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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준법감시위 양형 반영은 부당거래”…여야 정치권도 비판

“삼성준법감시위 양형 반영은 부당거래”…여야 정치권도 비판
박용진 의원, “재판이 아닌 거래, 그것도 부당 거래”
연서명 시작 하룻만에 의원 40여명 몰려

[한겨레] 송채경화 기자 | 등록 : 2020-01-21 16:13 | 수정 : 2020-01-21 20:48


▲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3회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재판장 정준영)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 활동을 평가해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여야 국회의원 43명과 시민·노동단체들이 21일 공동성명을 내어 강하게 비판했다. 삼성그룹의 준법 체계를 감시하겠다며 꾸린 감시위가 결국 이재용의 형량을 줄여주는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 목소리가 시민사회에 이어 여야 정치권까지 폭넓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재벌개혁, 정경유착 근절, 사법정의 실현을 희망하는 국회의원·노동·시민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서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에 대한 양형 심리에서 준법감시위원회(감시위)가 결코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며 “재판부가 감시위를 명분으로 이재용 구명에 나선다면 또 다른 사법농단과 ‘법경유착’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지난 17일 열린 이재용의 4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감시위의 실효성을 점검할 ‘전문심리위원단’을 꾸리고 이를 양형 사유로 삼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후 ‘사법거래’ ‘노골적 봐주기 재판’ 등의 비판이 쏟아졌고 시민사회 활동가, 현직 판사, 경제개혁연대 등이 비판 의견을 표명했다. 이어 이날은 여야 의원들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굵직한 시민·노동단체를 아우른 비판 성명이 나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용진·표창원·우원식·정성호 의원 등 34명이 성명에 참여했으며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를 비롯해 의원 6명 전원이 참여했다. 이밖에도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도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박용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성명 요청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의원들이 이름을 올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 했다”며 “재벌 총수를 위해 기업의 이익을 희생하려고 하는 (재판부의) 전근대적 방식에 동의할 수 없고 사법부가 사법정의를 왜곡하는 것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먼저 범죄의 실체를 규명하는 사법부의 역할과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입법부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재판부의 역할은 범죄에 대한 실체 규명을 통해 그에 해당하는 책임을 물음으로서 정의를 세우는 것”이라며 “지배구조 문제는 재벌개혁 차원에서 정부와 국회가 정책적 및 입법적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삼성이 급조한 감시위가 삼성의 지배구조에 개혁적 결과를 담보할지 여부는 향후 수년이 지나야 검증될 수 있는 것으로 단기간에 평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아직 공식 출범도 안 한 감시위를 재판부가 점검한다는 것은 실효성도 없다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기업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만든 감시위가 (기업에 피해를 끼친) 가해자인 재벌 총수의 형을 감형해준다는 논리는 재판부가 ‘기업=총수’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지금 재판부가 하려는 것은 재판이 아닌 거래, 그것도 부당거래”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으로 국회 내 토론회 및 집회 등의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재용의 5차 공판은 내달 14일 예정돼 있다.


출처  “삼성준법감시위 양형 반영은 부당거래”…여야 정치권도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