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영수증 첨부’...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
민주-한국 거대 양당, 세금 도둑 자처하나
[오마이뉴스] 하성태 | 18.08.09 17:15 | 최종 업데이트 18.08.09 17:15
또 하나의 어록이라 할 만 했다.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를 주창해온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특활비의 투명한 공개, 축소 등 절충안이 대두되는 것에 대해 위와 같은 촌철살인을 남겼다. 지난달 5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정치 혁신, 특권 없는 의회를 위한 정의당 서울시당 지방의원단 5무5유 약속'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였다. 그의 논리는 이랬다. (관련 기사 : 거부하기 힘든 노회찬의 제안 "국회 특활비, 모두 없애자")
다시금, '정치인 노회찬'이 그리워지는 직언이 아닐 수 없었다. 기밀이라 '특수활동비'인 건데 사법부가 그 기밀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 자체로 코미디이거나 존재 부정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 존재 자체를 없애는 게 맞다는 것이 노 원내대표의 주장이었다.
공개명령에 관해서는, 실제로도 그랬다. 지난 3년간 국회에 예산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끝에 지난 5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이끌어낸 참여연대에 이어, 시민단체인 '세금도둑잡아라' 역시 20대 국회의원들의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이 포함된 예산 집행 내역 공개를 요구하며 소송 중이다. 노 원내대표의 예측이 정확했던 셈이다.
9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작'이라 표현한 이 노 원내대표의 이 특활비 폐지 주장을 경청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그 특활비 자료가 '몽땅' 공개됐다. 앞선 지난 8일 참여연대가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혈세를 또 하나의 월급처럼 전횡해 온 내역이 낱낱이 까발려졌다. 비난이 쏟아진다.
특수활동비 관련 시민단체들의 거센 비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8일 여야 거대 정당들은 꽤나 '대단한' 듯한 조건을 내걸며 끝까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국회 일정과 특활비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홍 대표는 "나중에 쓴 내역을 다 공개할 것"이라며 "올해까진 현 제도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영수증 있는 특활비는 인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장단을 맞췄다.
그렇게, 제 이득 챙기기엔 여야 구분이 없었다. 올해 특활비 내역은 '영수증 첨부'로 '증빙'하고, 앞으로 마련할 국회 특활비 제도 개선안도 내년부터 적용하겠단다. 일단 올해까진 '영수증 첨부' 한도 내에서 국민 세금을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다. 두 원내대표의 입에서 특활비 반납 운운은 일절 없었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개선안을 내년에나 적용하겠다는 국회,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는가. 참여연대도 9일 성명을 내고 "어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가 아닌 증빙처리를 통해 양성화하는 방안에 합의했다"며 아래와 같이 꼬집었다. '양성화 방안'이란 표현이 눈길을 잡아 끈다.
노 원내대표의 주장을, 여야는 가뿐히 일축해 버렸다. 그저 '영수증 첨부'면 괜찮지 않느냐는 식이다. "거대정당의 담합"이란 비판도 감수하겠다는 국회, 국민의 혈세를 쌈짓돈으로 여기는 이들의 꼼수는 또 다른 주머니에서도 포착됐다.
7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다. <뉴스룸>도 7일에 이어 8일까지 연이틀 코이카 예산으로 외유성 시찰을 다녀온 국회의원들의 어이 없는 '출장'을 파헤쳤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의심된다며 국회에 제출한 38명의 국회의원의 '활약'은 눈부셨다. 피감기관의 예산, 즉 세금으로 "각 나라마다 반드시 들러야하는 명소들"을 들렀다고 한다.
말이 현지시찰이지, 제 돈 내고 가기 쉽지 않은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대표 관광지를 세금으로 휘젓고 다녔다는 얘기다. 코이카 직원들은 일부 의원들의 배우자까지 의전했다고 한다.
그렇게 국회의원들이 예산권을 쥔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외유성 시찰에 쓴 돈이 어마어마하다. 2017년에만 통일부 4천 5백만 원, 코이카 1억 9천만 원, 한국국제교류재단 1억 2천 5백만 원이었다고 한다. 수출입은행은 작년 11월부터 넉 달 동안 의원 14명의 출장비로 1억 8천만 원을 썼다. 방문지는 요르단과 에디오피아, 크로아티아 등 우리나라가 차관을 지원한 개발도상국이었다.
한편 MBC 보도에 따르면,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은 지난주 이 문제를 논의해 국회 예산으로 의원 출장을 보내겠다며 기획재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2018년 의원외교로 책정된 예산이 100억여 원인데, 국회 요구를 받아들이면 예산을 15%나 더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쌈짓돈으로 여기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요구'가 아니었을까.
그 38명의 의원 중 문희상 국회의장도 포함됐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8일 국회는 향후 피감기관 등 외부 기관 예산으로 가는 해외출장은 앞으로 금지하겠다면서도 명단 공개는 거부했다. 향후 같은 사안이 반복되면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하고, 앞으로는 '국회의원 국외활동심사자문위원회'(교섭단체들이 추천한 6인 이내)를 구성해 감시하겠단다. 겨 묻은 개가 그 겨를 스스로 감시하겠다는 논리다. 국민들이 이런 국회를 과연 믿어줘야 할까.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이들 개발도상국을 '현장시찰'해야 할 이유가 특별히 있는지 말이다. 국회가 김영란법 제정을 망설였던 이유도 이거였을까. 같은 맥락에서, 특수활동비란 떡고물을 내려놓을 수는 없는 건가. 정치자금법 개정 목소리가 높은 지금, 근본조차 불분명한 관행을 꼭 주고 있어야 하나. 이 두 사안만 놓고 봐도,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국회를 '세금도둑'들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출처 ‘특활비 영수증 첨부’...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
민주-한국 거대 양당, 세금 도둑 자처하나
[오마이뉴스] 하성태 | 18.08.09 17:15 | 최종 업데이트 18.08.09 17:15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가운데), 자유한국당 김성태(오른쪽),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특활비 관련 합의와 하반기 국회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8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포토타임을 갖은 후 별실로 이동하며 인사하고 있다. 2018.8.8 ⓒ 연합뉴스
“특수활동비는 투명할 수 없다. 투명하게 되는 순간 특수활동비가 아니다.”
또 하나의 어록이라 할 만 했다.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를 주창해온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특활비의 투명한 공개, 축소 등 절충안이 대두되는 것에 대해 위와 같은 촌철살인을 남겼다. 지난달 5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정치 혁신, 특권 없는 의회를 위한 정의당 서울시당 지방의원단 5무5유 약속'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였다. 그의 논리는 이랬다. (관련 기사 : 거부하기 힘든 노회찬의 제안 "국회 특활비, 모두 없애자")
“투명하게 한다는 이야기는 내역을 밝힌다는 것이다. 그 얘기는 특활비가 폐지된다는 말이다. 특수활동비는 어디에 썼는지를 밝히지 않는다. 따라서 특수활동비는 투명할 수 없다. 투명하게 되는 순간 특수활동비가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특활비 규모를 줄이더라도 누군가 대법원에 공개를 요구하면 또 공개명령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특수활동비 존립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다.”
다시금, '정치인 노회찬'이 그리워지는 직언이 아닐 수 없었다. 기밀이라 '특수활동비'인 건데 사법부가 그 기밀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 자체로 코미디이거나 존재 부정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 존재 자체를 없애는 게 맞다는 것이 노 원내대표의 주장이었다.
공개명령에 관해서는, 실제로도 그랬다. 지난 3년간 국회에 예산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끝에 지난 5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이끌어낸 참여연대에 이어, 시민단체인 '세금도둑잡아라' 역시 20대 국회의원들의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이 포함된 예산 집행 내역 공개를 요구하며 소송 중이다. 노 원내대표의 예측이 정확했던 셈이다.
9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작'이라 표현한 이 노 원내대표의 이 특활비 폐지 주장을 경청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그 특활비 자료가 '몽땅' 공개됐다. 앞선 지난 8일 참여연대가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혈세를 또 하나의 월급처럼 전횡해 온 내역이 낱낱이 까발려졌다. 비난이 쏟아진다.
특수활동비 양성화하겠다는 거대 양당, 세금이 자기들 쌈짓돈인가
“현재 특활비 상당 부분은 이미 공적인 목적으로 쓰이는 업무추진비 성격이 강해 올해는 영수증으로 양성화해서 투명하게 운영하기로 했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
“특활비 관련 내년 개선안은 올해 안에 국회 운영위 산하 제도개선 소위에서 결정할 것.”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
“특활비 관련 내년 개선안은 올해 안에 국회 운영위 산하 제도개선 소위에서 결정할 것.”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
특수활동비 관련 시민단체들의 거센 비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8일 여야 거대 정당들은 꽤나 '대단한' 듯한 조건을 내걸며 끝까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국회 일정과 특활비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홍 대표는 "나중에 쓴 내역을 다 공개할 것"이라며 "올해까진 현 제도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영수증 있는 특활비는 인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장단을 맞췄다.
그렇게, 제 이득 챙기기엔 여야 구분이 없었다. 올해 특활비 내역은 '영수증 첨부'로 '증빙'하고, 앞으로 마련할 국회 특활비 제도 개선안도 내년부터 적용하겠단다. 일단 올해까진 '영수증 첨부' 한도 내에서 국민 세금을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겠다는 얘기다. 두 원내대표의 입에서 특활비 반납 운운은 일절 없었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개선안을 내년에나 적용하겠다는 국회,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는가. 참여연대도 9일 성명을 내고 "어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가 아닌 증빙처리를 통해 양성화하는 방안에 합의했다"며 아래와 같이 꼬집었다. '양성화 방안'이란 표현이 눈길을 잡아 끈다.
“참여연대 분석 자료를 통해 그동안 국회가 정보⋅기밀수사에 사용되어야 하는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지급받아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사과도 없이 영수증 증빙처리만 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합의를 한 것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소장 :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는 국회가 조삼모사식 양성화가 아니라 특수활동비를 즉각 반납하고 내년 예산에서 전액 삭감할 것을 촉구한다.”
‘세금도둑’ 비판 자초하는 국회
“특활비 자료가 공개됐지만 그 자료만 갖고는 어떻게 얼마씩 썼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보고 의무도 없어서 결산 심사 대상도 안 된다. 국민 혈세로 조성된 특활비인데 착복을 하거나 횡령을 해도 묻고 따질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요구한다. 2019년 예산에서 특활비를 전액 삭감하자. 편성 자체를 하지 말자.”
노 원내대표의 주장을, 여야는 가뿐히 일축해 버렸다. 그저 '영수증 첨부'면 괜찮지 않느냐는 식이다. "거대정당의 담합"이란 비판도 감수하겠다는 국회, 국민의 혈세를 쌈짓돈으로 여기는 이들의 꼼수는 또 다른 주머니에서도 포착됐다.
“여야가 오랜만에 뜻을 같이했지만 현실화시키지 못한, 어떤 은밀했던 여야공조 실패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국회의원들, 피감기관 돈 받아서 외유나가는 게 어렵다 보니 아예 국회예산으로 갈 수 있도록 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청했는데 정부가 액수가 너무 많다면서 거부했습니다. 피감기관 돈 말고 세금으로 해외 나가려다 실패한 겁니다.”
7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다. <뉴스룸>도 7일에 이어 8일까지 연이틀 코이카 예산으로 외유성 시찰을 다녀온 국회의원들의 어이 없는 '출장'을 파헤쳤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의심된다며 국회에 제출한 38명의 국회의원의 '활약'은 눈부셨다. 피감기관의 예산, 즉 세금으로 "각 나라마다 반드시 들러야하는 명소들"을 들렀다고 한다.
말이 현지시찰이지, 제 돈 내고 가기 쉽지 않은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대표 관광지를 세금으로 휘젓고 다녔다는 얘기다. 코이카 직원들은 일부 의원들의 배우자까지 의전했다고 한다.
그렇게 국회의원들이 예산권을 쥔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외유성 시찰에 쓴 돈이 어마어마하다. 2017년에만 통일부 4천 5백만 원, 코이카 1억 9천만 원, 한국국제교류재단 1억 2천 5백만 원이었다고 한다. 수출입은행은 작년 11월부터 넉 달 동안 의원 14명의 출장비로 1억 8천만 원을 썼다. 방문지는 요르단과 에디오피아, 크로아티아 등 우리나라가 차관을 지원한 개발도상국이었다.
한편 MBC 보도에 따르면,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은 지난주 이 문제를 논의해 국회 예산으로 의원 출장을 보내겠다며 기획재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2018년 의원외교로 책정된 예산이 100억여 원인데, 국회 요구를 받아들이면 예산을 15%나 더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쌈짓돈으로 여기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요구'가 아니었을까.
그 38명의 의원 중 문희상 국회의장도 포함됐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8일 국회는 향후 피감기관 등 외부 기관 예산으로 가는 해외출장은 앞으로 금지하겠다면서도 명단 공개는 거부했다. 향후 같은 사안이 반복되면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하고, 앞으로는 '국회의원 국외활동심사자문위원회'(교섭단체들이 추천한 6인 이내)를 구성해 감시하겠단다. 겨 묻은 개가 그 겨를 스스로 감시하겠다는 논리다. 국민들이 이런 국회를 과연 믿어줘야 할까.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이들 개발도상국을 '현장시찰'해야 할 이유가 특별히 있는지 말이다. 국회가 김영란법 제정을 망설였던 이유도 이거였을까. 같은 맥락에서, 특수활동비란 떡고물을 내려놓을 수는 없는 건가. 정치자금법 개정 목소리가 높은 지금, 근본조차 불분명한 관행을 꼭 주고 있어야 하나. 이 두 사안만 놓고 봐도,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국회를 '세금도둑'들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출처 ‘특활비 영수증 첨부’...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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