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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낙동강 녹조 심한데 보 수문은 열 수 없다, 왜?

낙동강 녹조 심한데 보 수문은 열 수 없다, 왜?
‘녹색 재앙’ 덮친 낙동강
보 수위 운영계획 없이 취수구 높여
수위 낮추면 물 이용 불가능해져
보 수문 개방 위해 낮출 취수구
157곳 중 낙동강이 114곳 차지
환경부, 관련 예산 1949억 신청
“내년 이후부터 수문 개방키로”
보 수위 맞춰 농사 짓는 농민도 혼란

[한겨레] 글·사진 최상원 기자 | 등록 : 2018-08-09 05:00 | 수정 :2018-08-09 17:44


▲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된 낙동강 창녕함안보. 녹조 현상으로 시퍼렇게 물든 강물이 수문을 넘어 흘러가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에서의 녹조 발생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보를 닫아놓은 채 폭염과 장마 등 날씨 탓만 하고 있다. 낙동강 보 대책은 ‘천수답 대책’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1300만 명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살리려면 보를 열어 물을 흐르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낙동강 창녕함안보 구간에 지난 1일 오후 5시 발령된 조류경보 ‘경계’ 단계는 8일까지 이어졌다. 조류경보 ‘경계’ 단계는 물 1㎖당 남조류 세포가 1만 개 이상 섞여 있는 상태가 2차례 연속해서 관찰될 때 발령된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일 이 구간에 경보를 발령하며 “짧은 장마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폭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11일 장마가 끝난 뒤 지난 1일까지 이 구간에 내린 비는 0.4㎜에 불과했고, 낮 최고기온은 40도에 육박하고 있다.

앞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6월 28일 오전 10시 낙동강 창녕함안보 구간에 조류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가, 장마가 끝난 지난달 11일 오후 5시 경보를 해제했다. 해제 이유는 “장마의 영향”이었다. 이 지역에는 조류경보를 해제하기 전 열흘 중 엿새 동안 206.5㎜의 많은 비가 내렸다.

조류경보의 발령과 해제는 천수답 농사처럼 오로지 날씨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비가 많이 내려서 수온이 떨어지고 유량이 늘면 경보를 해제하고, 반대로 가물고 기온이 올라가면 경보를 발령하거나 강화한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8개 보가 건설된 2011년 이후 해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경보가 발령되면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녹조 관찰 횟수를 늘리고, 낙동강 본류 취수장에 조류 차단 시설을 가동한다. 정수장의 활성탄 교체 주기를 단축하는 등 고도정수시설 운영도 강화한다. 녹조를 막거나 줄이는 대책은 전혀 없다. 정부 대책은 녹조 범벅인 낙동강 물을 어떻게 정화해서 식수로 사용할지에만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 수문을 여는 것만이 녹조를 줄일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녹조는 오염물질, 고수온, 정체 등 세 요인이 결합했을 때 발생한다. 오염물질 유입을 줄이는 것은 단기간에는 어렵고, 여름에 수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보 수문을 완전히 열어 물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녹조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 경남 창원시민에게 식수 등으로 공급할 물을 확보하는 낙동강 본포취수장.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지난 1일 발령됨에 따라, 창원시 상수도사업소는 취수구 앞에서 물보라를 일으켜 물속에 공기를 주입하는 폭기조, 고압의 물을 뿌려 녹조를 흩어지게 하는 수류분사장치 등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낙동강에 건설된 8개 보의 수문을 활짝 열어 강물을 흐르게 해 녹조를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낙동강 본류에 설치된 취수, 양수장의 취수구 높이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높여놓은 취수구를 다시 낮추지 않으면 보 수문을 열 수 없다. 보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금이라도 낮추면 취수구가 물 밖으로 드러나 강물을 끌어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최근 “금강과 영산강의 모든 보 수문은 올해 안에 개방하지만, 대형 취수, 양수장이 많은 낙동강의 보 수문은 내년 이후 개방하기로 했다. 특히 낙동강 합천창녕보의 수문은 대구 물 산업 클러스터 취수구 문제 때문에 2021년에나 개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또 “양수장 개선·보완 1458억 원, 취수시설 개선·보완 33억 원 등 내년 취·양수장 개량 사업비로 1949억 원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과정에서 강물을 끌어 올리는 취수, 양수장을 이설·개량하면서 보 수위 운영계획도 세우지 않고 취수구를 높였다. 지난달 4일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사업 감사보고서’를 보면, 국토교통부는 4대강 사업 당시 보 수위 운영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394억 원을 들여 취수, 양수장 99곳의 이설·보강 공사를 했다. 감사원이 4대강 취수, 양수장 162곳을 조사한 결과, 보 수문을 개방하려면 모두 157곳의 취수, 양수장의 취수구를 고쳐야 하는데 이 가운데 낙동강 취수, 양수장이 114곳으로 전체의 72.6%에 이르렀다.

또한 정부의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계획설계기준’은 양수장 펌프의 흡입 수위를 설계할 때 최저 흡입 수위에서도 펌핑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2009년 취수, 양수장 이설·보강 공사를 시공업체에 맡기며 보 수위 운영계획도 없이 최저수위보다 훨씬 높은 관리수위만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4대강 사업 때 이설·보강한 취수, 양수장의 취수구 높이는 보 수문을 닫아 물을 가득 채웠을 때의 수위인 관리수위에 맞춰졌다. 국토부는 ‘보 관리규정’을 4대강 사업 마무리 시점인 2011년 10월 31일에야 만들었다.

이 때문에 낙동강 8개 보 중 칠곡보와 구미보는 단 1㎝라도 수위를 낮추면 취수에 문제가 생긴다. 낙단보는 10㎝, 창녕함안보는 20㎝, 달성보와 상주보는 50㎝의 여유밖에 없다.

▲ 낙동강변인 경남 합천군 청덕면 광암들. 이곳 농민들은 4대강 사업으로 농업환경이 바뀌는 바람에 피해를 봤는데, 보 수문을 열어 농업환경이 되돌아가면 또다시 피해를 보게 된다.

취수구 문제로 낙동강 보 개방 시점이 늦춰지면 농민들의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4대강 인근 지역 농민들은 4대강 사업으로 바뀐 환경에 맞춰 작물, 시설, 농법 등을 바꿨거나 바꾸는 중이다. 그러나 닫았던 보를 다시 열면 환경은 다시 4대강 사업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다. 문재인 정부가 보 개방 방침을 정한 상황에서 실제 보 개방이 늦어지면 농민들의 혼란과 피해도 커지게 된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지난 5월 28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합천창녕보와 창녕함안보 등 낙동강 2개 보의 영향 지역을 조사한 결과, 비닐하우스가 2600개였으며 이곳에서 지하수를 뽑아 올리기 위해 설치한 우물(관정)은 671개에 이르렀다.

대표적 지역이 합천창녕보 상류의 경북 고령군 우곡면 객기리다. 4대강 사업 이전까지 이곳 농민들은 비닐하우스 600여 동에서 수박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합천창녕보 건설로 낙동강 수위가 올라가자, 지하수위도 함께 높아졌다. 1m만 땅을 파도 물이 고여 지하 2m까지 뿌리를 내리는 수박 재배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뿌리가 썩기 때문이다. 절반 이상 농민들이 비닐하우스를 철거하고, 수박 대신 뿌리가 얕은 양파, 마늘 농사로 전환했다. 그러나 보를 열어 낙동강 수위와 지하수위가 내려가면 다시 작물을 바꿔야 한다. 낙동강변인 경남 합천군 청덕면 광암들,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의령군 지정면 성산리 등이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곽상수 객기리 이장은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하거나 보를 열면 어찌 되는지 단 하나도 우리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고 의논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4대강 주변 곳곳에서 농민들이 스스로 살길을 찾고 있다. 보를 열려면 하루라도 빨리 열어야 한다. 그래야 피해자를 줄인다”고 말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정부가 정책 실패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언제나 지속가능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4대강 사업은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임희자 낙동강 경남네트워크 집행위원장도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보를 개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취수구를 고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내년에 예산을 받아 추진하겠다고 한다. 낙동강의 보 개방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출처  낙동강 녹조 심한데 보 수문은 열 수 없다,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