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때문에 소송?…“하찮은 노동이란 편견과의 싸움”
초등돌봄전담사로 1년간 근무
매일 1~2시간 초과근무했지만
무기계약 전환시키지 않으려
‘주14시간 계약’만 인정한
교육청에 소송 걸어 첫 승소
가족도 응원하지 않던 재판 하며
“내 능력 부족해 월급 적은 게 아니라는 것 깨닫게 돼”
[한겨레] 글·사진 김미향 기자 | 등록 : 2018-03-08 05:01 | 수정 : 2018-03-08 09:23
“애 아빠(남편)는 그런 것 하지 말고 조용히 학교나 다니라고 해요. 아이 둘은 제가 승소하기 전까지 교육청과 재판하는 줄도 몰랐어요.”
김경란(51·사진) 씨는 맞벌이 부부 자녀나 취약계층의 저학년(1~2학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교 안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등돌봄전담사(경기도 명칭은 ‘초등보육전담사’)로 일했다. 그는 학교와 맺은 근로계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3년째 경기도교육청과 소송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1000여 명의 돌봄전담사를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로 채용했다. 전국 1만2000명 돌봄전담사 중에서도 고용의 질이 낮은 편이었다.
지난달 26일 경기 고양시에서 만난 김 씨는 “교육청과 싸우며 ‘50대 아줌마가 이 일이라도 하는 걸 감지덕지하라’는 험한 말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가 가장 속이 상했을 때는 가족들이 외면했을 때다. 남편은 김씨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을 알고는 “그냥 조용히 다녔으면 좋겠다. 변호사 비용도 없고, 월급 50만 원 갖고 문제를 제기하는 게 괜한 시간 낭비 같다”고 했다. 대학생, 고교생 아들들은 “우린 엄마가 그런 것(소송)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씨는 가족들 역시 초등돌봄전담사란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
김 씨는 2015년 경기 파주시 한빛초등학교의 초등돌봄전담사로 1년간 일했다. 오전 정규수업 뒤 학교에 남은 아이들이 돌봄교실에 오면 숙제를 봐주고, 간식을 먹이거나 미술·체육 등을 지도했다. 당시 이 학교는 오후 1~5시 하루 4시간씩 주 20시간 돌봄교실을 운영했다. 하지만 김 씨와는 주 14시간만 근로계약을 맺었다. 김 씨의 ‘공식 근무시간’은 ‘월, 수, 목, 금’요일에 오후 1시 30분~4시 30분, 화요일은 2시 30분~4시 30분이었다. 나머지 시간은 정규직 교사가 운영한다.
하지만 정규직 교사는 회의, 출장, 연수 등을 이유로 자주 자리를 비웠다. 주 20시간 문을 여는 돌봄교실은 김씨가 실질적으로 책임져야 했다. 학부모들은 김 씨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왔다. 학부모 통신문을 보내는 일도 김 씨 일이었고, ‘공식 근무시간’이 끝난 뒤에도 늘 1~2시간 더 서류업무를 해야 했다. 김씨가 당시 작성한 ‘방과 후 보육 프로그램 운영일지’를 보면 ‘단군신화 역사수업’, ‘음악 줄넘기’, ‘인물그리기 창의미술’, ‘자석교구활동’, ‘물놀이 안전교육’ 등의 수업 제목이 적혀 있었다. ‘단순 돌봄’으로 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김 씨는 학교에서 44만~59만 원의 월급(시급 9500원)을 받았다. 일주일 내내 돌봄교실에서 일하느라 사실상 다른 일을 병행할 수 없는데도 ‘초단시간 근로자’ 신분으로 ‘4대 보험’ 대상도 아니었다. 김 씨는 상시 초과근무를 하는데도 주 14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무기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학교의 근로계약이 부당하다며 2016년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은 “보육전담사의 업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업무량에 특별한 차이가 없는데도 근로계약에 유독 화요일을 2시간으로 정한 이유는 무기직 전환이나 재계약 심사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했다. 법원은 “김 씨는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것이 인정되고 무기계약직 전환 예외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는 돌봄노동을 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를 무기계약 전환 대상으로 인정한 첫 사례였다. 현재 경기도교육청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김 씨는 특히 힘들었던 점으로 돌봄전담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 자체를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편견을 꼽았다. 재판을 준비하며 “14시간만 근무하는 주제에 무슨 요구조건이 이렇게 많냐”, “월급 50만 원 때문에 소송하지 말고 빨리 다른 직업을 찾으라”는 말도 들었다. 김 씨는 “동료 돌봄전담사들도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 적은 월급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돌봄전담사는 대졸자에 중등교사자격증, 보육교사자격증 등 다양한 자격증 소지자이다. 이들이 진입하는 일자리 질이 낮은 것이 근본 문제”라고 말했다.
출처 50만원 때문에 소송?…“하찮은 노동이란 편견과의 싸움”
초등돌봄전담사로 1년간 근무
매일 1~2시간 초과근무했지만
무기계약 전환시키지 않으려
‘주14시간 계약’만 인정한
교육청에 소송 걸어 첫 승소
가족도 응원하지 않던 재판 하며
“내 능력 부족해 월급 적은 게 아니라는 것 깨닫게 돼”
[한겨레] 글·사진 김미향 기자 | 등록 : 2018-03-08 05:01 | 수정 : 2018-03-08 09:23
▲ 지난달 26일 경기도 고양시 주엽역 인근에서 만난 김경란씨. 소송 관련 자료를 훑어보고 있다.
“애 아빠(남편)는 그런 것 하지 말고 조용히 학교나 다니라고 해요. 아이 둘은 제가 승소하기 전까지 교육청과 재판하는 줄도 몰랐어요.”
김경란(51·사진) 씨는 맞벌이 부부 자녀나 취약계층의 저학년(1~2학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교 안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등돌봄전담사(경기도 명칭은 ‘초등보육전담사’)로 일했다. 그는 학교와 맺은 근로계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3년째 경기도교육청과 소송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1000여 명의 돌봄전담사를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로 채용했다. 전국 1만2000명 돌봄전담사 중에서도 고용의 질이 낮은 편이었다.
지난달 26일 경기 고양시에서 만난 김 씨는 “교육청과 싸우며 ‘50대 아줌마가 이 일이라도 하는 걸 감지덕지하라’는 험한 말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가 가장 속이 상했을 때는 가족들이 외면했을 때다. 남편은 김씨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을 알고는 “그냥 조용히 다녔으면 좋겠다. 변호사 비용도 없고, 월급 50만 원 갖고 문제를 제기하는 게 괜한 시간 낭비 같다”고 했다. 대학생, 고교생 아들들은 “우린 엄마가 그런 것(소송)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씨는 가족들 역시 초등돌봄전담사란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
김 씨는 2015년 경기 파주시 한빛초등학교의 초등돌봄전담사로 1년간 일했다. 오전 정규수업 뒤 학교에 남은 아이들이 돌봄교실에 오면 숙제를 봐주고, 간식을 먹이거나 미술·체육 등을 지도했다. 당시 이 학교는 오후 1~5시 하루 4시간씩 주 20시간 돌봄교실을 운영했다. 하지만 김 씨와는 주 14시간만 근로계약을 맺었다. 김 씨의 ‘공식 근무시간’은 ‘월, 수, 목, 금’요일에 오후 1시 30분~4시 30분, 화요일은 2시 30분~4시 30분이었다. 나머지 시간은 정규직 교사가 운영한다.
하지만 정규직 교사는 회의, 출장, 연수 등을 이유로 자주 자리를 비웠다. 주 20시간 문을 여는 돌봄교실은 김씨가 실질적으로 책임져야 했다. 학부모들은 김 씨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왔다. 학부모 통신문을 보내는 일도 김 씨 일이었고, ‘공식 근무시간’이 끝난 뒤에도 늘 1~2시간 더 서류업무를 해야 했다. 김씨가 당시 작성한 ‘방과 후 보육 프로그램 운영일지’를 보면 ‘단군신화 역사수업’, ‘음악 줄넘기’, ‘인물그리기 창의미술’, ‘자석교구활동’, ‘물놀이 안전교육’ 등의 수업 제목이 적혀 있었다. ‘단순 돌봄’으로 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김 씨는 학교에서 44만~59만 원의 월급(시급 9500원)을 받았다. 일주일 내내 돌봄교실에서 일하느라 사실상 다른 일을 병행할 수 없는데도 ‘초단시간 근로자’ 신분으로 ‘4대 보험’ 대상도 아니었다. 김 씨는 상시 초과근무를 하는데도 주 14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무기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학교의 근로계약이 부당하다며 2016년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은 “보육전담사의 업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업무량에 특별한 차이가 없는데도 근로계약에 유독 화요일을 2시간으로 정한 이유는 무기직 전환이나 재계약 심사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했다. 법원은 “김 씨는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것이 인정되고 무기계약직 전환 예외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는 돌봄노동을 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를 무기계약 전환 대상으로 인정한 첫 사례였다. 현재 경기도교육청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김 씨는 특히 힘들었던 점으로 돌봄전담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 자체를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편견을 꼽았다. 재판을 준비하며 “14시간만 근무하는 주제에 무슨 요구조건이 이렇게 많냐”, “월급 50만 원 때문에 소송하지 말고 빨리 다른 직업을 찾으라”는 말도 들었다. 김 씨는 “동료 돌봄전담사들도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 적은 월급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돌봄전담사는 대졸자에 중등교사자격증, 보육교사자격증 등 다양한 자격증 소지자이다. 이들이 진입하는 일자리 질이 낮은 것이 근본 문제”라고 말했다.
출처 50만원 때문에 소송?…“하찮은 노동이란 편견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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