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안보쇼’ 피날레는 ‘깡통헬기’ 수리온
‘명품’에서 ‘깡통’으로 전락한 수리온
[한겨레] 이승준 기자 | 등록 : 2017-07-18 11:09 | 수정 : 2017-07-18 14:18
‘수리온’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6월부터 6년간 1조2950억 원을 투자해 이명박 정부(2012년 6월)에서 개발이 완료된 최초의 국산 기동헬기입니다. 노후화된 군용 헬기를 대체하고 국내 헬기 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으로 현재 군에서 60여 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품헬기’를 표방했던 수리온은 16일 감사원 감사결과 ‘깡통헬기’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프로펠러가 동체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고, 결빙 환경에서 비행 중 표면이 얼어붙을 수 있는 결함 등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2009년 1월 사업 일정 촉박 등을 이유로 체계 결빙 성능시험 등을 나중에 하기로 하고 시험평가를 생략한 채 수리온을 납품받았습니다. 이에 2015년 세 차례 헬기가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 관련기사 : ‘수리온’ 결함 알고도 납품 강행…방사청장 수사의뢰)
이전 정부 대통령들은 수리온에 직접 시승하면서 ‘국가영토 수호’, ‘항공산업 발전’ 등의 찬사를 보냈습니다. 정부는 ‘명품무기’, ‘수출 동력’, ‘기술 자립’ 등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수리온의 개발과 실전 배치를 홍보해왔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의 조사로 드러난 수리온의 부실과 관련 기관들의 비리는 이러한 극찬이 무색해질 정도로 씁쓸하기만 합니다. 이전 대통령들과 정부에서 수리온에 보냈던 찬사를 돌아보며,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문재인 대통령 17일 발언)인 방산 비리의 문제를 되새겨 봅니다.
2009년 7월 31일 오전 11시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공장에서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관으로 수리온의 출고식이 열렸습니다. 이명박과 이상희 국방부 장관, 변무근 방위사업청장 등 8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명박은 축사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유례없이 짧은 기간 내에 영광스러운 결실을 본 개발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한다"면서 "이번 한국형 기동헬기의 성공적 개발을 계기로 21세기에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나아가자"고 수리온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당시 정부는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에 이어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 국가가 됐고, 한반도 전역서 작전이 가능한 우수한 성능의 헬기를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최초의 국산 기동 헬리콥터
감사결과 ‘깡통헬기’로 드러나
MB “짧은 기간 내 영광스러운 결실”
박 “창조경제 꽃피우는 핵심동력” 찬사
온갖 미사여구 뒤로 부실·비리 온상
2010년 6월 22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수리온 초도비행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은 변무근 방위사업청장이 대독한 기념사를 통해 “그동안 우리 군은 세계 7위의 헬기 보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운용 헬기를 전량 해외에서 도입, 성능개량·운영유지를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수리온의 성공적 개발로 군의 효율적 운영 유지는 물론 항공산업의 기술 자립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김 장관은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후속 헬기사업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우리의 국방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2013년 5월 22일 충남 논산에 위치한 육군항공학교에서 수리온이 육군에 첫 실전 배치되는 전력화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박근혜를 비롯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 정부 부처 및 방산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했습니다.
박근혜는 축사를 통해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오늘 드디어 국가 방위의 첫 임무를 부여받고 실전에 배치된다”며 “이제 우리 방위산업이 민간의 창의력과 결합해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는 핵심 동력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방위산업에 ‘창조경제’를 연결시키며 국내 기술 개발을 통한 방위산업 육성·수출 등을 강조한 것입니다.
또 박근혜는 “헬기 개발은 첨단 과학기술의 총화로서 이번 수리온 개발과 생산을 통해 약 12조 원의 산업파급 효과와 5만여 명의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말도 했습니다.
박근혜는 이날 행사에서 취임 뒤 처음으로 군복을 입은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근혜가 입은 육군 항공재킷의 오른쪽에는 태극기가, 왼쪽에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마크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날 행사에선 수리온을 활용한 공중강습작전과 특전사 고공강하팀의 축하 고공강하, 육군항공의 전 기종(28대)이 참가하는 축하비행 등이 2시간 동안 화려하게 진행됐습니다. 대통령이 군의 전력화 기념식에 참석하고, 이렇게 대규모의 행사를 한 것은 1987년 전두환이 케이(K)-1 전차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수리온의 결함과 방위사업청,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비리 문제 등을 박근혜 정부에서 은폐·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거듭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18일 라디오에 나와 “수리온 비리 뒤에 이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있다”고,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1년 전에 감사원으로부터 수리온의 결함과 비리 의혹을 보고 받았지만, 묵인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수리온의 ‘추락’은 방위산업 비리 전반에 칼을 대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감사원의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수석·보좌관 회의 머리 발언에서 “방위산업 비리는 단순 비리가 아니라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며 “방산비리 척결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의 문제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개별 사건 처리로 끝내지 말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그 결과를 제도개선과 연결하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방위산업 비리 전반을 개선하라는 지시도 했습니다.
방위산업은 국가 안보는 물론 장병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수리온은 독수리의 '수리'와 숫자 100을 뜻하는 순우리말 '온'을 합성한 말입니다. 방위산업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리온의 본래 뜻처럼 다시 완벽하게 비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출처 이명박근혜 ‘안보쇼’ 피날레는 ‘깡통헬기’ 수리온
‘명품’에서 ‘깡통’으로 전락한 수리온
[한겨레] 이승준 기자 | 등록 : 2017-07-18 11:09 | 수정 : 2017-07-18 14:18
‘수리온’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6월부터 6년간 1조2950억 원을 투자해 이명박 정부(2012년 6월)에서 개발이 완료된 최초의 국산 기동헬기입니다. 노후화된 군용 헬기를 대체하고 국내 헬기 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으로 현재 군에서 60여 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품헬기’를 표방했던 수리온은 16일 감사원 감사결과 ‘깡통헬기’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프로펠러가 동체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고, 결빙 환경에서 비행 중 표면이 얼어붙을 수 있는 결함 등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2009년 1월 사업 일정 촉박 등을 이유로 체계 결빙 성능시험 등을 나중에 하기로 하고 시험평가를 생략한 채 수리온을 납품받았습니다. 이에 2015년 세 차례 헬기가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 관련기사 : ‘수리온’ 결함 알고도 납품 강행…방사청장 수사의뢰)
이전 정부 대통령들은 수리온에 직접 시승하면서 ‘국가영토 수호’, ‘항공산업 발전’ 등의 찬사를 보냈습니다. 정부는 ‘명품무기’, ‘수출 동력’, ‘기술 자립’ 등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수리온의 개발과 실전 배치를 홍보해왔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의 조사로 드러난 수리온의 부실과 관련 기관들의 비리는 이러한 극찬이 무색해질 정도로 씁쓸하기만 합니다. 이전 대통령들과 정부에서 수리온에 보냈던 찬사를 돌아보며,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문재인 대통령 17일 발언)인 방산 비리의 문제를 되새겨 봅니다.
2009년 7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한 영광스러운 결실”
▲ 이명박(오사카산 쥐새끼)이 2009년 7월 31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린 최초 국산헬기 수리온(SURION)출고 기념식에 앞서 헬기 시승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명박(오사카산 쥐새끼)이 2009년 7월 31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린 최초 국산헬기 수리온(SURION)출고 기념식을 마치고 조립동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9년 7월 31일 오전 11시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공장에서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관으로 수리온의 출고식이 열렸습니다. 이명박과 이상희 국방부 장관, 변무근 방위사업청장 등 8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명박은 축사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유례없이 짧은 기간 내에 영광스러운 결실을 본 개발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한다"면서 "이번 한국형 기동헬기의 성공적 개발을 계기로 21세기에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나아가자"고 수리온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당시 정부는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에 이어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 국가가 됐고, 한반도 전역서 작전이 가능한 우수한 성능의 헬기를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최초의 국산 기동 헬리콥터
감사결과 ‘깡통헬기’로 드러나
MB “짧은 기간 내 영광스러운 결실”
박 “창조경제 꽃피우는 핵심동력” 찬사
온갖 미사여구 뒤로 부실·비리 온상
2010년 6월 “우리 국방력이 크게 향상 될 것”
▲ 2010년 6월 22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린 수리온 초도비행 기념식에서 변무근 당시 방위사업청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2010년 6월 22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수리온 초도비행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은 변무근 방위사업청장이 대독한 기념사를 통해 “그동안 우리 군은 세계 7위의 헬기 보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운용 헬기를 전량 해외에서 도입, 성능개량·운영유지를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수리온의 성공적 개발로 군의 효율적 운영 유지는 물론 항공산업의 기술 자립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김 장관은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후속 헬기사업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우리의 국방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 2010년 6월 22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린 수리온 초도비행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누리집
2013년 5월 “방위산업도 창조경제“...박근혜 취임 뒤 첫 군복
▲ 박근혜(유신폐계)가 2013년 5월 22일 충남 논산에 있는 육군 항공학교에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전력화 기념행사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3년 5월 22일 충남 논산에 위치한 육군항공학교에서 수리온이 육군에 첫 실전 배치되는 전력화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박근혜를 비롯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 정부 부처 및 방산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했습니다.
박근혜는 축사를 통해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오늘 드디어 국가 방위의 첫 임무를 부여받고 실전에 배치된다”며 “이제 우리 방위산업이 민간의 창의력과 결합해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는 핵심 동력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방위산업에 ‘창조경제’를 연결시키며 국내 기술 개발을 통한 방위산업 육성·수출 등을 강조한 것입니다.
또 박근혜는 “헬기 개발은 첨단 과학기술의 총화로서 이번 수리온 개발과 생산을 통해 약 12조 원의 산업파급 효과와 5만여 명의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말도 했습니다.
▲ 박근혜(유신폐계)가 2013년 5월 22일 충남 논산에 있는 육군 항공학교에서 '수리온'전력화 기념행사에 참석해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는 이날 행사에서 취임 뒤 처음으로 군복을 입은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근혜가 입은 육군 항공재킷의 오른쪽에는 태극기가, 왼쪽에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마크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날 행사에선 수리온을 활용한 공중강습작전과 특전사 고공강하팀의 축하 고공강하, 육군항공의 전 기종(28대)이 참가하는 축하비행 등이 2시간 동안 화려하게 진행됐습니다. 대통령이 군의 전력화 기념식에 참석하고, 이렇게 대규모의 행사를 한 것은 1987년 전두환이 케이(K)-1 전차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수리온의 결함과 방위사업청,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비리 문제 등을 박근혜 정부에서 은폐·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거듭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18일 라디오에 나와 “수리온 비리 뒤에 이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있다”고,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1년 전에 감사원으로부터 수리온의 결함과 비리 의혹을 보고 받았지만, 묵인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2017년 7월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
결국, 수리온의 ‘추락’은 방위산업 비리 전반에 칼을 대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감사원의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수석·보좌관 회의 머리 발언에서 “방위산업 비리는 단순 비리가 아니라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며 “방산비리 척결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의 문제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개별 사건 처리로 끝내지 말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그 결과를 제도개선과 연결하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방위산업 비리 전반을 개선하라는 지시도 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서 머리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방위산업은 국가 안보는 물론 장병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수리온은 독수리의 '수리'와 숫자 100을 뜻하는 순우리말 '온'을 합성한 말입니다. 방위산업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리온의 본래 뜻처럼 다시 완벽하게 비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출처 이명박근혜 ‘안보쇼’ 피날레는 ‘깡통헬기’ 수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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