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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쌍용차 집회 과잉진압’ 최성영 총경, 금천서장 됐다

‘대한문 쌍용차 집회 과잉진압’ 최성영 총경, 금천서장 됐다
2012∼2013년 대한문 쌍용차 집회 과잉 진압했던 인물
법원 “최 총경 위법 진압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 판결도
“시민 탄압한 경찰, 조직에서 영전할 수 있다는 신호 우려”

[한겨레] 선담은 기자 | 등록 : 2019-07-15 14:16 | 수정 : 2019-07-15 21:03


▲ 2013년 12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정동빌딩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에 들어가려던 최성영 당시 서울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떠밀려 쫓겨나고 있다. 이날은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한 강제구인 소식이 전해진 날이었다. 류우종 기자

2012~2013년 서울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농성장에서 해고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과도한 경찰력을 행사하면서 인권침해를 저질러 ‘남대문 아이히만’이라고 불렸던 최성영 당시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이 15일 금천경찰서장에 취임했다. 시민사회 단체들을 중심으로 ‘경찰이 여전히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청은 지난 11일 경찰인재개발원 운영지원과장이었던 최성영 총경을 서울 금천경찰서장에 임명했다. 최성영은 2012~2013년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으로 재직하며 대한문 앞에서 진행된 쌍용차 해고자들의 농성 현장을 관리했던 실무자였다. 당시 그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내세워 시민들의 집회를 마구잡이로 해산시키거나 집회 참가자들을 불법적으로 체포하는 식으로 대한문 앞 쌍용차 집회를 방해해 ‘대한문 대통령’, ‘남대문 아이히만’(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의 실무 책임자)으로 불렸다.

▲ 2012년 11월 6일 당시 최성영 서울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이 서울광장에서 구호를 외치던 쌍용차 해고 노동자 이창근씨의 입을 틀어막고 얼굴을 밀쳤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성영은 2014년 1월 총경으로 승진한 뒤 같은해 충북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 2015년 충북 보은서장, 2016년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장, 2017년 경기 구리서장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2017년 12월)에는 경찰인재개발원 운영지원과장 등을 역임했다. (▶관련 기사 : 집회 방해자 ‘대한문 대통령’은 어떻게 승진했나?)

그러나 법원은 2017년 2월, 쌍용차 노조원 등이 국가와 최성영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경찰의 위법한 진압 책임을 인정해 “국가와 최성영이 원고들에게 2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관련 기사 : ‘대한문 대통령’ 최성영, 결국 쌍용차 노조에 손해배상) 지난해 8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도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과 해고 노동자들의 대한문 분향소 설치 및 집회 당시 경찰 대응과 관련해 “공권력의 과잉 행사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 사과 및 명예회복과 치유 방안을 마련하라”고 경찰에 권고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경찰청장의 사과나 소송 취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남대문 아이히만’ 시절 최성영의 집회 방해 활동과 인권침해를 경험한 노동자들과 시민사회 단체들은 과거 행적에 대한 아무런 반성과 사과가 없는 최성영을 서울의 한 지역 치안 책임자로 임명한 것은 부적절한 인사라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쌍용자동차 복직자인 고동민(43)씨는 지금도 2013년 4월 4일을 잊을 수 없다. 그 날 새벽 5시, 서울 중구청은 용역직원 50여명을 동원해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 노동자 농성 천막과 분향소를 10여분 만에 기습 철거했다. 당시 천막에서 잠자고 있던 고씨는 건장한 체구의 용역업체 직원 5명에게 끌려 나와 30분간 옴짝달싹 못 하게 길바닥에 눕혀 있었다. 그때 고씨의 눈에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바로 최성영이었다.

고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최씨에게 ‘농성장 철거가 다 끝났으니 용역들에게 날 풀어달라고 말해달라’고 했는데, 굉장히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웃었다. 수치심,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이 훼손된 기분이었다”며 “지금 최씨는 그때의 일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그런 사람이 이번 정부에서 다시 경찰서장이 됐다는 게 이해되지도 않고 분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 쌍용차를 비롯해 많은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때 앞장서 노동자들을 괴롭혔던 인물이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인사가 경찰 내부에서 ‘노동자와 시민을 탄압해 한동안 여론의 비판을 받아도 훗날 조직에서 영전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게 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2013년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 신분으로 대한문 쌍용차 집회에 참석했다가 ‘신변보호’를 명분으로 최성영이 지휘하는 여경들에 의해 이동을 제지당했던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 역시 “대한문 앞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와 시민의 인권을 침해한 최성영에게 대민 치안 업무를 맡길 것이라면 문재인 정부와 경찰은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를 왜 했나”라며 “피해 당사자들에게 이번 인사는 모욕적이고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이었던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경찰이 과거와 같은 인권침해를 다시 하지 않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그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은 최성영이 한 지역의 치안 책임자가 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경찰에겐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인권침해 문제가 여전히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출처  반성없는 경찰…‘대한문 쌍용차 집회 과잉진압’ 최성영 총경, 금천서장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