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묘지에 묻힌 친일파·군사반란 가담자들
[민중의소리] 정혜규 기자 | 발행 : 2017-06-06 15:54:26 | 수정 : 2017-06-06 16:17:03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충일인 6일 오전 대전현충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반민족·반민주 행위자들의 묘를 이장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가 나선 것은 국립묘지에 친일파 등 반민족·반민주 행위자들의 묘가 다수 있지만, 관련 법률의 미비로 이장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 이들은 "일본 관동군 헌병으로 항일 독립투사들을 잡아들인 김창룡 등의 묘가 현충원에 있다"며 "이런 인물이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것은 국립묘지에 대한 모독"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안현태를 비롯한 반민주 행위자와 친일파 등의 묘 역시 이장돼야 한다"며 "부적격자들의 묘가 애국지사와 순국선열을 기리는 대전현충원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친일·반민주인사 국립묘지 안장 반대 시민행동'이 지난 2011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현충원 등 국립묘지에는 76명의 친일파와 5명의 12·12 군사반란 연루자의 묘가 있다.
육군 중장 출신 김창룡은 일제강점기 관동군 헌병으로 항일투사들을 체포하는 데 앞장섰다. 그가 해방 전 2년 동안 적발한 항일조직은 50여 개에 달할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김창룡은 해방된 조국에서 오히려 더 잘 나갔다. 이승만 정권은 일제 강점기 때 첩보 부대에서 활약한 그의 경력을 인정, 군에서 중임을 맡겼다. 김창룡은 각종 공안사건을 조작하거나 양민학살을 자행했다.
독립투쟁을 탄압하면서 일제 유지에 앞장섰던 그가 해방 이후에는 조작 사건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정권에 충성했던 셈이다. 이후 그가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을 주도했다는 증거도 발견됐다.
김창룡은 현재 대전현충원 장군1묘역 69호에 묻혀 있는데, 이곳은 김구 선생의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 등이 묻힌 애국지사 묘역과 마주 보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시민사회는 김창룡과 곽낙원 여사가 마주 보고 있는, 이 비극적인 장면을 "민족의 수치"라고 여기고 있다. 그처럼 일본군이나 만주군에서 친일 행위를 하다 해방 이후 국립묘지에 묻힌 이들은 김정렬, 김호량 등 50명에 달한다.
독립유공자 서훈이 수여됐다가 친일행적 때문에 취소된 이들의 묘도 있다.
대표적인 인사는 1940년대 일제의 침략전쟁을 찬양하는 글을 게재하고 친일단체에 가입했던 윤치영이다. 그는 독립투쟁에 가담하다 경찰에 체포된 뒤 사상전향서를 발표하고 일제에 부역하기 시작했다. 윤치영은 1940년 1월 '황군의 무운장구를 축도함'이라는 글을 발표했으며 이후에도 '매일신보', '동양지광' 등에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하는 글을 다수 발표했다. 그는 친일 이력에도 해방 이후에 내무부장관, 국회부의장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지난 2011년 독립유공자 서훈이 취소됐다.
일제강점기 시절 해주읍회 의원, 황해도회 의원 등 조선총독부 자문기관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내선일체를 선전하는 강연을 하는 등 친일행위가 확인돼 서훈이 취소됐던 박성행이나 김구 선생과 함께 독립투쟁을 한 공로로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가 1930년대 친일행적을 한 사실이 드러나 서훈이 취소된 김홍량 등도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다.
12·12 군사반란 관련자인 유학성(전 국방부 군수차관보), 정도영(전 보안사령부 보안처장), 정동호(전 청와대 경호실장 대리), 김호영(전 2기갑여단 16전차 대대장), 안현태(전 청와대 경호실장) 등 5명도 국립묘지에 묻혀 있다.
안현태는 12·12군사반란 주역인 하나회 멤버이자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당사자이다. 그는 전두환의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기업인들을 조사하고 협박하거나, 뇌물을 받아 2년 6개월의 징역에 추징금 5,000만 원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면·복권 조치로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었다.
유학성도 군사반란 핵심인물로 지목돼 군 형법상 반란 중요 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형이 확정되기 전 사망했고, 이후 대전현충원에 묻혔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에 따르면 '장관급 장교 또는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사람 중 전역·퇴역 또는 면역된 후 사망한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가 된다. 안장될 수 없도록 규정한 '예외 규정'에 '반민족·반민주·친일행위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친일파 등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반민족·민주행위자의 묘지 이장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돼 온 사안이다. 지난 2007년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이나 2013년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관련 개정안을 냈지만, 동료 의원들의 무관심 등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고 밝혔는데, 관련 개정안이 통과됐을 경우 친일에 앞장서고도, 해방된 조국에서 '흥했던' 뒤집힌 역사 속에서 승승장구했던 인사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이는 해방 이후 수립된 정권의 정당성 문제와도 연결된다.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등은 "반민족·반민주 행위자의 묘 강제 이장을 위한 '국립묘지법 개정안'은 국회의 무관심으로 (20대 국회에서) 상정도 못 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국립묘지법을 개정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호국영령의 넋을 편히 쉬게 하라"고 강조했다.
출처 국립묘지에 묻힌 친일파·군사반란 가담자들
[민중의소리] 정혜규 기자 | 발행 : 2017-06-06 15:54:26 | 수정 : 2017-06-06 16:17:03
▲ 이승만 대통령에게 훈장을 수여받는 김창룡 ⓒ자료사진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충일인 6일 오전 대전현충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반민족·반민주 행위자들의 묘를 이장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가 나선 것은 국립묘지에 친일파 등 반민족·반민주 행위자들의 묘가 다수 있지만, 관련 법률의 미비로 이장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 이들은 "일본 관동군 헌병으로 항일 독립투사들을 잡아들인 김창룡 등의 묘가 현충원에 있다"며 "이런 인물이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것은 국립묘지에 대한 모독"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안현태를 비롯한 반민주 행위자와 친일파 등의 묘 역시 이장돼야 한다"며 "부적격자들의 묘가 애국지사와 순국선열을 기리는 대전현충원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독립투사 잡던 일본군·만주군 출신
'친일·반민주인사 국립묘지 안장 반대 시민행동'이 지난 2011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현충원 등 국립묘지에는 76명의 친일파와 5명의 12·12 군사반란 연루자의 묘가 있다.
육군 중장 출신 김창룡은 일제강점기 관동군 헌병으로 항일투사들을 체포하는 데 앞장섰다. 그가 해방 전 2년 동안 적발한 항일조직은 50여 개에 달할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김창룡은 해방된 조국에서 오히려 더 잘 나갔다. 이승만 정권은 일제 강점기 때 첩보 부대에서 활약한 그의 경력을 인정, 군에서 중임을 맡겼다. 김창룡은 각종 공안사건을 조작하거나 양민학살을 자행했다.
독립투쟁을 탄압하면서 일제 유지에 앞장섰던 그가 해방 이후에는 조작 사건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정권에 충성했던 셈이다. 이후 그가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을 주도했다는 증거도 발견됐다.
김창룡은 현재 대전현충원 장군1묘역 69호에 묻혀 있는데, 이곳은 김구 선생의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 등이 묻힌 애국지사 묘역과 마주 보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시민사회는 김창룡과 곽낙원 여사가 마주 보고 있는, 이 비극적인 장면을 "민족의 수치"라고 여기고 있다. 그처럼 일본군이나 만주군에서 친일 행위를 하다 해방 이후 국립묘지에 묻힌 이들은 김정렬, 김호량 등 50명에 달한다.
친일 행적으로 서훈 취소된 이들도 국립묘지에
독립유공자 서훈이 수여됐다가 친일행적 때문에 취소된 이들의 묘도 있다.
대표적인 인사는 1940년대 일제의 침략전쟁을 찬양하는 글을 게재하고 친일단체에 가입했던 윤치영이다. 그는 독립투쟁에 가담하다 경찰에 체포된 뒤 사상전향서를 발표하고 일제에 부역하기 시작했다. 윤치영은 1940년 1월 '황군의 무운장구를 축도함'이라는 글을 발표했으며 이후에도 '매일신보', '동양지광' 등에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하는 글을 다수 발표했다. 그는 친일 이력에도 해방 이후에 내무부장관, 국회부의장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지난 2011년 독립유공자 서훈이 취소됐다.
일제강점기 시절 해주읍회 의원, 황해도회 의원 등 조선총독부 자문기관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내선일체를 선전하는 강연을 하는 등 친일행위가 확인돼 서훈이 취소됐던 박성행이나 김구 선생과 함께 독립투쟁을 한 공로로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가 1930년대 친일행적을 한 사실이 드러나 서훈이 취소된 김홍량 등도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다.
군사반란 가담자들도 버젓이 국립묘지에
12·12 군사반란 관련자인 유학성(전 국방부 군수차관보), 정도영(전 보안사령부 보안처장), 정동호(전 청와대 경호실장 대리), 김호영(전 2기갑여단 16전차 대대장), 안현태(전 청와대 경호실장) 등 5명도 국립묘지에 묻혀 있다.
안현태는 12·12군사반란 주역인 하나회 멤버이자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당사자이다. 그는 전두환의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기업인들을 조사하고 협박하거나, 뇌물을 받아 2년 6개월의 징역에 추징금 5,000만 원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면·복권 조치로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었다.
유학성도 군사반란 핵심인물로 지목돼 군 형법상 반란 중요 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형이 확정되기 전 사망했고, 이후 대전현충원에 묻혔다.
친일파·군사반란 가담자 제외하려면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에 따르면 '장관급 장교 또는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사람 중 전역·퇴역 또는 면역된 후 사망한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가 된다. 안장될 수 없도록 규정한 '예외 규정'에 '반민족·반민주·친일행위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친일파 등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반민족·민주행위자의 묘지 이장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돼 온 사안이다. 지난 2007년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이나 2013년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관련 개정안을 냈지만, 동료 의원들의 무관심 등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고 밝혔는데, 관련 개정안이 통과됐을 경우 친일에 앞장서고도, 해방된 조국에서 '흥했던' 뒤집힌 역사 속에서 승승장구했던 인사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이는 해방 이후 수립된 정권의 정당성 문제와도 연결된다.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등은 "반민족·반민주 행위자의 묘 강제 이장을 위한 '국립묘지법 개정안'은 국회의 무관심으로 (20대 국회에서) 상정도 못 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국립묘지법을 개정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호국영령의 넋을 편히 쉬게 하라"고 강조했다.
출처 국립묘지에 묻힌 친일파·군사반란 가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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