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비판한 조선 ‘김영철 숙청’ 오보
[신문읽기] 오보에 대해 정정하지 않는 언론,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기자 | 승인 : 2019.06.03 10:34:52 | 수정 : 2019.06.03 12:16:05
<“김영철은 노역刑, 김혁철은 총살”>
지난달 31일 조선일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실무 협상을 맡았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외무성 실무자들을 협상 결렬 책임을 물어 처형했다”는 내용입니다.
조선일보는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혁명화 조치(강제 노역 및 사상 교육)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는 보도 직후부터 사실 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조선일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북한 관련 오보가 많았던 데다 ‘현송월 총살’이라는 명백한 오보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정정과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언론이 바로 조선일보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1일 ‘대형 오보’를 1면에서만 낸 게 아닙니다. 3면 <대남·대미 협상라인 대거 교체, 남북·미북 대화 당분간 스톱>, <“하노이 실무협상 김성혜, 통역 신혜영 둘 다 정치범 수용소행”> 등에서도 조선일보는 김영철 숙청 내용을 단정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최소한의 신중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확신에 찬 보도였습니다. 조선일보 보도 내용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하노이 노딜’의 유탄을 맞은 고위 대남 일꾼으로는 ‘하노이팀’을 이끈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그의 참모였던 김성혜 통전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거론된다”
“김정은 정권이 ‘하노이 노딜’ 이후 취한 것으로 알려진 문책·숙청의 수위와 범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은 당 통일전선부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자강도에서 ‘혁명화 교육’(강제 노역 및 사상교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북한 소식통’, ‘고위 탈북자’ 등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한미 정보당국이나 책임 있는 정부 관계자의 ‘확인’은 없었습니다. 보도 직후부터 ‘오보’ 논란에 휩싸인 이유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송월 총살 오보’를 하고도 정정이나 사과를 하지 않는 언론이 조선일보이기 때문입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오늘(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들의 군인가족예술조조경연을 관람했고, 이 자리에는 조선일보에 의해(?) 숙청설이 나오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도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영상을 보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경연을 함께 보며 ‘웃는 얼굴로 박수까지 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자강도에서 ‘혁명화 교육’(강제 노역 및 사상교육) 중”이라고 했던 조선일보 보도가 완전한 오보였음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조선일보 ‘오보’는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노컷뉴스 보도내용 잠깐 보시죠.
“이번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는 그동안 우리측 당국자들도 극도로 경계심을 보여왔고, 심지어 외신들도 회의적이라는 보도를 앞다퉈 내보냈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과 외교관들이 김혁철 숙청설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거나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WP는 그러면서 조선일보의 과거 대행 오보 사례까지 끄집어 비판했다. WP는 지난 2013년 현송월이 포르노 비디오 판매 등에 연루된 혐의로 공개 처형됐다고 보도했지만, 그는 지난해 1월 멀쩡히 살아 서울을 방문했다고 지적했다.
BBC도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현송월 처형 오보, 전 인민군 총참모장 리용길 숙청 보도 등을 예로 들면서 ‘북한관리 숙청 보도를 다루는 데는 극도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경우는 단 한 명의 익명의 소식통만 인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물론 노컷뉴스가 지적한 것처럼 “조선일보가 보도한 여러 인물들 가운데 실제로 숙청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듭니다. 가능성을 남겨 두고 신중하게 확인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대북 소식통과 고위 탈북자가 취재원의 전부입니다. 저는 솔직히 대북 소식통과 고위 탈북자가 다른 사람인 지도 의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들이 북한 내부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가능할까요? 그것이 현실적으로 힘들고 가능하지 않다는 건 상식입니다. 허나 조선일보는 ‘두 명의 익명 취재원’을 말을 근거로 ‘숙청’을 확신에 가득찬 어조로 썼습니다. 결과는 대형 오보!
남은 건, 조선일보의 정정과 사과보도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김영철 숙청 오보’에 대해 사과할까요? ‘음란물 운운하며 현송월 총살 오보’를 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정정조차 하지 않은 조선일보입니다. 뭐 ‘이런 언론’이 다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보는 조선일보 기자와 데스크가 내고, 전 세계적인 망신과 부끄러움은 국민이 떠안게 되는 이 모순. 정말 화가 납니다.
출처 외신도 비판한 조선 ‘김영철 숙청’ 오보
[신문읽기] 오보에 대해 정정하지 않는 언론,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기자 | 승인 : 2019.06.03 10:34:52 | 수정 : 2019.06.03 12:16:05
<“김영철은 노역刑, 김혁철은 총살”>
지난달 31일 조선일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실무 협상을 맡았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외무성 실무자들을 협상 결렬 책임을 물어 처형했다”는 내용입니다.
조선일보는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혁명화 조치(강제 노역 및 사상 교육)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는 보도 직후부터 사실 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조선일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북한 관련 오보가 많았던 데다 ‘현송월 총살’이라는 명백한 오보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정정과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언론이 바로 조선일보이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현송월 총살’ 오보부터 ‘김영철 숙청’ 오보까지 … 뻔뻔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지난달 31일 ‘대형 오보’를 1면에서만 낸 게 아닙니다. 3면 <대남·대미 협상라인 대거 교체, 남북·미북 대화 당분간 스톱>, <“하노이 실무협상 김성혜, 통역 신혜영 둘 다 정치범 수용소행”> 등에서도 조선일보는 김영철 숙청 내용을 단정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최소한의 신중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확신에 찬 보도였습니다. 조선일보 보도 내용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하노이 노딜’의 유탄을 맞은 고위 대남 일꾼으로는 ‘하노이팀’을 이끈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그의 참모였던 김성혜 통전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거론된다”
“김정은 정권이 ‘하노이 노딜’ 이후 취한 것으로 알려진 문책·숙청의 수위와 범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은 당 통일전선부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자강도에서 ‘혁명화 교육’(강제 노역 및 사상교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북한 소식통’, ‘고위 탈북자’ 등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한미 정보당국이나 책임 있는 정부 관계자의 ‘확인’은 없었습니다. 보도 직후부터 ‘오보’ 논란에 휩싸인 이유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송월 총살 오보’를 하고도 정정이나 사과를 하지 않는 언론이 조선일보이기 때문입니다.
자강도에서 강제 노역 중이라던 김영철,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등장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오늘(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들의 군인가족예술조조경연을 관람했고, 이 자리에는 조선일보에 의해(?) 숙청설이 나오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도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 군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노동신문 캡쳐, 뉴시스>
실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영상을 보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경연을 함께 보며 ‘웃는 얼굴로 박수까지 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자강도에서 ‘혁명화 교육’(강제 노역 및 사상교육) 중”이라고 했던 조선일보 보도가 완전한 오보였음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조선일보 ‘오보’는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노컷뉴스 보도내용 잠깐 보시죠.
“이번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는 그동안 우리측 당국자들도 극도로 경계심을 보여왔고, 심지어 외신들도 회의적이라는 보도를 앞다퉈 내보냈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과 외교관들이 김혁철 숙청설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거나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WP는 그러면서 조선일보의 과거 대행 오보 사례까지 끄집어 비판했다. WP는 지난 2013년 현송월이 포르노 비디오 판매 등에 연루된 혐의로 공개 처형됐다고 보도했지만, 그는 지난해 1월 멀쩡히 살아 서울을 방문했다고 지적했다.
BBC도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현송월 처형 오보, 전 인민군 총참모장 리용길 숙청 보도 등을 예로 들면서 ‘북한관리 숙청 보도를 다루는 데는 극도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경우는 단 한 명의 익명의 소식통만 인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 <이미지 출처=노컷뉴스 홈페이지 캡처>
해외 언론도 비판한 조선일보 ‘김영철 숙청’ 오보…부끄러움은 국민의 몫
물론 노컷뉴스가 지적한 것처럼 “조선일보가 보도한 여러 인물들 가운데 실제로 숙청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듭니다. 가능성을 남겨 두고 신중하게 확인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대북 소식통과 고위 탈북자가 취재원의 전부입니다. 저는 솔직히 대북 소식통과 고위 탈북자가 다른 사람인 지도 의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들이 북한 내부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가능할까요? 그것이 현실적으로 힘들고 가능하지 않다는 건 상식입니다. 허나 조선일보는 ‘두 명의 익명 취재원’을 말을 근거로 ‘숙청’을 확신에 가득찬 어조로 썼습니다. 결과는 대형 오보!
남은 건, 조선일보의 정정과 사과보도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김영철 숙청 오보’에 대해 사과할까요? ‘음란물 운운하며 현송월 총살 오보’를 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정정조차 하지 않은 조선일보입니다. 뭐 ‘이런 언론’이 다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보는 조선일보 기자와 데스크가 내고, 전 세계적인 망신과 부끄러움은 국민이 떠안게 되는 이 모순. 정말 화가 납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출처 외신도 비판한 조선 ‘김영철 숙청’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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