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 경제 보도는 미친 짓이다”
[인터뷰] 경제보도 비평 최경영 KBS 기자
자극적 헤드라인 달아 공포 조장하는 ‘정파적 상업신문’ 비판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 2019년 01월 08일 화요일
미디어비평의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한국 저널리즘 문제점을 파헤치고 고발하는 프로그램인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패널로 참여하는 최경영 기자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거침없이 ‘정파적 상업신문’을 비판한다. KBS 온라인 판 기사로 볼 수 있는 ‘한국 언론 오도독’이라는 이름의 미디어비평 기사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 기자가 최근 쓴 비평 기사는 캐나다 언론의 최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인터뷰 기사를 소개한 내용이다. 한국 언론이 최저임금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이 고충을 겪고, 인건비를 줄이면서 고용이 준다고 보도할 때 정작 최저임금 당사자인 저임금 노동자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국외언론을 통해 짚었다.
그는 한국 언론의 경제보도를 “미친 짓”이라는 표현하며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보도라고 비난했다. 최 기자는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파업 때 해고 처분을 받았다. 재심에서 정직 6개월 중징계를 받아 해고를 피했지만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뉴스타파를 떠나 KBS로 재입사해 본격 언론 비평을 하고 있다. 7일 최 기자와 KBS 신관 로비에서 만났다.
- ‘한국 언론 오도독’이라는 이름의 비평기사는 어떻게 쓰게 됐나
“2년 전 뉴스타파에서 이런 이름으로 런칭 해보자는 얘기가 있었다. 저는 혜택 받은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공영방송 기자로 수십 년간 일했고, 상업적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제 주변에 상업적 고민을 하는 기자들이 많았고 술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다.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출입처와 광고주에 얽매인 기자가 많았다. 경영대학원과 저널리즘 대학원을 나와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탐사보도 기자를 수십년 동안 해서 제가 비평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기자들 대부분이 출입처에서 다른 것을 생산하기에 나라도 해야 되겠다 생각했다”
최 기자가 KBS로 복귀하자마자 한 일은 자사 KBS 보도를 향한 비판이었다. 그는 “박정희와 KBS”라는 비평기사로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 정치인들보다 빨리 누워”버린 KBS의 박정희 관련 보도를 비평했다. 그는 장준하 선생의 두개골 부위에 망치로 맞은 것 같은 함몰 자국이 발견돼 타살 의혹이 있다는 KBS 보도에서 기사 초고에 있던 “독재”와 “유신”이라는 표현이 빠진 것을 폭로했다. 1970년대 KBS가 유신체제를 선전하려고 90회 이상 보도특집을 편성한 사실도 공개했다. 최 기자는 “지난 수 십 년의 독재, 권위주의 정권 시절 KBS는 국민에게 가해자였지만 한편으론 언론의 자유를 박탈당한 피해자였다는 추정도 자연스레 유추해 냈다. 그러나 KBS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KBS가 독재정권의 나팔수로 기능해 온 수 십 년 동안 KBS의 시청자들은 늘 피해자였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상업 신문사를 비판한 것이 아니다. KBS와 박정희 정권의 관계에 대해 과거 반성부터 철저히 시작해 비평기사를 쓴 것이다. 안에서도 이만큼 세게 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 한국 언론 오도독 비평기사에서 재계는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프레임, 서민경제는 어렵다는데 구조적 요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과거 정부가 경기부양책이라고 했던 재정정책이 단기 정책이라고 비난받는 상황 등 보수 언론의 여러 모순적 보도를 꼬집었다. 경제 보도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정성이다. 제가 계속해서 상업신문들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이 사람들은 장사가 부차적 목적이 아니고 주요 목적인 것 같아서다. 덧붙여 정파적 상업신문사라고 규정할 수 있다. 선정적으로 쓴다는 것은 연예인들 뒤태, 이런 선정적인 기사처럼 헤드라인만 보는 기사를 쓰는 것이다. 내용은 없다. 뒷받침하는 적절한 자료나 인터뷰, 논리가 상당히 부족하다. 조선일보만 100만 명이 본다고 한다. 매우 큰 언론사들인데 이런 식으로 저질로 값싸게 기사 쓰면서 정론지인 양 스스로 칭하는 신문사가 과연 외국에는 있나”
- 값싼 저널리즘과 비싼 저널리즘이라고 구분한 정의를 봤다
“저도 몇 년 전부터 축적해온 자료를 보고 이걸 다시 재구성해서 쓸 때 적어도 이틀 정도 걸린다. 굉장히 힘들다. 자료를 엄밀히 따져본다. 버리는 인터뷰도 많다. 그런데 포털 대문에 걸린 기사들을 보면 과연 몇 시간 만에 쓴 기사인지 모르겠다. 기껏해야 5시간 정도 걸린 것 같은 기사들이 보인다. 정말 쓰레기 같은 기사들이 많다. 일단 팩트가 새로워야 하고, 취재원도 새롭고 다양하게 나와 주면 좋은 데 항상 같은 논리에 같은 프레임, 같은 주장만 담은 기사들이 수백 개 쏟아진다. 노무현 정부 때 (쓴 비난) 기사를 Ctrl-C, Ctrl-V 하는 기사들도 굉장히 많다”
- 경제 저널리즘의 원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제 보도는 신중해야 하고 그다음에 취재원이 다양해야 한다. 자극적으로 쓰면 안된다는 말은 진보학자들이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진보·보수 모든 학자가 그래서 안 된다고 한다. 모든 경제 현상엔 작용과 반작용이 있고 다면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 1년 후 경제적 효과가 있을 수 있고 역효과가 나타날지 모른다. 경제학자도 미래를 모른다. 조심스럽게 추정하듯이 얘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 기사 헤드라인만 보면 지들이 다 안다.”
- 경제보도가 곧 정파적이라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행복에 도움이 되고 사회 구성원 모두 복지를 누리는데 보수의 진보든, 진보의 진보든 간에 지금보다는 나아지는 방향으로 팩트를 얘기를 하고 담론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도 복지 정책을 확대하면 레드 컴플렉스에 갇혀서 빨갱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이 있다면 더 설득하고 선진국 모델과 담론을 제시해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한국 언론의 경제 보도를 보면 협박하고 공갈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복지 예산은 과거 정권도 다 늘렸다. 과거 정권이 10% 정도 복지예산을 늘렸고, 문재인 정부는 16% 정도다. 10% 늘리면 우파이고 16% 늘리면 빨갱이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 보편적 가치관 아래서 얘기하는 것이 언론인데 언론이 되레 옛날 낡은 사고에 갇힌 사람들을 빠져나오지 말라 하고 활발한 토론이라든지, 합의를 철저히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 행태 경제학 우파들도 선정적으로 경제가 나쁘다고 보도하면 사람들이 소비 안 하고 생산 위축되고 고용 위축되고 다시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벌어져 신중하게 보도하라고 한다. 올해 초부터 언론이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라는 말을 쓰는데 이 말은 2분기 연속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일 때만 쓴다. 최근 10년 동안 그런 적이 없다. 미친 짓이다.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쓴다”
- 경제보도에서 국외언론과 한국언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이 매월 경기 체감지수와 예상 지수를 발표한다. ‘당신들 경기가 어떨 것 같아?’라는 질문을 포함한 네 가지를 물어보는데 체감지수 같은 경우 2013년 1월부터 지금까지 100 이상(경기 호전)으로 넘어간 적이 딱 한 번 있다. 2014년 3월과 4월 한 달 사이 45까지 하락한다.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그 뉘앙스는 대단한 것이다. 이후 고작 올라봐야 80선이다. 지상파 방송이 미국이나 다른 국외언론처럼 장기 추세의 심리지수를 보여줘야 한다. 미국 언론에서는 백 년에 걸친 심리적 경기 추세를 보여준 적도 있다. 그 정도로 경제를 길게 본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선정적, 단기적, 표피적으로 보도한다. 그 보도에 여론이 안 좋아지고 자영업자들이 난리가 난다. 이런 보도가 계속되면 투표에 의지하는 집권 정부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단기 경기 부양책으로 가게 된다. 장기 경기 체질보다는 단기 정책으로 흐른다. 그러면 언론은 정부를 비판하면서 단기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근본 체질 개선을 운운한다. 자기들 보도 때문에 보수든 자유주의 정부든 단기 부양책으로 쏠리는데 그렇게 말한다. 악순환이 일어나고 소비 심리를 나쁘게 만들고 단기 부양책에 빠져들게 한다. 이게 한국 언론의 경제 보도 양태다”
- 국외언론 사례 중 극명하게 대조되는 사례를 든다면?
“국외언론의 경우 시장 같은 무형물, 예를 들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불안이 떤다거나 움츠러든다거나 공포에 질린다거나 이런 표현이 일단 헤드라인에 나오지 않는다. 무형물에 감정을 집어넣는 것은 모든 언론 기사에서 하지 말라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한국언론의 헤드라인만 보면 모두 공포에 떨고 있다. 한국언론에서 시장 대부분이 기업이다. 주식을 가진 사람, 또는 집 가진 사람만이 시장이다. 부동산만 해도 매도자와 매수자가 55대 45 정도 되고 집 가진 사람 중 10% 정도가 다주택자들인데 이런 사람들을 모두 시장으로 지칭한다. 이런 사람들이 불안에 떨면 시장이 세금 폭탄으로 인해 불안에 떤다고 한다. 국외언론의 경우 정유사에 불리한 법안이 나오면 환경회사에 꽤 유리한 법안이라고 나눠서 설명해 주는데 한국 언론은 정부 때문에 자동차 산업 폭삭 망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법안 하나 때문에 한 기업이 손해나는 것을 전체 시장으로 이야기한다.”
- 경제보도를 바꾸는 대안은 무엇일까? 비평기사에서 “그들을 무방비로 둬서는 우리사회에 미래가 없다”라고까지 했는데?
“현재 경제 보도는 프로파간다(선동)다. 계속 같은 사실을 약간의 허위를 곁들여서 반복한다. 아무리 양질의 보도를 가끔 해도 게임이 안 된다. 언론사들이 이런 조중동 식의 유사 가짜 보도를 퇴치하려면 굉장히 좋은 보도를 생산해야 하고 경제비평이나 미디어 감시 보도가 훨씬 많이 나와야 한다. 저 같은 사람이 100명 이상 나타나야 한다.”
- 출입처 중심의 취재 문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출입처에서 나온 자료를 받아쓰면 다 맞는 보도라고 자기들끼리 묻어버린다. 그게 주류로 형성돼 있다. 생산공정이 항상 같아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출입처에 가서 보도자료 보고 거기서 나온 사람들의 인터뷰를 딴다. 이런 내용이 기사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니까 바뀌지 않는다. 생산공정 혁신을 해야 한다. 저 역시 출입처가 없으니까 이렇게 쓸 수 있다.”
- 뉴스타파에서 장기 탐사보도 취재를 해왔고, 지금은 미디어비평을 한다. 뉴스타파와 KBS의 차이가 있다면?
“뉴스타파는 탐사보도에 특화된 언론사다. 단순 비교할 수 없다. KBS는 이것저것 다 해야 한다. 데일리 뉴스 하는 기자에게 당신도 나처럼 보도하라고 할 수 없다. 데일리 뉴스는 어쩔 수 없는 속보성 기사를 써서 뉴스화시켜야 한다. 이런 제한적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기존과 다른 뉴스를 생산할까 고민하고 생산공정을 혁신해야 한다. 국외 언론사들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법이다. 거대한 항공모함이라 확 바뀌지 않겠지만 KBS도 공부 많이 하는 것 같더라”
-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본격 비평 프로그램이다 보니 특정 언론의 문제가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목적은 언론 비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론 비판을 통해 언론 자유를 함양하기 위한 것이다. 너희들이 잘못했으니 그래서 규제해야 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반동이다.”
- 저널리즘 J의 부족한 점도 보일 것 같다. 과거 미디어포커스와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달라졌나?
“저널리즘 J는 현재 바뀐 언론의 지형과 변화에 부합하려고 노력한다. 미디어포커스는 기자들이 탐사보도처럼 미디어 이슈를 발굴해서 팩트 보도를 한 꼭지로 해서 구성했는데 저널리즘 J는 토크쇼라서 콘텐츠가 날아가 버린다. 사흘 이상 팩트체크하지만 부정확한 내용이 나올 때도 있다. 제가 한국언론 오도독 같은 텍스트 기사를 쓰는 것도 콘텐츠가 날아가 버리는 한계 때문에 언제든 기록을 보고 찾아보게 만들고 싶어서다.”
- 방북하지 않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방북했다고 연합뉴스가 오보했을 때 저널리즘 J에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J의 순기능인가?
“워낙 명확한 사안이라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 언론의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사과나 정정 보도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보면 인터넷 기사라고 하더라도 내용을 수정하면 시간대를 명시해서 수정 내용을 밝힌다. 예를 들어 인터뷰이의 스펠링이 틀렸다면 인터뷰이가 지적하거나 독자들이 항의한 적도 없는데 자기들이 발견해서 고치고 기사 하단에 써준다. 그게 진짜 좋은 언론사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게 정직한 것이다.
한국 언론은 정직하지 않다. 마치 사과하는 것을 마치 고관대작이 선심 쓰는 것처럼 아직까지 그런 태도를 보인다. 세월호 참사 때는 기사를 삭제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자기들이 잘못 썼다고 지금 쪽팔린다고 슬그머니 삭제해 버린다.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올 때 비행기 안에서 기자간담회 하면서 국내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했을 때 기자들이 대통령을 만나기 힘든 것을 고려하면 국내 문제를 질문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왜 시민들이 기레기라는 반감을 품고 욕하는지도 이해해야 한다. 당신들은 왜 국외 언론처럼 행동하지 않느냐, 정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서 꼼수 부리고 권리만 주장하니 뻔뻔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 자유한국당은 편향 보도 등을 이유로 KBS 수신료를 강제 징수하지 못하도록 방송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이명박근혜 정부 때 프리덤 하우스와 국경없는기자회가 매긴 언론자유지수가 내려갔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사람들이 온갖 언론 탄압을 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무리하게 정연주 사장을 불법 해임했다. 박근혜 정부 세월호 참사 때 KBS 보도와 편성에 개입·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문제에 한마디도 안 하고 사과도 안 한다. 지난 일에 철저하게 잘못했다 사과하고,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종사자들한테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이다. 언론자유와 국민의 표현 자유를 우리가 헤쳤다고 고백하고 미안하다,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사과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수신료 징수든 법안 문제든 얘기하자. 정말 뻔뻔한 사람이다.”
출처 “한국 언론 경제 보도는 미친 짓이다”
[인터뷰] 경제보도 비평 최경영 KBS 기자
자극적 헤드라인 달아 공포 조장하는 ‘정파적 상업신문’ 비판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 2019년 01월 08일 화요일
미디어비평의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한국 저널리즘 문제점을 파헤치고 고발하는 프로그램인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패널로 참여하는 최경영 기자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거침없이 ‘정파적 상업신문’을 비판한다. KBS 온라인 판 기사로 볼 수 있는 ‘한국 언론 오도독’이라는 이름의 미디어비평 기사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 기자가 최근 쓴 비평 기사는 캐나다 언론의 최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인터뷰 기사를 소개한 내용이다. 한국 언론이 최저임금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이 고충을 겪고, 인건비를 줄이면서 고용이 준다고 보도할 때 정작 최저임금 당사자인 저임금 노동자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국외언론을 통해 짚었다.
그는 한국 언론의 경제보도를 “미친 짓”이라는 표현하며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보도라고 비난했다. 최 기자는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파업 때 해고 처분을 받았다. 재심에서 정직 6개월 중징계를 받아 해고를 피했지만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뉴스타파를 떠나 KBS로 재입사해 본격 언론 비평을 하고 있다. 7일 최 기자와 KBS 신관 로비에서 만났다.
- ‘한국 언론 오도독’이라는 이름의 비평기사는 어떻게 쓰게 됐나
“2년 전 뉴스타파에서 이런 이름으로 런칭 해보자는 얘기가 있었다. 저는 혜택 받은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공영방송 기자로 수십 년간 일했고, 상업적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제 주변에 상업적 고민을 하는 기자들이 많았고 술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다.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출입처와 광고주에 얽매인 기자가 많았다. 경영대학원과 저널리즘 대학원을 나와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탐사보도 기자를 수십년 동안 해서 제가 비평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기자들 대부분이 출입처에서 다른 것을 생산하기에 나라도 해야 되겠다 생각했다”
최 기자가 KBS로 복귀하자마자 한 일은 자사 KBS 보도를 향한 비판이었다. 그는 “박정희와 KBS”라는 비평기사로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 정치인들보다 빨리 누워”버린 KBS의 박정희 관련 보도를 비평했다. 그는 장준하 선생의 두개골 부위에 망치로 맞은 것 같은 함몰 자국이 발견돼 타살 의혹이 있다는 KBS 보도에서 기사 초고에 있던 “독재”와 “유신”이라는 표현이 빠진 것을 폭로했다. 1970년대 KBS가 유신체제를 선전하려고 90회 이상 보도특집을 편성한 사실도 공개했다. 최 기자는 “지난 수 십 년의 독재, 권위주의 정권 시절 KBS는 국민에게 가해자였지만 한편으론 언론의 자유를 박탈당한 피해자였다는 추정도 자연스레 유추해 냈다. 그러나 KBS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KBS가 독재정권의 나팔수로 기능해 온 수 십 년 동안 KBS의 시청자들은 늘 피해자였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상업 신문사를 비판한 것이 아니다. KBS와 박정희 정권의 관계에 대해 과거 반성부터 철저히 시작해 비평기사를 쓴 것이다. 안에서도 이만큼 세게 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 한국 언론 오도독 비평기사에서 재계는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프레임, 서민경제는 어렵다는데 구조적 요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과거 정부가 경기부양책이라고 했던 재정정책이 단기 정책이라고 비난받는 상황 등 보수 언론의 여러 모순적 보도를 꼬집었다. 경제 보도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정성이다. 제가 계속해서 상업신문들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이 사람들은 장사가 부차적 목적이 아니고 주요 목적인 것 같아서다. 덧붙여 정파적 상업신문사라고 규정할 수 있다. 선정적으로 쓴다는 것은 연예인들 뒤태, 이런 선정적인 기사처럼 헤드라인만 보는 기사를 쓰는 것이다. 내용은 없다. 뒷받침하는 적절한 자료나 인터뷰, 논리가 상당히 부족하다. 조선일보만 100만 명이 본다고 한다. 매우 큰 언론사들인데 이런 식으로 저질로 값싸게 기사 쓰면서 정론지인 양 스스로 칭하는 신문사가 과연 외국에는 있나”
- 값싼 저널리즘과 비싼 저널리즘이라고 구분한 정의를 봤다
“저도 몇 년 전부터 축적해온 자료를 보고 이걸 다시 재구성해서 쓸 때 적어도 이틀 정도 걸린다. 굉장히 힘들다. 자료를 엄밀히 따져본다. 버리는 인터뷰도 많다. 그런데 포털 대문에 걸린 기사들을 보면 과연 몇 시간 만에 쓴 기사인지 모르겠다. 기껏해야 5시간 정도 걸린 것 같은 기사들이 보인다. 정말 쓰레기 같은 기사들이 많다. 일단 팩트가 새로워야 하고, 취재원도 새롭고 다양하게 나와 주면 좋은 데 항상 같은 논리에 같은 프레임, 같은 주장만 담은 기사들이 수백 개 쏟아진다. 노무현 정부 때 (쓴 비난) 기사를 Ctrl-C, Ctrl-V 하는 기사들도 굉장히 많다”
- 경제 저널리즘의 원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제 보도는 신중해야 하고 그다음에 취재원이 다양해야 한다. 자극적으로 쓰면 안된다는 말은 진보학자들이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진보·보수 모든 학자가 그래서 안 된다고 한다. 모든 경제 현상엔 작용과 반작용이 있고 다면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 1년 후 경제적 효과가 있을 수 있고 역효과가 나타날지 모른다. 경제학자도 미래를 모른다. 조심스럽게 추정하듯이 얘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 기사 헤드라인만 보면 지들이 다 안다.”
▲ KBS 최경영 기자.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김도연 기자)
- 경제보도가 곧 정파적이라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행복에 도움이 되고 사회 구성원 모두 복지를 누리는데 보수의 진보든, 진보의 진보든 간에 지금보다는 나아지는 방향으로 팩트를 얘기를 하고 담론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도 복지 정책을 확대하면 레드 컴플렉스에 갇혀서 빨갱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이 있다면 더 설득하고 선진국 모델과 담론을 제시해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한국 언론의 경제 보도를 보면 협박하고 공갈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복지 예산은 과거 정권도 다 늘렸다. 과거 정권이 10% 정도 복지예산을 늘렸고, 문재인 정부는 16% 정도다. 10% 늘리면 우파이고 16% 늘리면 빨갱이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 보편적 가치관 아래서 얘기하는 것이 언론인데 언론이 되레 옛날 낡은 사고에 갇힌 사람들을 빠져나오지 말라 하고 활발한 토론이라든지, 합의를 철저히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 행태 경제학 우파들도 선정적으로 경제가 나쁘다고 보도하면 사람들이 소비 안 하고 생산 위축되고 고용 위축되고 다시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벌어져 신중하게 보도하라고 한다. 올해 초부터 언론이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라는 말을 쓰는데 이 말은 2분기 연속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일 때만 쓴다. 최근 10년 동안 그런 적이 없다. 미친 짓이다.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쓴다”
- 경제보도에서 국외언론과 한국언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이 매월 경기 체감지수와 예상 지수를 발표한다. ‘당신들 경기가 어떨 것 같아?’라는 질문을 포함한 네 가지를 물어보는데 체감지수 같은 경우 2013년 1월부터 지금까지 100 이상(경기 호전)으로 넘어간 적이 딱 한 번 있다. 2014년 3월과 4월 한 달 사이 45까지 하락한다.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그 뉘앙스는 대단한 것이다. 이후 고작 올라봐야 80선이다. 지상파 방송이 미국이나 다른 국외언론처럼 장기 추세의 심리지수를 보여줘야 한다. 미국 언론에서는 백 년에 걸친 심리적 경기 추세를 보여준 적도 있다. 그 정도로 경제를 길게 본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선정적, 단기적, 표피적으로 보도한다. 그 보도에 여론이 안 좋아지고 자영업자들이 난리가 난다. 이런 보도가 계속되면 투표에 의지하는 집권 정부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단기 경기 부양책으로 가게 된다. 장기 경기 체질보다는 단기 정책으로 흐른다. 그러면 언론은 정부를 비판하면서 단기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근본 체질 개선을 운운한다. 자기들 보도 때문에 보수든 자유주의 정부든 단기 부양책으로 쏠리는데 그렇게 말한다. 악순환이 일어나고 소비 심리를 나쁘게 만들고 단기 부양책에 빠져들게 한다. 이게 한국 언론의 경제 보도 양태다”
- 국외언론 사례 중 극명하게 대조되는 사례를 든다면?
“국외언론의 경우 시장 같은 무형물, 예를 들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불안이 떤다거나 움츠러든다거나 공포에 질린다거나 이런 표현이 일단 헤드라인에 나오지 않는다. 무형물에 감정을 집어넣는 것은 모든 언론 기사에서 하지 말라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한국언론의 헤드라인만 보면 모두 공포에 떨고 있다. 한국언론에서 시장 대부분이 기업이다. 주식을 가진 사람, 또는 집 가진 사람만이 시장이다. 부동산만 해도 매도자와 매수자가 55대 45 정도 되고 집 가진 사람 중 10% 정도가 다주택자들인데 이런 사람들을 모두 시장으로 지칭한다. 이런 사람들이 불안에 떨면 시장이 세금 폭탄으로 인해 불안에 떤다고 한다. 국외언론의 경우 정유사에 불리한 법안이 나오면 환경회사에 꽤 유리한 법안이라고 나눠서 설명해 주는데 한국 언론은 정부 때문에 자동차 산업 폭삭 망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법안 하나 때문에 한 기업이 손해나는 것을 전체 시장으로 이야기한다.”
- 경제보도를 바꾸는 대안은 무엇일까? 비평기사에서 “그들을 무방비로 둬서는 우리사회에 미래가 없다”라고까지 했는데?
“현재 경제 보도는 프로파간다(선동)다. 계속 같은 사실을 약간의 허위를 곁들여서 반복한다. 아무리 양질의 보도를 가끔 해도 게임이 안 된다. 언론사들이 이런 조중동 식의 유사 가짜 보도를 퇴치하려면 굉장히 좋은 보도를 생산해야 하고 경제비평이나 미디어 감시 보도가 훨씬 많이 나와야 한다. 저 같은 사람이 100명 이상 나타나야 한다.”
- 출입처 중심의 취재 문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출입처에서 나온 자료를 받아쓰면 다 맞는 보도라고 자기들끼리 묻어버린다. 그게 주류로 형성돼 있다. 생산공정이 항상 같아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출입처에 가서 보도자료 보고 거기서 나온 사람들의 인터뷰를 딴다. 이런 내용이 기사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니까 바뀌지 않는다. 생산공정 혁신을 해야 한다. 저 역시 출입처가 없으니까 이렇게 쓸 수 있다.”
- 뉴스타파에서 장기 탐사보도 취재를 해왔고, 지금은 미디어비평을 한다. 뉴스타파와 KBS의 차이가 있다면?
“뉴스타파는 탐사보도에 특화된 언론사다. 단순 비교할 수 없다. KBS는 이것저것 다 해야 한다. 데일리 뉴스 하는 기자에게 당신도 나처럼 보도하라고 할 수 없다. 데일리 뉴스는 어쩔 수 없는 속보성 기사를 써서 뉴스화시켜야 한다. 이런 제한적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기존과 다른 뉴스를 생산할까 고민하고 생산공정을 혁신해야 한다. 국외 언론사들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법이다. 거대한 항공모함이라 확 바뀌지 않겠지만 KBS도 공부 많이 하는 것 같더라”
▲ KBS 최경영 기자.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김도연 기자)
-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본격 비평 프로그램이다 보니 특정 언론의 문제가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목적은 언론 비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론 비판을 통해 언론 자유를 함양하기 위한 것이다. 너희들이 잘못했으니 그래서 규제해야 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반동이다.”
- 저널리즘 J의 부족한 점도 보일 것 같다. 과거 미디어포커스와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달라졌나?
“저널리즘 J는 현재 바뀐 언론의 지형과 변화에 부합하려고 노력한다. 미디어포커스는 기자들이 탐사보도처럼 미디어 이슈를 발굴해서 팩트 보도를 한 꼭지로 해서 구성했는데 저널리즘 J는 토크쇼라서 콘텐츠가 날아가 버린다. 사흘 이상 팩트체크하지만 부정확한 내용이 나올 때도 있다. 제가 한국언론 오도독 같은 텍스트 기사를 쓰는 것도 콘텐츠가 날아가 버리는 한계 때문에 언제든 기록을 보고 찾아보게 만들고 싶어서다.”
- 방북하지 않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방북했다고 연합뉴스가 오보했을 때 저널리즘 J에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J의 순기능인가?
“워낙 명확한 사안이라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 언론의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사과나 정정 보도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보면 인터넷 기사라고 하더라도 내용을 수정하면 시간대를 명시해서 수정 내용을 밝힌다. 예를 들어 인터뷰이의 스펠링이 틀렸다면 인터뷰이가 지적하거나 독자들이 항의한 적도 없는데 자기들이 발견해서 고치고 기사 하단에 써준다. 그게 진짜 좋은 언론사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게 정직한 것이다.
한국 언론은 정직하지 않다. 마치 사과하는 것을 마치 고관대작이 선심 쓰는 것처럼 아직까지 그런 태도를 보인다. 세월호 참사 때는 기사를 삭제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자기들이 잘못 썼다고 지금 쪽팔린다고 슬그머니 삭제해 버린다.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올 때 비행기 안에서 기자간담회 하면서 국내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했을 때 기자들이 대통령을 만나기 힘든 것을 고려하면 국내 문제를 질문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왜 시민들이 기레기라는 반감을 품고 욕하는지도 이해해야 한다. 당신들은 왜 국외 언론처럼 행동하지 않느냐, 정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서 꼼수 부리고 권리만 주장하니 뻔뻔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 자유한국당은 편향 보도 등을 이유로 KBS 수신료를 강제 징수하지 못하도록 방송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이명박근혜 정부 때 프리덤 하우스와 국경없는기자회가 매긴 언론자유지수가 내려갔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사람들이 온갖 언론 탄압을 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무리하게 정연주 사장을 불법 해임했다. 박근혜 정부 세월호 참사 때 KBS 보도와 편성에 개입·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문제에 한마디도 안 하고 사과도 안 한다. 지난 일에 철저하게 잘못했다 사과하고,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종사자들한테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이다. 언론자유와 국민의 표현 자유를 우리가 헤쳤다고 고백하고 미안하다,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사과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수신료 징수든 법안 문제든 얘기하자. 정말 뻔뻔한 사람이다.”
출처 “한국 언론 경제 보도는 미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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