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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우 개선? 자회사 된뒤 인력 줄이거나 임금 쥐어짜

처우 개선? 자회사 된뒤 인력 줄이거나 임금 쥐어짜
식비·상여금 제대로 지급 않거나
인건비 줄이려 ‘감단직’ 강요
직군 조정 탓 월급 100만원 줄기도
정부 간접고용직 임금 15% 올랐다지만
현장선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불과”

[한겨레] 옥기원 기자 | 등록 : 2019-12-26 05:01 | 수정 : 2019-12-26 15:06


▲ 전국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1일 낮 대구 동구에 있는 가스공사 직원식당 앞에서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 대구/백소아 기자

#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자회사 한국체육산업개발 소속으로 광명 경륜장에서 청소 업무를 하는 50대 최 아무개 씨의 월급은 174만6천 원이다. 자회사 정규직이 되면 처우가 개선된다는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비정규직들이 식비로 쓰던 폐지를 판 돈까지 자회사 전환 뒤 회사 수입으로 잡아 노동자들의 처우는 사실상 용역일 때보다 후퇴했다. 인력까지 크게 줄어든 탓에 업무강도 강화로 이곳저곳 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자회사 에이플주식회사 소속 시설 직군 이 아무개 씨는 1년 넘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했다. 회사가 야근 수당을 줄이기 위해 감시단속직 노동자로 합의할 것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단직은 아파트 경비원같이 노동 중 휴게·대기시간이 많은 업무 특성을 고려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등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달에 8번 야간당직(밤 9시~오전 9시)을 하면 돌아오는 수당은 10만 원 남짓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자회사로 전환된 다수 사업장에서 “용역 때보다 처우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부 지침인 식비와 상여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감단직을 강요하거나 인력을 감축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사업장도 있었다.

용역 때보다 처우가 심하게 후퇴한 곳도 적지 않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자회사인 케이워터운영관리 조경직의 경우 용역 때보다 월급이 100만 원이나 줄었다. 조경직 시중노임단가를 받다 자회사로 전환되면서 환경미화직으로 분류된 탓이다. 노조 쪽은 “직군 조정 때문에 임금이 많이 줄어 퇴사한 직원이 30명이 넘는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성과급도 개인 평가로 차등 지급하겠다고 해 반발이 크다”고 말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 수십만 원 적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도 있다. 한국전력거래소의 자회사 케이피엑스서비스원의 특수경비 노동자들은 바로 옆 한전에프엠에스 특수경비직보다 70만 원 이상 적은 월급을 받는다. 국가중요시설의 야간근무가 잦은 특성상 수당을 포함해 받는 임금 총액은 260만여 원. 자회사에 합의하면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용역 때보다 기본급이 줄어 월급보전수당 15만 원을 받는 노동자도 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5월 기존 파견·용역 노동자가 자회사 등으로 간 뒤 임금이 15.6% 늘고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발표한 내용에 허점이 많음을 의미한다. 공공운수노조가 32개 자회사 노동자의 임금을 분석한 결과 전환 뒤 임금 평균은 10.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최저임금이 2017년 16.4% 오르고, 작년에 10.9% 오른 것을 고려하면 개선이라고 해봐야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출처  처우 개선? 자회사 된뒤 인력 줄이거나 임금 쥐어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