‘성유보 언론상’을 수여했다.
지난달 29일 금강 중류 공주보에서 김종술과 동행하며 금강의 민낯을 살펴봤다. 김종술은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수문 개방과 정책 감사 방침을 밝힌 것에 환영하면서도 “금강의 3개 보 중에 가장 효과가 작은 공주보의 수문을 개방하겠다는 방침은 이해하기 어렵다. 관련 부처에서 실무를 쥐고 있는 4대강 관련자들이 효과가 가장 적은 방식을 택한 건 아닌지 의문”이라며 “‘4대강 마피아’들을 청산하지 않으면 4대강 복원은 성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강의 재자연화는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가며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 가뭄이라는데 생각보다 물이 많다.
“문재인 정부가 수문을 개방한다고 하자 갑자기 물이 불어났다. 지금 수질은 최고로 좋은 상태다. 수문 개방을 앞두고 언론들이 많이 찾아오니 잘 보이려고 (수자원공사가) 대청댐 문을 열어둔 것 같다. 오늘도 수공에서 아침부터 배로 물을 휘젓고 다녔다. 배가 강의 가장자리를 빠른 속도로 다니면 물이 뒤집혀 수질이 좋아진 듯 보인다.”
- 공주보 상태는 어떤가.
“원래 500m 상류에 지으려다가 그쪽은 국가 명승지여서 부득이 이곳에 설치한 거로 알고 있다. 보를 지으려면 암반이 있어야 하는데 모래 위에 보를 세웠다. 급히 공사하다 보니 누수가 생겨 보강공사가 반복됐다. 수문을 유압으로 조절하는데 고장이 잦다. 물고기들이 산란 장소가 없어 강물 속 쓰레기 봉지에까지 산란하는데 수문 고장으로 수위가 낮아져 알들이 다 말라 버린 적도 있다.”
4대강 사업 당시 금강은 최대 수심 6m, 가장자리는 2m 깊이로 준설됐다. 하지만 장화를 신고 강 가장자리에 들어가 보니 수심이 허벅지를 조금 넘는 정도였다. 펄이 쌓여 강바닥이 높아진 것이다. 삽으로 떠낸 펄을 헤집으니 4급수에서만 사는 실지렁이와 구더기처럼 생긴 붉은깔따구 유충이 나타났다. 4급수는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다. 강물에는 연못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 마름이 떠 있고, 둔치에는 하루살이와 흡사한 깔따구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 큰빗이끼벌레는 사라졌나.
“올해부턴 금강에서 사라졌고 지천에서만 발견된다. 2~3급수 생물인 큰빗이끼벌레가 사라졌다는 건 강물이 1급수로 맑아졌거나 4급수로 나빠졌거나 둘 중 하나란 얘기다. 환경부는 아직도 2급수라고 우긴다. 펄에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유충이 한 삽에 10~20마리씩 나온다고 환경부 용역을 맡는 전문가에게 이야기하니 ‘장난치지 말라’더니 나중에 ‘보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발 빼더라. 그런데 조사는 끝내 안 나왔다.”
취재 도중에 수공 직원이 다가와 “왜 신고 없이 둔치에 차를 몰고 들어왔느냐”고 하다가 김종술이 “여긴 공주시 관리구역”이라며 항의하니 물러난다. “기자들이 취재 오면 5~10분 만에 수공에서 ‘사찰’을 나온다.”
- 녹조가 심각할 때는 어느 정도인가.
“강 한복판까지 죄다 녹조밭이다. 수공이 매년 녹조 제거선을 띄운다. 황토에 응집제를 섞어 뿌린다. 수문이 열려도 개방폭이 작으면 녹조는 생길 것이다.”
김종술은 전남 장성이 고향이다. 어렸을 적 장성댐 건설로 어머니의 고향이 수몰됐다. 집 인근 시멘트 공장과 석산에서 날아온 돌가루가 아침마다 장독대와 마루를 허옇게 뒤덮었다. 아버지는 폐암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생전 호흡기질환에 시달렸다. 환경을 건드리면 사람이 망가진다는 걸 일찌감치 체감했다.
- 어떻게 4대강 취재에 몰두하게 됐나.
“공주시가 중·고생들을 동원해 4대강 캠페인을 벌이는 걸 기사로 지적했다. 며칠 뒤 민방위교육장에서 4대강 홍보 동영상을 상영했다는 제보를 확인해 또 기사를 썼다. 그랬더니 점차 광고가 끊기고 신문 운영이 어려워졌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났다.”
- 험한 일도 많이 당했을 거 같다.
“누님과 매형이 이곳에서 시민운동을 했다. 그 연고로 몇 번 왔다가 곰나루의 노을에 반해 내려온 지 14년째다. 공주가 굉장히 보수적인 곳이라 기사를 쓰면 항의가 많다. ‘왜 타지인이 공주를 욕보이느냐’는 말도 들었고, 면전에서 ‘외국인에게 300만 원만 주면 너 따위는 흔적 없이 묻어버릴 수 있다’는 협박도 받았다. 사무실과 집에 도둑이 들어 컴퓨터 외장 하드디스크만 가져간 적도 있다. 그나마 독신이어서 버틸 수 있었던 거 같다.”
- 얼마 전 방송 인터뷰에서 ‘금강물을 마셨다가 5분 만에 복통을 일으켰다’고 했던데.
“매년 5~6차례 와인잔에 물을 떠서 마셔본다. 환경부가 2급수라고 우기길래 여기저기 분석을 의뢰했지만 아무도 안 해주더라. 분석 기계 장만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 ‘생체실험’ 말곤 방법이 없었다. 2013년까지는 배가 부글거리는 정도였는데 녹조 이후로는 바로 배탈 날까 봐 일부러 화장실 옆에서 마신다.”
- 몸은 괜찮나.
“2014년 큰빗이끼벌레를 먹어본 뒤로 두통을 이고 산다. 처음엔 전문가들도 정체를 잘 몰라 기사 쓰기 전에 생태 독성이라도 알아보려고 손가락 두 마디 정도를 뜯어 먹어봤다. 암모니아 냄새가 역겨워 다 씹지 못하고 그냥 삼켰다. 얼마 뒷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번져 강변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석 달쯤 두통에 시달렸다. 요즘도 죽은 물고기를 만진 날엔 몇 번을 씻어도 몸에서 냄새가 나고 두통이 밀려온다.”
- 차량까지 압류가 들어올 정도였나.
“강이 넓어 한 달에 차 기름값만 80만~100만 원 들어갔다. 2009년부터 항공촬영을 연간 7~8차례 했는데 비용이 워낙 많이 든다. 돈을 대느라 집을 팔아 월세로 돌리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손을 벌렸다. 은행 대출을 못 갚아 압류가 들어왔고 월세도 밀려 한동안 강에서 잠을 자던 때가 2014년 6월 무렵이다. 더 버틸 수 없어 기자를 그만둘 결심을 할 무렵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한 거다. 기사가 30만 건 넘게 공유됐고 문의 전화가 하루 100통씩 걸려왔다. 워낙 파장이 커 조금만 더하면 수문이 열리겠다 싶어 여기까지 온 거다.”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는 간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품고 있다. 일본 신슈대학 박호동 교수팀은 세계보건기구 안전 기준치가 1ppb(10억분의 1)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낙동강 460ppb, 금강 320ppb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2015년 내놨다. 환경부는 “고도 정수 처리하면 괜찮다”고 해명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아무리 정수처리를 해도 독성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금강물을 끌어다 충남 서북부 주민들이 먹는데 정수하더라도 문제 아닌가.
“맞다. 게다가 도수로가 설치된 취수장 펄에서도 붉은깔따구 유충이 나온다. 먹는 물로 사용이 금지된 4급수를 쓰는 자체가 불법이다. 또 취수장을 상수도보호구역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주변에 유람선이 떠다니고 낚시꾼들이 있다. 식수원을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 금강 물고기들도 많이 사라졌겠네.
“원래 금강은 여울이 많아 누치, 모래무지, 쏘가리 같은 여울 성 어종들이 풍부했다. 2012년 부여에서 물고기 60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는데 여울 성 어종들이었다. 4급수에서도 견딜 수 있는 붕어, 잉어, 미꾸라지, 메기 정도가 남았는데 붕어, 잉어 사체가 많아지는 걸 보면 더 나빠진 것 같다. 물속에 산소가 없으니 강바닥에 사는 붕어나 잉어가 수면까지 올라와 입을 뻐끔거린다.”
- 동물들도 죽어 나간다던데.
“남생이나 자라도 올 초에 많이 죽었고, 상위 포식자인 너구리나 고라니도 죽어 나간다. 얼마 전 발견한 너구리는 목에 구더기가 끓고 있더라. 물에서 고라니 사체가 발견됐을 때 직접 와서 보니 외상이 전혀 없었는데도 당국은 ‘로드킬’이라고 둘러대더라. 매사에 이런 식이니 정부 말을 믿지 못한다. 이렇게 가면 결국 인간 차례다. 그때 가면 (당국은) 오염된 물 먹고 죽은 게 아니라 질병으로 죽었다고 할 거 아니냐.”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일부터 4대강 6개 보의 수문을 열었다. 금강에서는 세종, 공주, 백제 등 3개 보 가운데 공주보 1곳만, 그것도 불과 20㎝만 개방했다. 김종술은 “수질을 살리려면 3개 보와 하굿둑까지 4개를 다 열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상류에 있는 세종보나 하류의 백제보 수문을 여는 게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
- 왜 공주보를 개방했다고 보는가.
“대통령이 수문 개방 방침을 정했지만, 세부 조치는 실무 공무원들이 결정한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수공에 있는 ‘4대강 마피아’들이 일부러 효과가 작은 조치를 취한 게 아닌가 싶다. 가운데 보만 열어선 펄이 쓸려 내려가지 않는다. ‘4대강 마피아’들을 청산하지 않으면 복원은 성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 ‘가뭄인데 수문 열면 어떡하느냐’는 보도가 있었다. 사정을 모르면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겠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4대강 사업 이전에도 강 주변은 물이 풍족했고, 산골 오지 등은 그때나 지금이나 가뭄을 겪는다. 정말 가뭄을 해결하려 했다면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도수로 건설을 해야 했다. 인구 6만 명의 부여군에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강변공원이 여의도공원의 50배 규모다. 그만한 경작지가 사라진 거다. 농사에 쓰는 물의 양이 4대강 사업 이전보다 40%나 줄었다.”
- 현장 취재를 하면서 해법을 생각해봤을 텐데.
“우선 정확하게 수질분석을 해야 한다. 상층만 할 게 아니라 중층, 하층, 퇴적토도 조사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감사원 감사에서 녹조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슈화도 안 됐다. 당시 수질분석도 국토부, 수공이 작성한 거짓 자료를 토대로 한 거다. 이런 ‘깜깜이’ 조사를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 정부가 어떤 점에 유념해야 하나.
“전문가, 공무원은 물론 주민과 환경단체가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수문 개방도, 보 해체도 현지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4대강의 재자연화가 ‘토목 사업화’하면 안 된다. 건설사들 불러 밀어버리고 둔치에 잔디 깔고 하는 식으로 가면 곤란하다.”
-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가.
“보를 해체하더라도 콘크리트만 걷어내고 내버려 두는 게 낫다. 부여에 160억 원 들여 조성한 공원에 목조 데크를 깔아놨는데 잡초들이 올라오면서 부서지고 있다. 자연이 먹어버리고 있는 거다. 걷어내겠다고 중장비가 들어가면 또 훼손된다.”
김종술은 “4대강 기사를 쓰면 의외로 서울에 있는 독자들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모래톱 넓고, 물 맑던 그곳에 정말 녹조가 생겼느냐’고 묻는다. 어릴 적 강에서 놀던 추억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한다.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죄악은 사람들의 가슴에 간직한 추억의 장소를 말살시킨 것 아닐까.”
출처 [서의동의 사람·사이-김종술] 4대강 복원 성공하려면 ‘4대강 마피아’ 청산해야
‘4대강 지킴이’로 활동해온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경햔신문] 서의동 선임기자 | 입력 : 2017.06.02 20:56:00 | 수정 : 2017.06.02 20:59:02
▲ ‘4대강 지킴이’로 활동해온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지난달 29일 금강 공주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4대강 해법으로 “우선 강의 실상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수질조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주 정지윤 기자
4대강 사업 이후 강들은 ‘100m 미인’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멀리서 보면 풍부해진 수량 때문에 아름다워 보여 ‘뭐가 문제냐’ 싶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추하고 역겨운 맨 얼굴이 드러난다. 물속 생태계는 지옥이 된 지 오래고, 정수 처리해도 사라지지 않는 독을 품고 있다. 강의 ‘쌩얼’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4대강 당국은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다.
충남 일대를 흐르는 금강은 예전엔 여울이 많은 하천이었다. 공주 사람이라면 안 가본 이 없다는 곰나루에는 널찍한 모래톱이 그림처럼 펼쳐졌고, 누치와 모래무지가 빠른 물살을 헤치며 뛰놀았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김종술(51)은 곰나루 낙조의 황홀경에 반해 14년 전 공주에 내려와 지역 언론 백제신문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일해왔다. 4대강 사업 이후 강이 죽어가는 현장에서 녹조 발생, 큰빗이끼벌레 출현 등 특종 보도를 포함해 1,000건이 넘는 고발 기사를 써왔고, 사람들은 그를 ‘4대강 지킴이’ 혹은 ‘금강 요정’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금강 바닥에 쌓인 펄을 삽으로 떠 보이고 있다. 공주 정지윤 기자
지난 8년간의 취재 과정은 험로의 연속이었다. 공사장 인부에게 삽으로 얻어맞는가 하면 ‘죽이겠다’는 협박도 당했다. 자비로 항공촬영까지 하느라 빚더미에 앉았고 월세를 못 내 강에서 노숙도 해야 했다. 연중 300일은 강을 지키며 환경파괴를 고발해온 그에게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해 ‘성유보 언론상’을 수여했다.
지난달 29일 금강 중류 공주보에서 김종술과 동행하며 금강의 민낯을 살펴봤다. 김종술은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수문 개방과 정책 감사 방침을 밝힌 것에 환영하면서도 “금강의 3개 보 중에 가장 효과가 작은 공주보의 수문을 개방하겠다는 방침은 이해하기 어렵다. 관련 부처에서 실무를 쥐고 있는 4대강 관련자들이 효과가 가장 적은 방식을 택한 건 아닌지 의문”이라며 “‘4대강 마피아’들을 청산하지 않으면 4대강 복원은 성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강의 재자연화는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가며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큰빗이끼벌레도 못 사는 금강
- 가뭄이라는데 생각보다 물이 많다.
“문재인 정부가 수문을 개방한다고 하자 갑자기 물이 불어났다. 지금 수질은 최고로 좋은 상태다. 수문 개방을 앞두고 언론들이 많이 찾아오니 잘 보이려고 (수자원공사가) 대청댐 문을 열어둔 것 같다. 오늘도 수공에서 아침부터 배로 물을 휘젓고 다녔다. 배가 강의 가장자리를 빠른 속도로 다니면 물이 뒤집혀 수질이 좋아진 듯 보인다.”
- 공주보 상태는 어떤가.
“원래 500m 상류에 지으려다가 그쪽은 국가 명승지여서 부득이 이곳에 설치한 거로 알고 있다. 보를 지으려면 암반이 있어야 하는데 모래 위에 보를 세웠다. 급히 공사하다 보니 누수가 생겨 보강공사가 반복됐다. 수문을 유압으로 조절하는데 고장이 잦다. 물고기들이 산란 장소가 없어 강물 속 쓰레기 봉지에까지 산란하는데 수문 고장으로 수위가 낮아져 알들이 다 말라 버린 적도 있다.”
4대강 사업 당시 금강은 최대 수심 6m, 가장자리는 2m 깊이로 준설됐다. 하지만 장화를 신고 강 가장자리에 들어가 보니 수심이 허벅지를 조금 넘는 정도였다. 펄이 쌓여 강바닥이 높아진 것이다. 삽으로 떠낸 펄을 헤집으니 4급수에서만 사는 실지렁이와 구더기처럼 생긴 붉은깔따구 유충이 나타났다. 4급수는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다. 강물에는 연못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 마름이 떠 있고, 둔치에는 하루살이와 흡사한 깔따구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 큰빗이끼벌레는 사라졌나.
“올해부턴 금강에서 사라졌고 지천에서만 발견된다. 2~3급수 생물인 큰빗이끼벌레가 사라졌다는 건 강물이 1급수로 맑아졌거나 4급수로 나빠졌거나 둘 중 하나란 얘기다. 환경부는 아직도 2급수라고 우긴다. 펄에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유충이 한 삽에 10~20마리씩 나온다고 환경부 용역을 맡는 전문가에게 이야기하니 ‘장난치지 말라’더니 나중에 ‘보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발 빼더라. 그런데 조사는 끝내 안 나왔다.”
취재 도중에 수공 직원이 다가와 “왜 신고 없이 둔치에 차를 몰고 들어왔느냐”고 하다가 김종술이 “여긴 공주시 관리구역”이라며 항의하니 물러난다. “기자들이 취재 오면 5~10분 만에 수공에서 ‘사찰’을 나온다.”
- 녹조가 심각할 때는 어느 정도인가.
“강 한복판까지 죄다 녹조밭이다. 수공이 매년 녹조 제거선을 띄운다. 황토에 응집제를 섞어 뿌린다. 수문이 열려도 개방폭이 작으면 녹조는 생길 것이다.”
“큰빗이끼벌레 먹은 뒤 두통 이고 산다”
김종술은 전남 장성이 고향이다. 어렸을 적 장성댐 건설로 어머니의 고향이 수몰됐다. 집 인근 시멘트 공장과 석산에서 날아온 돌가루가 아침마다 장독대와 마루를 허옇게 뒤덮었다. 아버지는 폐암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생전 호흡기질환에 시달렸다. 환경을 건드리면 사람이 망가진다는 걸 일찌감치 체감했다.
- 어떻게 4대강 취재에 몰두하게 됐나.
“공주시가 중·고생들을 동원해 4대강 캠페인을 벌이는 걸 기사로 지적했다. 며칠 뒤 민방위교육장에서 4대강 홍보 동영상을 상영했다는 제보를 확인해 또 기사를 썼다. 그랬더니 점차 광고가 끊기고 신문 운영이 어려워졌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났다.”
- 험한 일도 많이 당했을 거 같다.
“누님과 매형이 이곳에서 시민운동을 했다. 그 연고로 몇 번 왔다가 곰나루의 노을에 반해 내려온 지 14년째다. 공주가 굉장히 보수적인 곳이라 기사를 쓰면 항의가 많다. ‘왜 타지인이 공주를 욕보이느냐’는 말도 들었고, 면전에서 ‘외국인에게 300만 원만 주면 너 따위는 흔적 없이 묻어버릴 수 있다’는 협박도 받았다. 사무실과 집에 도둑이 들어 컴퓨터 외장 하드디스크만 가져간 적도 있다. 그나마 독신이어서 버틸 수 있었던 거 같다.”
- 얼마 전 방송 인터뷰에서 ‘금강물을 마셨다가 5분 만에 복통을 일으켰다’고 했던데.
“매년 5~6차례 와인잔에 물을 떠서 마셔본다. 환경부가 2급수라고 우기길래 여기저기 분석을 의뢰했지만 아무도 안 해주더라. 분석 기계 장만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 ‘생체실험’ 말곤 방법이 없었다. 2013년까지는 배가 부글거리는 정도였는데 녹조 이후로는 바로 배탈 날까 봐 일부러 화장실 옆에서 마신다.”
- 몸은 괜찮나.
“2014년 큰빗이끼벌레를 먹어본 뒤로 두통을 이고 산다. 처음엔 전문가들도 정체를 잘 몰라 기사 쓰기 전에 생태 독성이라도 알아보려고 손가락 두 마디 정도를 뜯어 먹어봤다. 암모니아 냄새가 역겨워 다 씹지 못하고 그냥 삼켰다. 얼마 뒷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번져 강변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석 달쯤 두통에 시달렸다. 요즘도 죽은 물고기를 만진 날엔 몇 번을 씻어도 몸에서 냄새가 나고 두통이 밀려온다.”
- 차량까지 압류가 들어올 정도였나.
“강이 넓어 한 달에 차 기름값만 80만~100만 원 들어갔다. 2009년부터 항공촬영을 연간 7~8차례 했는데 비용이 워낙 많이 든다. 돈을 대느라 집을 팔아 월세로 돌리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손을 벌렸다. 은행 대출을 못 갚아 압류가 들어왔고 월세도 밀려 한동안 강에서 잠을 자던 때가 2014년 6월 무렵이다. 더 버틸 수 없어 기자를 그만둘 결심을 할 무렵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한 거다. 기사가 30만 건 넘게 공유됐고 문의 전화가 하루 100통씩 걸려왔다. 워낙 파장이 커 조금만 더하면 수문이 열리겠다 싶어 여기까지 온 거다.”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는 간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품고 있다. 일본 신슈대학 박호동 교수팀은 세계보건기구 안전 기준치가 1ppb(10억분의 1)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낙동강 460ppb, 금강 320ppb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2015년 내놨다. 환경부는 “고도 정수 처리하면 괜찮다”고 해명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아무리 정수처리를 해도 독성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금강물을 끌어다 충남 서북부 주민들이 먹는데 정수하더라도 문제 아닌가.
▲ 독자 모금으로 마련한 녹조탐사용 투명카누를 차량 위에 얹고 다닌다. 공주 정지윤 기자
“맞다. 게다가 도수로가 설치된 취수장 펄에서도 붉은깔따구 유충이 나온다. 먹는 물로 사용이 금지된 4급수를 쓰는 자체가 불법이다. 또 취수장을 상수도보호구역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주변에 유람선이 떠다니고 낚시꾼들이 있다. 식수원을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 금강 물고기들도 많이 사라졌겠네.
“원래 금강은 여울이 많아 누치, 모래무지, 쏘가리 같은 여울 성 어종들이 풍부했다. 2012년 부여에서 물고기 60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는데 여울 성 어종들이었다. 4급수에서도 견딜 수 있는 붕어, 잉어, 미꾸라지, 메기 정도가 남았는데 붕어, 잉어 사체가 많아지는 걸 보면 더 나빠진 것 같다. 물속에 산소가 없으니 강바닥에 사는 붕어나 잉어가 수면까지 올라와 입을 뻐끔거린다.”
- 동물들도 죽어 나간다던데.
“남생이나 자라도 올 초에 많이 죽었고, 상위 포식자인 너구리나 고라니도 죽어 나간다. 얼마 전 발견한 너구리는 목에 구더기가 끓고 있더라. 물에서 고라니 사체가 발견됐을 때 직접 와서 보니 외상이 전혀 없었는데도 당국은 ‘로드킬’이라고 둘러대더라. 매사에 이런 식이니 정부 말을 믿지 못한다. 이렇게 가면 결국 인간 차례다. 그때 가면 (당국은) 오염된 물 먹고 죽은 게 아니라 질병으로 죽었다고 할 거 아니냐.”
“4대강 가뭄 해소는 애초 말이 안돼”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일부터 4대강 6개 보의 수문을 열었다. 금강에서는 세종, 공주, 백제 등 3개 보 가운데 공주보 1곳만, 그것도 불과 20㎝만 개방했다. 김종술은 “수질을 살리려면 3개 보와 하굿둑까지 4개를 다 열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상류에 있는 세종보나 하류의 백제보 수문을 여는 게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
- 왜 공주보를 개방했다고 보는가.
“대통령이 수문 개방 방침을 정했지만, 세부 조치는 실무 공무원들이 결정한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수공에 있는 ‘4대강 마피아’들이 일부러 효과가 작은 조치를 취한 게 아닌가 싶다. 가운데 보만 열어선 펄이 쓸려 내려가지 않는다. ‘4대강 마피아’들을 청산하지 않으면 복원은 성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 ‘가뭄인데 수문 열면 어떡하느냐’는 보도가 있었다. 사정을 모르면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겠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4대강 사업 이전에도 강 주변은 물이 풍족했고, 산골 오지 등은 그때나 지금이나 가뭄을 겪는다. 정말 가뭄을 해결하려 했다면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도수로 건설을 해야 했다. 인구 6만 명의 부여군에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강변공원이 여의도공원의 50배 규모다. 그만한 경작지가 사라진 거다. 농사에 쓰는 물의 양이 4대강 사업 이전보다 40%나 줄었다.”
- 현장 취재를 하면서 해법을 생각해봤을 텐데.
“우선 정확하게 수질분석을 해야 한다. 상층만 할 게 아니라 중층, 하층, 퇴적토도 조사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감사원 감사에서 녹조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슈화도 안 됐다. 당시 수질분석도 국토부, 수공이 작성한 거짓 자료를 토대로 한 거다. 이런 ‘깜깜이’ 조사를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 정부가 어떤 점에 유념해야 하나.
“전문가, 공무원은 물론 주민과 환경단체가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수문 개방도, 보 해체도 현지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4대강의 재자연화가 ‘토목 사업화’하면 안 된다. 건설사들 불러 밀어버리고 둔치에 잔디 깔고 하는 식으로 가면 곤란하다.”
-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가.
“보를 해체하더라도 콘크리트만 걷어내고 내버려 두는 게 낫다. 부여에 160억 원 들여 조성한 공원에 목조 데크를 깔아놨는데 잡초들이 올라오면서 부서지고 있다. 자연이 먹어버리고 있는 거다. 걷어내겠다고 중장비가 들어가면 또 훼손된다.”
김종술은 “4대강 기사를 쓰면 의외로 서울에 있는 독자들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모래톱 넓고, 물 맑던 그곳에 정말 녹조가 생겼느냐’고 묻는다. 어릴 적 강에서 놀던 추억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한다.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죄악은 사람들의 가슴에 간직한 추억의 장소를 말살시킨 것 아닐까.”
출처 [서의동의 사람·사이-김종술] 4대강 복원 성공하려면 ‘4대강 마피아’ 청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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