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반민특위 해산·박종철 은폐···’ 업적으로 기려
경찰박물관, 주요 업적
반민특위 습격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경향신문] 정희완 기자 | 입력 : 2017.09.12 16:15:00 | 수정 : 2017.09.12 17:28:23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경찰박물관이 전직 치안 총수를 소개하면서 경찰의 ‘반민족행위자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습격 사건’을 주요 업적으로 내세웠다. 또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한 치안 총수는 ‘솔직한 성품’이라고 표현했다. 과거의 과오를 반성한다는 최근 경찰의 행보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경찰박물관 측은 모든 전직 치안 총수들의 업적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2일 서울 종로구 경찰박물관 5층에는 역대 치안 총수의 사진과 이들의 주요 공적 및 활동 사항을 소개하는 공간이 있다. 1949년 1월 7일부터 1950년 3월 1일까지 1대 내무부 치안국장(현 경찰청장)을 지낸 이호 씨의 주요공적 및 활동 사항 중에는 ‘1949년 6월 6일: 경찰에서 반민특위 특경대 해산, 무기압수’라고 적혀 있다.
경찰박물관 소개란은 이호 씨에 대해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경찰 조직을 위해 부단한 연구와 노력으로 경찰 발전에 혁혁한 공적을 남김’이라고 추어올렸다.
경찰박물관은 또한 1986년 1월 9일부터 1987년 1월 21일까지 10대 내무부 치안본부장(현 경찰청장)을 지낸 강민창 씨는 ‘과묵하고 솔직한 성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강 씨는 1987년 1월 14일 박종철 열사가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해 숨지자 이튿날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거짓으로 발표한 인물이다. 이후 강 씨는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이를 은폐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경찰박물관은 또한 일본 식민지 시절 고등경찰 출신으로 민족문제연구소가 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6대 치안국장(1952년 3월 18일~5월 25일) 홍순봉 씨를 소개하면서 ‘성격이 원만하며 업무장악력이 탁월하다는 평’이라고 서술했다. 홍 씨는 1948년 제주 4·3 사건 당시 제주경찰청장에 부임했다. 이 때문에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가 선정한 열전에 수록될 가능성이 높은 ‘집중 검토 대상’ 명단에 올랐다.
경찰은 8대 치안국장(1952년 9월 16일~1953년 10월 5일)을 지낸 문봉제 씨는 ‘업무처리가 명쾌하며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문봉제 씨는 서북청년회 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서북청년회는 북한에서 식민지 시대의 경제·정치적 기득권을 잃고 남하한 세력들이 1946년 결성한 극우단체이다. 서북청년회는 제주 4·3사건 당시 양민 학살에 앞장서는 등 테러를 자행했다. 문 씨도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의 ‘집중 검토 대상’이다.
경찰박물관에서 이 같은 전력의 치안 총수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경찰이 과거 과오를 반성한다고 보인 행보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6월 항쟁 3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9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있는 ‘박종철 기념관’을 방문했다. 이 청장은 이 자리에서 “이곳에서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경찰의 인권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한 지난 7월부터는 경찰청 인권센터 내 박종철 기념관과 옛 조사실을 토요일에도 개방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사회 전반에 인권 중시 분위기가 확산하고, 인권 경찰로 새롭게 태어나라는 국민적 요구가 있어 과거사에 대한 경찰의 반성과 다짐을 많은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주말에도 개방하기로 했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경찰박물관에는 어린이들도 많이 찾기 때문에 이들에게 그릇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곳은 2005년 10월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넓히고 어린이들에게는 경찰에 대한 꿈을 키워가는 교육의 장’이라는 취지로 개관했다.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실에서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인권을 탄압한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서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역대 치안 총수들을 칭송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과오도 솔직하게 알리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야 진정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지적한 부분을 수용한다”라며 “경찰박물관에 소개된 모든 역대 치안총수들의 업적을 면밀히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단독] 경찰박물관, 역대 치안총수 업적에 ‘반민특위 특경대 해산’···박종철 고문치사 은폐한 총수는 ‘솔직한 품성’
경찰박물관, 주요 업적
반민특위 습격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경향신문] 정희완 기자 | 입력 : 2017.09.12 16:15:00 | 수정 : 2017.09.12 17:28:23
▲ 12일 서울 종로구 경찰박물관 5층에 역대 치안총수의 사진들이 걸려 있다. 정희완 기자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경찰박물관이 전직 치안 총수를 소개하면서 경찰의 ‘반민족행위자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습격 사건’을 주요 업적으로 내세웠다. 또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한 치안 총수는 ‘솔직한 성품’이라고 표현했다. 과거의 과오를 반성한다는 최근 경찰의 행보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경찰박물관 측은 모든 전직 치안 총수들의 업적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2일 서울 종로구 경찰박물관 5층에는 역대 치안 총수의 사진과 이들의 주요 공적 및 활동 사항을 소개하는 공간이 있다. 1949년 1월 7일부터 1950년 3월 1일까지 1대 내무부 치안국장(현 경찰청장)을 지낸 이호 씨의 주요공적 및 활동 사항 중에는 ‘1949년 6월 6일: 경찰에서 반민특위 특경대 해산, 무기압수’라고 적혀 있다.
이는 해방 후 제헌국회가 친일 반민족행위자를 처단할 목적으로 구성한 반민특위를 친일 경찰들이 습격해 반민특위 특별경찰대원들을 체포하고 이들의 무기와 서류 등을 압수한 사건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자신의 심복인 경찰 간부들이 반민특위에 연이어 체포되자 습격을 지시했다. 이 사건을 발단으로 반민특위 활동은 위축됐고 그해 10월 결국 해체되면서 친일파 단죄는 유야무야됐다.
경찰박물관 소개란은 이호 씨에 대해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경찰 조직을 위해 부단한 연구와 노력으로 경찰 발전에 혁혁한 공적을 남김’이라고 추어올렸다.
▲ 12일 서울 종로구 경찰박물관 5층에 역대 치안총수의 사진들이 걸려 있다. 정희완 기자
경찰박물관은 또한 1986년 1월 9일부터 1987년 1월 21일까지 10대 내무부 치안본부장(현 경찰청장)을 지낸 강민창 씨는 ‘과묵하고 솔직한 성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강 씨는 1987년 1월 14일 박종철 열사가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해 숨지자 이튿날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거짓으로 발표한 인물이다. 이후 강 씨는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이를 은폐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 12일 서울 종로구 경찰박물관 내 역대 치안총수를 소개하는 코너. 정희완 기자
경찰박물관은 또한 일본 식민지 시절 고등경찰 출신으로 민족문제연구소가 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6대 치안국장(1952년 3월 18일~5월 25일) 홍순봉 씨를 소개하면서 ‘성격이 원만하며 업무장악력이 탁월하다는 평’이라고 서술했다. 홍 씨는 1948년 제주 4·3 사건 당시 제주경찰청장에 부임했다. 이 때문에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가 선정한 열전에 수록될 가능성이 높은 ‘집중 검토 대상’ 명단에 올랐다.
▲ 12일 서울 종로구 경찰박물관 내 역대 치안총수를 소개하는 코너. 정희완 기자
경찰은 8대 치안국장(1952년 9월 16일~1953년 10월 5일)을 지낸 문봉제 씨는 ‘업무처리가 명쾌하며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문봉제 씨는 서북청년회 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서북청년회는 북한에서 식민지 시대의 경제·정치적 기득권을 잃고 남하한 세력들이 1946년 결성한 극우단체이다. 서북청년회는 제주 4·3사건 당시 양민 학살에 앞장서는 등 테러를 자행했다. 문 씨도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의 ‘집중 검토 대상’이다.
▲ 12일 서울 종로구 경찰박물관 내 역대 치안총수를 소개하는 코너. 정희완 기자
경찰박물관에서 이 같은 전력의 치안 총수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경찰이 과거 과오를 반성한다고 보인 행보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6월 항쟁 3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9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있는 ‘박종철 기념관’을 방문했다. 이 청장은 이 자리에서 “이곳에서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경찰의 인권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한 지난 7월부터는 경찰청 인권센터 내 박종철 기념관과 옛 조사실을 토요일에도 개방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사회 전반에 인권 중시 분위기가 확산하고, 인권 경찰로 새롭게 태어나라는 국민적 요구가 있어 과거사에 대한 경찰의 반성과 다짐을 많은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주말에도 개방하기로 했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경찰박물관에는 어린이들도 많이 찾기 때문에 이들에게 그릇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곳은 2005년 10월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넓히고 어린이들에게는 경찰에 대한 꿈을 키워가는 교육의 장’이라는 취지로 개관했다.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실에서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인권을 탄압한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서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역대 치안 총수들을 칭송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과오도 솔직하게 알리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야 진정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지적한 부분을 수용한다”라며 “경찰박물관에 소개된 모든 역대 치안총수들의 업적을 면밀히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단독] 경찰박물관, 역대 치안총수 업적에 ‘반민특위 특경대 해산’···박종철 고문치사 은폐한 총수는 ‘솔직한 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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