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도왔는데, 20억 물어줘야 합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 참여·연대한 4명
상고 비용 1,528만 원 모금 나서
[오마이뉴스] 글: 선대식, 편집: 홍현진 | 17.09.04 14:51 | 최종 업데이트 : 17.09.04 14:51
그들 4명은 11일까지 1528만 원을 모아야 합니다. 1528만 원을 모으지 못하면, 그들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그들의 이름은 엄길정·박점규·최병승·김형기. 이들 모두 2010년 11~12월. 25일 동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울산1공장을 점거한 파업에 참여하거나 힘을 보탠 사람들입니다.
엄길정은 당시 연대했던 정규직이고, 지금은 해고자입니다. 박점규와 최병승은 금속노조 활동가였고, 김형기는 당시 비정규직지회 간부로 지금은 현대차를 떠났습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불법이라며,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활동가 426명에게 모두 2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4명 역시 현대차가 보낸 소장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25명과 함께 묶여 피고석에 섰습니다. 현대차는 이들에게 2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후 현대차는 정규직 전환 소송을 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들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한 명씩 떠났고, 25명 모두 정규직이 됐습니다. 그렇게 4명만 남았습니다.
지난달 24일 부산고등법원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4명은 손해배상금 20억 원과 이 돈을 모두 갚을 때까지 발생되는 이자를 물어줘야 합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은 마지막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구해보려고 합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대법원에 상고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2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둘러싼 민사소송이라, 1511만 원의 인지대와 17만 원의 송달료가 필요합니다. 대부분 마땅한 돈벌이가 없어, 큰돈을 마련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헌법 27조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정작 이들은 돈이 없어 대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앞서 소개한 4명은 그나마 운이 좋은 축에 속합니다. 파업에 참여한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 5명은 현대차에 90억 원을 물어줘야 합니다. 갚을 때까지 발생하는 이자도 계속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1월 90억 원의 손해배상금이 적힌 부산고등법원의 판결문을 받고도, 소송을 이어나가지 못했습니다. 6000만 원이 넘는 인지대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90억 원은 우리나라에서 노동자의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가운데 가장 큰 금액입니다.
이들은 살아생전에 이 돈을 다 갚을 수 있을까요.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파업을 한 노동자들이나 이들을 도운 사람들은 왜 평생 갚을 수도 없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을 회사에 물어줘야 할까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해도 회사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정당한 파업일 때만 그렇습니다.
앞서 소개한 4명에게 2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운 부산고등법원 재판부는 당시의 파업은 정당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공장 점거는 폭력의 행사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라는 겁니다.
당시 파업이 정당했는지를 살펴보려면, 먼저 그들이 왜 파업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겠지요.
2010년 7월 우리나라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운명을 좌우한 대법원 판결이 나옵니다. 2년 넘게 현대차에서 일한 비정규직 최병승씨는 현대차의 정규직 직원으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여기에 대법원이 "맞다"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다시 말해,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지만, 현대차는 대화를 거부했습니다. 재판부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원고(현대차)는 (최병승씨) 판결이 오직 근로자 최병승에게만 적용된다고 주장하며 하청업체의 반복적인 폐업과 하청 근로자들의 전직 등과 같이 우회적인 방식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중략) 모든 책임을 피고들에게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재판부는 현대차가 청구한 2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노동자에게 절반의 책임만 지운다고 해도, 현대차의 손해가 막대해 배상금을 깎을 수 없다는 겁니다.
피고들은 손해배상 청구는 현대차의 탄압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사건 청구금액이 천문학적 금액의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거액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이는 원고에게는 그다지 큰 금액이 아니지만, 피고들에게 있어서는 수십 년 치의 연봉에 해당하는 거액입니다. 이 사건 청구는 피고들을 비롯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에는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최병승은 파업 당시 공장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왜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걸까요. 그는 부산고법에서 진행된 파업 관련 형사사건에서 4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습니다. 다른 노동자들의 업무방해를 용이하게 방조했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그를 20억 원을 갚아야할 4명에 포함시켰습니다.
최병승은 2010년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당사자로 현대차 비정규직 싸움의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현대차가 그에게 줘야할 체불임금(지연이자 제외)만 8억4000만 원입니다. 여러 점에서 석연치 않습니다.
회사가 법을 무시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할 때, 노동자들은 무얼 할 수 있을까요. 특히, 원청회사를 상대로 어떠한 요구도 할 수 없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저 부당한 대우를 견디는 수밖에 없을까요.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누군가의 세상은 아직 그대로입니다. 어쩌면, 더 나빠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4명의 소식을 듣고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고 비용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4명은 어려운 상황에 놓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모금을 하기로 했습니다. 손잡고 페이스북에 가면 관련 내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1528만 원을 모을 수 있을까요.
출처 비정규직 도왔는데, 20억 물어줘야 합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 참여·연대한 4명
상고 비용 1,528만 원 모금 나서
[오마이뉴스] 글: 선대식, 편집: 홍현진 | 17.09.04 14:51 | 최종 업데이트 : 17.09.04 14:51
그들 4명은 11일까지 1528만 원을 모아야 합니다. 1528만 원을 모으지 못하면, 그들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그들의 이름은 엄길정·박점규·최병승·김형기. 이들 모두 2010년 11~12월. 25일 동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울산1공장을 점거한 파업에 참여하거나 힘을 보탠 사람들입니다.
엄길정은 당시 연대했던 정규직이고, 지금은 해고자입니다. 박점규와 최병승은 금속노조 활동가였고, 김형기는 당시 비정규직지회 간부로 지금은 현대차를 떠났습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불법이라며,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활동가 426명에게 모두 2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4명 역시 현대차가 보낸 소장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25명과 함께 묶여 피고석에 섰습니다. 현대차는 이들에게 2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후 현대차는 정규직 전환 소송을 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들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한 명씩 떠났고, 25명 모두 정규직이 됐습니다. 그렇게 4명만 남았습니다.
지난달 24일 부산고등법원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4명은 손해배상금 20억 원과 이 돈을 모두 갚을 때까지 발생되는 이자를 물어줘야 합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은 마지막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구해보려고 합니다.
▲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400여 명이 2010년 11월 15일부터 현대차 제1공장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당시 1공장 내부 모습. ⓒ 박상규
문제는 돈입니다. 대법원에 상고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2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둘러싼 민사소송이라, 1511만 원의 인지대와 17만 원의 송달료가 필요합니다. 대부분 마땅한 돈벌이가 없어, 큰돈을 마련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헌법 27조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정작 이들은 돈이 없어 대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앞서 소개한 4명은 그나마 운이 좋은 축에 속합니다. 파업에 참여한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 5명은 현대차에 90억 원을 물어줘야 합니다. 갚을 때까지 발생하는 이자도 계속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1월 90억 원의 손해배상금이 적힌 부산고등법원의 판결문을 받고도, 소송을 이어나가지 못했습니다. 6000만 원이 넘는 인지대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90억 원은 우리나라에서 노동자의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가운데 가장 큰 금액입니다.
이들은 살아생전에 이 돈을 다 갚을 수 있을까요.
법원의 판단은 최선이었을까요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파업을 한 노동자들이나 이들을 도운 사람들은 왜 평생 갚을 수도 없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을 회사에 물어줘야 할까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해도 회사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정당한 파업일 때만 그렇습니다.
앞서 소개한 4명에게 2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운 부산고등법원 재판부는 당시의 파업은 정당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공장 점거는 폭력의 행사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라는 겁니다.
당시 파업이 정당했는지를 살펴보려면, 먼저 그들이 왜 파업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겠지요.
2010년 7월 우리나라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운명을 좌우한 대법원 판결이 나옵니다. 2년 넘게 현대차에서 일한 비정규직 최병승씨는 현대차의 정규직 직원으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여기에 대법원이 "맞다"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다시 말해,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지만, 현대차는 대화를 거부했습니다. 재판부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원고(현대차)는 (최병승씨) 판결이 오직 근로자 최병승에게만 적용된다고 주장하며 하청업체의 반복적인 폐업과 하청 근로자들의 전직 등과 같이 우회적인 방식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중략) 모든 책임을 피고들에게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재판부는 현대차가 청구한 2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노동자에게 절반의 책임만 지운다고 해도, 현대차의 손해가 막대해 배상금을 깎을 수 없다는 겁니다.
피고들은 손해배상 청구는 현대차의 탄압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사건 청구금액이 천문학적 금액의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거액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이는 원고에게는 그다지 큰 금액이 아니지만, 피고들에게 있어서는 수십 년 치의 연봉에 해당하는 거액입니다. 이 사건 청구는 피고들을 비롯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에는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최병승은 파업 당시 공장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왜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걸까요. 그는 부산고법에서 진행된 파업 관련 형사사건에서 4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습니다. 다른 노동자들의 업무방해를 용이하게 방조했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그를 20억 원을 갚아야할 4명에 포함시켰습니다.
최병승은 2010년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당사자로 현대차 비정규직 싸움의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현대차가 그에게 줘야할 체불임금(지연이자 제외)만 8억4000만 원입니다. 여러 점에서 석연치 않습니다.
▲ 진보신당 당원들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장점거농성 1주일을 맞은 2010년 11월 22일 오후 서울 한남동 정몽구 현대차 회장 자택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가 근무기간 2년이 넘은 비정규직에 대한 대법원의 불법파견 및 정규직화 판결을 무시하고, 대화 거부와 폭력으로 대응해서 분신사태까지 벌어졌다"고 규탄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은주 진보신당 부대표가 정몽구 회장 자택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기적은 일어날까요?
회사가 법을 무시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할 때, 노동자들은 무얼 할 수 있을까요. 특히, 원청회사를 상대로 어떠한 요구도 할 수 없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저 부당한 대우를 견디는 수밖에 없을까요.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누군가의 세상은 아직 그대로입니다. 어쩌면, 더 나빠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4명의 소식을 듣고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고 비용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4명은 어려운 상황에 놓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모금을 하기로 했습니다. 손잡고 페이스북에 가면 관련 내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1528만 원을 모을 수 있을까요.
출처 비정규직 도왔는데, 20억 물어줘야 합니다
▲ [긴급요청] 손배소 상고비용마련을 위해 도움을 요청드립니다.
올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2010년 정규직 전환을 위한 파업과 관련해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제기한 다수의 손해배상소송 선고가 연어이 있었습니다. 건당 작게는 10억 원에서 많게는 90억 원에 이르는 소송들입니다. 항소와 상고를 하고 싶어도 보름 안에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인지대와 소송비용을 마련할 수 없어 몇 개의 판결은 상고조차 포기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십억 원의 배상액을 노동자 개인이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가장 최근 사건만이라도 '상고'를 해보고자 일시적이나마 '긴급모금'을 진행합니다. 교섭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원청에 대해 할 수 있는 건 '파업' 등 쟁의뿐이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그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연대를 했다는 이유로 민형사상 소송을 당하고, 끝내 20억 원의 손해배상 위협까지 겪고 있는 연대 노동자와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재판받을 권리'마저 돈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함께 손 내밀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올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2010년 정규직 전환을 위한 파업과 관련해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제기한 다수의 손해배상소송 선고가 연어이 있었습니다. 건당 작게는 10억 원에서 많게는 90억 원에 이르는 소송들입니다. 항소와 상고를 하고 싶어도 보름 안에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인지대와 소송비용을 마련할 수 없어 몇 개의 판결은 상고조차 포기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십억 원의 배상액을 노동자 개인이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가장 최근 사건만이라도 '상고'를 해보고자 일시적이나마 '긴급모금'을 진행합니다. 교섭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원청에 대해 할 수 있는 건 '파업' 등 쟁의뿐이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그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연대를 했다는 이유로 민형사상 소송을 당하고, 끝내 20억 원의 손해배상 위협까지 겪고 있는 연대 노동자와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재판받을 권리'마저 돈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함께 손 내밀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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