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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정봉주 “BBK라는 판도라 뚜껑 열리기 시작”

[단독 인터뷰] 정봉주 “BBK라는 판도라 뚜껑 열리기 시작”
검찰 향하는 박영선 의원 차안에서 수감 전 마지막 인터뷰
“오늘은 진실이, 내일은 거짓이 구속될 것…감옥에 있는 쥐 다 잡겠다”

[하니Only] 김보협 기자 | 등록 : 20111226 12:02 | 수정 : 20111226 21:52


▲ 이른바 ‘BBK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퍼뜨려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 선고받은 정봉주 전 의원이 26일 낮 구속 수감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송지영씨. 김태형 기자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체온 때문에 옆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면서 여름 징역의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런데 민주화운동 등으로 감옥에서 겨울을 나 본 사람들은 겨울 징역을 ‘곱징역’이라고 부른다.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담요 한 장으로 긴긴 겨울밤 추위와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고통 때문이다.

12월26일 곱징역을 살러 검찰에 출두하는 ‘BBK 저격수’ 정봉주(51) 전 의원을 만났다. 국회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서울 영등포 당사에 들렀다가 검찰로 향하는 박영선 의원 차 안에서 구속 수감 전 마지막 인터뷰를 했다. 정 전 의원은 “오늘은 진실이 구속되지만 내일은 거짓이 구속될 것”이라며 “이제 비비케이라는 판도라의 뚜껑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회를 물었다. “(교도소 생활은) 28년 만이에요. 나도 인간인데 왜 두렵지 않겠어요. 그런데 전장에 나가는 장수가 쫄면 나를 믿고 따르는 병사들,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쉽게 무릎 꿇지 않겠어요? 그분들을 믿고 굳건하게 싸울 겁니다. 12월이면 겨울도 곧 지나가요. 올라갈 때 힘들지 내려올 때는 뭐…. (옆에 있는 박영선 의원을 가리키며) 박 의원이 곧 구출해주지 않겠어요?”

정 전 의원이 구속된 것은, 지난 22일 대법원이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등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그의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관한 법은,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는 물론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해석 범위와 방법을 놓고 논란이 있어왔다. 박영선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관한 법 개정안을 정봉주 법으로 명명하고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정봉주 전 의원의 송별회에 몰려나온 ‘나는 꼼수다’(나꼼수)와 ‘미래권력들’ 회원들이 26일 낮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진입로 앞에 모여 있다.

정 전 의원은 특유의 천진스러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나한테 적용한 법이 미국에서는 1964년에 없어진 법이에요. 설리번 사건이라고 있어요.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뉴욕타임스> 손을 들어주거든. 정봉주법 개정되면 바로 나오는 거지 뭐….” 최고위원회 말미에는 “감옥에 쥐가 아주 많아요. 내가 고양이가 돼서 다 잡을 거야”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이 얘기한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 판결 결정문의 일부 대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그 어떤 법원도 미합중국의 법체계에서 정부에 대한 비방이 기소 대상이 된다는 판결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런 가능성조차 내비친 적이 없다.”

“공적인 이슈에 대한 토론은 방해받지 않아야 하고, 강력해야 하며, 널리 열려 있어야 한다는 원칙, 그러자면 정부를 향해 격렬하고 신랄하고 때론 불쾌할 정도로 날 선 공격이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에 온 나라가 충실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절대적 주권이 정부가 아닌 국민에게 있는 정치체제를 창조했으며, 우리의 정부 형태는 권력의 집중 혹은 권력 그 자체에 대한 불신에 기반해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다음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 때 주요 발언이다.

■ 정봉주 BBK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

저는 오늘 이명박 BBK 실소유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구속 수감된다. 국민 여러분 저를 구해주십시오. 저를 구하는 길은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다. 이번 다가오는 15일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 선거인단으로 모두 참여해 주세요.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민주통합당을 살리고 그 길이 저를 구해내는 길일 것이다. 저는 오늘 진실의 재단에 받쳐지지만 제가 구속 수감됨으로 인해서 BBK 판도라 상자는 다시 열릴 것이다.

오늘은 진실이 구속되지만 다음 차례는 거짓이 구속될 것이다. 그 거짓의 주범이 누구인지 국민은 분명히 알 것이다. 저는 구속되지만 구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BBK 진실을 향한 투쟁은 이제 시작되었고, 이 투쟁의 끝은 4.11총선에서의 승리, 내년 12월 정권탈환으로 이어지리라 굳게 믿으면서 감옥에서 당당하게 굽히지 않고 쫄지 않고 진실을 향해서 정권탈환을 위해서 끝까지 싸우겠다. 저를 구해 달라. 여러분의 참여가 저를 구할 것이다.


■ 박영선 정책위의장

제가 정책위의장으로서 마지막 발언을 하는 것 같다. 정책위의장으로서 마지막으로 국회에 제출할 법이 잠시 뒤 정봉주 의원과 좀 더 논의를 하겠지만, 바로 정봉주 법이다. 오늘 아침 미국에 LA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신문들도 ‘대한민국이 국민의 표현에 자유를 구속하고 있다. 정봉주의원의 수감의 바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기사를 여러 곳에서 쓴 바 있다.

이렇게 정봉주 의원이 구속되는 배경이 된 법이 바로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관한 법이다. 그런데 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관한 법은 그동안 해석에 범위와 방법을 놓고 여러 차례 논란이 있어왔다. 따라서 저희 민주통합당에서는 우리 잘못되어 있는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관한 법 개정을 정봉주 법으로 명명하고 이것을 국회에 제출할 생각이다. 그리고 국회에 제출하고 나서 이 법은 한나라당 의원들과도 지지하게 논의할 예정이다.

제2의 억울한 정봉주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 제가 정봉주 의원과 정봉주 의원이 서울지검에 가기까지 함께 동행을 한다. 오늘 함께 동행하는 분들의 복장에 빨간색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빨간색은 정봉주 의원의 억울함과 국민의 분노를 담는 색깔이다. 오늘 원혜영 대표님과 김진표 대표님도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오셨다. 정봉주 의원이 비록 오늘 감옥에 수감되지만 정봉주 의원과 저 그리고 김현미 의원이 밝혔던 BBK의 진실을 반드시 파헤쳐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국민 여러분 끝까지 지켜봐 달라.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고 저희는 믿고 있다.


출처 : [단독 인터뷰] 정봉주 “BBK라는 판도라 뚜껑 열리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