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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의회 왜구당·정의당이 ‘농민수당 조례 가로채기’로 비난받는 사연

충남도의회 왜구당·정의당이 ‘농민수당 조례 가로채기’로 비난받는 사연
시민들 “3만 7천여 도민 의견 존중해 달라”
의원 측 “조례발의권은 의원 고유 권한”

[민중의소리] 이소희 기자 | 발행 : 2019-12-13 20:00:17 | 수정 : 2019-12-13 20:00:17


▲ 12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등 충남지역 36개 농민, 노동, 시민단체로 구성된 ‘주민조례를 통한 충남도 농민수당 조례 제정 추진본부(이하, 추진본부)’가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민주주의 역행하는 충남농민수당 유사 조례 발의 도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였다. 2019.12.12 ⓒ사진 제공 = 충남도 농민수당 조례 제정 추진본부

최근 충청남도 농민·노동·시민단체들이 ‘농민수당 지원 조례안’과 관련해, 토착왜구당·정의당 도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도민들이 발의한 농민수당 지원 조례안이 도의회에 상정되자, 토착왜구당·정의당 도의원이 유사한 조례안을 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는 도의원들의 행태가 주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조례안 철회와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충남시민사회연대회의,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등 충남지역 36개 단체로 구성된 ‘주민조례를 통한 충남도 농민수당 조례 제정 추진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민주주의 역행하는 충남농민수당 유사 조례 발의 도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였다.

이들은 “11월 29일 수개월 간 진행해 온 농민수당 주민발의 조례안이 발의돼 도의회에 부의되자, 토착왜구당 도의원 8명과 정의당 도의원 1명이 이에 맞춰 같은 날 유사 조례안을 발의했다”라며, “주민 조례안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일을 자행한 의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 유사조례 발의를 당장 철회하라”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지난 7월부터 5개월 가까이 해당 조례가 도의회에서 논의될 수 있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왔다. 지난 10월 8일 도민 36,792명이 서명한 청구인 명부를 도에 제출했고, 지난달 29일 농민수당 조례안을 발의해, 도의회에 부의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같은날 토착왜구당 소속 방한일 도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같은당 김석곤, 임옥수, 김기영, 조길연, 이종화, 김복만, 정광섭 의원과 정의당 이선영 의원이 공동발의한 ‘충청남도 농어민수당 지원 조례안’이 도의회에 제출됐다.

▲ 충남도의회 농민수당제 도입을 위한 정책 연구모임(대표 방한일 의원) 주관으로 29일 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충남형 농민수당제 조례 제정의 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연구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제공 = 충남도의회


운동본부 측 “3만 5천 시민 의견 존중해달라”

현재 운동본부 측은 해당 조례안을 낸 의원들이 사실상 주민의 직접참여를 막고 ‘농민수당’ 제정의 공을 가로채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농민수당 주민 발의 조례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도민들의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민주주의 실현 활동”이라며, “(주민 조례 발안권이 없어) 입법활동에서 약자인 수 밖에 없는 시민들의 자발적 노력을 존중하고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조례안 발의에 동참한 도의원들을 비판했다.

충남도와 같은 광역의회의 조례안은 기본적으로 도지사와 도의회 의원들만 발의할 수 있다. 이같이 발의된 안은 도의회 심의·의결을 거쳐 조례가 된다. 도민들이 어떤 정책을 조례로 실현시키려면, 대의제 시스템 상 도지사나 도의원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이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방자치법 제15조는 지역 주민의 조례 제정 및 개폐 청구권(주민발의제)을 보장하고 있다. 조례 제정을 원하는 주민이 대표자를 선정해 청구서와 조례안을 지자체에 제출하면, 지자체는 이를 검토한 후 결격사유가 없을 시 조례 제정 청구인 서명을 받도록 한다. 해당 지역의 일정 비율 이상 주민들이 정해진 기한 내에 서명에 동참하면, 대표자는 청구인 명부를 지자체에 제출할 수 있다. 지자체는 검토를 거쳐 이를 단체장 명의로 지방의회에 제출한다.

충남 농민·노동·시민단체들은 ‘농민수당 지원 조례’를 만들기 위해 위와 같은 복잡하고 힘겨운 과정을 거쳤기에, 유사한 내용의 조례안을 낸 의원들을 규탄하며 주민 의견을 존중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또 한 운동본부 관계자는 “토착왜구당 도의원들이 조례안을 발의하려 했더라도, 정의당 측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민주노총 지지 후보였던 진보정당 도의원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청구인으로 동참한 도민 조례안을 두고 꼭 그래야만 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42명 의원들이 소속된 충남도의회에서 조례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대표발의자를 포함해 최소 9명 도의원들의 공동발의 서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토착왜구당 소속 도의원은 8명 뿐이다. 정의당 도의원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조례안 발의가 불가능했던 게 사실이다.


토착왜구당·정의당 측 “올해초부터 준비해 와..조례 철회 안 할 것”

토착왜구당 방한일, 정의당 이선영 도의원은 운동본부 측 비판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한일 도의원은 “저는 작년 10월 도의회 5분발언을 통해 농민수당을 제안했다. 올해 1월에 도의회에서 다른당 의원들, 도 농정국장과 농민단체 회원까지 포함한 연구모임을 만들었고, 계속 조례 제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조례를 발의하는 것은 의원의 고유직무로 도 집행부에서도 왈가왈부 못하는 것이다. 행안부 자치법규에서 자제하라고 한 것은 ‘자치단체’를 언급한 것이지 의원들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조례안 철회 의사가 없다면서 “운동본부 측이 성명을 내고 이러니까 저희가 마치 ‘안 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비춰진다. 취지는 같으니 상호 존중하면서 하자. 앞으로 도의회에서 절차에 따라 조례가 처리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영 도의원은 “가로채기, 날치기라는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지난해 지방선거 출마할 때부터 제 공약에 농어가수당이 있었다. 이에 대한 정의당 안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따로 조례안을 발의하려 했으나, 방 의원께서 5분발언도 하시고 연구모임도 먼저 꾸리셔서 거기 동참하기로 했다. 모임에서 만들어지는 조례안에 정의당 안을 녹일 생각이었지만, 지금 발의된 안에 완전히 반영돼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조례안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며 “향후 도의회에서 방 의원 안과 주민발의안이 병합 심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는 논의과정에서 정의당 안을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지사·민주당 소속 도의원들 “주민 발의 조례가 우선”

반면,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은 ‘도민 의견 존중’ 차원에서 별도 조례안을 내지 않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3만 5천여명(유효인원)에 달하는 도민 서명을 받은 주민 조례안이 도의회에서 발의됐다. 도에서는 이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따로 조례안을 내지 않기로 했다. 지사께서는 지난주 농업인 단체 간담회에서 이같은 뜻을 밝히신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득응 도의원(농업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방 의원의 연구모임에 나를 비롯해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여럿 참여했다. 우리도 조례안을 낼지 고민했다. 생색내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주민 발의 조례안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자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득응 도의원은 “방 의원에게도 자제하는 것이 어떠냐고 권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저는 농업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도민 발의 조례안을 ‘우선’ 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내년 1~2월 중에 도민 조례안을 우선 상정하고, 논의를 거쳐 본회의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또 비슷한 시기 농민수당 도입 논의를 하고 있는 경남에서도 ‘도민 의견 존중’을 우선으로 한 도의원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빈지태 경남도의원은 지난 11일 “조례 초안도 마련했고 의원 발의로 조례를 제정할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농민단체가 시민단체와 함께 운동본부를 꾸려 주민발의 한다기에 기꺼이 양보했다”면서 “도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조례야말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 13일 충남도 농민수당 조례 제정 추진 운동본부 관계자 충남 예산군 삽교읍 충남도의회 앞에서, 주민 발의안과 유사 조례를 낸 도의원들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19.12.13 ⓒ사진 = 충남도 농민수당 조례 제정 추진 운동본부

농민단체들은 농민수당 도입에서 주민 참여가 이루어지는 부분을 중요하게 본다. ‘농민수당’은 농업과 농민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인데, 주민 조례 발의 청구 운동 과정에서 서명을 받으며 지역주민에게 이 같은 내용을 알리고 의견을 모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의원 몇몇이 조례를 발의해 의회에서 처리할 때는 일어나지 않는 직접민주주의 과정에 의미를 둔 것이다.

두 정당 측의 ‘조례 준비 과정에서 누가 먼저였나’란 설명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농민단체들은 2015년 ‘농민수당’ 관련 논의를 시작했고, 2016년엔 각 정당에 총선 공약으로 해달라고 제안한 바 있다. 2018년엔 민중당 농민후보들을 필두로 많은 후보들이 이를 수용했다. 당시 양승조 충남도지사 역시 이를 공약으로 한 바 있다.

주민 조례 제정 공동 청구인 중 한 사람인 이상선 충남 시민사회연대회의 상임공동대표는 조례 발의 의원들이 “오만하고 독선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게 선후관계 따질 문제냐. 본인이 먼저 시작했을지라도 많은 시민들이 직접 하겠다고 나서면 도의원으로서 내려놓고 격려하고 응원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사업 진행 과정을 다 봤을 것 아니냐”면서 “농민수당 도입을 놓고 주도권 다툼, 밥그릇 싸움하자는 것은 도민의 노력에 재를 뿌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12일 해당 의원 발의안에 대한 철회 요청서를 발송했다. 다음주 중으로 그쪽이 입장을 밝히면 그에 따라 대응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도의회 앞에서 당분간 점심시간에 1인피켓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충남도의회 자유한국당·정의당이 ‘농민수당 조례 가로채기’로 비난받는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