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 계약직이라고 병가 안 줘…기계 취급 당해”
계약직 노동자들이 말하는 부당대우
“노로바이러스 걸려 구토하는데도 카페 매장에 대체인력 안보내 줘”
“야근수당은 바라지도 말라고 해”
“휴일수당 대신 준 대체휴일은 일손이 부족해서 쓸 수도 없어”
회사선 “법률지식 부족·행정 착오”
[한겨레] 정은주 기자 | 등록 : 2017-06-20 21:19 | 수정 : 2017-06-21 09:56
“열정적인 인재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소셜코머스 기업 위메프가 누리집에 올린 소개글이다. 그러나 위메프에서 일했던 ‘열정적인 인재들’은 이 회사를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일터”로 기억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계약직 노동자로 1~2년 동안 위메프에서 일한 20~30대 4명을 만났다. 저마다 상처를 입고 회사를 떠나거나 떠날 상황에 처한 이들은 위메프에서 겪은 아픈 이야기를 풀어냈다. 회사는 사람을 언제든 갈아끼울 수 있는 부품처럼 취급했다. 이들의 경험담은 대한민국에서 서비스업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처절한 삶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신분 보호를 위해 이름은 가명으로 했다.
나은미(28) 씨는 일요일마다 경기도 하남시의 식자재 창고에 혼자 출근했다. 왕복 3시간 30분 거리의 창고에서 그는 17㎏이나 되는 과일 상자를 옮겼다. “자몽박스를 들다가 그대로 주저앉았어요. 친구를 불러 응급실에 갔더니 척추 근육이 파열됐다고 하더라고요.” 놀란 나 씨는 부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은 다 끝냈냐’고 묻더라고요. ‘아, 여긴 오래 다닐 때가 못 되는구나.’ 그때 생각했어요.”
“노예 같고, 기계 같았어요. 음료 파는 자판기처럼요.” 위메프가 운영하는 ‘더블유(W) 카페’ 매장에서 일했던 다슬기(26) 씨가 나 씨의 이야기를 듣다가 말했다. 그는 이승우(32) 씨와 함께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밤 11시에 닫는 카페 매장에서 일했다. “혼자 일하는 시간이 하루에 4~5시간이나 됐어요. 바쁜 점심시간(낮 12~2시)도 혼자 치렀어요.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만날 굶었죠. 하루에 먹는 게 음료 한 잔일 때도 있었어요.” 다슬기 씨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일하는 사람이 힘들면 음료의 질도 떨어져요. 윗사람한테 파트타임이라도 뽑아달라고 해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내다 버린 자식 같았어요.”
떠올리기 싫다는 듯 이승우 씨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노로바이러스가 걸렸는데도 회사가 대체 인력을 보내주지 않는 거예요. 구토, 설사 하면서 죽을힘을 다해 일했어요.” 매장 직원의 월급은 고작 150만 원. 회사는 야근·휴일근로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야근수당은 바라지 말라고 했어요. 휴일수당 대신에 대체휴일을 줬는데 일손이 부족하니까 그마저도 쓸 수가 없었죠.”(이승우) “혹사하니까 어깨, 허리가 망가졌어요. 월급이 병원비로 거의 다 빠져나가는 거예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더라고요.”(다슬기)
회사는 왜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을까. 본사에서 일하다 다친 나은미 씨는 실적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부서 팀장은 인건비가 늘어난다고 (인력 충원, 수당 지급이)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인건비가 늘면 팀 실적이 줄고, 그럼 인센티브가 주니까요.”
3주 동안 입원한 계약직 노동자에게 병가를 허락하지 않은 이유도 같지 않을까. 나 씨는 진단서를 내밀며 병가를 요청했지만, 부서장은 단칼에 거절했다고 했다. “(다른 계약직으로) 대체하면 되는데 왜 병가 처리까지 해야 하냐고 하더라고요. 출근하지 않은 기간은 연·월차로 빼고 월급으로도 공제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무단결근도 아닌데 어이가 없었어요.”
나은미 씨와 다슬기 씨는 퇴사 뒤 고용노동부에 진정해 못 받은 야근·휴일수당을 받아냈다. 그러나 문제 제기하지 않은 이승우 씨는 아직도 야근수당을 받지 못했다. “2년 내내 아르바이트한 것 같아요. 필요할 때만 쓰고 단물 빠지면 버리는 식이죠.”(이승우)
회사 관계자는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유급 병가가 가능하다”며 “인사팀이 그렇게 안내했는데 (부서장이)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법률 지식이 부족해 야간·휴일할증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는데 관련 규정을 확인한 뒤에는 제대로 지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5년 3월 1년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1년 뒤 출산휴가를 떠난 김수현(29) 씨는 복직 직전 일자리를 잃을 뻔한 황당한 경우다. “부서장은 물론 인사팀에서도 당연히 (출산 육아 휴직 뒤) 재계약하고 정규직으로 복귀하는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지난 3월 계약만료를 닷새 앞두고 회사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사직원을 쓰라고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복직 준비를 했는데 날벼락이었죠.” 김 씨는 부서장이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고 설명했지만, 회사는 그 부서장이 이미 퇴사했고 관련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맞섰다. “계약만료 퇴사면 연락할 의무도 없는데, 서류 처리하려고 연락해 본 거”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김 씨는 갑작스러운 스트레스에 쓰러져서 구급차를 부르기도 했다. 김씨가 한 달 가까이 끈질기게 항의하자 회사는 복직을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사팀에 문서 기록이 없어 착오가 발생했다”며 “과거 부서장이 정규직 전환을 구두로 약속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조처했다”고 말했다. 김수현 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위메프니까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는 거죠. 조그마한 회사의 계약직은 더할 거예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계속 사람을 자르면서 인력난에 허덕이는 비정상적인 구조예요.”(김수현)
회사 쪽은 “해당 문제를 인지해 회사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근로환경을 개선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위메프, 계약직이라고 병가 안 줘…기계 취급 당해”
계약직 노동자들이 말하는 부당대우
“노로바이러스 걸려 구토하는데도 카페 매장에 대체인력 안보내 줘”
“야근수당은 바라지도 말라고 해”
“휴일수당 대신 준 대체휴일은 일손이 부족해서 쓸 수도 없어”
회사선 “법률지식 부족·행정 착오”
[한겨레] 정은주 기자 | 등록 : 2017-06-20 21:19 | 수정 : 2017-06-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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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인재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소셜코머스 기업 위메프가 누리집에 올린 소개글이다. 그러나 위메프에서 일했던 ‘열정적인 인재들’은 이 회사를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일터”로 기억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계약직 노동자로 1~2년 동안 위메프에서 일한 20~30대 4명을 만났다. 저마다 상처를 입고 회사를 떠나거나 떠날 상황에 처한 이들은 위메프에서 겪은 아픈 이야기를 풀어냈다. 회사는 사람을 언제든 갈아끼울 수 있는 부품처럼 취급했다. 이들의 경험담은 대한민국에서 서비스업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처절한 삶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신분 보호를 위해 이름은 가명으로 했다.
나은미(28) 씨는 일요일마다 경기도 하남시의 식자재 창고에 혼자 출근했다. 왕복 3시간 30분 거리의 창고에서 그는 17㎏이나 되는 과일 상자를 옮겼다. “자몽박스를 들다가 그대로 주저앉았어요. 친구를 불러 응급실에 갔더니 척추 근육이 파열됐다고 하더라고요.” 놀란 나 씨는 부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은 다 끝냈냐’고 묻더라고요. ‘아, 여긴 오래 다닐 때가 못 되는구나.’ 그때 생각했어요.”
“노예 같고, 기계 같았어요. 음료 파는 자판기처럼요.” 위메프가 운영하는 ‘더블유(W) 카페’ 매장에서 일했던 다슬기(26) 씨가 나 씨의 이야기를 듣다가 말했다. 그는 이승우(32) 씨와 함께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밤 11시에 닫는 카페 매장에서 일했다. “혼자 일하는 시간이 하루에 4~5시간이나 됐어요. 바쁜 점심시간(낮 12~2시)도 혼자 치렀어요.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만날 굶었죠. 하루에 먹는 게 음료 한 잔일 때도 있었어요.” 다슬기 씨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일하는 사람이 힘들면 음료의 질도 떨어져요. 윗사람한테 파트타임이라도 뽑아달라고 해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내다 버린 자식 같았어요.”
떠올리기 싫다는 듯 이승우 씨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노로바이러스가 걸렸는데도 회사가 대체 인력을 보내주지 않는 거예요. 구토, 설사 하면서 죽을힘을 다해 일했어요.” 매장 직원의 월급은 고작 150만 원. 회사는 야근·휴일근로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야근수당은 바라지 말라고 했어요. 휴일수당 대신에 대체휴일을 줬는데 일손이 부족하니까 그마저도 쓸 수가 없었죠.”(이승우) “혹사하니까 어깨, 허리가 망가졌어요. 월급이 병원비로 거의 다 빠져나가는 거예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더라고요.”(다슬기)
회사는 왜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을까. 본사에서 일하다 다친 나은미 씨는 실적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부서 팀장은 인건비가 늘어난다고 (인력 충원, 수당 지급이)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인건비가 늘면 팀 실적이 줄고, 그럼 인센티브가 주니까요.”
3주 동안 입원한 계약직 노동자에게 병가를 허락하지 않은 이유도 같지 않을까. 나 씨는 진단서를 내밀며 병가를 요청했지만, 부서장은 단칼에 거절했다고 했다. “(다른 계약직으로) 대체하면 되는데 왜 병가 처리까지 해야 하냐고 하더라고요. 출근하지 않은 기간은 연·월차로 빼고 월급으로도 공제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무단결근도 아닌데 어이가 없었어요.”
나은미 씨와 다슬기 씨는 퇴사 뒤 고용노동부에 진정해 못 받은 야근·휴일수당을 받아냈다. 그러나 문제 제기하지 않은 이승우 씨는 아직도 야근수당을 받지 못했다. “2년 내내 아르바이트한 것 같아요. 필요할 때만 쓰고 단물 빠지면 버리는 식이죠.”(이승우)
회사 관계자는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유급 병가가 가능하다”며 “인사팀이 그렇게 안내했는데 (부서장이)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법률 지식이 부족해 야간·휴일할증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는데 관련 규정을 확인한 뒤에는 제대로 지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5년 3월 1년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1년 뒤 출산휴가를 떠난 김수현(29) 씨는 복직 직전 일자리를 잃을 뻔한 황당한 경우다. “부서장은 물론 인사팀에서도 당연히 (출산 육아 휴직 뒤) 재계약하고 정규직으로 복귀하는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지난 3월 계약만료를 닷새 앞두고 회사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사직원을 쓰라고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복직 준비를 했는데 날벼락이었죠.” 김 씨는 부서장이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고 설명했지만, 회사는 그 부서장이 이미 퇴사했고 관련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맞섰다. “계약만료 퇴사면 연락할 의무도 없는데, 서류 처리하려고 연락해 본 거”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김 씨는 갑작스러운 스트레스에 쓰러져서 구급차를 부르기도 했다. 김씨가 한 달 가까이 끈질기게 항의하자 회사는 복직을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사팀에 문서 기록이 없어 착오가 발생했다”며 “과거 부서장이 정규직 전환을 구두로 약속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조처했다”고 말했다. 김수현 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위메프니까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는 거죠. 조그마한 회사의 계약직은 더할 거예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계속 사람을 자르면서 인력난에 허덕이는 비정상적인 구조예요.”(김수현)
회사 쪽은 “해당 문제를 인지해 회사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근로환경을 개선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위메프, 계약직이라고 병가 안 줘…기계 취급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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