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 사법부가 ‘이재용 봐주기’ 반응 살피는 것”
‘삼성 독재’ 저자 이종보 인천청라고등학교 교사…“시민사회, 반응해야”
[민중의소리] 조한무 기자 | 발행 : 2020-02-07 08:08:49 | 수정 : 2020-02-07 08:08:49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한국사회를 ‘민주공화국’과 ‘삼성 독재’로 가르는 결정적 장면이 될 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재용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실형 선고를 받는다면, 삼성이 지난 80여 년간 입법·사법·행정의 국가체계를 지배하며 권력을 행사해 온 역사를 청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의 ‘반응’이 요구된다. 재판부가 양형기준으로 준법감시제도를 언급하는 건 ‘이재용 봐주기’ 의지를 내비치면서 반응을 살피는 의도인데, 시민사회 저항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의회와 행정·사법 관료를 포섭하는 등 정치활동을 통해 권력을 확보했으며, 삼성 독재를 청산하는 길도 시민사회의 정치적 요구 속에서 비로소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 따른다.
이종보 인천청라고등학교 교사는 지난 5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내린다면, 그건 사법 쿠데타라고 본다”며 “국가와 국민이 이를 용인하는 건 사법 체제를 통째로 삼성에 밀어 넣어주고 자본에 대한 투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2010년 ‘민주주의 체제 하 자본의 국가지배에 관한 연구:삼성그룹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성공회대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간 재벌에 대한 연구는 다수 있었지만, 삼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건 그가 처음이었다. 이 교사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수집한 자료와 더불어 이후 7년간의 연구를 걸쳐 2017년 ‘삼성 독재’를 출간했다.
이 교사는 삼성에 대한 일련의 연구를 통해,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삼성이 독재 권력을 휘두르는 양상을 그려냈다. 국가체제와 삼성 간 역학 관계를 분석한 그는 특히 사법부와 삼성 간 ‘판경유착’을 집중 조명했다. 이 교사에 따르면, 1937년 삼성상회를 연 삼성 창업주 이병철은 의회와 행정부와 결탁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후 이건희와 이재용은 1987년 민주화로 의회와 행정부에 대한 시민계급 투쟁이 벌어지는 틈을 타 사법부로 지배 영역을 넓혔다.
이 교사는 이미 삼성과 유대해 온 사법부의 쿠데타 기미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용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를 양형 사유로 언급한 대목을 들었다. 재판부는 지난달 공판에서 “기업범죄 재판에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시행 여부는 미국 연방법원이 정한 양형 사유 중 하나”라며 “이 제도는 실질적이고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재판부의 이재용 봐주기 시도로 읽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공식 출범을 밝혔다. 재판부가 언급한 그 준법감시제도다.
이 교사는 “준법감시제도 발언은 재판부의 이재용 집유 판결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일단 던지고 반응을 살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선 재판에서 이재용 혐의가 유죄로 판결 났고 박근혜·최순실 재판이 엮여 있어 정치적으로도 집유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사법부 스스로 법체계와 재판 논리를 뒤엎고 집유를 내리는 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이재용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집유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고심이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50억 원에 대해 부정한 청탁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이재용의 뇌물 액수는 기존 36억 원에서 86억 원으로 늘었다. 횡령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해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에만 가능하다. 다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감경요소를 적용해 형량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재판부의 준법감시제도 언급이 이재용 봐주기 시도로 읽히는 것이다.
이 교사는 이재용 재판 결과에 따라 한국사회가 민주공화국과 삼성 독재로 갈릴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번 재판 결과는,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정신이 살아있는지 아니면 한국의 민주주의라는 게 형식적·제도적 절차에 불과하고 실제 권력은 삼성에 있는지 운명을 가른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재판 국면은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다시 없을 기회라는 게 이 교사 설명이다. 그는 “삼성 총수 권력을 다룬 사건 보면, 좀처럼 처벌받지 않는다”며 “단 한 번의 구속이 바로 2017년 이재용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삼성 역사상 첫 구속을 이끈 주역이 ‘촛불 시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어느 사안이 사법적 판결로 넘어가면, 자본에 유리하게 쏠리는 경우가 많다”며 “재판이라는 게 지연되기 마련인데, 광장의 힘은 폭발적이나 지속적이지는 못하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을 탄핵할 정도의 강력한 사회 정치적 힘이 작용해야 삼성 총수가 제대로 된 판결을 받는다”며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겠나”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시민사회에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시민사회 반응이 약하다. 법정에 세우는 데까지는 시민사회의 힘이 작용하지만, 이후에는 힘을 잃는 사법적인 과정에서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며 “시민사회도 각자의 이슈가 있어 매번 재판을 쫓아다닐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러나 다시 안 올 기회가 너무 조용히 사라지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시민사회를 향한 그의 호소는 삼성 독재를 인용한다.
“정치 행위를 하는 삼성 권력을 정치 과정에서 몰아내는 건 공화국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이 모든 게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다. 앞으로도 자본 권력과 시민 간 갈등과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 결과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 교사는 1999년부터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인하대 사회교육학과 92학번인 그는 원래 사회부 기자나 사회연구 학자가 되길 꿈꿨다. 민주화 운동 열기에서 보낸 중학교 시절 2명의 선생님이 해직당하는 걸 보면서 큰 혼돈을 느꼈다. 전교조가 창립된 고등학교 1학년 때는 12명이 해직됐다. 그는 충격을 받고 주말마다 집회를 다녔다. 그러면서 ‘노동의 새벽’, ‘한국민중사’, ‘철학 에세이’,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 등 서적을 탐독했다. “성적이 안 돼 교육학과를 갔다”며 멋쩍게 웃는 그는 “대학 시절 교사가 될 생각은 않고 집회에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4학년 무렵 교육 운동을 접한 뒤 교육의 가치를 다시 보게 돼 임용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는 교사 생활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다. 이 교사는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그는 “교사라는 게 재미없더라. 입시 교육 체계에서 문제 푸는 일만 가르치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라며 “당시 진보적인 교수들이 포진해 있던 성공회대 석사 과정에 진학했다. 현실적으로 교사를 관둘 수 없어 야간대학을 다녔는데, 너무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석박사 과정 모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게 지도를 받았다.
이후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휴직하고 박사 과정에 들어간 그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자본이 권력을 지배하는 양상을 삼성그룹을 중심으로 분석한 논문으로 2010년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한국사회 야만을 한 번에 꿰뚫을 수 있는 주제를 고민했는데 답은 삼성이더라”라며 “삼성을 치면 현대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가 드러날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이 교사 연구에 따르면, 삼성은 대규모 정치자금으로 의회를 장악하고 행정·사법 관료를 매수했다. 고 노회찬 의원의 X파일 공개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서 촉발한 시민사회 저항을 무력화하는 가운데 불법 승계를 판경유착으로 해결했다.
7년 뒤 출간한 삼성 독재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수집한 방대한 자료 중에서 논문에 담지 못한 내용을 바탕으로 썼다. 이 교사는 삼성 독재에서 삼성의 80년사를 다뤘다. 한국사회를 삼권분립 체제에서의 시민사회와 자본 간 대립 구도로 그리는 그에게 삼성 권력 해체는 정치적 문제로 이해됐다. 그가 시민사회와 제도정치의 결합을 강조하는 이유다. 다시 삼성 독재를 인용한다.
“경제민주화는 헌법이 보장하는 경제민주화 조항을 지키면 된다. 국민주권에 입각한 국가 권력이 합법적 범위를 벗어난 삼성 권력을 처벌하면 될 일이다. 총수 일가가 자신의 소유 지배 구조 유지를 위해 불법 행위를 저지르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문제는 삼성과 얽혀 처벌을 미루는 국가 권력에 있다. 경제민주화는 정치 문제다.”
이 교사는 지난해 ‘관점 vs 관점’을 출간했다. 동물실험과 자율주행차, 로봇세 등 미래 과학기술이 불러올 사회적 쟁점을 청소년 눈높이에서 정리했다. 재직했던 인천국제고등학교에서 세계시민 교육과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지도하면서 공부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장밋빛으로 그리는데, 현실과 직결하는 문제도 많다”며 “인권, 노동, 경제 차원에서 야기될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논쟁이 이뤄져야 미래사회 문제에 부딪혔을 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사는 청소년 교육에 대한 고민도 얘기했다. 특목고에서 형성된 엘리트 연대가 한국사회 지배계급으로 이어져 병폐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는 “학교가 패권화하고 권력체계가 된다”며 “대원외고 출신이 판·검사 사회를 장악하고 이들과 재벌이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공통된 가치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류가 되고자 하는 가치체계가 1등 기업 삼성을 무조건 추앙하고 정당화한다”며 “특목고가 엘리트를 패권화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특목고 해체론자인 자신이 국제고에 재직하게 된 경위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공무원이니까 발령을 받는다. 처음 국제고에서 요청이 왔을 때는 안 가려고 했다”며 “전교조 지회장과 논의했는데, 엘리트 교육을 통해 한국사회를 바꾸는 길도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서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3월 지금 있는 인천청라고에서 다시 인천국제고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다음 책으로는 청소년 위한 사회학개론을 준비 중이다. 원고는 얼추 마무리됐다. 책을 2년에 한 권씩 내는 걸 목표로 한 그는 미래사회와 기업 권력에 대한 책도 쓸 계획이다. 그리고 2037년에는 삼성 100년사를 내놓을 생각이다. 그는 “그때는 삼성 권력이 해체되고 한국사회가 더 발전한 모습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번 이재용 재판이 한국사회 발전 방향에서 큰 의미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만민보] “삼성 준법감시위, 사법부가 ‘이재용 봐주기’ 반응 살피는 것”
‘삼성 독재’ 저자 이종보 인천청라고등학교 교사…“시민사회, 반응해야”
[민중의소리] 조한무 기자 | 발행 : 2020-02-07 08:08:49 | 수정 : 2020-02-07 08:08:49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한국사회를 ‘민주공화국’과 ‘삼성 독재’로 가르는 결정적 장면이 될 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재용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실형 선고를 받는다면, 삼성이 지난 80여 년간 입법·사법·행정의 국가체계를 지배하며 권력을 행사해 온 역사를 청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의 ‘반응’이 요구된다. 재판부가 양형기준으로 준법감시제도를 언급하는 건 ‘이재용 봐주기’ 의지를 내비치면서 반응을 살피는 의도인데, 시민사회 저항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의회와 행정·사법 관료를 포섭하는 등 정치활동을 통해 권력을 확보했으며, 삼성 독재를 청산하는 길도 시민사회의 정치적 요구 속에서 비로소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 따른다.
이종보 인천청라고등학교 교사는 지난 5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내린다면, 그건 사법 쿠데타라고 본다”며 “국가와 국민이 이를 용인하는 건 사법 체제를 통째로 삼성에 밀어 넣어주고 자본에 대한 투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2010년 ‘민주주의 체제 하 자본의 국가지배에 관한 연구:삼성그룹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성공회대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간 재벌에 대한 연구는 다수 있었지만, 삼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건 그가 처음이었다. 이 교사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수집한 자료와 더불어 이후 7년간의 연구를 걸쳐 2017년 ‘삼성 독재’를 출간했다.
이 교사는 삼성에 대한 일련의 연구를 통해,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삼성이 독재 권력을 휘두르는 양상을 그려냈다. 국가체제와 삼성 간 역학 관계를 분석한 그는 특히 사법부와 삼성 간 ‘판경유착’을 집중 조명했다. 이 교사에 따르면, 1937년 삼성상회를 연 삼성 창업주 이병철은 의회와 행정부와 결탁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후 이건희와 이재용은 1987년 민주화로 의회와 행정부에 대한 시민계급 투쟁이 벌어지는 틈을 타 사법부로 지배 영역을 넓혔다.
▲ 이종보 청라고등학교 교사가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2.04 ⓒ김철수 기자
이 교사는 이미 삼성과 유대해 온 사법부의 쿠데타 기미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용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를 양형 사유로 언급한 대목을 들었다. 재판부는 지난달 공판에서 “기업범죄 재판에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시행 여부는 미국 연방법원이 정한 양형 사유 중 하나”라며 “이 제도는 실질적이고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재판부의 이재용 봐주기 시도로 읽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공식 출범을 밝혔다. 재판부가 언급한 그 준법감시제도다.
이 교사는 “준법감시제도 발언은 재판부의 이재용 집유 판결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일단 던지고 반응을 살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선 재판에서 이재용 혐의가 유죄로 판결 났고 박근혜·최순실 재판이 엮여 있어 정치적으로도 집유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사법부 스스로 법체계와 재판 논리를 뒤엎고 집유를 내리는 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이재용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집유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고심이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50억 원에 대해 부정한 청탁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이재용의 뇌물 액수는 기존 36억 원에서 86억 원으로 늘었다. 횡령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해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에만 가능하다. 다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감경요소를 적용해 형량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재판부의 준법감시제도 언급이 이재용 봐주기 시도로 읽히는 것이다.
▲ 이재용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뒤 석방되고 있다. 이재용은 박근혜와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수감 중이었다. 2018.02.05. ⓒ임화영 기자
민주공화국이냐 삼성 독재냐…“시민사회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이 교사는 이재용 재판 결과에 따라 한국사회가 민주공화국과 삼성 독재로 갈릴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번 재판 결과는,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정신이 살아있는지 아니면 한국의 민주주의라는 게 형식적·제도적 절차에 불과하고 실제 권력은 삼성에 있는지 운명을 가른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재판 국면은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다시 없을 기회라는 게 이 교사 설명이다. 그는 “삼성 총수 권력을 다룬 사건 보면, 좀처럼 처벌받지 않는다”며 “단 한 번의 구속이 바로 2017년 이재용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삼성 역사상 첫 구속을 이끈 주역이 ‘촛불 시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어느 사안이 사법적 판결로 넘어가면, 자본에 유리하게 쏠리는 경우가 많다”며 “재판이라는 게 지연되기 마련인데, 광장의 힘은 폭발적이나 지속적이지는 못하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을 탄핵할 정도의 강력한 사회 정치적 힘이 작용해야 삼성 총수가 제대로 된 판결을 받는다”며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겠나”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시민사회에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시민사회 반응이 약하다. 법정에 세우는 데까지는 시민사회의 힘이 작용하지만, 이후에는 힘을 잃는 사법적인 과정에서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며 “시민사회도 각자의 이슈가 있어 매번 재판을 쫓아다닐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러나 다시 안 올 기회가 너무 조용히 사라지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시민사회를 향한 그의 호소는 삼성 독재를 인용한다.
“정치 행위를 하는 삼성 권력을 정치 과정에서 몰아내는 건 공화국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이 모든 게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다. 앞으로도 자본 권력과 시민 간 갈등과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 결과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
▲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에 재벌도 공범이라고 쓴 종이컵에 촛불을 들고 있다. 2016.1.12 ⓒ정의철 기자
한국 최초 ‘삼성 논문’ 박사 학위 취득…“한국사회 야만 관통하는 주제”
이 교사는 1999년부터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인하대 사회교육학과 92학번인 그는 원래 사회부 기자나 사회연구 학자가 되길 꿈꿨다. 민주화 운동 열기에서 보낸 중학교 시절 2명의 선생님이 해직당하는 걸 보면서 큰 혼돈을 느꼈다. 전교조가 창립된 고등학교 1학년 때는 12명이 해직됐다. 그는 충격을 받고 주말마다 집회를 다녔다. 그러면서 ‘노동의 새벽’, ‘한국민중사’, ‘철학 에세이’,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 등 서적을 탐독했다. “성적이 안 돼 교육학과를 갔다”며 멋쩍게 웃는 그는 “대학 시절 교사가 될 생각은 않고 집회에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4학년 무렵 교육 운동을 접한 뒤 교육의 가치를 다시 보게 돼 임용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는 교사 생활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다. 이 교사는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그는 “교사라는 게 재미없더라. 입시 교육 체계에서 문제 푸는 일만 가르치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라며 “당시 진보적인 교수들이 포진해 있던 성공회대 석사 과정에 진학했다. 현실적으로 교사를 관둘 수 없어 야간대학을 다녔는데, 너무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석박사 과정 모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게 지도를 받았다.
이후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휴직하고 박사 과정에 들어간 그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자본이 권력을 지배하는 양상을 삼성그룹을 중심으로 분석한 논문으로 2010년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한국사회 야만을 한 번에 꿰뚫을 수 있는 주제를 고민했는데 답은 삼성이더라”라며 “삼성을 치면 현대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가 드러날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이 교사 연구에 따르면, 삼성은 대규모 정치자금으로 의회를 장악하고 행정·사법 관료를 매수했다. 고 노회찬 의원의 X파일 공개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서 촉발한 시민사회 저항을 무력화하는 가운데 불법 승계를 판경유착으로 해결했다.
7년 뒤 출간한 삼성 독재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수집한 방대한 자료 중에서 논문에 담지 못한 내용을 바탕으로 썼다. 이 교사는 삼성 독재에서 삼성의 80년사를 다뤘다. 한국사회를 삼권분립 체제에서의 시민사회와 자본 간 대립 구도로 그리는 그에게 삼성 권력 해체는 정치적 문제로 이해됐다. 그가 시민사회와 제도정치의 결합을 강조하는 이유다. 다시 삼성 독재를 인용한다.
“경제민주화는 헌법이 보장하는 경제민주화 조항을 지키면 된다. 국민주권에 입각한 국가 권력이 합법적 범위를 벗어난 삼성 권력을 처벌하면 될 일이다. 총수 일가가 자신의 소유 지배 구조 유지를 위해 불법 행위를 저지르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문제는 삼성과 얽혀 처벌을 미루는 국가 권력에 있다. 경제민주화는 정치 문제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인도 국빈방문 당시 재계 관계자들과 함께 인도 뉴델리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재용,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2018.08.08. ⓒ제공 : 뉴시스
“학교 패권화 교육체계 수정해야”
이 교사는 지난해 ‘관점 vs 관점’을 출간했다. 동물실험과 자율주행차, 로봇세 등 미래 과학기술이 불러올 사회적 쟁점을 청소년 눈높이에서 정리했다. 재직했던 인천국제고등학교에서 세계시민 교육과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지도하면서 공부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장밋빛으로 그리는데, 현실과 직결하는 문제도 많다”며 “인권, 노동, 경제 차원에서 야기될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논쟁이 이뤄져야 미래사회 문제에 부딪혔을 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사는 청소년 교육에 대한 고민도 얘기했다. 특목고에서 형성된 엘리트 연대가 한국사회 지배계급으로 이어져 병폐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는 “학교가 패권화하고 권력체계가 된다”며 “대원외고 출신이 판·검사 사회를 장악하고 이들과 재벌이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공통된 가치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류가 되고자 하는 가치체계가 1등 기업 삼성을 무조건 추앙하고 정당화한다”며 “특목고가 엘리트를 패권화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특목고 해체론자인 자신이 국제고에 재직하게 된 경위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공무원이니까 발령을 받는다. 처음 국제고에서 요청이 왔을 때는 안 가려고 했다”며 “전교조 지회장과 논의했는데, 엘리트 교육을 통해 한국사회를 바꾸는 길도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서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3월 지금 있는 인천청라고에서 다시 인천국제고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다음 책으로는 청소년 위한 사회학개론을 준비 중이다. 원고는 얼추 마무리됐다. 책을 2년에 한 권씩 내는 걸 목표로 한 그는 미래사회와 기업 권력에 대한 책도 쓸 계획이다. 그리고 2037년에는 삼성 100년사를 내놓을 생각이다. 그는 “그때는 삼성 권력이 해체되고 한국사회가 더 발전한 모습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번 이재용 재판이 한국사회 발전 방향에서 큰 의미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종보 청라고등학교 교사가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2.04 ⓒ김철수 기자
출처 [만민보] “삼성 준법감시위, 사법부가 ‘이재용 봐주기’ 반응 살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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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한 곡에 징역 2년6월?’ 민중가요 제창에 중형 내린 재판부 (0) | 2020.02.08 |
질본 “19번 환자 성형외과 의사 아냐”…조선일보 단독기사 삭제 (0) | 2020.02.06 |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특조위 방해’ 재수사 (0) | 2020.02.06 |
[2020년 1월 이달의 기업살인] 노동자 42명의 죽음 (0) | 2020.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