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광고압박 없다”던 삼성, 교묘한 광고 통제

“광고압박 없다”던 삼성, 교묘한 광고 통제
2017년 5월부터 23개월 동안 삼성 광고
조선일보 230회 한겨레 60회, 이재용 1심 공판 뒤 본격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 2019년 03월 28일 목요일


“광고를 통해 언론사에 압박을 가하지 않겠다.”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1차 국회 청문회에 나와 한 발언이다. 당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구시대 유산 하나 더 청산하자. 광고를 통해 언론사에 압력을 가하지 않겠다. 삼성과 이재용에 대한 비판 기사가 있더라도 광고를 통해 압박하지 않겠다. 이 자리에서 약속하라”고 압박했고 이재용은 마지못해 “(압박을) 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의 약속은 지켜졌을까.

이재용이 박근혜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기 직전인 2017년 5월부터 지난 22일까지 23개월 동안 삼성전자가 주요 일간지에 집행한 광고를 보면 “광고를 통해 언론사에 압박을 가하지 않겠다”는 말은 면피성 발언에 가까웠다. 비판 언론에 차별 대우와 언론 길들이기는 계속됐다.

▲ 지난 2016년 12월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1차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최근 23개월 동안 삼성전자 광고를 가장 많이 받은 신문사는 조선일보(230회)였다. 이어 동아일보(204회), 한국일보(201회), 경향신문(172회), 서울신문(163회), 국민일보(139회), 중앙일보(103회), 한겨레(60회) 순이었다. ‘꼴찌’ 한겨레는 ‘1등’ 조선일보의 4분의 1수준(26.1%)에 불과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차이도 유의미했다. 2017년 5월 집행내역을 비교하면 한겨레는 14회, 경향신문은 8회였다. 그러나 그해 6~12월 한겨레는 4 → 2 → 3 → 2 → 1 → 1 → 1회로 급전직하했는데 경향신문은 4 → 9 → 6 → 10 → 13 → 9 → 14회로 올랐다.

2018년 집행 내역도 한겨레는 27회에 불과했지만 경향은 87회에 달했다. 23개월 전체를 놓고 봐도 경향신문은 172회, 한겨레는 60회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경향신문의 35%에 불과했다.

한겨레 관계자는 “한겨레와 경향을 분리시켜 차별 대우하면서 진보 블록 형해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향신문 기자들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비판하는 기획 보도가 무산되자 편집국장 사퇴를 요구하며 “독립언론 경향신문이 기업과 정부 눈치를 보며 광고를 얻는 것 밖에 상상하지 못하는 곳이 됐느냐”고 반발했다.

조선일보는 이재용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삼성그룹이 크게 흔들릴 때도 광고 집행에 큰 변화가 없었다. 2017년 6월 한겨레 광고가 급전직하할 때도 조선일보의 월별 삼성 광고는 2017년 6월 14회에서 시작해 10 → 8 → 12 → 14 → 14 → 12회(12월)로 변동의 폭이 크지 않았다.

종합하면 삼성 광고와 관련해 조선일보를 필두로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이 ‘1그룹’으로 묶이고 경향신문과 서울신문·국민일보 등이 ‘2그룹’으로 뒤따르고 있다. 중앙일보와 한겨레가 뒤처지는 가운데 한겨레는 중앙일보의 60% 수준에 불과했다.

업계는 삼성의 광고 압박이 이 부회장의 뇌물죄 1심 공판이 한창이던 2017년 5월 본격화했다고 본다. 당시 삼성은 총수 일가에 비판적이었던 한겨레, 중앙일보, JTBC, SBS 등에 광고 집행을 크게 줄였다. 특히 삼성 일가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중앙일보에 대한 광고 통제는 이례적이었다.

▲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기 직전인 2017년 5월부터 올해 3월 22일까지 삼성전자가 주요 일간지에 집행한 광고 내역. 자료=미디어오늘

▲ 2017년 05월 01일부터 2019년 03월 22일까지 일간지에 실린 삼성 광고 횟수. 디자인=안혜나 기자

한겨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양상우 한겨레 사장은 그해 9월 “현대기아차, SK, CJ, 한화 등 총수가 형사 처벌을 받은 다른 기업의 경우 관련 보도를 이유로 이처럼 폭력적 광고 집행 행태를 보인 적이 없다. 특정 언론에 광고탄압을 가하는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신문사 가운데 삼성에 가장 비판적인 한겨레의 삼성 광고가 8개 종합일간지 가운데 ‘꼴찌’라는 점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올들어 지난 22일까지 약 석달치 삼성 광고 집행내역을 보면 한겨레는 이후에도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이 시기 서울신문(19회), 한국일보(18회), 조선일보(17회), 동아일보(15회), 국민일보(14회), 경향신문(12회), 중앙일보(12회), 한겨레(5회) 순이다.


출처  “광고압박 없다”던 삼성, 교묘한 광고 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