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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협정’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은 ‘굴욕 결정’…즉각 철회하라”

“‘적폐 협정’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은 ‘굴욕 결정’…즉각 철회하라”
아베규탄시민행동 “미국 군사전략 위해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출 길 터준 꼴”
[민중의소리] 조한무 기자 | 발행 : 2019-11-23 16:28:18 | 수정 : 2019-11-23 16:29:10


▲ 아베규탄시민행동 소속 시민단체들이 23일 서울 청와대 앞 광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23 ⓒ정의철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번복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시민단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소미아 연장은 미국과 일본에 굴복하는 굴욕적인 결정이며 한반도 평화를 거스르는 조치이기에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700여개 시민단체기 속한 아베규탄시민행동은 23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소미아 종료 번복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지소미아 연장 결정을 ‘굴욕 결정’으로 규정하고 정부를 규탄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화해를 얘기하면서 한미일 대북공조를 강화하는 지소미아를 연장하기로 한 결정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연장을 결정했다. ‘언제든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지난 8월 일본에 통보한 지소미아 폐기 방침을 번복했다는 점은 틀림없다.

이에 아베규탄시민행동은 “정부는 ‘조건부 연장’이라고 하지만, 이는 국민들의 분노를 모면하기 위한 치졸하고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석운 아베규탄시민행동 대표는 지소미아가 박근혜 정부 당시 졸속으로 체결된 ‘적폐 협정’이라며 청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박근혜 적폐 정권이 국민의 퇴진 촛불과 국회의 탄핵 소추를 눈앞에 두고 알박기 방식으로 지소미아를 졸속 체결했다”며 “지소미아는 국민이 청산 대상으로 지목하는 ‘적폐 협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박근혜 정권은 주권자인 국민, 심지어 국회와도 소통하지 않고 협정을 강행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아무 일도 안 하고 놔두면 파기되는 지소미아를 미국의 부당한 강압과 아베의 떼쓰기에 굴복해 연장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본은 강제동원에 대해 사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지 않았고 경제보복 조치도 철회하지 않았다”며 “강력 투쟁해서 문재인 정권이 헛발질 못 하게 국민이 힘을 모으자”고 했다.

이번 지소미아 연장으로 굴욕의 역사를 청산할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일본이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도 배상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근혜 부패 정권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에게 상처를 내면서 일본과 합의했다”며 “새로운 정부를 만들어 역사를 바로잡자며 촛불을 들었는데, 문재인 정부가 일제 수구 세력과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지소미아를 연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경제제재를 했을 때 우리 국민은 불매운동과 아베 규탄으로 대응했다”며 “정부도 아베 보복 정치에 굴하지 않고 미국 압박에 당당히 ‘아니오’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권순영 서울겨레하나 운영위원장도 “지난 8월 정부가 지소미아 폐기 방침을 발표했을 때, 일제 이후 처음으로 국민 의지를 담아 일본에 할 말을 했다는 생각에 모든 국민, 특히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기뻐했다”며 “자주적 결정을 철회할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고 한탄했다.

또한 “(지소미아 종료를 반대해 온) 보수 세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지소미아 폐기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일본의 목소리 내며 단식하는 황교안, 미국에 날아가서 지소미아 연장 목소리 낸 나경원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아베규탄시민행동 소속 시민단체들이 23일 서울 청와대 앞 광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23 ⓒ정의철 기자

지소미아가 표면적으로는 북한을 겨냥하지만, 실제는 미국 군사전략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선경 민중당 공동대표는 “지소미아는 ‘북핵 대응’을 내세우지만, 사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따라 한국을 일본의 하위 파트너로 편입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협정”이라며 “지소미아는 군국주의를 버리지 않는 아베 정권의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게 길을 깔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연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김 공동대표는 정부가 지소미아 폐기를 원하는 국민 여론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소미아 반대 여론이 70%를 넘어섰다”며 “문재인 정부는 국민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으면 심판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시민행동은 기자회견 이후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 제재에 막혔다. 경찰 측은 “집회참석자들이 단체로 청와대에 가는 건 집시법 위반”이라며 “대표자를 선정해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시민행동 측은 “문 대통령은 국민 목소리를 외면하면 안 된다”며 항의하는 차원으로 서한을 바닥에 던지고 “알아서 찾아가라”고 입장을 밝혔다.

▲ 시민행동은 23일 기자회견 이후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 제재에 막혔다. ⓒ민중의소리


출처  [현장]“‘적폐 협정’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은 ‘굴욕 결정’…즉각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