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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조 왜 만들었냐고? 화장실도 마음껏 못 간다”

“네이버 노조 왜 만들었냐고? 화장실도 마음껏 못 간다”
국내 IT업계 최초 노동조합 네이버 오세윤 지회장
[오마이뉴스] 김종훈 | 19.03.05 21:50 | 최종 업데이트 : 19.03.05 21:50


▲ 경기 성남시 정자동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외관 ⓒ 김종훈

▲ 지난달 20일 네이버 노동조합 첫번째 단체행동 모습 ⓒ 네이버노동조합

"노조를 왜 만들었냐는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어요. 솔직히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네이버라고 일하는 사람들이 없나요? 노동자들이 있으니 노조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오세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 위원장(이하 지회장)이 4일 오후 <오마이뉴스>를 만나 서두에 꺼낸 말이다.

지난해 4월 국내 IT업계 최초로 네이버 노동조합을 만든 뒤, 그는 매순간 "노조를 왜 만든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아왔다. 네이버라는 IT공룡기업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한 것 자체가 특이한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설립 과정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오세윤 지회장은 "네이버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과정은 굉장히 자연스러웠다"면서 "2018년 초 내부 불만이 <블라인드>라는 앱을 통해 표출됐고, 오픈채팅방에서 의견이 모아져 자연스레 오프라인 모임까지 이어졌다. 이것이 계기가 돼 노조가 탄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설립과정에서 사측의 반발은 없었냐'라는 질문에 오 지회장은 "조합원들의 뜻을 모은 뒤에는 큰 어려움 없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지난해 1월부터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3개월 뒤인 2018년 4월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네이버 노조의 별칭 '공동성명'은 '함께 행동해 네이버를 깨끗하게 성장시킨다'는 뜻이다.

네이버 노조는 전 계열사 직원에게 '노동조합 선언문'을 이메일로 보내면서 노조 출범을 알렸다.

선언문에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초기의 수평적 조직 문화가 수직 관료적으로 변했다. 복지는 후퇴했으며, 포괄임금제와 책임근무제로 우리는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네이버는 변화가 필요하며, 이러한 변화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변화의 출발은 노동조합"이라고 명시했다.

네이버노조는 본사 직원뿐 아니라 라인플러스와 네이버웹툰 등 전 계열사의 직원들까지 가입할 수 있게 문을 열었다.

▲ 네이버노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오세윤 지회장 ⓒ 김종훈


“설립 이후... 쉽지 않은 과정의 연속”

그러나 이후의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첫 교섭테이블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새로운 노사문화가 만들어지는 데 좋은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인사말을 건넸지만 15차례나 이어진 교섭에서 양쪽은 한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오 지회장은 "합리적인 휴식권 보장 등 단 하나의 요구도 실현되지 않았다"면서 "회사를 만날 때마다 대화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라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일관되게 '네이버 서비스와 회사 운영방향 등에 대한 투명한 소통'과 '네이버 및 계열사 등 전 임직원 대상 정당한 대우 요구' 등을 촉구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물으니 오세윤 지회장은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네이버 서비스의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직원도 네이버의 방향성이 어떤 것인지 알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네이버가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노동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있다"면서 "네이버 손자회사 컴파트너스 노동자들의 낮은 연봉은 차치하더라도 응대율 관리라는 명목 아래 그들은 화장실도 마음껏 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근무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조가 회사와 교섭을 벌였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섭은 결렬됐다. 이후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양측에 2회에 걸쳐 '안식휴가와 전 직원 대상 인센티브 지급 기준에 대한 설명' 등을 포함하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협정근로자의 범위가 조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조정위의 중재안을 거부했다. 사측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이행할 필수인력을 뜻하는 '협정근로자'를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안까지 거부되자 네이버 노동조합은 조합원 투표를 통해 지난달 20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서 IT업계 최초로 쟁의행위를 펼쳤다. 점심시간인 12시부터 30분 동안 진행된 행사에는 조합원 300여명이 참여했다.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꿀벌 탈인형을 쓰고 등장했고, 프로야구 SK와이번스의 최정 응원가를 개사한 구호도 나왔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조합원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사측에 회사 운영 방향 등에 대해 투명하게 소통할 것, 자회사·손자회사 노동에 대해 정당하게 대우하고 네이버 본사가 책임질 것, 권한을 가진 이해진 총수가 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네이버는 창업 후 거의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해 왔다. 2017년에는 연매출 4조 6785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조 1792억 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돌아간 성과급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오 지회장은 이 부분에서 "회사는 인센티브에 대한 지급 근거를 투명화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 네이버 본사 1층에는 네이버 노동조합이 준비한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 김종훈

▲ 네이버노동조합의 목소리 "소통" ⓒ 네이버노동조합


“이해진 총수의 결단 필요”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네이버 노조의 교섭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노조 내부에서는 실패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 노동조합이 다른 IT업계 노동조합 탄생의 밑거름이 됐기 때문인데, 카카오와 게임업계 대표주자인 넥슨의 노동조합 탄생이 그것이다.

특히 넥슨 노동조합의 경우, 네이버 노조보다 뒤늦게 설립됐지만 포괄임금제 폐지 등 79개 조항을 포함하는 단체협약안을 지난달 20일 이끌어냈다.

오 지회장은 이 부분을 설명할 때 가장 표정이 밝았는데, 그는 "IT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노동조합이 탄생할 수 있도록 네이버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네 개 지회가 연대하고 소식지를 만들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세윤 지회장은 "결국 교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양보, 그중에서도 이해진 총수의 결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오 지회장은 "사측은 지금까지 결정권 없는 임원들만 나와서 시간만 끌었다"면서 "모두가 알 듯 네이버는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오피서(GIO)라는 직함을 가진 이해진 총수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네이버 노조에는 약 20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했으며 이중 본사 직원이 1200여명 정도 된다. 전체 직원 25~30% 정도 가입한 상황이다.

오 지회장은 "조합원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 "조합원들이 한데 모여서 목소리를 내고 더 많은 사람이 모여 더 큰 목소리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사측이 응답하지 않는 사태가 지속되면 필요에 따라 지금보다 더 큰 쟁의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네이버 노조는 오는 6일 두 번째 쟁의 행위에 돌입한다. 이어 이달 말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산하 IT업계 노조들과 연대해 대규모 쟁의 행위를 벌일 계획이다. 20일 집회가 예정대로 열린다면 이 또한 IT 업계 최초의 '연대투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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