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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검사 약점 노출 막으려 피의자 구금에 면회까지 막은 검사

동료검사 약점 노출 막으려 피의자 구금에 면회까지 막은 검사
[경향신문] | 강진구 탐사전문기자 | 입력 : 2019.08.20 06:00 | 수정 : 2019.08.20 09:18


▲ 2017년 2월 1일 인천지검 강력부 검사가 동료검사를 협박한 혐의로 체포된 이모씨를 20일간 가족을 포함해 접견을 전면금지하라고 인천구치소에 통보한 문건

강력부 검사가 동료검사의 약점 노출을 우려해 30대 피의자를 협박죄로 구속한 뒤 20일간 독방에 수감하고 가족들과 면회나 서신교환까지 전면금지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2차 가해로부터 검사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으나 검사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막는데 급급해 피의자 인권을 지나치게 무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04년 국가인권위는 검사가 15일간 피의자의 접견·교통권을 전면 제한한데 대해 대검찰청에 시정권고 조치를 내린바 있다.

19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인천지검 강력부 ㄱ 검사는 2017년 2월 같은 검찰청에 근무하던 ㄴ 검사의 약점을 폭로하겠다는 문자를 보내다 긴급체포된 이모씨(38)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0일간 독방에 수용하고 접견·교통권을 전면 제한했다. 이로 인해 세무대행업을 하던 이씨는 구속기간중 가족들과 면회는 물론 사무실 직원들과 기본적인 업무연락도 할 수 없었다.

이씨는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재판에 넘겨지기 전까지 단 한번도 면회를 못했고 검찰로 송치된 첫날 부산에서 아버지가 면회를 왔다가 그냥 돌아갔다는 얘기를 나중에 교도관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조사도중 압수한 핸드폰으로 직원들과 거래처에서 나를 찾는 전화가 계속해서 오는데도 검사는 ‘뭐 이렇게 전화가 많이 오냐’고 짜증만 내고 통화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이씨는 초범임에도 이례적으로 1심에서 6개월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항소심에서 겨우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이씨는 구속수감중 발생한 거래처의 무더기 계약해지 사태와 손해배상소송 때문에 지금도 2년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거래처 입장에서는 영문을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아무 말도 없이 사무실도 나오지 않고 핸드폰으로 연락하면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으니 화가 많이 났을 것”이라며 “오죽하면 직원들이 경찰서에 실종신고까지 하러 갔겠느냐”고 했다. 그는 “검사가 구속기간중 직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업무처리를 지시하게 전화 한통만 하게 했어도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이씨를 수사했던 ㄱ검사는 ‘이씨에 대한 전면적인 접견·교통권 제한은 수사상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ㄱ 검사는 “당시 이씨가 제3자를 통해 ㄴ 검사의 명예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는 사실을 외부에 유출할 위험도 있었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있어 본인 동의를 거쳐 독방 수용과 함께 접견·교통권을 제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씨는 “ㄱ 검사는 접견·교통권제한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고 오로지 ㄴ 검사의 약점이 외부로 유출되지 못하도록 막는데만 신경을 썼다”고 했다. 그는 “독방수용에 대해서도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고 접견금지를 통보받고 동의서에 서명한 것은 구속수감되고 한참 지나서였다”며 “검사한테 잘못 보이면 불이익을 받을까봐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독방수용과 과도한 접견·교통권 제한 외에 단순 협박범에 불과한 이씨를 20일씩이나 구속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이씨는 긴급체포된 후 곧바로 모든 범행을 자백했고 현장에서 협박 문자 메시지가 담긴 핸드폰도 압수당해 공소유지에 문제도 없었다. 이씨가 폭로하려 한 ㄴ 검사의 약점 역시 허위사실도 아니고 외부에 알려질 경우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검사 개인이 감당해야할 비위행위에 불과했다. 피해자가 검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리수를 두며 수사를 진행했을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ㄱ검사는 2017년 2월 1일 이씨를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후 구속만기(10일)를 한차례 연장하며 20일간 구치소에 수감한 상태에서 무려 5차례나 불러 조사를 했다. 강력범죄도 아니고 이미 범행을 자백한 피의자를 상대로 구속만기를 채워가며 조사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경향신문이 수사기록을 확인한 결과 ㄱ 검사는 마지막 5차 피의자 신문이 이뤄진 2월 14일부터 2차 구속만기일인 2월 20일까지 6일간은 아무런 수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수사상 필요도 없이 일주일 가까이 구속기간만 연장한 셈이다.

이 검사는 “5차 신문조서 작성후 추가 피의자 신문은 없었지만 대검에서 압수한 핸드폰과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수사가 종결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ㄱ 검사는 5차 피의자 신문이 진행되기 사흘전 이미 대검의 포렌식 분석결과를 기초로 수사보고서 작성까지 끝낸 상태였다. 포렌식 분석작업을 기초로 마지막 피의자신문까지 마친 상태에서 ㄱ 검사는 이씨를 다시 6일간 접견·교통권을 전면적으로 차단된 채 구치소 독방에 가두게 한 셈이다. ㄱ 검사는 경향신문이 정보공개청구 결과를 기초로 마지막 6일간 구속연장 사유를 묻자 “시간이 오래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5차례 걸쳐 이뤄진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검사의 막말’ 역시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된다.

이씨는 “ㄱ 검사가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사법고시를 패스하려면 몇 년 준비해야 하는지 아냐. 네가 뭔데 그걸 뺏으려 하냐’, ‘내가 보기에 너는 정신병이 있는 듯 하다’, ‘네 속에 악마가 있으니 반성하며 살아라’등 인격을 모욕하는 발언을 수시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폭언 피해 주장에 ㄱ 검사는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매번 이씨를 조사할 때마다 수사관과 속기사를 입회시켰고 만약 폭언을 했다면 피의자 신문조서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씨는 “속기사가 입회한 것은 3회 피의자조사 작성 때부터”라며 “4회때는 수사관도 없었고 내가 도중에 진술을 거부하고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하니까 검사가 속기사도 내보내고 단 둘이 있는 가운데 반 협박조로 말을 했다”고 기억했다.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제3자의 입회 여부를 놓고 두 사람 주장이 정반대로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 2017년 2월 13일 인천지검 강력부 검사가 5차 피의자 신문를 마치고 작성한 수사과정 확인서. 수사종료시간이 오후 2시 45분으로 기재돼 있다. 해당 검사는 검찰수사관 000를 참여시킨 가운데 피의자 신문을 진행했다고 주장했으나 경향신문의 정보공개 청구결과 000수사관은 그날 12시 31분 청사를 빠져나간 후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보공개청구결과만 보면 ㄱ 검사 주장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7년 2월 13일 작성된 4회 피의자신문조서를 보면 조사는 오전 10시 37분에 시작돼 오후 2시 45분에 종료됐고 ㄷ 수사관이 전 과정을 지켜보고 참여한 것으로 서명이 돼 있었다. 하지만 ㄷ 수사관은 전자 입·출입기록상 피의자신문이 끝나기 2시간여전인 12시 31분에 청사를 빠져나간 후 되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ㄱ 검사가 실제로 피의자 신문에 참여하지 않았던 ㄷ 수사관의 서명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ㄱ 검사는 “직원들이 전자출입증을 찍지 않고 청사를 들어오고 나가는 경우가 많아 실제 청사 입·출입 시간을 전자 출입기록만을 갖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자출입기록으로는 확인이 되지 않지만 ㄷ 수사관이 12시 31분 청사를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피의자신문이 종료되는 것을 지켜본 후 서명을 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형사소송법 243조는 강압수사 방지와 신문기록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사가 피의자를 신문할 때 검찰수사관을 반드시 참여시키도록 하고 있다. ㄱ 검사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ㄷ 수사관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피의자를 신문한 것은 형사소송법 절차를 어긴 것이다. 동시에 수사관과 속기사가 항상 같이 입회해 피의자와 단둘이만 있는 자리에서 폭언을 할 수 없었다는 ㄱ 검사의 주장도 믿기 어렵게 됐다. 반대로 ㄱ 검사가 ㄴ 검사의 비위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까봐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만 ㄴ 검사를 거명하면서 참기 힘든 모욕을 줬다는 이씨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됐다.

한국 헌법학회장을 지낸 경북대 로스쿨 교수 출신의 신평 변호사는 두 사람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한 후 ‘검찰가족’으로 불리는 독특한 검찰 조직문화의 폐해를 지적했다.

검찰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로 ‘검찰가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검사 본인과 본가, 처가 식구까지를 모두 포괄해서 부르는 말로 검찰의 사건처리에서 특별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이러한 검찰의 조직문화에서 동료들간, 더욱이 같은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검사들 간의 배려는 유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ㄱ 검사는 이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번사건은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에서 초래된 재앙적 결과로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봅니다

동료 검사의 약점을 폭로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30대 사업가 이 모 씨를 20일간 독방에 수감하고 접견을 금지했던 ㄱ 검사는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인권침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다음은 ㄱ 검사와 일문일답.

- 이모씨는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검사가 폭언을 할 때 다른 사람은 없었고 검사 혼자서만 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나는 계장(검찰수사관)없이 단독 조사한적이 단 한 번도 없다”

- 청사 출입통제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결과를 보면 당시 피의자신문에 참여했다는 검찰 수사관 000은 (피의자 신문이 끝나기 2시간 전인) 낮 12시 31분에 퇴근한 후 다시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나오는데

“청사를 출입할 때 개인별로 지문인식을 하게 돼 있지만 그걸 한 사람 한사람별로 안 한다. 누가 해서 문 열리면 뒤따라 들어가는 식이다. 출입통제기록이 약간 좀 애매하게 나와 있는데 계장이 없는 상태에서 조서를 작성한다는 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서 내용을 보면 다 타이핑이 되어있다. 속기사도 앉아있는데 계장이 안 앉아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아무튼 피의자 신문조서상 조사 완료 시간은 오후 2시 45분이고 계장이 청사를 나간 시각은 12시 31분으로 나온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증거만 가지고 판단하면 당시 수사관은 입회할 수 없었는데.

“출입카드 자체가 아까 설명한 것처럼 다른 사람이 들어갈 때 같이 동행해서 들어갈 수도 있고 얼마든지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 그래도 자기가 몇 시까지 근무했는지 기록에 남기는 차원에서라도 출입카드를 찍고 나가지 않나

“전혀. 안 남긴다. 출입카드 기록 나중에 한번 보면 엉망일거다. 나갈 때 이거 안 찍고 나가는 경우 엄청 많다. 선배랑 후배랑 같이 간다고 하면 보통 후배가 찍는다.”

- 피의자 신문조서에 보면 검사가 신문도중 ‘악마의 본성’이라는 말을 꺼낸 대목이 나온다. 피의자 입장에서 이런 신문은 심한 모욕과 상처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나. 검사가 이런 정도 신문은 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이건 굉장히 중요한 질문 같은데 지난번 서면으로 답변한 걸로 대체해달라. (검사는 서면답변에서 “피의자가 악마의 본성을 드러내는 사실을 스스로 직시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게하려는 취지에서 한 질문”라고 주장했음)“

-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동료 검사의 약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을 쓴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압수한 핸드폰에 대한 포렌식을 통해 피의자 관점에서 외부에 드러나지 않길 바라는 사생활까지 건드려가면서 피의자를 압박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 부분은 범행동기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인데 피의자신문조서에는 반영이 돼 있지만, 공소사실에는 반영을 안 했다”

- 피해자가 검사라는 점을 제외하면 강력범죄도 아니고 통상의 협박범죄인데 구속기간을 한차례 연장하며 20일간이나 구속만기를 채워가며 조사를 할 만 한 다른 이유가 있었나.

“수사기간은 적절했다고 판단한다”

- 가족까지 포함해 20일간 접견교통권을 전면 제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수사상 필요에 의해서 그런 것이다. 피의자도 접견교통권 제한당하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동의를 했다.”

- 불이익을 받을까봐 마지못해 동의를 했을 거라는 생각은 안했나.

“어째든 그 부분은 수사관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이해를 해주길 바란다.

- 포렌식 분석도 끝나고 마지막 피의자신문을 마치고 6일 동안은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은 채 구속기간만 연장한 것 같은데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 난다. 지금 와서 그걸 기억하라고 하는 건 무리다”

- 2004년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15일간 피의자의 졉견교통권을 방해한 것은 과도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대검에 시정권고를 한 적이 있다. 그런 사실을 혹시 알고 있나.

“묻고 싶은 말이 뭔가”

- 20일간 접견·교통권을 전면 제한한 것이 적정하다고 주장하니까 묻는 말이다.

“난 적정하다고 판단한다”


출처  [단독][통제받지 않는 권력과 그늘]①동료검사 약점 노출 막으려 피의자 20일간 구금에 면회까지 막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