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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최유정 사건’ 축소 노렸나

법원행정처, ‘최유정 사건’ 축소 시도·법관 독립 훼손 정황
‘최유정 전관 로비 사건’ 수사 기밀 유출 의혹
보고 책임자가 아닌 수석부장판사가 체포영장 등 보고
수사 초기부터 행정처 개입…‘향후 파장’ 문건까지 작성

[경향신문] 유희곤 기자 | 입력 : 2018.07.23 06:00:02 | 수정 : 2018.07.23 06:02:02



‘양승태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2016년 ‘최유정 전관 로비’ 사건 초기 서울중앙지검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영장·수사 기록을 규정을 어겨가며 보고받은 것으로 22일 확인되면서 대법원이 당시 파문을 축소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법원행정처가 형사재판 총괄 판사에게 수사 기록을 보고받으면서 법관 독립을 훼손하고,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유정 전관 로비 사건’은 부장판사 출신 최 변호사가 보석이나 집행유예를 받아주겠다면서 정운호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으로부터 100억 원의 고액 수임료를 받은 사건이다. 최 변호사가 2016년 4월 서울구치소에서 접견하던 정 전 대표가 자신을 폭행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최 변호사, 최 변호사의 동업자인 ‘브로커’ 이동찬 씨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김수천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 등으로부터 재판부 청탁금 1억8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김 전 부장판사 구속 나흘 만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대법원장이 법관 비리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2016년이 세 번째였다. 최 변호사는 지난 19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5년 6월을 선고받았다. 이 씨와 김 전 부장판사는 각각 징역 8년과 5년이 확정됐다.

최근 검찰은 당시 수사 초기 단계에서 서울중앙지법이 접수한 영장 내용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된 사실을 확인했다. 대법원이 일선 법원 관할 사건을 보고받는다는 규정은 있다.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 보고’(재판예규 제1306호)에 따르면, 법관을 포함한 전·현직 법원공무원, 국회의원, 변호사 관련 형사사건은 각 법원 보고책임자가 대법원에 보고해야 한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최유정 전관 로비 사건을 보고받은 것은 규정을 벗어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규정에 따르면 일선 법원의 중요사건 접수 및 결과 보고의 목적은 대법원이 사법행정을 지원하거나 사법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보고 내용은 사건요지나 공소장, 판결문에 국한된다.

임 전 차장 컴퓨터에서 발견된 문건에는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통신조회·체포 영장에 적힌 관련자 진술과 증거 관계에다 향후 파장까지 담겼다고 한다. 당시는 최 변호사와 이씨가 재판부를 접촉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여러 현직 법관들이 사건에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때다.

결정적 증거 찾았을까?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수사관들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2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자택에서 압수품을 들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이날 새벽 임 전 처장의 자택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브로커 이 씨는 2016년 6월 체포되기 전까지 50여 일을 잠적했다. 이 씨는 실제 정 전 대표 구명 로비를 맡았던 판검사와 브로커를 언론에 알린 인물이다. 이 씨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 전 차장은 이 씨에 대한 체포영장의 구체적 수사 상황을 상세히 보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재판을 총괄하는 신광렬 전 수석부장판사(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도 사법행정권 남용과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예규의 ‘보고책임자’는 해당 사건의 ‘주무과장’이다. 판사가 아니라 일반 법원공무원이 보고 책임을 맡는다. 법원 관계자는 “(일선 법원) 판사는 대법원에 주요 사건 처리 과정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21일 발부받아 집행한 임 전 차장의 압수수색영장에는 임 전 차장이 최유정 전관 로비 사건 내용을 신 전 판사로부터 보고받고 자신이 갖고 있던 법원 자료를 퇴임 후에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도 포함됐다.

신 전 판사는 과거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세월호 관련 적정 관할 법원 및 재판부 배당 방안 문건’에는 당시 인천지법 수석부장이던 신 판사를 특별재판장으로 만들어 세월호 사건을 배당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재판 배당 업무와 관련 없는 곳이다. 법원은 사건 접수 후 전산배당(무작위) 한다. 문건은 검찰이 세월호 선장 이준석 씨 등을 기소하기 열흘 전 작성(경향신문 5월 30일 자 4면 보도)됐다.


출처  [단독]법원행정처, ‘최유정 사건’ 축소 시도·법관 독립 훼손 정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