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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김학인 측근 여직원 등 집중 추궁… 비자금 사용처 추적

김학인 측근 여직원 등 집중 추궁… 비자금 사용처 추적
■ 검찰, 최시중 측근 억대 수뢰 의혹 수사
김씨 EBS 이사 선임 "최시중 위원장 덕" 소문… 방통위는 "공모 거쳤다"
수뢰의혹 정씨 '방통위 실세' 최시중 양아들로 통해… 김학인과 자주 술자리

[한국일보] 강철원·권지윤기자 | 입력시간 : 2012.01.04 02:36:28 | 수정시간 : 2012.01.04 08:39:01


▲ 최시중(왼쪽)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왕태석기자

▲ 교비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3일 구속된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주영기자

검찰이 새해 벽두부터 방송통신위원회와 정치권 유력 인사를 겨냥해 칼을 뽑아 들어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46ㆍ구속기소)씨가 각종 청탁 명목으로 10억원 이상을 받아 챙긴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 정권 실세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측근 비리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학인(48)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이하 한예진) 이사장은 여권 유력 인사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검사 4명 투입 총력전

검찰은 3일 최 위원장의 측근 정모씨에 대한 금품수수 의혹이 터져 나오자 "아직 이렇다 저렇다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물밑 사정은 검찰의 대외적 입장과 사뭇 다르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윤희식)는 기존에 진행 중이던 수사를 일시 보류하고 검사 4명을 투입해 김씨, 정씨와 관련된 각종 로비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두 사람을 둘러싼 각종 첩보도 대검에서 넘겨받아 이번 수사와의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구속된 김씨는 1차적으로 240억여원의 한예진 교비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50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조세포탈)를 받고 있지만, 검찰은 김씨가 조성한 비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파악하기 위해 10년 이상 한예진 회계를 도맡아 처리하다 김씨와 사이가 틀어진 재무담당 여직원 최모(37)씨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최씨는 횡령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김씨를 협박해 10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됐다. 최씨는 김씨의 비자금 사용처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김씨의 비자금을 세탁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한예진 상임고문 K씨에 대한 조사도 검찰은 병행하고 있다. 한예진 관계자는 K씨에 대해 "김씨가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돈을 썼는지 알고 있는 김씨의 최측근"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미 K씨 가족이 대표로 돼 있는 유령회사가 김씨의 비자금 창구로 활용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김학인, 정씨는 누구

청주 출신인 김씨는 17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청주 흥덕갑 선거구에 출마해 낙선한 적이 있으며, 한때 청주 서원대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김씨가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09년 9월 임기 3년의 EBS 이사로 선임되면서다. 최근 EBS 이사 선임을 둘러싼 금품거래 의혹이 제기된 이유도 이사 선임권이 방통위에 있기 때문이다. 김씨를 잘 아는 인사는 "김씨가 최시중 위원장이 힘을 써줘 EBS 이사가 됐다고 자랑했으며, 최 위원장 측에 수억원을 건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방통위는 이날 "김씨는 공모절차를 통해 교육계 추천으로 위원회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9명의 이사 중 한 명으로 선임됐으며, 금품수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정책보좌관 출신인 정씨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의정보고서를 제작하는 인쇄업을 하다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최 위원장의 신임을 얻어 2008년부터 방통위원장 정책보좌역으로 일했다. '최 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릴 정도로 방통위 실세로 통해, 방송통신정책에 대한 각종 민원은 대부분 정씨를 거쳐 최 위원장에게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정치권과 통신업계, 언론계에 인맥이 두터워 주요 현안을 막후에서 조율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정씨는 김학인씨와는 한 살 터울로 평소 술자리를 자주 갖는 등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지난해 10월 20일 방통위를 떠나 현재 동남아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개인사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수수 등 정씨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이 사정기관에 여러 차례 보고된 만큼 사실 여부를 따져볼 것"이라고 전했다.


김학인, 비자금 수십억 中서 돈세탁 통해 조성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학인(48)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이하 한예진) 이사장이 한예진과 부설 한국방송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거액의 교비를 해외로 빼돌려 운용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윤희식)는 김씨가 한예진 등의 교비 240억여원을 횡령해 이 중 수십 억원을 중국으로 밀반출,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비자금 상당액을 환치기를 통해 돈세탁한 뒤 조성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경위와 사용처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자금 흐름 파악이 쉽지 않은 해외에서 비자금을 운용한 점에 비춰, 이 중 일부는 김씨와 친분이 있는 유력 인사에게 정치자금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해외 밀반출에 깊숙이 관여한 중간고리 역할을 한 인물을 중심으로 자금 흐름을 정밀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EBS 이사 선임 로비를 위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측근 정모씨에게 금품을 건넨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횡령한 교비를 유령업체를 통해 돈세탁한 뒤 비자금을 조성, 방통위와 정치권 인사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퇴직한 (최 위원장의) 정책보좌관 정모씨의 금품수수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교비 240억여원을 횡령하고 50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조세포탈)로 김씨를 구속 수감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숙연 영장전담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김씨가 횡령한 자금으로 서울과 해외에서 부동산을 다수 취득했다고 밝혔지만, 김씨는 "적자가 나서 수입이 없는데 어떻게 횡령과 탈세를 할 수 있느냐"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김학인 측근 여직원 등 집중 추궁… 비자금 사용처 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