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파업'이라고 부르지 못한 이유는?
[해설] 화물연대 파업 '불법' 논란... 표준운임제, 운송료 인상 등 3대 쟁점
[오마이뉴스] 최지용 | 12.06.26 09:56 | 최종 업데이트 12.06.26 14:15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갔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이들의 구호는 지난 2003년과 2008년에도 똑같았다. 4년 만에 총파업이지만 이들의 요구는 그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정부 태도 역시 비슷하다. 마치 재방송을 보는 듯하다.
화물연대 측은 이번 파업의 가장 첫 번째 요구로 '표준운임제'를 제기한다. 지난 파업 당시 정부가 제도 개설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와 약속을 충실이 이행하고 있다"고 강변했지만 이를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 당시 약속사항이었던 운송료 19% 인상, 2009년 표준운임제 도입 등은 모두 현실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합의 이후 개별 사업장 별로 진행된 운송료 인상 협상 결과 실질적인 인상률은 6~8%에 머물렀다. 표준운임제 또한 도입기로 한 약속 시한을 넘긴 상태에서 정부는 올해 6월에 들어서야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으로 중재안을 내고 추진 중이었다. 이를 두고 '약속이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화물운송업계의 현실을 생각하면 권고안은 전혀 실효성이 없는 제도라는 게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그밖에 이번 파업의 모든 쟁점 사안에서 정부와 화물연대의 시각차는 아주 크다.
[쟁점1] '불법행위' 강조하는 정부와 '불법'이 될 수 없는 파업
이를 사안별로 보기 전에 이번 파업 자체를 놓고 정부와 화물연대가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부터 살펴봐야 한다. 매번 비슷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불법파업'을 강조하던 정부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같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만 정부는 대국민 담화문 등에서도 이번 파업을 '파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번에는 '집단운송거부'라는 말을 사용한다. 여기에 '특수고용노동자'라는 화물운송업계의 특성이 있다. 택배업, 퀵서비스,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학습지 교사 등도 이에 포함된다. 알고 보면 '표준운임제'를 비롯해 대부분의 논란이 여기서 시작한다.
'특수고용노동자'는 회사에 소속돼 노동법 등 제도적 보호를 받으며 일을 하는 노동자와 다른 위치에 있다. 기업에서 부여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그 관계는 '고용' 관계가 아닌 '계약' 관계이다. 고가의 대형 트럭을 운송업체가 구입해 회사를 운영할 경우 그 비용이 높기 때문에 차량을 소유한 화물운송노동자와 계약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운송을 맡긴다. 해당 업체의 일을 하지만 그 업체의 '노동자'가 아닌 사실상 '자영업자'인 것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화물연대를 노동자 집단이라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게 되면 현재 화물운송노동자들이 감당하는 차량운행과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업체의 몫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를 규정한 법을 기준으로 화물연대의 운행중단 자체가 '불법'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쉽게 말해 자영업자가 자기 가게 문을 닫는 걸 가지고 '불법'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매번 비슷한 사안에서 '불법파업'이라며 엄포를 놓던 정부도 이번에는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를 자행할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즉각 구속하는 등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경우의 수'를 붙였다. 마치 현재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불법적인 것'처럼 착시효과를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화물연대의 파업이 불법이 아님을 방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쟁점2] '국가물류'라면서 표준운임제는 왜 시행 못하나?
표준운임제는 택시의 요금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운송거리만큼 일정한 요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이는 화물업계의 후진적 다단계 하청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2003년부터 화물연대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안이다.
현재는 운송해야 할 물건을 가진 수출입업체가 대형 운송사에 이를 위탁하고 대형운송사가 알선업체나 중소운송사에 다시 위탁하고 이를 또 한 번 영세운송사들이 받아 최종적으로 화물운송노동자들에게 전달된다. 실제로 운송노동을 하는 노동자에게 오기까지 3~4단계를 거치는 구조다.
화물연대 측에 따르면 부산에서 서울까지 컨테이너 왕복운임은 최초 대형운송사에 갈 때 123만 원이었던 것이 그다음 단계를 거치며 96만 원, 86만 원, 78만 원으로 떨어진다. 중간 단계의 서류업무만 하는 업체에서 전체 운송료의 약 37%를 가져가는 것이다. 대형운송사가 결정하는 운임은 지난 2008년 9% 인상된 후 2011년에 다시 9% 인상됐다지만 그 사이 폭등한 기름값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표준운임제는 대형운송사가 운송요금을 결정하는 하향식 구조를 벗어나 화물운송노동자가 실제로 운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기준으로 최소수입을 보장하는 상향식 운임결정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이 같은 내용에 합의하고 국무총리실에 '표준운임제도입추진위원회'를 구성해 2010년 10월부터 1년간 시범사업 및 용역평가를 실시했다.
시행단계를 밟고 있던 표준운임제가 다시 쟁점 사안으로 떠오른 것은 최근 정부가 제도를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고 권고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중재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측은 법적강제가 없을 경우 대형운송업체가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현재 구조에서 충분한 이익을 내고 있는 업체들이 법적강제가 없는 상황에서 유가인상 등 실운송비용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할 리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이 제도를 시행하기 어려운 이유 역시 대형운송업체와 화물운송노동자 사이의 특수고용형태인 '계약' 관계에 있다. 권도협 국토해양부 장관은 표준운임제의 법적 강제 요구에 "정부가 사인 간의 계약 특성을 고려해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분명 화물 운송이라는 노동의 대가로 운임을 지불하는 형태지만 사용자와 노동자 개념이 아닌 사업자와 사업자 사이의 계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놓고 "국가 물류를 볼모로 집단운송거부를 강행한 것"이라고 비난한 담화문을 보면 정부 태도에 모순이 보인다. '국가물 류'라고 할 정도로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공공의 영역을 '사인의 계약관계'에 맡겨놓겠다는 이야기다.
[쟁점3] 유류비 지원한다는데 화물운송노동자는 왜 힘든가
화물연대의 파업 직후 정부는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5개 부처 공동담화문에서 화주와 운송업체에 "상생협력 차원에서 화물운전자들의 운송료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운송료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표준운임제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지만 비현실적인 운송료는 화물운송노동자들에게 당장 닥친 현실의 문제다.
화물연대 측 자료에 따르면 한 달 운송수입으로 900만 원(총거리 8395km)을 받는 화물운송노동자 A씨의 순수입은 고작 69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수입의 58%가 유류비용이고 운송업체에서 가져가는 알선료와 지입료가 12%에 이른다. 고속도로통행료 등 유류비를 제외한 차량운행비용과 최소생활비용 등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이것도 월 300시간가량을 일했을 때 결과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데에는 기름값 인상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4/4분기에 1800원 대에 올라선 경유가격은 올1/4분기에 1830원까지 치솟았다. 2008년 1/4분기에 1470원 대였던 것이 4년 사이에 24%가량 오른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부산에서 수도권까지 왕복 운송료는 72만5200원에서 77만5000원으로 7% 인상되는데 그쳤다.
화물연대는 당장 닥친 이 문제를 수입(운송료) 증가와 비용(유류비) 절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대형운송업체들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상황에서 충분히 운송료를 인상할 여력이 있고, 일정 세수 감소가 있더라도 정부가 면세유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여기에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는다. 우선 운송료 인상부분은 실질적인 협상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일정 이상의 인상률을 약속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는 대형운송업체가 결정할 일이다. 정부도 이점을 인정하고 담화문에 나타난 것처럼 화주와 운송업체에 운송료 현실화를 촉구하고 있다.
면세유 지급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 유가 급등 당시 정부는 교통세에 탄력세유을 운영해 휘발유를 54원, 경유를 35원씩 낮춘 바 있다. 화물연대는 면세유 지급으로 약 8000억 원가량의 세수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운송료 인상의 주체인 대형운송업체들이 교섭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화물운송노동자들과 직접 계약관계가 아닌 하청에 하청 관계로 연결돼 있다. 전체 운송료를 결정하는 이들 대신 중소운송사들만 참여한 교섭에서 운송료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재 1조5000억에 달한다는 정부의 유류보조금을 받는 것도 개별 화물운송노동자가 아니다. 바로 이 대형운송사들이다. 운송료 책정이 하향식 구조이기 때문에 유류보조금도 같은 방식으로 내려간다. 그렇기 때문에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지원효과는 별로 없다. 결국 대형운송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혼란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꼴이다. 이들이 파업 사태의 책임자 가운데 한 주체로 나설 필요가 있다.
출처 : 정부가 '불법파업'이라고 부르지 못한 이유는?
[해설] 화물연대 파업 '불법' 논란... 표준운임제, 운송료 인상 등 3대 쟁점
[오마이뉴스] 최지용 | 12.06.26 09:56 | 최종 업데이트 12.06.26 14:15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운송을 거부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25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의왕내륙물류2터미널(ICD)에 수많은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 유성호 |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갔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이들의 구호는 지난 2003년과 2008년에도 똑같았다. 4년 만에 총파업이지만 이들의 요구는 그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정부 태도 역시 비슷하다. 마치 재방송을 보는 듯하다.
화물연대 측은 이번 파업의 가장 첫 번째 요구로 '표준운임제'를 제기한다. 지난 파업 당시 정부가 제도 개설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와 약속을 충실이 이행하고 있다"고 강변했지만 이를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 당시 약속사항이었던 운송료 19% 인상, 2009년 표준운임제 도입 등은 모두 현실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합의 이후 개별 사업장 별로 진행된 운송료 인상 협상 결과 실질적인 인상률은 6~8%에 머물렀다. 표준운임제 또한 도입기로 한 약속 시한을 넘긴 상태에서 정부는 올해 6월에 들어서야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으로 중재안을 내고 추진 중이었다. 이를 두고 '약속이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화물운송업계의 현실을 생각하면 권고안은 전혀 실효성이 없는 제도라는 게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그밖에 이번 파업의 모든 쟁점 사안에서 정부와 화물연대의 시각차는 아주 크다.
[쟁점1] '불법행위' 강조하는 정부와 '불법'이 될 수 없는 파업
이를 사안별로 보기 전에 이번 파업 자체를 놓고 정부와 화물연대가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부터 살펴봐야 한다. 매번 비슷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불법파업'을 강조하던 정부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같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만 정부는 대국민 담화문 등에서도 이번 파업을 '파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번에는 '집단운송거부'라는 말을 사용한다. 여기에 '특수고용노동자'라는 화물운송업계의 특성이 있다. 택배업, 퀵서비스,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학습지 교사 등도 이에 포함된다. 알고 보면 '표준운임제'를 비롯해 대부분의 논란이 여기서 시작한다.
'특수고용노동자'는 회사에 소속돼 노동법 등 제도적 보호를 받으며 일을 하는 노동자와 다른 위치에 있다. 기업에서 부여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그 관계는 '고용' 관계가 아닌 '계약' 관계이다. 고가의 대형 트럭을 운송업체가 구입해 회사를 운영할 경우 그 비용이 높기 때문에 차량을 소유한 화물운송노동자와 계약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운송을 맡긴다. 해당 업체의 일을 하지만 그 업체의 '노동자'가 아닌 사실상 '자영업자'인 것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화물연대를 노동자 집단이라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게 되면 현재 화물운송노동자들이 감당하는 차량운행과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업체의 몫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를 규정한 법을 기준으로 화물연대의 운행중단 자체가 '불법'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쉽게 말해 자영업자가 자기 가게 문을 닫는 걸 가지고 '불법'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매번 비슷한 사안에서 '불법파업'이라며 엄포를 놓던 정부도 이번에는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를 자행할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즉각 구속하는 등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경우의 수'를 붙였다. 마치 현재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불법적인 것'처럼 착시효과를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화물연대의 파업이 불법이 아님을 방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쟁점2] '국가물류'라면서 표준운임제는 왜 시행 못하나?
▲ 현재 화물운송업계 구조. ⓒ 화물연대 |
표준운임제는 택시의 요금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운송거리만큼 일정한 요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이는 화물업계의 후진적 다단계 하청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2003년부터 화물연대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안이다.
현재는 운송해야 할 물건을 가진 수출입업체가 대형 운송사에 이를 위탁하고 대형운송사가 알선업체나 중소운송사에 다시 위탁하고 이를 또 한 번 영세운송사들이 받아 최종적으로 화물운송노동자들에게 전달된다. 실제로 운송노동을 하는 노동자에게 오기까지 3~4단계를 거치는 구조다.
화물연대 측에 따르면 부산에서 서울까지 컨테이너 왕복운임은 최초 대형운송사에 갈 때 123만 원이었던 것이 그다음 단계를 거치며 96만 원, 86만 원, 78만 원으로 떨어진다. 중간 단계의 서류업무만 하는 업체에서 전체 운송료의 약 37%를 가져가는 것이다. 대형운송사가 결정하는 운임은 지난 2008년 9% 인상된 후 2011년에 다시 9% 인상됐다지만 그 사이 폭등한 기름값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표준운임제는 대형운송사가 운송요금을 결정하는 하향식 구조를 벗어나 화물운송노동자가 실제로 운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기준으로 최소수입을 보장하는 상향식 운임결정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이 같은 내용에 합의하고 국무총리실에 '표준운임제도입추진위원회'를 구성해 2010년 10월부터 1년간 시범사업 및 용역평가를 실시했다.
시행단계를 밟고 있던 표준운임제가 다시 쟁점 사안으로 떠오른 것은 최근 정부가 제도를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고 권고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중재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측은 법적강제가 없을 경우 대형운송업체가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현재 구조에서 충분한 이익을 내고 있는 업체들이 법적강제가 없는 상황에서 유가인상 등 실운송비용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할 리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이 제도를 시행하기 어려운 이유 역시 대형운송업체와 화물운송노동자 사이의 특수고용형태인 '계약' 관계에 있다. 권도협 국토해양부 장관은 표준운임제의 법적 강제 요구에 "정부가 사인 간의 계약 특성을 고려해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분명 화물 운송이라는 노동의 대가로 운임을 지불하는 형태지만 사용자와 노동자 개념이 아닌 사업자와 사업자 사이의 계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놓고 "국가 물류를 볼모로 집단운송거부를 강행한 것"이라고 비난한 담화문을 보면 정부 태도에 모순이 보인다. '국가물 류'라고 할 정도로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공공의 영역을 '사인의 계약관계'에 맡겨놓겠다는 이야기다.
[쟁점3] 유류비 지원한다는데 화물운송노동자는 왜 힘든가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운송을 거부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25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의왕내륙물류터미널(ICD) 앞에서 열릴 화물노동자 총파업 출정식에 화물연대 노동자가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차량에 붙이고 있다. ⓒ 유성호 |
화물연대의 파업 직후 정부는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5개 부처 공동담화문에서 화주와 운송업체에 "상생협력 차원에서 화물운전자들의 운송료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운송료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표준운임제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지만 비현실적인 운송료는 화물운송노동자들에게 당장 닥친 현실의 문제다.
화물연대 측 자료에 따르면 한 달 운송수입으로 900만 원(총거리 8395km)을 받는 화물운송노동자 A씨의 순수입은 고작 69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수입의 58%가 유류비용이고 운송업체에서 가져가는 알선료와 지입료가 12%에 이른다. 고속도로통행료 등 유류비를 제외한 차량운행비용과 최소생활비용 등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이것도 월 300시간가량을 일했을 때 결과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데에는 기름값 인상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4/4분기에 1800원 대에 올라선 경유가격은 올1/4분기에 1830원까지 치솟았다. 2008년 1/4분기에 1470원 대였던 것이 4년 사이에 24%가량 오른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부산에서 수도권까지 왕복 운송료는 72만5200원에서 77만5000원으로 7% 인상되는데 그쳤다.
화물연대는 당장 닥친 이 문제를 수입(운송료) 증가와 비용(유류비) 절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대형운송업체들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상황에서 충분히 운송료를 인상할 여력이 있고, 일정 세수 감소가 있더라도 정부가 면세유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여기에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는다. 우선 운송료 인상부분은 실질적인 협상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일정 이상의 인상률을 약속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는 대형운송업체가 결정할 일이다. 정부도 이점을 인정하고 담화문에 나타난 것처럼 화주와 운송업체에 운송료 현실화를 촉구하고 있다.
면세유 지급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 유가 급등 당시 정부는 교통세에 탄력세유을 운영해 휘발유를 54원, 경유를 35원씩 낮춘 바 있다. 화물연대는 면세유 지급으로 약 8000억 원가량의 세수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운송료 인상의 주체인 대형운송업체들이 교섭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화물운송노동자들과 직접 계약관계가 아닌 하청에 하청 관계로 연결돼 있다. 전체 운송료를 결정하는 이들 대신 중소운송사들만 참여한 교섭에서 운송료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재 1조5000억에 달한다는 정부의 유류보조금을 받는 것도 개별 화물운송노동자가 아니다. 바로 이 대형운송사들이다. 운송료 책정이 하향식 구조이기 때문에 유류보조금도 같은 방식으로 내려간다. 그렇기 때문에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지원효과는 별로 없다. 결국 대형운송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혼란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꼴이다. 이들이 파업 사태의 책임자 가운데 한 주체로 나설 필요가 있다.
출처 : 정부가 '불법파업'이라고 부르지 못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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