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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근기법 보장, 특수고용직 노조 할 권리 보장에 집중한다”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 2020-02-05 08:52:25 | 수정 : 2020-02-05 09:02:34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30일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1.30 ⓒ김철수 기자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전태일 50주기’를 앞두고 남은 임기를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만난 그는 이같이 밝혔다.

올해는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외치며 분신한지 50주기가 되는 해다. 그렇기에 민주노총을 비롯해 모든 노동단체에 뜻깊어야 할 한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이전보다는 노동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엔 노동관계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근로기준법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5인 미만의 작은 사업장은 영세하다는 핑계로 법을 준수하지 않고, 노동자로 일하지만 사회에서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이 수백만에 이른다. 여전히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는 외침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이 올해 근로기준법 준수 운동에 집중하고자 하는 이유다.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30일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1.30 ⓒ김철수 기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지난달 30일 경향신문사 본사 건물 14층, 분주한 민주노총 사무총국을 지나 안쪽에 위치한 위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수많은 집회시위 현장과 각종 민주노총 일정 등에서 그를 볼 기회는 많지만, 외부인이 이렇게 시간을 잡고 그와 1대1로 대면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매일 밤낮없이 빼곡하게 짜인 일정 때문이다. 이날도 인터뷰가 끝난 직후 곧바로 중앙집행위원회 일정이 잡혀 있었다.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있더라도 물러섬이 없고,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상징하기에 다소 거칠어 보일 수도 있지만, 몇 차례 그를 만나면서 받은 그에 대한 인상은 ‘소탈함’이었다. 특별히 기자들을 만나 말을 정치적이고 계산적으로 한다는 느낌이 없고, 분노할 지점에선 때론 통쾌한 어휘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지나간 일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의 임기 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쿨’하게 인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100만 조합원을 넘어서면서 공식적인 제1노총이 된 점에 대해서도 그는 “이전 집행부에서부터 꾸준히 해온 전략화사업 등이 축적된 결과”라며, 공을 넘겼다. 그리고 지나간 일에 연연하기보단,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중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나서야만 하는 사회적 책무로, 그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을 보장하는 일’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조법 개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두 가지 구호는 올해가 ‘전태일 열사 50주기’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5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사업장이 영세하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특수고용노동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노조 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전태일 50주기를 맞는 올해,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며 “남은 임기 동안 민주노총이 집중할 목소리는 딱 하나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라고 말했다. 또 “특수고용직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해 노조법을 개정하라”라며 “이는 올해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해 불평등·양극화 해소하는 일이 전태일 정신을 확장해 내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30일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1.30 ⓒ김철수 기자


4·15 총선공동대책기구 구성
“5개 진보정당과 연대 모색”

김 위원장은 4월 총선을 앞두고 5개 진보정당과의 중장기적인 연대도 모색하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등 5개 진보정당과 연석간담회를 열고 민중진영·사회단체까지 망라한 4·15 총선공동대책기구 구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5개 진보정당에 연석간담회를 제안 할 예정”이라며 “핵심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과 ‘특수고용직 노조 할 권리 보장 위한 노조법 개정’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들을 추후 진보정당과 함께 협의하고 추진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총선공동대책기구를 계기로 ‘연합정치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방침을 철회한 지 8년 정도 지났다”며 “그 사이 진보정치는 ‘다원화’됐지만,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되어 왔다. 새로운 변화를 줄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원화된 진보정당의 연합정치를 외국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다들 부정하지 않는다. 이런 걸 고민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대화·교섭 틀 필요”
“제안만 한다면, 적극 검토”

사실 그의 임기 전체가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었다. 촛불항쟁 이후 탄생한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처럼 분명한 투쟁노선을 밟기도 어렵다. 외부에서 봤을 때, 후퇴하는 노동정책에 대해선 투쟁을 해서라도 멈추게 해야 하지만 또 한편으론 교섭·대화를 완전히 포기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곤란한 상황을 가장 크게 엿볼 수 있었던 상징적인 일이 지난해 1월 말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67차 정기대의원대회’(이하, 대대)였다. 김 위원장은 대대에서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참여 여부 안건을 올렸다. 하지만 1천명이 넘는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새벽까지 논쟁하다가 결국 참여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올해 민주노총 선거운동이 8월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집행부의 임기는 사실상 6개월 남짓한 상황이다. 다시 경사노위 참여여부를 두고 대대를 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셈이다.

이를 김 위원장은 속 시원하게 인정했다. 그는 “중요한 사업으로 계획했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한국사회에서의 사회적 대화 안착’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서 이를 다시 추진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사회적 대화에 대한, 제1노총에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그는 “5일장이 섰다가 없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이 주제는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쟁점 의제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다양한 대화·교섭의 틀을 만든다면 그 틀의 성격과 역할에 따라 참여할 의지가 있다고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민주노총은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사회보장위원회, 일자리위원회 등등 빠지지 않고 나가고 있다”며 “작년 말부터 계속 요구하고 있는 건 ‘다양한 대화의 틀’, ‘다양한 노정협의 틀’이다. 그 속에서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불평등·양극화 등 핵심 의제를 풀어가자고 계속 제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가능한데, ‘이것(경사노위) 말고는 안 돼’라고 한다면 대화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제안만 한다면, 우린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다양한 대화·교섭의 틀’에 대한 구체적인 예로, 그는 ‘공공부문 공무직 위원회’를 제시했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논란이 된 공공부문 공무직들의 각종 차별적 처우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부문 공무직 위원회’를 올해 초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의견청취 수준의 위원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는 “‘협의 틀’이 아니고 의견을 주면 고민 해보겠다는 식으로 자꾸 퇴색되는데, 일단 빨리 가동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작년과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지고, 그보다 확장되어서 벌어질 판”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30일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1.30 ⓒ김철수 기자


“관료들, 준비가 안 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이 힘겹게 진행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도 짚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정부가 사회 양극화 및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첫해부터 추진해 온 핵심 공약과제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취임 직후 첫 외부행사로 인천공항을 찾아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밝히면서, 전 사회 구성원에게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제는 고용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래 지난 2년6개월 동안 많은 논란 속에서 힘겹게 진행됐다.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직접고용 방식’이냐, ‘자회사 방식’이냐를 두고 노사 간 대립이 반복됐다. 사측은 특별히 업무를 기관에서 분리해서 자회사로 운영해야 할 이유가 없으면서도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종용했다. 반대로 노동자들은 자회사 방식을 통한 전환이 일부 고용안정 효과가 있더라도, 노동조건 개선과 관련해선 용역회사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보고 반대했다.

이런 대립이 극대화된 사례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해고 사건이었다. 한국도로공사가 일방적으로 자회사 방식을 밀어붙이고, 이에 반대하던 요금수납원 1500명이 정규직 전환은커녕 해고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수납원 해고 사태 이후 201일째가 되어서야 사측이 “해고된 수납원 전원을 일단 직접고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태가 일단락 됐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의 도로공사 로비 점거 농성 등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문제와 업무배치 등의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공공병원에서도 비슷한 대립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병원장이 교체되어서야 ‘파견·용역직의 정규직 전환’이 어렵게 합의됐으나, 다른 공공병원에선 자회사냐 직접고용이냐를 두고 노사 간 대립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김 위원장은 10년 넘게 고착화된 관료들의 신자유주의적 사상과 입장·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이틀 만에 인천공항으로 갔다. 그 시그널은 노동자들에게만 준 게 아니었다. 공공부문 사용자, 그리고 공공기관을 관장하는 ‘관료’들에게도 보내는 신호였다. 하지만 관료들은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생각해보라, 대통령 한명만 바뀌었지, 관료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그리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켜켜이 쌓였던 경쟁·효율만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에 물들었다. 그런 교육을 받으며 관료로 진출한 이들이 압도적 다수인 관료집단이 되어버렸다. ‘양극화 해소’라는 우리 시대의 아주 중요한 개혁과제를 실현할 주체들이 아무런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것.”

실제로 공공기관 관료들은 특별히 독자적인 기술 등이 필요해서 업무를 분리해야 할 분야가 아님에도 노동자들에게 자회사 방식을 종용했다. 자회사로 가면 정년을 늘려주겠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고용자와 사용자가 분리된 자회사로 가면, 처우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노동자들의 반대는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일각에선 “자회사는 또 다른 간접고용”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럼에도,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국공립교육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26.4%는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됐다. 노조 차원에서 반대가 있었음에도, 자회사 방식이 곳곳에서 채택된 셈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는 올해에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도 그렇게 예상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당장 이에 대한 갈등이 없더라도, 계속해서 문제가 된다”면서 “다른 건 몰라도 정부가 강력한 의지로 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시대적 대의를 밀어붙여야 한다. 그럼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화도 모색하고, 협의하는 과정에 함께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말했다.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30일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1.30 ⓒ김철수 기자


“조직 갈등 해소 위해 갈등조정위 신설”

지난 2년 김명환 집행부는 조직 내 누적된 과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었다. 박근혜 정권 당시 한상균 위원장 등이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투옥되면서 민주노총 집행부의 부재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산하 일부 노조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이어져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 내 조직갈등조정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그는 밝혔다. 당초 민주노총 내 갈등문제는 민주노총의 주요한 방침을 정하는 기관인 중앙집행위원회가 맡았지만, 갈등 문제가 터지는 순간 중앙집행위원회가 마비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차라리 갈등 조정 역할을 떼어내서 외부 전문가도 참여하는 상설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내부의 충돌이 잡아먹는 에너지가 있다. 그런 지점을 상쇄하기 위한 대책”이라며 “작년에 임시로 만들어서 시도를 해 봤고,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다 다양한 책무”

민주노총의 내부 갈등은 조직 확대와 구성원이 다양해지면서 발생한 문제이기도 했다. 실제로 제조업 분야 정규직 남성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했던 과거의 민주노총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여성 조합원, 비정규직의 비율이 각각 30%에 이르고 있으며, 청년 노동자들의 가입도 크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투쟁방향 등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 예로, 김 위원장은 최근 청년 조합원들에게 들었던 요구사항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한 번은 청년 조합원들에게 민주노총에 요구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니,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이 구체적 대안을 내고 싸워줬으면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단순 노동현안뿐만 아니라, 보다 넓은 주제의 현안에 대해 민주노총이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조직이 확대되면서, 이렇게 다양한 책무가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를 받아 안기 위해, 집행부는 민주노총 맹비 개선과 청년 부위원장 제도 등을 검토하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인터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