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악용하는 후보들, 제발 그 ‘더러운 입’ 다물라
[주장] 이미 약속된 ‘416생명안전공원’을 뒤집자? 인간 본성부터 회복하라
[오마이뉴스] 글: 박종대, 편집: 김지현 | 18.06.09 20:49 | 최종 업데이트 : 18.06.09 20:49
6월 13일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났던 2014년 그해의 선거부터, 정치인들은 거의 모든 선거에서 음으로 양으로, 세월호 참사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이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평소 세월호 참사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못된 정치인들도, 표를 위해서라면 안면몰수하고, 천릿길도 멀다 않고 팽목항까지 달려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더욱 더 웃기는 것은 세월호 참사라면 치를 떨던 과거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도, 이상하게도 선거 때만 되면 세월호 참사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심심찮게 이용하곤 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결코 예외는 없었다고 본다. 분명 과거와 다른 양태와 정도를 보이긴 했지만, 많은 정치인들은 세월호 참사를 자신의 선거에 이용하는 몰염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야권 유력 주자에서부터, 그리고 우리 가족들의 한 표마저도 소중하게 쓸어 모아야 할 안산 지역 출마자들도, 억울하고 원통한 세월호 참사를, '더러운 입'에 또 다시 담고 있다.
솔직히 나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논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세월호 참사 문제를 입에 올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본질적인 문제는 저 멀리 제쳐놓고, 박근혜가 이미 약속한 그리고 특별법에서도 이미 보장돼 있는 추모공원 문제를, 유가족들의 무리한 요구인 양 홍보하며 '납골당'으로 변질시키는 못된 무리들 하고는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그들이 굳이 싸움을 걸어온다면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온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는, 그리고 안산시민이 진정으로 동의하지 않는 추모공원에 '내 아들의 맑은 영혼'을 맡겨두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
그래서 나의 아들은 하늘공원이 아닌, 서호와 효원도 아닌, 바로 나의 집에서 나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정확히 '못된 놈'들의 표현을 빌리면, 나는 지금 '납골당'에 살고 있으며, 그 방 안에서 네놈들을 잡기 위한 칼을 갈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당신들은 부정하고 싶겠지만 세월호 참사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은 참으로 쉬운 문제였다. 지금까지 널리 알려진 대로 우리 부모들이 국가를 상대로 엄청난 돈을 요구했던 것도 아니고, 실행하기 어려운 조건을 달았던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와 "왜 침몰되었는가". 이 두 가지만 밝혀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걷어차고, 의도적으로 꼬리마저 자르길 거부했던 것이 박근혜의 입장이었고,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의 맹목적인 충성 경쟁으로 연결되면서, 사태가 어렵게 꼬여 버렸던 것이다.
그들은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부터 언론을 이용해 '오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내용을 송출했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침몰 원인을 정해 놓고, 그것을 국민들과 유가족들이 믿어야만 한다고 강요했었다. 책임자 처벌을 해 달라고 요구했더니 끝까지 꼬리의 맨 끝부분까지 보호하다가 약간의 깃털을 자르는 선에서 이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어했다.
결국 그것이 오해를 키웠고, 우리 유가족들은 할 수 없이 투사가 돼 버렸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또 다른 의문, 좀 더 발전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왜 침몰시켰는가. 어떻게 침몰시켰는가.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왜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진실을 감추려 하는가.’
결국 이것은 못난 아비가 죽기 전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돼 버렸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최근 들어 한 가지의 숙제가 추가됐다.
매우 이상한 일이지만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유로 죽음'이 진행됐지만 '구조해야 할 자'의 죽음은 '의로운 죽음'이 돼 버렸고, '구조되어야 할 자'의 죽음은 '조롱 받는 매우 하찮은 죽음'이 돼 버렸다. 누가 애써 이렇게 구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론이 분위기를 만들었고, 최소 국가가 이를 방치했던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관련 형사 재판이 마무리 된 현 시점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이들의 구분 방법에 쉽게 동의할 수가 없다.
'구조해야 할 자'들은 침몰 임박 시점에 '구조당해야 할 자'들을 향해 최소한 "나가"라는 말 한 마디 정도는 했어야 했다. 비상 방송시설이 있었고, 유선전화, 휴대전화, 무전기 등 수많은 의사소통의 도구가 있었지만, 매우 이상하게도 그들은 상호간 구조를 위한 소통만은 하지 않았다.
심지어 죽어서도 손에 무전기를 들고 나왔던 승무원이 있긴 했으나, 승객구조를 위해 사용했다는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는데, 그들이 많은 승객을 구조했다는 사실과 승객구조를 하다가 선내에서 탈출하지 못했다고 단정하는 주장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언론과 국가는 '죽어서 나온 승무원'들만큼은 모두 승객을 구조하다 사망했다고 홍보했다. 참사 첫날부터 언론에서는 어떤 사람은 50명을 구조했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15명을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들을 '의사자로 지정'함으로써 '의로운 죽음, 매우 영웅 같은 죽음'으로 추켜세웠다.
사실일까. 증거가 있는가. 확실한 목격자는 있는가. 적어도 내가 검토한 세월호 참사 관련 재판 자료에서는 명확한 근거와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단순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했다는 증거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세월호의 사무장 양대홍은 앞서 말씀드렀던 5층 선원들 선실 앞 통로에서부터 4층을 거쳐 그리고 3층의 주방까지 내려와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비록 양대홍 사무장은 모두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결국 희생자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양대홍이 층간 이동할 때 피고인 박기호처럼 승무원 전용통로를 이용하였는지 아니면 이와 같은 승객들이 이용하는 중앙계단을 이용하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추후 각 층에서 양대흥을 목격한 자들의 증언을 통하여 층간 이동 및 승객 구조 활동이 가능했다는 점은 명백해질 것입니다." - 선원 1심 2회 공판조서 중 일부
나는 이 죽음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검찰을 상대로 세 차례에 걸쳐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답변을 들은 바 없다.
[보건복지부 공개 내용]
안녕하십니까? 의사상자 심사에 관하여 귀하께서 공개를 요청한 정보는 의사상자 심사에 한하여 사용하는 조건하에 제공 받은 수사자료 등으로 공개가 불가함을 알려드리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근거 :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 제6호
[광주지검의 답변](후일 다시 확인한 결과에 의하면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제공한 것으로 추정됨 - 글쓴이 주)
검찰은 수사·재판자료 외에 의사상자 지정과 관련한 별도의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아니하고, 의사상자 지정과 관련해 의사상자 지정에 대한 처분관청인 '보건복지부'에 제공한 자료가 없으며, 보건복지부에서 의사상자 심사에 있어 어떠한 자료를 토대로 판단하였는지 알 수 없으므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 제3항 제1호에 의거 정보부존재 통지하오니 이 점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정말 그들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버렸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의사자 지정사유의 적합성 여부와 상관' 없이 당시 안내데스크에 있던 여자 승무원이 '매점의 문을 잠그는 행위' 정도까지는 실제 있었던 행위일 것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소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매우 상식적인 입장에서 판단해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세월호 침몰 당시 3층 안내데스크에는 건장한 남자 승무원이 1명 있었고,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건장한 남자 승객들도 사망 여자 승무원과 함께 있었다.
이들이 침몰하는 선박 내에서 20살 갓 넘은, 그것도 치마를 입고 있던(결코 여성비하 발언이 아니다, 실제 그녀가 입고 있던 복장을 묘사한 것이다)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 50명씩이나 살아서 퇴선했다는 것은 지나친 상상이라 할 것이다. 서로 협조하면서, 당겨주고 밀어주면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함께 퇴선의 길을 걸었던 것인데, 무슨 목적에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론과 국가는 참사 초기부터 '영웅담'을 이야기한 것이다.
반면 나머지 승객들의 죽음은 어떠했던가. "선내가 더 안전하다. 구조를 위해 해경이 출동하고 있다. 그러니 움직이지 말고 선내에 가만히 있으라"는 '구조해야 할 자'들의 방송을 믿고, 선생님들로부터 전송된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믿고, 선내에서 질서를 지키며 대기하다가 저 하늘의 별이 돼 버렸다. 그들은 태어나서 난생 처음 겪는 일이니 겁도 났을 것이고, '도주자'들을 전문가라고 믿었으니 그들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참혹했고, 승무원들의 죽음과는 달리 나머지 승객들의 죽음은 못된 놈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억울하고 원통한 죽음은 참사 초기부터 '어묵'과 싸워야 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단원고 유가족과 일반인 유가족으로 구분했고, 일반인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종편에 출연하면서까지 단원고 유가족을 비난하고 공격하기도 했다. 일베와 어버이연합은 아이들의 원통한 죽음을 참기 힘든 방법을 동원해 조롱했고, 그 부모들에겐 '돈만 밝히는 나쁜 부모'라는 낙인을 찍어주기도 했다.
우리는 억울하고 원통한 아이들 죽음의 한을 풀기 위해 싸워야 했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싸워야 했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싸워야 했다. 다니던 학교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경기도교육감과 싸워야 했고, 아들이 다녔던 단원고 선생들과 싸워야 했고, 살아있는 아들의 친구 학부모들과도 싸워야 했다. 이렇게 억울하고 원통하고 어이없는 죽음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아들을 잃은 지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아직까지도 '세월', 수학' 같은 단어만 봐도 여전히 가슴이 뛴다. '바다', '선박'이란 단어는 듣고 싶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다. 그런 부모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자신의 잘못된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소환하는 정치인은 참으로 나쁘다. 그들의 잘못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특히 그들이 문제시 하는 '추모공원' 문제는 이미 박근혜가 약속한 사항이었고,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추진하기로 통과됐던 사안이다. 이제 와서 이것을 뒤집고 쟁점화 하는 것은 정치인이길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못된 정치인들은 인간의 본성을 회복한 다음에 정치판에 뛰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어떤 죽음도 조롱의 대상과 비난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불문율 같은 예의다. 그래서 초대형 학살범이나 테러범이 예측하지 못한 사유로 사망했을 때에도, 아주 못된 흉악범이 사형을 집행 당했을 때에도, 그 누구도 "그 놈 참 잘~ 죽었다"라고 환호하거나 박수치지 않는다. 적어도 이것은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제발 부탁드린다. 아무리 표가 중요하더라도 정도는 지키시라. 물론 그대들에겐 당선을 위한 더 많은 표, 확실한 표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죽은 자를 욕보이고, 소수를 무시하는 정치',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걸 명확하게 인식하는 인간이 되길 희망한다.
2018년 6월 9일 화성 ‘납골당’에서...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종대님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박수현군의 아버지입니다.
출처 세월호 악용하는 후보들, 제발 그 ‘더러운 입’ 다물라
[주장] 이미 약속된 ‘416생명안전공원’을 뒤집자? 인간 본성부터 회복하라
[오마이뉴스] 글: 박종대, 편집: 김지현 | 18.06.09 20:49 | 최종 업데이트 : 18.06.09 20:49
최근 세월호 참사 피해자를 위한 추모공원 건립과 관련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도 넘은 행태를 접했습니다. 이 행위들이 바로잡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 봅니다. - 기자 말
6월 13일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났던 2014년 그해의 선거부터, 정치인들은 거의 모든 선거에서 음으로 양으로, 세월호 참사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이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평소 세월호 참사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못된 정치인들도, 표를 위해서라면 안면몰수하고, 천릿길도 멀다 않고 팽목항까지 달려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더욱 더 웃기는 것은 세월호 참사라면 치를 떨던 과거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도, 이상하게도 선거 때만 되면 세월호 참사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심심찮게 이용하곤 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또 다시 나타난 ‘더러운 입’
▲ 이혜경 바른미래당 안산시의원 후보 선거공보물 ⓒ 엄미야
이번 선거에서도 결코 예외는 없었다고 본다. 분명 과거와 다른 양태와 정도를 보이긴 했지만, 많은 정치인들은 세월호 참사를 자신의 선거에 이용하는 몰염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야권 유력 주자에서부터, 그리고 우리 가족들의 한 표마저도 소중하게 쓸어 모아야 할 안산 지역 출마자들도, 억울하고 원통한 세월호 참사를, '더러운 입'에 또 다시 담고 있다.
솔직히 나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논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세월호 참사 문제를 입에 올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본질적인 문제는 저 멀리 제쳐놓고, 박근혜가 이미 약속한 그리고 특별법에서도 이미 보장돼 있는 추모공원 문제를, 유가족들의 무리한 요구인 양 홍보하며 '납골당'으로 변질시키는 못된 무리들 하고는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그들이 굳이 싸움을 걸어온다면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온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는, 그리고 안산시민이 진정으로 동의하지 않는 추모공원에 '내 아들의 맑은 영혼'을 맡겨두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
그래서 나의 아들은 하늘공원이 아닌, 서호와 효원도 아닌, 바로 나의 집에서 나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정확히 '못된 놈'들의 표현을 빌리면, 나는 지금 '납골당'에 살고 있으며, 그 방 안에서 네놈들을 잡기 위한 칼을 갈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것이 그렇게도 힘든 일입니까
당신들은 부정하고 싶겠지만 세월호 참사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은 참으로 쉬운 문제였다. 지금까지 널리 알려진 대로 우리 부모들이 국가를 상대로 엄청난 돈을 요구했던 것도 아니고, 실행하기 어려운 조건을 달았던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와 "왜 침몰되었는가". 이 두 가지만 밝혀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걷어차고, 의도적으로 꼬리마저 자르길 거부했던 것이 박근혜의 입장이었고,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의 맹목적인 충성 경쟁으로 연결되면서, 사태가 어렵게 꼬여 버렸던 것이다.
그들은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부터 언론을 이용해 '오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내용을 송출했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침몰 원인을 정해 놓고, 그것을 국민들과 유가족들이 믿어야만 한다고 강요했었다. 책임자 처벌을 해 달라고 요구했더니 끝까지 꼬리의 맨 끝부분까지 보호하다가 약간의 깃털을 자르는 선에서 이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어했다.
결국 그것이 오해를 키웠고, 우리 유가족들은 할 수 없이 투사가 돼 버렸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또 다른 의문, 좀 더 발전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왜 침몰시켰는가. 어떻게 침몰시켰는가.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왜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진실을 감추려 하는가.’
결국 이것은 못난 아비가 죽기 전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돼 버렸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최근 들어 한 가지의 숙제가 추가됐다.
같은 죽음이 두 가지 죽음으로 표현되다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모습. ⓒ 해양경찰청 제공
매우 이상한 일이지만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유로 죽음'이 진행됐지만 '구조해야 할 자'의 죽음은 '의로운 죽음'이 돼 버렸고, '구조되어야 할 자'의 죽음은 '조롱 받는 매우 하찮은 죽음'이 돼 버렸다. 누가 애써 이렇게 구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론이 분위기를 만들었고, 최소 국가가 이를 방치했던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관련 형사 재판이 마무리 된 현 시점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이들의 구분 방법에 쉽게 동의할 수가 없다.
'구조해야 할 자'들은 침몰 임박 시점에 '구조당해야 할 자'들을 향해 최소한 "나가"라는 말 한 마디 정도는 했어야 했다. 비상 방송시설이 있었고, 유선전화, 휴대전화, 무전기 등 수많은 의사소통의 도구가 있었지만, 매우 이상하게도 그들은 상호간 구조를 위한 소통만은 하지 않았다.
심지어 죽어서도 손에 무전기를 들고 나왔던 승무원이 있긴 했으나, 승객구조를 위해 사용했다는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는데, 그들이 많은 승객을 구조했다는 사실과 승객구조를 하다가 선내에서 탈출하지 못했다고 단정하는 주장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언론과 국가는 '죽어서 나온 승무원'들만큼은 모두 승객을 구조하다 사망했다고 홍보했다. 참사 첫날부터 언론에서는 어떤 사람은 50명을 구조했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15명을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들을 '의사자로 지정'함으로써 '의로운 죽음, 매우 영웅 같은 죽음'으로 추켜세웠다.
사실일까. 증거가 있는가. 확실한 목격자는 있는가. 적어도 내가 검토한 세월호 참사 관련 재판 자료에서는 명확한 근거와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단순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했다는 증거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세월호의 사무장 양대홍은 앞서 말씀드렀던 5층 선원들 선실 앞 통로에서부터 4층을 거쳐 그리고 3층의 주방까지 내려와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비록 양대홍 사무장은 모두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결국 희생자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양대홍이 층간 이동할 때 피고인 박기호처럼 승무원 전용통로를 이용하였는지 아니면 이와 같은 승객들이 이용하는 중앙계단을 이용하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추후 각 층에서 양대흥을 목격한 자들의 증언을 통하여 층간 이동 및 승객 구조 활동이 가능했다는 점은 명백해질 것입니다." - 선원 1심 2회 공판조서 중 일부
나는 이 죽음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검찰을 상대로 세 차례에 걸쳐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답변을 들은 바 없다.
[보건복지부 공개 내용]
안녕하십니까? 의사상자 심사에 관하여 귀하께서 공개를 요청한 정보는 의사상자 심사에 한하여 사용하는 조건하에 제공 받은 수사자료 등으로 공개가 불가함을 알려드리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근거 :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 제6호
[광주지검의 답변](후일 다시 확인한 결과에 의하면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제공한 것으로 추정됨 - 글쓴이 주)
검찰은 수사·재판자료 외에 의사상자 지정과 관련한 별도의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아니하고, 의사상자 지정과 관련해 의사상자 지정에 대한 처분관청인 '보건복지부'에 제공한 자료가 없으며, 보건복지부에서 의사상자 심사에 있어 어떠한 자료를 토대로 판단하였는지 알 수 없으므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 제3항 제1호에 의거 정보부존재 통지하오니 이 점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정말 그들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버렸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의사자 지정사유의 적합성 여부와 상관' 없이 당시 안내데스크에 있던 여자 승무원이 '매점의 문을 잠그는 행위' 정도까지는 실제 있었던 행위일 것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소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매우 상식적인 입장에서 판단해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세월호 침몰 당시 3층 안내데스크에는 건장한 남자 승무원이 1명 있었고,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건장한 남자 승객들도 사망 여자 승무원과 함께 있었다.
이들이 침몰하는 선박 내에서 20살 갓 넘은, 그것도 치마를 입고 있던(결코 여성비하 발언이 아니다, 실제 그녀가 입고 있던 복장을 묘사한 것이다)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 50명씩이나 살아서 퇴선했다는 것은 지나친 상상이라 할 것이다. 서로 협조하면서, 당겨주고 밀어주면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함께 퇴선의 길을 걸었던 것인데, 무슨 목적에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론과 국가는 참사 초기부터 '영웅담'을 이야기한 것이다.
반면 나머지 승객들의 죽음은 어떠했던가. "선내가 더 안전하다. 구조를 위해 해경이 출동하고 있다. 그러니 움직이지 말고 선내에 가만히 있으라"는 '구조해야 할 자'들의 방송을 믿고, 선생님들로부터 전송된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믿고, 선내에서 질서를 지키며 대기하다가 저 하늘의 별이 돼 버렸다. 그들은 태어나서 난생 처음 겪는 일이니 겁도 났을 것이고, '도주자'들을 전문가라고 믿었으니 그들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참혹했고, 승무원들의 죽음과는 달리 나머지 승객들의 죽음은 못된 놈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어묵’, ‘일베’, ‘어버이연합’... 끝 없는 싸움
▲ 2014년 9월 6일, 인간쓰레기들인 일베 회원등이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단식농성장 앞에서 ‘도시락 나들이’ 등 먹거리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억울하고 원통한 죽음은 참사 초기부터 '어묵'과 싸워야 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단원고 유가족과 일반인 유가족으로 구분했고, 일반인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종편에 출연하면서까지 단원고 유가족을 비난하고 공격하기도 했다. 일베와 어버이연합은 아이들의 원통한 죽음을 참기 힘든 방법을 동원해 조롱했고, 그 부모들에겐 '돈만 밝히는 나쁜 부모'라는 낙인을 찍어주기도 했다.
우리는 억울하고 원통한 아이들 죽음의 한을 풀기 위해 싸워야 했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싸워야 했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싸워야 했다. 다니던 학교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경기도교육감과 싸워야 했고, 아들이 다녔던 단원고 선생들과 싸워야 했고, 살아있는 아들의 친구 학부모들과도 싸워야 했다. 이렇게 억울하고 원통하고 어이없는 죽음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아들을 잃은 지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아직까지도 '세월', 수학' 같은 단어만 봐도 여전히 가슴이 뛴다. '바다', '선박'이란 단어는 듣고 싶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다. 그런 부모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자신의 잘못된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소환하는 정치인은 참으로 나쁘다. 그들의 잘못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 세월호 유가족들이 안산전역에서 안전공원에 대한 선전전을 하고 있다 ⓒ 엄미야
특히 그들이 문제시 하는 '추모공원' 문제는 이미 박근혜가 약속한 사항이었고,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추진하기로 통과됐던 사안이다. 이제 와서 이것을 뒤집고 쟁점화 하는 것은 정치인이길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못된 정치인들은 인간의 본성을 회복한 다음에 정치판에 뛰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어떤 죽음도 조롱의 대상과 비난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불문율 같은 예의다. 그래서 초대형 학살범이나 테러범이 예측하지 못한 사유로 사망했을 때에도, 아주 못된 흉악범이 사형을 집행 당했을 때에도, 그 누구도 "그 놈 참 잘~ 죽었다"라고 환호하거나 박수치지 않는다. 적어도 이것은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제발 부탁드린다. 아무리 표가 중요하더라도 정도는 지키시라. 물론 그대들에겐 당선을 위한 더 많은 표, 확실한 표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죽은 자를 욕보이고, 소수를 무시하는 정치',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걸 명확하게 인식하는 인간이 되길 희망한다.
2018년 6월 9일 화성 ‘납골당’에서...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종대님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박수현군의 아버지입니다.
출처 세월호 악용하는 후보들, 제발 그 ‘더러운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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