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사권을 사적 보복수단으로 활용한 검사
[경향신문] 강진구 탐사전문기자 | 입력 : 2019.08.21 06:00 | 수정 : 2019.08.21 07:26
현직검사를 상대로 약점을 폭로하겠다는 문자를 보내다 긴급체포된 후 20일간 독방에 구금되고 면회까지 제한당한 30대 사업가 이 모 씨(38) 사건은(경향신문 8월 20일 자 보도) 또 다른 ‘권력의 그늘’을 보여준다. 단순 협박범인 이 씨를 긴급체포하는 과정에 마약이나 조폭 등 강력범죄를 수사하는 인천광역수사대 경찰관 5명이 동원된 것이다. 더구나 검찰이 공식 지휘라인을 거치지 않고 사적인 라인을 통해 긴급체포 과정에 간여한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검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경찰을 사적인 보복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2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2017년 1월 말 인천광역수사대가 ㄴ 검사에 협박 문자를 보낸 이 씨를 긴급체포한 과정은 누군가의 사전 치밀한 시나리오가 없으면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긴박하게 진행됐다.
수사 기록상 인천광역수사대 강력범죄 수사팀 소속 경찰관 5명이 이 씨의 자택 주변에 잠복하고 있다가 이 씨를 긴급체포한 시각은 2017년 1월 24일 오후 10시로 나온다. 반면 피해자 진술조서 작성 시작 시각은 오후 9시 30분이었다. 피해 진술조서 작성부터 검거까지 30분 만에 모든 절차가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이 씨의 집과 광역수사대는 차로 이동해도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다. 피해자 진술조서 작성 이전부터 경찰이 긴급체포 작전에 나섰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당시 긴급체포 과정을 지휘했던 인천 광역수사대 강력범죄수사팀의 ㄹ 팀장(경위)은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피해사실을 접수한 후 팀원들 4명을 데리고 이 씨의 자택 주변에 대기하다 체포하기까지 3~4시간 정도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또 “사건 당일 오후 3시쯤 검사가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전화를 걸어와 사건처리에 대해 문의는 했지만, 피해자 진술조서 작성 전 별도의 피해 신고는 없었다”고 했다.
ㄹ 팀장 말이 사실이라면 경찰은 피해자 진술조서 작성은 물론 공식 피해 신고조차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의 지시로 이미 3~4시간 전부터 긴급체포를 위해 잠복근무에 들어간 셈이다.
이 씨의 체포 과정을 둘러싼 석연찮은 의문점은 이 뿐만 아니다. 이 씨를 체포한 광역수사대 경찰관들은 밤 10시가 넘어 긴급체포장을 검찰에 보냈고 당시 인천지검 강력부 소속 ㄱ 검사가 이를 처리했다. 통상 야간시간대 긴급체포 승인은 당직검사가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씨에 대한 긴급체포는 당직검사가 아닌 ㄱ 검사가 자신의 사무실에 대기하고 있다가 승인했다.
ㄱ 검사와 경찰 사이에 사전에 모종의 교감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게다가 인천광역수사대는 ㄱ 검사의 수사 관할하에 있어 ㄱ 검사와 이 씨를 체포한 경찰과는 평소 강력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서로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피해 검사인 ㄴ 검사 역시 사건이 발생하기 수개월 전까지 ㄱ 검사와 함께 강력부에서 근무했다. 이 씨를 체포한 경찰관과 수사 검사, 피해 검사가 모두 같은 수사지휘라인 선상에서 있었던 셈이다.
경찰은 이 씨를 긴급체포하자마자 모발과 소변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기도 했다. 감정 결과는 ‘음성’(마약 투약 혐의 없음)으로 나왔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이 씨를 마약사범으로 몰아간 것이다. 한마디로 검사가 개인의 사적 보복을 위해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사지휘권을 남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인천 광역수사대의 ㄹ 팀장은 “그날은 비번이라 퇴근하고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검사가 피해 신고를 하러 왔다고 해서 급하게 사무실에 나갔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검사라는 점을 제외하면 당시 상황이 집에서 쉬는 팀장을 급하게 사무실로 불러낼 만큼 긴박성이 요구됐는지는 의문이다. 당시 이 씨가 ㄴ 검사에게 보낸 협박 문자는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대검 홈페이지나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의 치부를 알리겠다’는 내용으로 재산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협박도 아니었다.
경찰 수사경력 30여 년의 ㅁ 수사관은 “광역수사대는 마약이나 조폭 등 강력범죄에 대한 기획 수사를 하는 곳”이라며 “개인 간에 주고받은 단순 협박 문자로 광역수사대 팀장이 쉬는 날에 사무실에 뛰쳐나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내가 ㄹ 팀장이라면 광역수사대가 아니라 가까운 경찰서나 주소지를 담당하는 경찰서를 찾아가라고 안내했을 것”이라고 했다.
ㄱ 검사가 동료 검사의 약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은밀하게 사건을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려다 보니 평소 수사 지휘하면서 알고 지내던 ㄹ 팀장을 불러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은 검사가 아닌 배우자를 상대로 피해자 진술을 받고 영장청구 때에도 피해자인 검사의 이름이나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익명으로 처리했다. ㅁ 수사관은 “경찰관이 배우자를 상대로 피해자 진술조서를 받는 것도 말이 안 되고 피해자 진술조서 없이 영장을 신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ㄹ 팀장은 ‘왜 ㄴ 검사를 상대로 직접 피해자 진술조서를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검사가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 대검에 보고해야 하는데 피해 검사가 그걸 꺼렸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ㄴ 검사를 상대로 한 피해자 진술조서는 영장청구단계에서 수사 검사가 따로 작성한 후 밀봉을 해서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안다”는 말도 했다. 한마디로 이 씨에 대한 경찰 수사는 검사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도록 검찰의 사적인 지휘에 의해 은밀하게 진행된 청부 수사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나 경찰 모두 ‘청부 수사는 말도 안 된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국가인권위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이 사건은 검찰의 수사 지휘나 요구 없이 피해자의 방문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에 착수하여 구속 송치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지검도 “경찰의 긴급체포 사실을 검사가 사전에 인지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라며“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피의자 소재 파악 후 자체 판단으로 긴급체포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인천지검은 피해자 진술조서 밀봉 제출 의혹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청구단계에서 피해자 진술조서는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밀봉해서 법원에 전달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장기간 추적 취재를 통해 이들의 진술의 모순점을 파헤치면서 검찰과 경찰은 모두 당초 진술을 번복했다.
ㄹ 팀장은 경향신문이 그동안 취재 결과를 들려주며 ‘이 씨 체포에 검찰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형사소송법상 경찰 수사를 검찰이 지휘하게 돼 있느냐 하지 못하게 돼 있느냐”고 얼버무렸다. 검찰의 개입은 있었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취지인 셈이다. 사실상 종전의 ‘경찰의 독자 수사’ 주장을 번복한 셈이다.
국가인권위에 “당시 긴급체포는 외부의 지시가 아닌 당사자의 피해 신고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한 ㅂ 경사도 말을 흐렸다. 그는 ‘검사가 직접 피해 신고를 한 게 사실이냐’는 기자 질문에 “나는 팀장 지시로 당시 피해자 진술조서만 작성했을 뿐 피의자 검거과정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긴급체포에 간여하지도 않은 경찰관이 국가인권위에 ‘긴급체포는 외부의 개입이 없었다’는 답변서를 제출한 것이다.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ㄱ 검사는 ‘왜 당직검사도 아닌데 긴급체포를 승인했느냐’는 질문에 “피해 검사가 협박 문자를 받은 사실을 사전에 상부에 보고했고 조직 내부에서 내가 이 사건을 맡아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 배당된 것 같다”고 했다. 이 씨 사건은 경찰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처리된 게 아니라 검찰 내부에서 조직적인 사전 개입이 있었음을 사실상 실토한 것이다.
경향신문은 검찰의 조직적 개입이 어느 선에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 씨가 긴급체포될 당시 인천지검 차장과 강력부 부장으로 근무했던 검사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었다.
당시 차장검사는 “나는 그 사건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반면 당시 부장검사는 “당시 피의자는 정말 질이 안 좋은 사람”이라며 사건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피의자 긴급체포 경위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차장검사가 사건의 진행을 몰랐고 부장검사만 알고 있었다면 ㄱ 검사가 말한 상부의 결정은 부장검사의 지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장검사가 ㄴ 검사의 비위 사실을 차장검사에 보고도 하지 않고 ㄱ 검사에게 지시해 공식절차 없이 경찰 수사지휘권을 사적인 보복수단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씨도 “ㄱ 검사가 피의자 신문을 할 때 ‘이 사건은 나와 부장검사 외에 아무도 모른다’며 입단속을 강조하는 말을 했다”고 기억했다.
ㅁ 수사관은 “시간대별로 재구성해본 결과 이 사건은 정상적인 처리 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검사가 사적인 인연으로 경찰을 사병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 것에 우리 경찰 조직 내부의 반성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했다. 윤석렬 신임 검찰총장도 과거 국정농단 특검 수사 당시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인가”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점에서 검사의 직권 남용 혐의가 짙은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 수뇌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경향신문은 2017년 9월부터 2년 가까이 이 씨를 긴급체포하고 구속하기까지 검찰이 경찰을 사적 보복 수단으로 활용한 의혹에 대해 취재를 진행했다. 정보공개 청구, 수사기록 열람은 물론 수사 검사와 담당 경찰관을 상대로 여러 차례 문답을 진행했다. 매번 문답을 진행할 때마다 검찰과 경찰의 답변 내용은 달라졌다.
다음은 이 사건을 처리한 ㄱ 검사와 마지막 일문일답.
출처 [단독][통제받지 않는 권력과 그늘]②경찰수사권을 사적 보복수단으로 활용한 검사
[경향신문] 강진구 탐사전문기자 | 입력 : 2019.08.21 06:00 | 수정 : 2019.08.21 07:26
▲ 2017년 1월 24일 인천광역수사대가 현직검사를 협박한 혐의로 이 모 씨를 체포할 당시 작성한 피해자 진술조서.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공란으로 비어 있다. 경찰은 피해 검사가 아닌 그의 배우자를 상대로 피해자 진술조서를 작성했다.
현직검사를 상대로 약점을 폭로하겠다는 문자를 보내다 긴급체포된 후 20일간 독방에 구금되고 면회까지 제한당한 30대 사업가 이 모 씨(38) 사건은(경향신문 8월 20일 자 보도) 또 다른 ‘권력의 그늘’을 보여준다. 단순 협박범인 이 씨를 긴급체포하는 과정에 마약이나 조폭 등 강력범죄를 수사하는 인천광역수사대 경찰관 5명이 동원된 것이다. 더구나 검찰이 공식 지휘라인을 거치지 않고 사적인 라인을 통해 긴급체포 과정에 간여한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검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경찰을 사적인 보복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2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2017년 1월 말 인천광역수사대가 ㄴ 검사에 협박 문자를 보낸 이 씨를 긴급체포한 과정은 누군가의 사전 치밀한 시나리오가 없으면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긴박하게 진행됐다.
수사 기록상 인천광역수사대 강력범죄 수사팀 소속 경찰관 5명이 이 씨의 자택 주변에 잠복하고 있다가 이 씨를 긴급체포한 시각은 2017년 1월 24일 오후 10시로 나온다. 반면 피해자 진술조서 작성 시작 시각은 오후 9시 30분이었다. 피해 진술조서 작성부터 검거까지 30분 만에 모든 절차가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이 씨의 집과 광역수사대는 차로 이동해도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다. 피해자 진술조서 작성 이전부터 경찰이 긴급체포 작전에 나섰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당시 긴급체포 과정을 지휘했던 인천 광역수사대 강력범죄수사팀의 ㄹ 팀장(경위)은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피해사실을 접수한 후 팀원들 4명을 데리고 이 씨의 자택 주변에 대기하다 체포하기까지 3~4시간 정도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또 “사건 당일 오후 3시쯤 검사가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전화를 걸어와 사건처리에 대해 문의는 했지만, 피해자 진술조서 작성 전 별도의 피해 신고는 없었다”고 했다.
ㄹ 팀장 말이 사실이라면 경찰은 피해자 진술조서 작성은 물론 공식 피해 신고조차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의 지시로 이미 3~4시간 전부터 긴급체포를 위해 잠복근무에 들어간 셈이다.
▲ 현직검사를 협박한 혐의로 2017년 1월 24일 긴급체포된 이 모 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원의 소변 분석 결과 통보서. 경찰은 이 씨를 긴급체포한 후 뚜렷한 마약 투약 혐의도 없는 상태에서 모발과 소변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원에 성분분석을 의뢰했으나 모두 음성판정이 나왔다.
이 씨의 체포 과정을 둘러싼 석연찮은 의문점은 이 뿐만 아니다. 이 씨를 체포한 광역수사대 경찰관들은 밤 10시가 넘어 긴급체포장을 검찰에 보냈고 당시 인천지검 강력부 소속 ㄱ 검사가 이를 처리했다. 통상 야간시간대 긴급체포 승인은 당직검사가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씨에 대한 긴급체포는 당직검사가 아닌 ㄱ 검사가 자신의 사무실에 대기하고 있다가 승인했다.
ㄱ 검사와 경찰 사이에 사전에 모종의 교감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게다가 인천광역수사대는 ㄱ 검사의 수사 관할하에 있어 ㄱ 검사와 이 씨를 체포한 경찰과는 평소 강력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서로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피해 검사인 ㄴ 검사 역시 사건이 발생하기 수개월 전까지 ㄱ 검사와 함께 강력부에서 근무했다. 이 씨를 체포한 경찰관과 수사 검사, 피해 검사가 모두 같은 수사지휘라인 선상에서 있었던 셈이다.
경찰은 이 씨를 긴급체포하자마자 모발과 소변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기도 했다. 감정 결과는 ‘음성’(마약 투약 혐의 없음)으로 나왔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이 씨를 마약사범으로 몰아간 것이다. 한마디로 검사가 개인의 사적 보복을 위해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사지휘권을 남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인천 광역수사대의 ㄹ 팀장은 “그날은 비번이라 퇴근하고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검사가 피해 신고를 하러 왔다고 해서 급하게 사무실에 나갔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검사라는 점을 제외하면 당시 상황이 집에서 쉬는 팀장을 급하게 사무실로 불러낼 만큼 긴박성이 요구됐는지는 의문이다. 당시 이 씨가 ㄴ 검사에게 보낸 협박 문자는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대검 홈페이지나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의 치부를 알리겠다’는 내용으로 재산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협박도 아니었다.
경찰 수사경력 30여 년의 ㅁ 수사관은 “광역수사대는 마약이나 조폭 등 강력범죄에 대한 기획 수사를 하는 곳”이라며 “개인 간에 주고받은 단순 협박 문자로 광역수사대 팀장이 쉬는 날에 사무실에 뛰쳐나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내가 ㄹ 팀장이라면 광역수사대가 아니라 가까운 경찰서나 주소지를 담당하는 경찰서를 찾아가라고 안내했을 것”이라고 했다.
ㄱ 검사가 동료 검사의 약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은밀하게 사건을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려다 보니 평소 수사 지휘하면서 알고 지내던 ㄹ 팀장을 불러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은 검사가 아닌 배우자를 상대로 피해자 진술을 받고 영장청구 때에도 피해자인 검사의 이름이나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익명으로 처리했다. ㅁ 수사관은 “경찰관이 배우자를 상대로 피해자 진술조서를 받는 것도 말이 안 되고 피해자 진술조서 없이 영장을 신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ㄹ 팀장은 ‘왜 ㄴ 검사를 상대로 직접 피해자 진술조서를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검사가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 대검에 보고해야 하는데 피해 검사가 그걸 꺼렸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ㄴ 검사를 상대로 한 피해자 진술조서는 영장청구단계에서 수사 검사가 따로 작성한 후 밀봉을 해서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안다”는 말도 했다. 한마디로 이 씨에 대한 경찰 수사는 검사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도록 검찰의 사적인 지휘에 의해 은밀하게 진행된 청부 수사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나 경찰 모두 ‘청부 수사는 말도 안 된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국가인권위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이 사건은 검찰의 수사 지휘나 요구 없이 피해자의 방문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에 착수하여 구속 송치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지검도 “경찰의 긴급체포 사실을 검사가 사전에 인지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라며“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피의자 소재 파악 후 자체 판단으로 긴급체포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인천지검은 피해자 진술조서 밀봉 제출 의혹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청구단계에서 피해자 진술조서는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밀봉해서 법원에 전달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장기간 추적 취재를 통해 이들의 진술의 모순점을 파헤치면서 검찰과 경찰은 모두 당초 진술을 번복했다.
ㄹ 팀장은 경향신문이 그동안 취재 결과를 들려주며 ‘이 씨 체포에 검찰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형사소송법상 경찰 수사를 검찰이 지휘하게 돼 있느냐 하지 못하게 돼 있느냐”고 얼버무렸다. 검찰의 개입은 있었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취지인 셈이다. 사실상 종전의 ‘경찰의 독자 수사’ 주장을 번복한 셈이다.
국가인권위에 “당시 긴급체포는 외부의 지시가 아닌 당사자의 피해 신고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한 ㅂ 경사도 말을 흐렸다. 그는 ‘검사가 직접 피해 신고를 한 게 사실이냐’는 기자 질문에 “나는 팀장 지시로 당시 피해자 진술조서만 작성했을 뿐 피의자 검거과정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긴급체포에 간여하지도 않은 경찰관이 국가인권위에 ‘긴급체포는 외부의 개입이 없었다’는 답변서를 제출한 것이다.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ㄱ 검사는 ‘왜 당직검사도 아닌데 긴급체포를 승인했느냐’는 질문에 “피해 검사가 협박 문자를 받은 사실을 사전에 상부에 보고했고 조직 내부에서 내가 이 사건을 맡아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 배당된 것 같다”고 했다. 이 씨 사건은 경찰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처리된 게 아니라 검찰 내부에서 조직적인 사전 개입이 있었음을 사실상 실토한 것이다.
경향신문은 검찰의 조직적 개입이 어느 선에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 씨가 긴급체포될 당시 인천지검 차장과 강력부 부장으로 근무했던 검사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었다.
당시 차장검사는 “나는 그 사건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반면 당시 부장검사는 “당시 피의자는 정말 질이 안 좋은 사람”이라며 사건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피의자 긴급체포 경위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차장검사가 사건의 진행을 몰랐고 부장검사만 알고 있었다면 ㄱ 검사가 말한 상부의 결정은 부장검사의 지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장검사가 ㄴ 검사의 비위 사실을 차장검사에 보고도 하지 않고 ㄱ 검사에게 지시해 공식절차 없이 경찰 수사지휘권을 사적인 보복수단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씨도 “ㄱ 검사가 피의자 신문을 할 때 ‘이 사건은 나와 부장검사 외에 아무도 모른다’며 입단속을 강조하는 말을 했다”고 기억했다.
ㅁ 수사관은 “시간대별로 재구성해본 결과 이 사건은 정상적인 처리 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검사가 사적인 인연으로 경찰을 사병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 것에 우리 경찰 조직 내부의 반성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했다. 윤석렬 신임 검찰총장도 과거 국정농단 특검 수사 당시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인가”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점에서 검사의 직권 남용 혐의가 짙은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 수뇌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경향신문은 2017년 9월부터 2년 가까이 이 씨를 긴급체포하고 구속하기까지 검찰이 경찰을 사적 보복 수단으로 활용한 의혹에 대해 취재를 진행했다. 정보공개 청구, 수사기록 열람은 물론 수사 검사와 담당 경찰관을 상대로 여러 차례 문답을 진행했다. 매번 문답을 진행할 때마다 검찰과 경찰의 답변 내용은 달라졌다.
다음은 이 사건을 처리한 ㄱ 검사와 마지막 일문일답.
- 지난번에 공식답변을 통해 ‘이 씨 사건은 피해자(ㄴ 검사)가 경찰에 신고해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고 검찰에서 지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맞다”
-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 이 씨가 1월 24일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사후승인을 검사께서 했다. 당시 시각이 밤 10시였다. 그 시간에 보통 당직검사에 긴급체포 승인을 받는다. 검사가 사전에 긴급체포장을 보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면 경찰이 그 밤중에 당직검사를 제쳐두고 긴급체포 승인을 받을 이유가 없지 않나.
“사건의 특수성상 내부적으로 고려는 당연히 있었다. 피해 검사가 우리 청의 형사부에 근무하는 상황이었고 사건을 누가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얘기가 진행되었던 건 맞다. 경찰에서 체포했는데 그냥 당직을 통해서 가겠다 그렇게 형식적으로 처리하진 않았다. 그때 내 기억으로는 (경찰이) 나한테 직접 연락이 온 건 아니었고 (검찰) 지휘부의 지시를 받았다.”
- 긴급체포 승인 당시 지휘부를 통해 사건을 배당받았다는 것인가.
“왜냐면 피해 검사(ㄴ 검사) 입장에서 품의 유지 위반 등으로 감찰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 사전보고를 했고, 그 부분에 대해 이런저런 문제가 있으니까 내가 처리를 하라고 지시를 받았던 거로 기억을 한다. 그때 당시에 내가 광수대(인천광역수사대)랑 직접적으로 통화한 기억은 없다. 아마 검사들 전체 회식 날이었던 것 같은데 황급하게 (사무실에) 들어와서 (사건을) 처리하면서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경찰로부터) 직접 대면 보고를 받았던 기억은 난다.”
- 정리하자면 직접 광수대에 긴급체포장을 보내라고 연락한 건 아니고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러니까 ㄴ 검사가 자기가 감찰받고 사직할 것까지 예상하고 피해 신고를 했다. 그러다 보니까 이 감찰 사안에 대해서 미리 지휘부에서 보고를 안 했을 수가 없다. 지휘부가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이상 그 사건을 어디서 담당할지 결정했어야 했고 그래서 나한테 지시가 내려왔던 거다.”
- 검찰에서 직접 수사를 했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경찰에 수사를 맡겼던 이유가 뭔가.
“나도 강력수사를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검찰은 실시간으로 어디 가서 사람 체포해 오고 하는 기동성이 없다. ㄴ 검사도 그런 한계를 알고 어쩔 수 없이 경찰에 가서 신고했던 것 같다.”
- 실질적으로는 검찰이 경찰을 지휘하면서 보복 수사라는 의혹을 지우기 위해서 외관상으로는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 했던 것 아닌가.
“경찰을 어떻게 믿나. 경찰이 우리랑 요즘 그런 사이 아닌 것 알지 않나.”
- 이 사건을 광수대에서 수사했다. 광수대는 통상적으로 개인적인 협박 사건들을 다루는 곳이 아니지 않나.
“ㄴ 검사도 수사를 해본 사람이다. 당시에 가장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서가 어딘지를 놓고 고민을 했을 것이다. 사실 일반 경찰서로 가면 이 사건 처리가 안 됐을 것이다. 경찰들이 사건을 다른 식으로 꼬아서 언론에 유포할까 봐 되게 조마조마했다. 근데 나름 경찰이 피해자 보호하려고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게 느껴졌다”
“맞다”
-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 이 씨가 1월 24일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사후승인을 검사께서 했다. 당시 시각이 밤 10시였다. 그 시간에 보통 당직검사에 긴급체포 승인을 받는다. 검사가 사전에 긴급체포장을 보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면 경찰이 그 밤중에 당직검사를 제쳐두고 긴급체포 승인을 받을 이유가 없지 않나.
“사건의 특수성상 내부적으로 고려는 당연히 있었다. 피해 검사가 우리 청의 형사부에 근무하는 상황이었고 사건을 누가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얘기가 진행되었던 건 맞다. 경찰에서 체포했는데 그냥 당직을 통해서 가겠다 그렇게 형식적으로 처리하진 않았다. 그때 내 기억으로는 (경찰이) 나한테 직접 연락이 온 건 아니었고 (검찰) 지휘부의 지시를 받았다.”
- 긴급체포 승인 당시 지휘부를 통해 사건을 배당받았다는 것인가.
“왜냐면 피해 검사(ㄴ 검사) 입장에서 품의 유지 위반 등으로 감찰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 사전보고를 했고, 그 부분에 대해 이런저런 문제가 있으니까 내가 처리를 하라고 지시를 받았던 거로 기억을 한다. 그때 당시에 내가 광수대(인천광역수사대)랑 직접적으로 통화한 기억은 없다. 아마 검사들 전체 회식 날이었던 것 같은데 황급하게 (사무실에) 들어와서 (사건을) 처리하면서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경찰로부터) 직접 대면 보고를 받았던 기억은 난다.”
- 정리하자면 직접 광수대에 긴급체포장을 보내라고 연락한 건 아니고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러니까 ㄴ 검사가 자기가 감찰받고 사직할 것까지 예상하고 피해 신고를 했다. 그러다 보니까 이 감찰 사안에 대해서 미리 지휘부에서 보고를 안 했을 수가 없다. 지휘부가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이상 그 사건을 어디서 담당할지 결정했어야 했고 그래서 나한테 지시가 내려왔던 거다.”
- 검찰에서 직접 수사를 했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경찰에 수사를 맡겼던 이유가 뭔가.
“나도 강력수사를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검찰은 실시간으로 어디 가서 사람 체포해 오고 하는 기동성이 없다. ㄴ 검사도 그런 한계를 알고 어쩔 수 없이 경찰에 가서 신고했던 것 같다.”
- 실질적으로는 검찰이 경찰을 지휘하면서 보복 수사라는 의혹을 지우기 위해서 외관상으로는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 했던 것 아닌가.
“경찰을 어떻게 믿나. 경찰이 우리랑 요즘 그런 사이 아닌 것 알지 않나.”
- 이 사건을 광수대에서 수사했다. 광수대는 통상적으로 개인적인 협박 사건들을 다루는 곳이 아니지 않나.
“ㄴ 검사도 수사를 해본 사람이다. 당시에 가장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서가 어딘지를 놓고 고민을 했을 것이다. 사실 일반 경찰서로 가면 이 사건 처리가 안 됐을 것이다. 경찰들이 사건을 다른 식으로 꼬아서 언론에 유포할까 봐 되게 조마조마했다. 근데 나름 경찰이 피해자 보호하려고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게 느껴졌다”
출처 [단독][통제받지 않는 권력과 그늘]②경찰수사권을 사적 보복수단으로 활용한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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