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찢고, 하드 지우고, 서버 파묻고…증거인멸 ‘법위의 삼성’
군사작전 같은 증거인멸 13년
삼성화재, 2008년 폐기물업체 동원
보관하던 문서 새벽에 무더기 폐기
수사팀 진입 막고 조사 방해
지난해 MB 수사 때 압수수색 저지
직원 긴급 동원 하드디스크 떼내
서버 통째 은닉…수법 진화
데이터센터 수사받자 방식 바꿔
서버 숨기고, 전화 선호
[한겨레] 임재우 기자, 곽정수 선임기자 | 등록 : 2019-05-08 21:08 | 수정 : 2019-05-08 21:43
“기업윤리, 법규 준수, 데이터 무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바이오제약이다. 현장에는 혹시 모를 데이터 수정을 방지하기 위해 수정펜과 세절기조차 놓지 않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는 회계사기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런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7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 공장 마루 밑에 숨겨둔 서버 수십대를 압수했다. 세절기는 없는 대신 서버를 통째로 떼어내 바닥에 파묻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검찰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이 있을 때마다 그룹 차원의 조직적 증거인멸을 시도했던 ‘법 위의 삼성’ 행태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07년 12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삼성 비자금 수사에 나섰던 검찰은 새벽 1시에 긴급히 삼성증권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했다. 당시 직원들 개인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모두 떼어가고 자료를 폐기하는 등의 증거인멸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수사가 특검으로 넘어간 2008년 1월엔 삼성화재가 새벽에 폐기물 업체까지 동원해 보관중이던 문서들을 무더기로 폐기했다. 문서를 다 없애면 특검팀의 의심을 살 수 있어 일부 문서를 의도적으로 남겨뒀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검팀이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때는 단서가 될 만한 서류 대부분이 파기된 뒤였다.
지난해 2월 이명박 뇌물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은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검사와 수사관의 건물 진입을 1시간 넘게 막은 상태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긴박하게 컴퓨터 하드디스크들을 제거했다. 뒤늦게 진입한 검찰은 우연히 증거인멸 지시가 오간 메신저 대화창을 확인해 한 직원이 승용차 트렁크에 숨겨놓은 하드디스크 7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이 담긴 문건 등도 발견됐다.
삼성전자는 2012년 3월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다가 역대 최고액인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공정위 조사원이 휴대전화 가격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수원 사업장을 방문하자 미리 짜놓은 지침에 따라 정문에서 붙잡아 놓고 시간을 끌었다. 그사이 조사 대상 컴퓨터에 담긴 자료를 없애는 한편, 다른 컴퓨터로 교체했다. 삼성전자는 2005년과 2008년에도 공정위 조사 방해로 각각 5천만원과 4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공정위 제재 직후 비판 여론이 일자 삼성은 ‘법과 윤리를 위반한 임직원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듬해인 2013년 말 조사 방해를 주도한 임원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고, 다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팀장으로 영전시켰다.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반년 전에 서버부터 통째로 떼어낸 것은 과거 수사를 받으며 터득한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2007년 11월 검찰은 첫 압수수색 장소로 삼성증권 전산센터와 삼성SDS 데이터센터를 골랐다. 당시 검찰은 여러 날에 걸쳐 서버에 저장된 방대한 자료를 내려받았다. 12년 뒤 삼성은 그날을 교훈 삼아 아예 서버를 파묻는 방식을 택했다.
2016~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재용이 구속되고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론 흔적이 남는 문서보다는 ‘전화’를 선호하게 됐다는 내부 증언도 있다.
삼성 제조업 쪽 계열사 한 임원은 “미래전략실에서 사업지원TF 등으로 (통제) 단위가 바뀐 뒤에는 전화로 소통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문서는 한 방향으로만 전달되고 있다”고 했다. 계열사에서 TF로 보고할 때는 문서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TF에서 계열사로 지시가 내려올 때는 문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그룹 차원의 개입이나 지시가 십수년째 문제가 돼오면서 아예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증거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 아니겠느냐”며 “다들 그렇게 이해하고 가급적 전화로 소통한다”고 전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은 8일 “삼성이 여전히 국가 공권력도 무시하는 ‘법 위의 삼성’이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의 불법 행위에 대한 봐주기식 처분이 삼성의 변화를 막아온 만큼 이번 사건은 법대로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문서 찢고, 하드 지우고, 서버 파묻고…증거인멸 ‘법위의 삼성’
군사작전 같은 증거인멸 13년
삼성화재, 2008년 폐기물업체 동원
보관하던 문서 새벽에 무더기 폐기
수사팀 진입 막고 조사 방해
지난해 MB 수사 때 압수수색 저지
직원 긴급 동원 하드디스크 떼내
서버 통째 은닉…수법 진화
데이터센터 수사받자 방식 바꿔
서버 숨기고, 전화 선호
[한겨레] 임재우 기자, 곽정수 선임기자 | 등록 : 2019-05-08 21:08 | 수정 : 2019-05-08 21:43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장 바닥 여러 곳에 은닉해둔 이 회사 서버와 노트북들을 검찰이 찾아내 압수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혐의와 더불어 증거인멸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진은 검찰이 2018년 12월과 이달 압수수색을 진행한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 인천/연합뉴스
“기업윤리, 법규 준수, 데이터 무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바이오제약이다. 현장에는 혹시 모를 데이터 수정을 방지하기 위해 수정펜과 세절기조차 놓지 않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는 회계사기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런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7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 공장 마루 밑에 숨겨둔 서버 수십대를 압수했다. 세절기는 없는 대신 서버를 통째로 떼어내 바닥에 파묻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검찰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이 있을 때마다 그룹 차원의 조직적 증거인멸을 시도했던 ‘법 위의 삼성’ 행태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뜯고 찢고 지우고 감추고
2007년 12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삼성 비자금 수사에 나섰던 검찰은 새벽 1시에 긴급히 삼성증권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했다. 당시 직원들 개인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모두 떼어가고 자료를 폐기하는 등의 증거인멸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수사가 특검으로 넘어간 2008년 1월엔 삼성화재가 새벽에 폐기물 업체까지 동원해 보관중이던 문서들을 무더기로 폐기했다. 문서를 다 없애면 특검팀의 의심을 살 수 있어 일부 문서를 의도적으로 남겨뒀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검팀이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때는 단서가 될 만한 서류 대부분이 파기된 뒤였다.
지난해 2월 이명박 뇌물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은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검사와 수사관의 건물 진입을 1시간 넘게 막은 상태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긴박하게 컴퓨터 하드디스크들을 제거했다. 뒤늦게 진입한 검찰은 우연히 증거인멸 지시가 오간 메신저 대화창을 확인해 한 직원이 승용차 트렁크에 숨겨놓은 하드디스크 7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이 담긴 문건 등도 발견됐다.
삼성전자는 2012년 3월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다가 역대 최고액인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공정위 조사원이 휴대전화 가격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수원 사업장을 방문하자 미리 짜놓은 지침에 따라 정문에서 붙잡아 놓고 시간을 끌었다. 그사이 조사 대상 컴퓨터에 담긴 자료를 없애는 한편, 다른 컴퓨터로 교체했다. 삼성전자는 2005년과 2008년에도 공정위 조사 방해로 각각 5천만원과 4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공정위 제재 직후 비판 여론이 일자 삼성은 ‘법과 윤리를 위반한 임직원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듬해인 2013년 말 조사 방해를 주도한 임원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고, 다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팀장으로 영전시켰다.
진화하는 증거인멸 수법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반년 전에 서버부터 통째로 떼어낸 것은 과거 수사를 받으며 터득한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2007년 11월 검찰은 첫 압수수색 장소로 삼성증권 전산센터와 삼성SDS 데이터센터를 골랐다. 당시 검찰은 여러 날에 걸쳐 서버에 저장된 방대한 자료를 내려받았다. 12년 뒤 삼성은 그날을 교훈 삼아 아예 서버를 파묻는 방식을 택했다.
2016~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재용이 구속되고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론 흔적이 남는 문서보다는 ‘전화’를 선호하게 됐다는 내부 증언도 있다.
삼성 제조업 쪽 계열사 한 임원은 “미래전략실에서 사업지원TF 등으로 (통제) 단위가 바뀐 뒤에는 전화로 소통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문서는 한 방향으로만 전달되고 있다”고 했다. 계열사에서 TF로 보고할 때는 문서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TF에서 계열사로 지시가 내려올 때는 문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그룹 차원의 개입이나 지시가 십수년째 문제가 돼오면서 아예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증거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 아니겠느냐”며 “다들 그렇게 이해하고 가급적 전화로 소통한다”고 전했다.
‘초일류’를 표방하는 삼성이 반복적으로 증거 은폐 등 불법 행위를 하는 근본 배경에는 법과 윤리 준수 등 사회적 책임 이행보다는 총수 일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후진적 기업문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은 8일 “삼성이 여전히 국가 공권력도 무시하는 ‘법 위의 삼성’이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의 불법 행위에 대한 봐주기식 처분이 삼성의 변화를 막아온 만큼 이번 사건은 법대로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문서 찢고, 하드 지우고, 서버 파묻고…증거인멸 ‘법위의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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