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바이오젠 콜옵션 이어 ‘경영동의권’도 거짓 드러나
‘삼성에피스 합작계약서’ 입수
바이오젠, 애초 지분 15%이지만
새 제품 추가 등 10가지 동의권
삼성 ‘에피스 단독경영’ 사실상 불가
“소수주주 방어권 불과”하다면서
삼바, 동의권 조항 바꾸려고
2014~17년 TF까지 꾸려 타진
검찰, 관련 자료 다수 발견
[한겨레] 임재우 최현준 기자 | 등록 : 2019-06-14 06:00 | 수정 : 2019-06-14 07:58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의 핵심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2015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의 불법성 여부다.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전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는 부채(콜옵션)를 숨겨 회사 가치를 키웠고, 그대로 합병이 이뤄져 제일모직과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큰 이익이 돌아갔다. 그러나 합병 뒤 콜옵션을 숨길 수 없게 됐고, 콜옵션이 큰 부채로 잡히면서 삼성바이오는 자산보다 빚이 많은 완전자본잠식 위기에 놓인다.
이를 피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4조5천억원에 이르는 장부상 평가차익을 봤다. 결국 이재용한테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이 이뤄지기 전에는 삼성바이오의 부채(콜옵션)를 숨겼고, 이후 회사가 자본잠식 위기에 처하자 다시 회계기준을 바꿨다. 검찰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회계사기로 의심하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미국 업체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삼성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는 지분 85%에 이사 5명 중 4명을 선임할 권리를 가졌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는 2014년까지 삼성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종속회사)했고 회계처리도 이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2015년 들어 ‘지분 15%+콜옵션’ 조건으로 계약한 바이오젠이 복제약 판매허가로 삼성에피스 기업가치가 급등하자 지분의 절반(50%-1주)을 가져갈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져 회계처리 기준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바이오젠 공동지배’가 되기 때문에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13일 <한겨레> 취재 결과는 이런 삼성의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합작 단계부터 삼성이 공동지배를 전제로 삼성에피스 경영 전략을 수립했고, 이후 이를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한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합작투자계약서의 동의권 조항을 보면, 삼성바이오는 △지적재산권과 여타 제품 관련 자산의 매각 또는 양도 △새로운 제품 추가 △구조조정 등 10가지 중요 의사 결정 때 바이오젠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지분 85%를 가진 대주주지만 삼성바이오가 단독으로 자회사(삼성에피스) 경영 방향을 설정할 수 없었고, 반대로 지분율 15% 소수주주인 바이오젠은 핵심적인 사안과 관련한 결정권을 행사한 셈이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합작계약 수정을 시도한다. 삼성바이오가 바꾸려 한 계약의 핵심 내용은 삼성에피스 관련 주요 경영 판단에 바이오젠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었다. 특히 합작계약서에는 그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동의권 소멸’ 조항도 있다. 콜옵션을 행사한 뒤 바이오젠 지분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동의권을 잃는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이 보유한 동의권을 ‘실질적인 지배력’으로 보고 이를 없애는 방안을 논의한 자료를 다수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삼성에피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시도할 때 이재용에게 콜옵션 관련 보고를 했으며, 2015년에는 고한승 삼성에피스 사장이 직접 바이오젠 미국 본사를 여러 차례 찾아가 동의권 변경과 콜옵션 행사, 지분 매입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2017년에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 비밀조직인 ‘지분매입TF’(오로라 프로젝트)를 꾸려 동의권 조항 변경을 추진하다, 지난해 금융당국 조사가 시작되자 TF의 존재 자체를 숨기려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
그동안 삼성은 바이오젠이 가진 권리가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는 동의권이 아닌, ‘소수주주’의 ‘방어권’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바이오젠의 동의권을 없애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한 것이다. 한 회계전문 교수는 “동의권이나 콜옵션 조항 등을 보면, 사실상 바이오젠이 ‘갑’이고 삼성바이오는 ‘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젠의 동의권은 콜옵션 약정과 함께, 지난해 11월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잘못됐다고 판단한 주요 근거였다. 바이오젠 지분이 15%에 불과했지만, 주요 경영활동에 대한 동의권을 가지고 있어 삼성에피스를 공동지배했다고 본 것이다. 이는 2015년 중반까지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로 회계처리하다가, 그해 말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방식을 바꾼 행위는 고의적인 분식회계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홍순탁 회계사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후 지분 재매입을 집요하게 시도했던 것은 바이오젠의 동의권을 실제로 두려워했던 정황”이라며 “이는 ‘동의권=실질적인 지배력’으로 본 증권선물위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단독] 삼바, 바이오젠 콜옵션 이어 ‘경영동의권’도 거짓 드러나
‘삼성에피스 합작계약서’ 입수
바이오젠, 애초 지분 15%이지만
새 제품 추가 등 10가지 동의권
삼성 ‘에피스 단독경영’ 사실상 불가
“소수주주 방어권 불과”하다면서
삼바, 동의권 조항 바꾸려고
2014~17년 TF까지 꾸려 타진
검찰, 관련 자료 다수 발견
[한겨레] 임재우 최현준 기자 | 등록 : 2019-06-14 06:00 | 수정 : 2019-06-14 07:58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의 핵심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2015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의 불법성 여부다.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전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는 부채(콜옵션)를 숨겨 회사 가치를 키웠고, 그대로 합병이 이뤄져 제일모직과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큰 이익이 돌아갔다. 그러나 합병 뒤 콜옵션을 숨길 수 없게 됐고, 콜옵션이 큰 부채로 잡히면서 삼성바이오는 자산보다 빚이 많은 완전자본잠식 위기에 놓인다.
이를 피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4조5천억원에 이르는 장부상 평가차익을 봤다. 결국 이재용한테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이 이뤄지기 전에는 삼성바이오의 부채(콜옵션)를 숨겼고, 이후 회사가 자본잠식 위기에 처하자 다시 회계기준을 바꿨다. 검찰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회계사기로 의심하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미국 업체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삼성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는 지분 85%에 이사 5명 중 4명을 선임할 권리를 가졌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는 2014년까지 삼성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종속회사)했고 회계처리도 이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2015년 들어 ‘지분 15%+콜옵션’ 조건으로 계약한 바이오젠이 복제약 판매허가로 삼성에피스 기업가치가 급등하자 지분의 절반(50%-1주)을 가져갈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져 회계처리 기준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바이오젠 공동지배’가 되기 때문에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13일 <한겨레> 취재 결과는 이런 삼성의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합작 단계부터 삼성이 공동지배를 전제로 삼성에피스 경영 전략을 수립했고, 이후 이를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한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합작투자계약서의 동의권 조항을 보면, 삼성바이오는 △지적재산권과 여타 제품 관련 자산의 매각 또는 양도 △새로운 제품 추가 △구조조정 등 10가지 중요 의사 결정 때 바이오젠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지분 85%를 가진 대주주지만 삼성바이오가 단독으로 자회사(삼성에피스) 경영 방향을 설정할 수 없었고, 반대로 지분율 15% 소수주주인 바이오젠은 핵심적인 사안과 관련한 결정권을 행사한 셈이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합작계약 수정을 시도한다. 삼성바이오가 바꾸려 한 계약의 핵심 내용은 삼성에피스 관련 주요 경영 판단에 바이오젠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었다. 특히 합작계약서에는 그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동의권 소멸’ 조항도 있다. 콜옵션을 행사한 뒤 바이오젠 지분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동의권을 잃는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이 보유한 동의권을 ‘실질적인 지배력’으로 보고 이를 없애는 방안을 논의한 자료를 다수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삼성에피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시도할 때 이재용에게 콜옵션 관련 보고를 했으며, 2015년에는 고한승 삼성에피스 사장이 직접 바이오젠 미국 본사를 여러 차례 찾아가 동의권 변경과 콜옵션 행사, 지분 매입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2017년에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 비밀조직인 ‘지분매입TF’(오로라 프로젝트)를 꾸려 동의권 조항 변경을 추진하다, 지난해 금융당국 조사가 시작되자 TF의 존재 자체를 숨기려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
그동안 삼성은 바이오젠이 가진 권리가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는 동의권이 아닌, ‘소수주주’의 ‘방어권’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바이오젠의 동의권을 없애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한 것이다. 한 회계전문 교수는 “동의권이나 콜옵션 조항 등을 보면, 사실상 바이오젠이 ‘갑’이고 삼성바이오는 ‘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젠의 동의권은 콜옵션 약정과 함께, 지난해 11월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잘못됐다고 판단한 주요 근거였다. 바이오젠 지분이 15%에 불과했지만, 주요 경영활동에 대한 동의권을 가지고 있어 삼성에피스를 공동지배했다고 본 것이다. 이는 2015년 중반까지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로 회계처리하다가, 그해 말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방식을 바꾼 행위는 고의적인 분식회계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홍순탁 회계사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후 지분 재매입을 집요하게 시도했던 것은 바이오젠의 동의권을 실제로 두려워했던 정황”이라며 “이는 ‘동의권=실질적인 지배력’으로 본 증권선물위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단독] 삼바, 바이오젠 콜옵션 이어 ‘경영동의권’도 거짓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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