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민주노총은 왜 국회 담장을 넘었나
민주노총, 국회 앞 강경 투쟁 왜?
민주당은 경사노위 합의 살리기에 집중
왜구당은 정부 노동정책 공격에 몰두
그 사이 민주노총 목소리는 관심 밖
[한겨레] 이지혜 기자 | 등록 : 2019-04-07 15:41 | 수정 : 2019-04-07 15:56
지난 3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민주노총 간부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논의를 막겠다며 국회 울타리를 넘다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철제 울타리가 넘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죠. 이튿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유섭 토착왜구당 의원은 유인태 국회 사무처 사무총장에게 “민주노총의 위법행위에 강력 대응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습니다. 보수언론도 “국회 담장 무너뜨리고 진입시도한 민주노총” 등의 제목을 달아 비판 기사를 냈고요. 하지만 단순히 민주노총의 위법행위를 꼬집는 일만으로 탄력근로제 논의의 맥락을 이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민주노총은 왜 국회 담장을 넘어서까지 국회에 들어가려 했을까요?
국회는 지난 3일 오전부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논의키로 했습니다. 앞서 김학용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토착왜구당)은 지난해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달라”고 공식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에 경사노위는 급하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꾸려 논의를 시작했어요. 지난 2월 경사노위는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주도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까지 확대하자는 노사 합의를 가까스로 이뤄냈고, 논의 경과를 모아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지난 3일은 경사노위 합의를 바탕으로 국회가 탄력근로제 개편을 논의하는 날이었지요.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경사노위 합의 내용을 그대로 담아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밀었습니다. 노사의 타협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죠. 이는 난항에 빠진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대화 불씨를 되살리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최근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본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하는 과정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계층별 대표 3인이 반발하며 오도 가도 못하는 지경에 빠져있거든요. 한국노총과 경총은 합의에 힘을 싣기 위해서라도 본위원회 의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요, 계층별 대표 3인은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며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경사노위 관계자들은 내심 국회에서 빨리 답을 내려 탄력근로제 논의를 종결하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반면 토착왜구당은 경사노위 합의에서 더 나아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추가 논의가 필요하단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나아가 탄력근로제뿐만 아니라 선택적 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로시간제 전반을 함께 논의하자고 합니다. 지난 3일 열린 고용노동소위는 지난 5일 본회의를 앞두고 3월 임시국회에서의 마지막 논의 기회였는데, 논의의 범위를 큰 폭으로 넓혀버린 것입니다. 이런 여야의 공방을 지켜본 한 여당 쪽 환노위 관계자는 “야당이 성과 낼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토착왜구당에서 나온 탄력근로제 관련 발언을 살펴보면 확실히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빠르게 처리할 마음은 없어 보입니다.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토착왜구당 의원은 오전부터 수차례 “밤 새서라도 처리한다”며 벼르더니 산회할 때는 “하루 종일 앉아서 얘기하다 보니 힘들다. 내일이든 모레든 시간 되면 만나서 얘기하겠다”며 눙쳤습니다.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탄력근로제 도입의 경제적 효과’ 토론회에서 축사한 나경원 토착왜구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들어보면 그 의도가 엿보입니다. 나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많은 국민들이 절망하고 있다. 저는 단순히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주 52시간에 대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며 “빨리 처리하는 것보다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논의를 지렛대 삼아 정부·여당의 노동정책 전반을 공격하려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치열한 여야 논의에 민주노총이 낄 틈이 없다는 점이지요. 논의의 출발점이 경사노위다 보니 경사노위에 참가하지 않은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논의에서 완전히 소외됐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 탄력근로제 도입 계획을 밝힌 기업은 3.8%에 불과했음에도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민주노총의 의견은 반영될 틈이 없었죠. 고용노동소위가 열린 3일 오전부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국회 고용노동소위 회의 참관을 요청하며 국회 진입을 시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민주노총에 “그러게 경사노위 들어가지 그랬어?”라고 따져 물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민주노총에 책임을 묻기에는 이미 국회 논의 테이블 위에 경사노위 합의를 넘어서는 주장과 요구가 잔뜩 올라와 있습니다.
결국 지난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산회했습니다. 민주노총의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민주노총이 원하는 대로 된 거지요. 국회 앞에 모여있던 200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5시 40분께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취소 소식을 전해 듣고는 ‘동지가’를 합창하며 해산했어요. 여야는 오는 8일부터 시작될 4월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논의를 다시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야의 의견 차이가 워낙 큰 데다 장외에서 민주노총의 반발도 크다 보니 적잖은 진통이 예상됩니다.
출처 그날 민주노총은 왜 국회 담장을 넘었나
민주노총, 국회 앞 강경 투쟁 왜?
민주당은 경사노위 합의 살리기에 집중
왜구당은 정부 노동정책 공격에 몰두
그 사이 민주노총 목소리는 관심 밖
[한겨레] 이지혜 기자 | 등록 : 2019-04-07 15:41 | 수정 : 2019-04-07 15:56
▲ 3일 오전 국회 정문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등을 촉구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참관을 요구하며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담장을 넘어 국회 경내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지난 3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민주노총 간부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논의를 막겠다며 국회 울타리를 넘다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철제 울타리가 넘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죠. 이튿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유섭 토착왜구당 의원은 유인태 국회 사무처 사무총장에게 “민주노총의 위법행위에 강력 대응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습니다. 보수언론도 “국회 담장 무너뜨리고 진입시도한 민주노총” 등의 제목을 달아 비판 기사를 냈고요. 하지만 단순히 민주노총의 위법행위를 꼬집는 일만으로 탄력근로제 논의의 맥락을 이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민주노총은 왜 국회 담장을 넘어서까지 국회에 들어가려 했을까요?
국회는 지난 3일 오전부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논의키로 했습니다. 앞서 김학용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토착왜구당)은 지난해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달라”고 공식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에 경사노위는 급하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꾸려 논의를 시작했어요. 지난 2월 경사노위는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주도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까지 확대하자는 노사 합의를 가까스로 이뤄냈고, 논의 경과를 모아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지난 3일은 경사노위 합의를 바탕으로 국회가 탄력근로제 개편을 논의하는 날이었지요.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경사노위 합의 내용을 그대로 담아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밀었습니다. 노사의 타협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죠. 이는 난항에 빠진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대화 불씨를 되살리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최근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본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하는 과정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계층별 대표 3인이 반발하며 오도 가도 못하는 지경에 빠져있거든요. 한국노총과 경총은 합의에 힘을 싣기 위해서라도 본위원회 의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요, 계층별 대표 3인은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며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경사노위 관계자들은 내심 국회에서 빨리 답을 내려 탄력근로제 논의를 종결하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반면 토착왜구당은 경사노위 합의에서 더 나아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추가 논의가 필요하단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나아가 탄력근로제뿐만 아니라 선택적 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로시간제 전반을 함께 논의하자고 합니다. 지난 3일 열린 고용노동소위는 지난 5일 본회의를 앞두고 3월 임시국회에서의 마지막 논의 기회였는데, 논의의 범위를 큰 폭으로 넓혀버린 것입니다. 이런 여야의 공방을 지켜본 한 여당 쪽 환노위 관계자는 “야당이 성과 낼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토착왜구당에서 나온 탄력근로제 관련 발언을 살펴보면 확실히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빠르게 처리할 마음은 없어 보입니다.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토착왜구당 의원은 오전부터 수차례 “밤 새서라도 처리한다”며 벼르더니 산회할 때는 “하루 종일 앉아서 얘기하다 보니 힘들다. 내일이든 모레든 시간 되면 만나서 얘기하겠다”며 눙쳤습니다.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탄력근로제 도입의 경제적 효과’ 토론회에서 축사한 나경원 토착왜구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들어보면 그 의도가 엿보입니다. 나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많은 국민들이 절망하고 있다. 저는 단순히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주 52시간에 대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며 “빨리 처리하는 것보다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논의를 지렛대 삼아 정부·여당의 노동정책 전반을 공격하려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치열한 여야 논의에 민주노총이 낄 틈이 없다는 점이지요. 논의의 출발점이 경사노위다 보니 경사노위에 참가하지 않은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논의에서 완전히 소외됐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 탄력근로제 도입 계획을 밝힌 기업은 3.8%에 불과했음에도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민주노총의 의견은 반영될 틈이 없었죠. 고용노동소위가 열린 3일 오전부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국회 고용노동소위 회의 참관을 요청하며 국회 진입을 시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민주노총에 “그러게 경사노위 들어가지 그랬어?”라고 따져 물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민주노총에 책임을 묻기에는 이미 국회 논의 테이블 위에 경사노위 합의를 넘어서는 주장과 요구가 잔뜩 올라와 있습니다.
결국 지난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산회했습니다. 민주노총의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민주노총이 원하는 대로 된 거지요. 국회 앞에 모여있던 200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5시 40분께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취소 소식을 전해 듣고는 ‘동지가’를 합창하며 해산했어요. 여야는 오는 8일부터 시작될 4월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논의를 다시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야의 의견 차이가 워낙 큰 데다 장외에서 민주노총의 반발도 크다 보니 적잖은 진통이 예상됩니다.
출처 그날 민주노총은 왜 국회 담장을 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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