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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안산은 ‘납골당’ 정치공세 이기고 ‘세월호’ 아픔 감싸 안을까

안산은 ‘납골당’ 정치공세 이기고 ‘세월호’ 아픔 감싸 안을까
세월호 참사 피해 도시 안산에서의 선거 동향
[민중의소리] 노세극 4·16 안산시민연대 공동대표 | 발행 : 2018-06-09 16:05:20 | 수정 : 2018-06-09 16:05:20


6.13 지방 선거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안산시의 선거가 주요 관심 지역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안산은 상록 갑을, 단원 갑을 등 4개의 선거구를 두고 있는데 2년전 총선에서 단원 갑을 두 개의 선거구에서 모두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후보들이 당선된바 있다. 세월호 참사 피해 지역으로 단원고가 있고 대부분의 유가족들이 살고 있는 단원구에서 이런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가 나와 정치적 측면에서 세월호 참사라는 세간의 평가를 들어야 했다.

▲ 안산시장 후보 중 유일하게 지역 시민시회단체와 정책 협약을 체결한 더불어민주당 윤화섭 후보 ⓒ노세극 대표


주목받는 안산시장 선거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와 같은 결과가 되풀이 될지가 큰 관심사 중 하나다. 특히 시장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인데 만약 자유한국당 시장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는 2년전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다. 시장선거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윤화섭 후보, 자유한국당의 이민근 후보, 바른미래당의 박주원 후보 등 3명의 후보가 출마하여 각축을 벌이고 있다.

윤화섭 후보는 3선의 도의원 출신으로 도의회 의장을 두 번 역임한 바 있는데 당내 경선에서 현 시장인 제종길 시장을 누르고 나오게 되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의외의 결과였다. 제 시장이 뚜렷이 각인된 성과를 낸 업적은 없다 할지라도 크게 잘못한 것도 없어 무난하게 경선을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어떻든 안산은 1995년부터 6번의 민선시장을 선출하였는데 한 번도 재선 연임 시장을 허용하지 않은 그런 독특한 전통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게 되었다. 윤화섭 후보는 “대한민국은 문재인. 안산시는 윤화섭”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을 활용하는 선거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이민근 후보는 안산시의회 의장 출신으로 만 49세의 젊은 나이를 강조하며 “젊은 심장”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경쟁하는 후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경선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안산을 전략지역으로 선정해 이민근 후보를 낙점하였다. 홍준표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TK 지역 외에 단체장으로 해볼만한 곳이 안산이라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의 박주원 후보는 민선4기 안산시장을 역임한 전직 시장 출신으로 지난 총선에도 국민의당 후보로 나온 경력이 있으며 시장 재임 시 일 잘하는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그래 역시” 박주원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오고 있다.

▲ 5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청 인근에서 416생명안전공원을 ‘납골당 반대’ 프레임으로 악용해 이번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슬찬 인턴기자


세월호 추모공원 저지하려는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후보들

현재 안산지역에서는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추모공원(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서는 문제를 둘러싸고 지역 여론이 분열되어 있는데 특히 봉안시설과 관련해서는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최대의 선거 쟁점으로 되어 누가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이후 생명안전공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화섭 후보는 화랑유원지에 추모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은 국책사업이고 당의 정책이기도 해서 시장으로 당선되면 당연히 추진해야 될 사업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이민근 후보는 화랑유원지에 봉안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안산을 우울한 도시로 못 박는 행위로 봉안시설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박주원 후보는 한술더떠 봉안시설을 납골당이라며 거리 현수막에 ‘화랑유원지 납골당 전면 백지화’를 내걸고 홍보물에도 화랑유원지 납골당 조성 절대 불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시장과 국회의원들이 납골당설치에 앞장섰다며 비난할 뿐만 아니라 이민근 후보도 시의회 의장을 하면서 세월호 추모공원 납골당 조례를 통과시켰다면서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이민근이나 박주원 후보가 당선된다면 화랑유원지 추모 공원은 백지화되거나 재검토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서 세월호 유가족이나 4.16 연대나 4.16 안산시민연대는 아연 긴장하며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안산이 4.16 정신을 온전히 담은 도시로 갈 것인가 아니면 이를 부정하는 도시로 갈 것인가가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4.16 가족 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는 안산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선거에 일체 개입을 하지 않기로 하여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며 적극 대응을 하겠다고 하였다. 세월호 추모공원이 안산이 품고 대한민국이 기억하며 세계가 찾는 명소로 만들어 안산시민이 자부심을 갖는 장소가 될 수 있음에도 납골당 운운하며 혐오시설인양 여론을 오도하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고 하였다.

▲ 416가족협의회 회원들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5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416생명안전공원을 ‘납골당 반대’ 프레임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악용하고 있는 데 대해 강력 반발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김슬찬 인턴기자

유가족들과 4.16 안산시민연대는 기자회견과 각종 선전활동을 하며 추모공원을 혐오시설로 간주하고 주변 집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보는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는 활동을 하는 한편 추모공원 조성에 찬성하는 후보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지역 시민시회단체들이 모인 안산주권자 정책연대에서는 시장 후보들에게 정책 제안서를 보내 지난 6월 5일 시장 후보와 정책협약식을 맺기로 했는데 더불어민주당 윤화섭 후보만이 참석해서 결과적으로 윤 후보에 대한 배타적지지로 귀결되었다. 이민근 후보와 박주원 후보는 세월호 추모공원에 대한 입장차이로 인해 대상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윤화섭 후보 측은 여론조사를 한 결과 자신들이 더블스코어로 이기고 있다며 낙승할 것으로 본다고 하고 있고 이민근 후보 측은 젊고 참신한 이미지라 여론의 반응이 좋다며 자신들이 이긴다고 하고 있다.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윤화섭 후보와 이민근 후보 간에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민근 후보측은 윤화섭 후보의 거짓말이라며 동영상을 시리즈로 제작하여 배포하였는데 윤 후보가 가짜 초청장을 만들어 국민세금으로 해외 여행을 했고 큰어머니 상을 당했다는 변명이 거짓으로 들통나 경기도의회 의장직에서 쫒겨났고, 4호선 지하화 공약이 국가사업으로 확정된 것처럼 하는 것은 다 거짓이라는 것이다. 윤 후보 측에서는 이 내용이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에 해당된다며 이 후보를 검찰에 고발하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민주당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와 유가족들이 윤화섭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점 외에도 선거 구도가 윤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 당으로 야권이 분열되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어 안산 단원에서 두명의 국회의원이 동반 당선되는 행운을 얻었지만 이번에는 거꾸로 자유한국당 이민근 후보의 표를 바른미래당 박주원 후보가 잠식할 것으로 보여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결코 유리한 구도가 아니다. 이변이 없는 한 윤화섭 후보의 승리를 점칠 수 있는 소지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416 가족협의회의 지지를 받은 민중당 정세경·박범수, 정의당 김병철 후보 ⓒ416 가족협의회


진보정당 후보들, 안산시의회에 새로운 바람 일으킬까

이번 안산선거에서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진보정당 출신의 시의원 후보들이 의회로 입성하느냐 여부다. 단원구 원곡동 신길동 백운동 선부1,2동을 지역구로 하는 민중당 후보인 정세경 후보는 엄마의 노란 손수건 공동대표를 한 노동자 출신 후보로서 누구보다 4.16 운동에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운동원들이 헌신적으로 활동하는데다 3인 선거구여서 당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음으로 정의당의 김병철 후보로 단원구 초지동 고잔1동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데 정의당 안산지역 위원장으로 1년 전부터 선거 준비를 해왔으며 정의당 후보로 유일하기 때문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후보 혼자서 명함만 3만장을 뿌렸다고 할 정도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2인 선거구인데 당선되면 지역 정가에 진보정당으로서 정의당의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록구 사1,2동, 해양동, 본오3동을 지역구로 하는 박범수 후보인데 민중당 후보로 안산청년회 회장으로서 청년의 패기로 활동을 하고 있다. 안산시의회에 끊어진 진보정당의 맥을 이으려 애쓰고 있는 이들이 당선되면 그간 난맥상을 보인 안산시의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출처  [기고] 안산은 ‘납골당’ 정치공세 이기고 ‘세월호’ 아픔 감싸 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