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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한테 2억원 챙기고 통상임금 소송 취하한 노조위원장

사장한테 2억원 챙기고 통상임금 소송 취하한 노조위원장
JW생명과학, 통상임금 소송 중에 노조위원장에게 2억여 원 줘
위원장은 곧바로 소송 취하…조합원들 뒤늦게 사실 알고 재소송

[한겨레]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9-02-17 11:51 | 수정 : 2019-02-17 15:07


▲ 제이더블유(JW)생명과학 누리집 갈무리(왼쪽), 픽사베이 이미지(오른쪽)

한 중견기업의 전직 노조위원장이 대표이사에게 2억여 원의 금품을 받고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준철)는 지난 1일 제이더블유(JW)생명과학의 차 아무개 대표이사에게 수표 1억7200만 원과 회사에 진 빚 3000만 원을 면제받는 대가로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한 혐의(배임수재, 업무상 배임)로 기소된 이 회사 전직 노조위원장 박 아무개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씨에게 2억200만 원을 준 차 대표도 배임증재 혐의가 인정돼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한겨레>가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JW생명과학 노동자들은 2015년 5월 회사에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는 ‘최고장’을 보냈다. JW생명과학에서는 매년 700%의 상여금이 지급됐다. 하지만 이 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수당과 퇴직금 등을 적게 받았으니 2012년 5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발생한 임금 부족분을 달라는 취지였다.

2013년 12월 18일 야근 및 휴일 근무 등 각종 수당을 정하는 기준인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금이 포함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온 이후 많은 노조가 회사에 임금 부족분을 요구하거나 소송을 시작했다. JW생명과학도 그런 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였다. 회사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자 JW생명과학 노동자 65명은 2015년 11월 10일 수원지법에 임금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 진행 책임은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박 씨가 맡았다.

그런데 황당한 일은 이듬해인 2016년에 벌어졌다. 차 대표가 2016년 10월 21일 개인 대출을 받아 1억7200만 원을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손 아무개 상무에게 전달하고, 손 상무는 다음날인 10월 21일 이 돈을 박 씨에게 전달한 것이다. 박 씨는 손 상무에게 1000만 원짜리 수표 17장과 100만 원짜리 수표 2장을 받은 뒤 바로 담당 변호사에게 전화해 “회사와 원만하게 합의가 됐으니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하라”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실제 통상임금 소송은 취하됐다. JW생명과학 쪽은 박 씨의 회사 대출금 3000만 원도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박 씨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약속했다. 차 대표와 박 씨 등은 추후 법정에서 이 돈이 퇴직 위로금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통상임금 소송을 낸 노동자들은 박 씨가 소송을 취하한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박 씨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그 이유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소송 취하 사실을 알고 2017년 3월 다시 수원지법에 임금청구 소송을 냈다. 우여곡절 끝에 제기된 두 번째 소송에 참여한 48명은 지난 1월 수원지법 민사13부(재판장 김동빈)에서 청구한 금액 1억3500만 원 전액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박 씨가 첫 소송을 취하해 소멸시효가 지난 2012년 5월부터 10월까지의 임금 부족분은 결국 받지 못했다. 이 기간 임금 부족분은 1100여만 원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JW생명과학 쪽 관계자는 “박 씨가 당시 소송을 내는 등의 방식으로 회사를 괴롭혀왔다. 그러다가 사표를 쓰겠다고 하면서 위로금을 요구해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대출을 받아 지급한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 처리하면 최소 1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려 대표이사가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박 씨에게 전달된 돈은 위로금이지 결코 통상임금 소송 취하의 대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문제가 되는 돈이었으면 (추적이 가능한) 수표로 지급할 이유가 없다. 또 어차피 다시 소송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굳이 박 씨에게 소송 취하를 요구할 이유도 없었다. 당시 돈을 전달한 손 상무가 현재는 퇴직했는데, 자신의 책임을 면하려고 사실이 아닌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항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손 상무가 박 씨에게) 사직을 권고하면서 그 대가 금액을 조율하는 단계에서부터 계속하여 소취하 요청은 이뤄졌던 것으로 보이고, 소취하 관련 부분에 대한 진행 경과도 차 대표에게 지속해서 보고되었다”고 보고 차 대표에게도 유죄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을 대리했던 법무법인 감천의 서수완 변호사는 “민사소송의 경우 소를 취하하더라도 6개월 이내에 다시 소를 제기하면 첫 소송의 소멸시효 중단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그나마 피해가 크지 않았다. 박 씨가 소를 취하한 것을 모른 채 6개월이 지난 뒤에 소송을 냈다면 대부분의 임금 부족분을 아예 받을 수 없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동자들에게 법이 정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회사의 당연한 의무다. 1심 판결대로라면 회사가 노조위원장에게 돈을 주고 소송을 취하시킨 셈인데, 이는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출처  [단독] 사장한테 2억원 챙기고 통상임금 소송 취하한 노조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