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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언론과 종편

광주시민이 통합진보당 후신? 조선일보의 궤변

광주시민이 통합진보당 후신? 조선일보의 궤변
조선일보 기사와 사설엔 ‘5.18 망언 의원 징계하라’가 없다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 2019.05.04 11:34:13 | 수정 : 2019.05.04 11:45:27


“토착왜구당 황교안 대표가 3일 광주에서 옛 통합진보당 후신 단체 관계자들로부터 물세례를 맞는 봉변을 당했다.”

오늘(4일)자 조선일보 사설 <反대한민국 세력이 백주에 야당 대표에 물벼락> 가운데 일부입니다. 조선일보는 “현장에는 민주화 운동 유족들도 있었지만 옛 통진당 관련 단체가 황 대표를 비난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왜 이런 사설을 썼을까? 의도를 짐작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조선일보가 황교안 대표의 광주 방문에 항의하는 시민이 ‘순수한’ 광주시민이 아니라 ‘옛 통합진보당 관련 단체’라는 점을 강조해 ‘새로운 색깔론’을 제기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광주시민의 반발이 아니라
‘옛 통합진보당 세력’의 반발로 치부한 조선일보

그래서 토착왜구당의 ‘장외투쟁’에 반대하는 세력이 ‘순수한’ 대한민국 시민이 아니라 ‘일부’ 반대한민국 세력이라는 식의 프레임 짜기가 가동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에게 물세례를 하고, 광주 집회를 막은 게 광주시민과 5·18 유가족들이 아닌, ‘옛 통합진보당 세력’이라는 점을 강조해 광주시민과 이들 단체를 분리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4일) 조선일보 사설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언급돼 있는데 이 사설의 의도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통진당 세력은 현 정권 출범 이후 각종 시위 등을 주도하며 본격적인 부활을 꾀하고 있다. 통진당 해산을 반대하던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의 변화다 …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던 세력이 이제는 백주에 야당 대표에게 봉변을 가할 정도로 활개를 치고 있다. 조만간 이들이 민노총처럼 폭력 면허를 받은 듯이 폭력을 휘두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조선일보는 이번 사안을 황교안 대표에 대한 광주시민의 반발이 아니라 ‘잠잠하던 통진당 세력의 본격적인 부활’로 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백주 대낮에 야당 대표에게 봉변을 가할 정도로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는 매우 우려하는 사설을 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5.18 망언 사과하라’
‘5.18 망언 의원 징계하라’가 없는 조선일보 사설

오늘(4일) 조선일보 사설과 기사 등을 보면 마치 어제(3일) 광주 송정역 부근에 모인 사람들이 ‘옛 통합진보당’ 관계자들로 ‘부글부글’ 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요? 다른 신문들의 보도를 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오늘(4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토착왜구당 황교안 대표(62)가 3일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다가 시민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시민들은 ‘5·18 망언에 석고대죄하라’, ‘토착왜구당은 해체하라’고 외쳤다 … 규탄대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행사 전부터 광주송정역 광장에는 광주진보연대, 광주대학생진보연합 등 10여개 시민단체와 시민들 100여명이 ‘5·18 학살 전두환의 후예 토착왜구당 해체하라’, ‘5·18 망언 종북몰이 황교안 사퇴!’, ‘세월호 7시간,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황교안을 처벌하라’ 등 플래카드를 내걸고 집회를 했다.”
(경향신문 5면 <광주서 물세례 받은 황교안 한국당 장외투쟁에도 ‘찬물’>)

“3일 오전 토착왜구당이 주최하는 ‘문재인 스톱(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가 열릴 예정이던 광주광역시 송정역 광장. 집회 시작 30분 전인 오전 10시부터 이미 광장을 메운 사람들은 토착왜구당 지도부나 당원들이 아니었다. 집회를 반대하는 100여명의 광주 시민이었다. 황교안 토착왜구당 대표가 취임 뒤 처음으로 광주를 찾는다는 소식에 5·18 희생자 유족 10여명도 광장에 나왔다.”
(한겨레 5면 <광주에서 ‘물세례’ 받은 황교안…시민들 “석고대죄하라”>)

“이날 오전 10시30분 토착왜구당이 집회를 예고한 광주 송정역 앞 광장은 행사 시작 한시간 여 전부터 광주진보연대, 광주대학생진보연합 등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 100여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튼 채 ‘토착왜구당은 해체하라’, ‘학살정당 적폐정당 토착왜구당 박살 내자’, ‘5ㆍ18 학살 전두환의 후예 토착왜구당’, ‘황교안은 광주를 당장 떠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한국일보 4면 <물세례ㆍ욕설… 광주 간 황교안 ‘호된 신고식’>)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등이 보도한 기사 어느 곳에도 ‘옛 통합진보당 세력’이 황 대표를 비난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대목은 없습니다. 이건 그냥 조선일보의 ‘해석’이자 ‘관점’일 뿐입니다. 이걸 마치 사실인 것처럼 호도해서 보도하는 조선일보 – 정말이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언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오늘(4일) 한겨레를 보면 이런 대목이 있는데 ‘이 같은 내용’은 조선일보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경찰 20여명이 접견실 문 앞을 지키는 동안 5·18 희생자 유족들이 찾아와 황 대표와의 대화 및 사과를 요구했다. 한 희생자 유족은 ‘만나서 얘기만 하게 해달라. 우리는 할 말이 있다’고 사정했지만 결국 돌아서야 했다. 황 대표는 다른 문으로 접견실을 빠져나와 전북 익산행 열차를 탔다.”

어제(3일) 광주시민들이 황교안 대표의 광주행을 격렬하게(?) 막은 이유는 토착왜구당의 ‘5.18 망언’ 때문이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토착왜구당 일부 의원들의 ‘5.18 망언’과 이들에 대해 제대로 징계하지 않은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토착왜구당 지도부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습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광주시민이 황교안에게 항의한 이유는 ‘5.18 망언’ 때문
하지만 조선일보에는 없다!

그런데 조선일보 기사와 사설에는 이런 내용 대신에 오로지(!) 통합진보당 관계자들만 있는 것처럼 기사를 썼습니다. 다음과 같은 대목이 대표적입니다.

“통합진보당 후신(後身)인 민중당을 비롯한 10여개 좌파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둘러싸여 황 대표는 한때 역사(驛舍) 입구에서 포위되기도 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토착왜구당은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쳤고, 민중당 지지자들은 ‘이석기 내란음모는 조작’이라는 피켓을 들었다. 황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14년 통진당의 정당해산심판을 주도했다.” (조선일보 5면 <한국당 ‘호남선 투쟁’ 첫발 光州에서 물벼락>)

조선일보는 마치 어제(3일) 광주 송정역에 광주시민이 아니라 민중당 관계자와 지지자들이 ‘득실댄 것처럼’ 쓰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던 세력이 이제는 백주에 야당 대표에게 봉변을 가할 정도로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청와대를 폭파시키자”는 김무성 의원 발언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광주시민의 ‘분노의 물세례’ 정도에 <反대한민국 세력이 백주에 야당 대표에 물벼락>이라는 사설까지 쓸 정도면 6선의 대한민국 의원의 ‘청와대 폭파 발언’에는 1면 톱 기사와 해설기사,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맹비난했어야 하지 않나요?

김무성 의원을 내란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분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사실을 호도하면서까지 ‘통합진보당 때려잡기’에만 열을 올립니다 김무성 의원의 청와대 폭파 발언은 별 문제 아니라는 건가요?

▲ <이미지 출처=‘노컷V’ 영상 화면 캡처>


출처  광주시민이 통합진보당 후신? 조선일보의 궤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