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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에 노조 글 올리자 ‘퇴사유도’한 삼성

‘블라인드’에 노조 글 올리자 ‘퇴사유도’한 삼성
삼성전자서비스 부당노동행위 사건 재판기록 2만 쪽 입수 분석
[한겨레21 제1301호] 박태우 기자 | 등록 : 2020-02-21 15:53 | 수정 : 2020-02-24 10:42


▲ 서울 삼성 서초사옥 외부에 설치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뒤로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박승화 기자

2018년 2월 8일 저녁 7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에 들이닥쳤다. 검찰은 이명박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삼성전자 본사와 서초사옥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은 상태였다.

저녁 7시 10분. 압수수색 소식을 전해 들은 삼성전자 인사팀 직원 심 아무개 씨는 바빠졌다. 서류와 수첩을 파쇄하고, 송 아무개 전무 등의 업무용 컴퓨터에 파일 영구삭제 프로그램을 돌렸다. 그리고 해외 인사지원그룹에서 사용하던 컴퓨터 1대와 USB(이동식 기억장치) 1개를 35층 인사팀 사무실에, 인사팀 인사지원그룹 ER(노사관계) 파트에서 사용하던 저장매체 7개를 지하 4층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차량에 숨겼다. 8시 18분, 심 씨는 사내 메신저로 압수수색 상황을 알렸다. “압수수색 사유는 당사가 다스 관련 소송비 대납, 이학수 실장이 지급이랍니다. 피의자 이명박, 이학수.”

밤 8시 40분. 33층 법무실에 있던 검찰 수사관이 35층 인사팀 사무실에 올라왔다. 부서 배치표와 직원 명단을 요구했지만, 삼성 직원들의 협조를 받지 못한 탓이다. 그때 이 검찰 수사관은 송 전무의 컴퓨터에서 실행 중이던 사내 메신저를 우연히 발견한다. 그 메시지에서 심 씨의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했다. 9시 35분, 심 씨는 인사팀 회의실로 불려와 진술서를 썼고, 심 씨가 숨겨놓은 컴퓨터와 저장매체는 모두 압수됐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순간이다.

이렇게 압수한 저장매체에선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관련 문건이 수없이 쏟아져나왔다. 그 결과 2019년 12월 삼성전자서비스·삼성에버랜드 관련 부당노동행위로 삼성 임직원 30명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자신들이 종교처럼 여겼던 ‘비노조’ 전략의 뜻을 알아달라 항변했지만, 삼성전자서비스 재판을 맡은 재판장은 “노조를 와해하겠다는 전략을 적은 문건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며 “굳이 문건을 해석할 필요도 없이 문건 자체만으로도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공모했다고 인정할 것들이 많다”고 밝혔다.

<한겨레21>은 그 ‘굳이 해석할 필요도 없는’ 삼성 문건을 포함해 삼성전자서비스 부당노동행위 사건 재판기록 2만 쪽을 입수했다. 이 방대한 기록 또한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삼성이 숨기려던 노조 와해 전략과 가혹한 실행 경과가 적혀 있다. 특히 삼성이 ‘비노조’를 명분으로 직원들을 어떻게 사찰했는지는 경악스러울 정도다. ‘삼성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삼성의 노조 와해에 ‘조연’으로 낯 뜨겁게 활약한 경찰과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노동부 등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재구속 위기에 놓이자 ‘준법경영’을 위한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했다. ‘치료적 사법’을 내세운 재판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치료는 준법감시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치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의 잘못에 대한 ‘사과와 반성’에서 나온다. 아직 삼성은 ‘비노조 경영’을 포기한다고 밝힌 적도, 비노조 경영에 따라 수많은 피해를 본 이들에게 사과한 적도 없다. 두루뭉술한 ‘대국민’ 사과만 있었을 뿐이다.

<한겨레21>은 2월 입수한 삼성 내부 문건 등 방대한 재판기록을 바탕으로 초일류 기업 삼성의 시대를 거스르는 속살을 기록으로 남긴다. 검찰 수사와 기소, 1심 선고 단계에서 적지 않은 보도가 있었지만,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삼성의 노조 와해 사건에 좀 더 종합적으로 접근했다. 이번 호(제1301호)에선 삼성이 비노조 유지를 위해 직원들을 어떻게 사찰했는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삼권과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를 어떻게 침해했는지 살펴본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 설립이 시도됐을 때 삼성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도 기록한다. 다음 호는 2부 격으로 삼성과 호흡을 맞춘 노조 와해 조연들을 다룬다.

2017년 12월, 직장인 익명 소통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 삼성전자 카테고리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노조 만들고 싶은 사람 모여라’. 이 글을 본 삼성전자 인사팀 인사지원그룹 심 아무개 씨는 게시자에게 ‘나도 노조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고 쪽지를 보냈다. 대화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옮겨간다. 심 씨의 대화명은 ‘반드시’였다. 노조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대화방 내용 토대로 3명 특정 “전원 퇴직”

그러나 심 씨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그는 이 대화방의 내용을 토대로 서슬 퍼런 보고서들을 작성한다. 한 달 남짓 뒤인 2018년 1월 12일과 13일의 일이다. 문건의 이름은 ‘불온 SNS 가입 가능 인력 현황 및 조치방안’ ‘전자 익명채팅 참여인력 조치방안’ ‘전자 익명채팅 참여인력 색출방안’. 심 씨는 대화방에 가입한 인물 가운데 3명의 소속과 이름을 특정한 뒤, “주동·가담 인물은 전원 퇴직 추진할 계획”이라고 적었다.

블라인드와 카카오톡 모두 회사 밖 서비스인데, 심 씨는 어떻게 3명을 특정했을까? 삼성전자 인사팀은 먼저 그동안 관리해온 ‘PR인력’ 명단에서 40명을 추렸다. 기업에서 PR은 보통 Public Relationship, 즉 ‘언론 홍보’ 등을 뜻한다. 그러나 삼성전자 인사지원그룹의 PR은 Potential Risk, ‘잠재적 위협’으로 불렸다.

PR인력 명단에는 ‘노사 리스크(위험)’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직원 168명에 대해 적혀 있었다. 명단 속 인물에겐 각자 동향이나 회사 안 신망(인적 네트워크), 요구사항과 애로사항이 쓰였고, 앞으로 ‘안정화’, 업무변경 검토, 퇴직유도, ‘1004 인력’(대상자와 친밀한 인력을 통해 회사에 우호적으로 바꾸도록 하는 것) 등의 조치계획도 담겨 있었다.

안정화 대상은 더는 노조 설립 기도를 하지 않고 회사 방침에 따르게 되는 이를 뜻한다. 이 명단을 바탕으로 익명채팅방에 가입할 만한 인력 40명을 골라낸 것이다. 삼성전자 인사팀은 이 ‘용의자’의 일일 근태와 사내 인터넷 접속 이력, ‘불온 SNS’(블라인드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를 통해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채팅방 인원 5명 가운데 주동자 2명과 가담자 1명의 이름과 부서를 특정했다.


노조 단어도 불경스러운지 ‘NJ’ 또는 ‘○○’ 지칭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2명을 색출하는 일이 인사팀의 과제인 것은 당연했다. 심 씨는 보고서에 “익명채팅 대화가 많을수록 가담자 색출 가능 근거가 많아진다”라며 “블라인드에 올라온 회사 비방글을 익명채팅에 공유해 불만과 자신의 처지를 언급해 대화가 많아지게 유도하고, 인사팀원이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ㄱ 씨에 비난 메시지를 보내 자극하게 해 다른 사람들이 호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후로도 인사팀은 일주일마다 한 번씩 이 오픈채팅방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했다. 상시적 ‘직원 사찰’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함정수사’다.

<한겨레21>이 2월에 입수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재판기록에는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의 방침을 토대로 전 계열사에 걸쳐 전방위적인 직원 사찰이 수시로 벌어졌음이 확인된다.

헌법상 기본권인 단결권에 관한 자신의 의사를 사외 익명채팅방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퇴직유도’ 대상이 됐고, 직원들의 소통을 위해 만든 사내 익명게시판에 성과급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삼성은 사내 개인 전자우편은 물론이거니와 트위터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상시 사찰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조합 결성을 감행한 직원에겐 ‘미행’도 서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헌법상 기본권인 사생활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한 것이다. 초일류기업 삼성이 이런 일을 한 이유는 단 하나, 노동조합 설립을 막기 위해서였다. 삼성은 노동조합이란 말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불경스럽다’고 판단했는지, 내부 문건에서 노동조합을 ‘NJ’ 또는 ‘○○’으로 지칭했다.

삼성은 2009년 11월부터 사내 미디어 ‘라이브’에 익명게시판을 운영했다. 2010년 7월 삼성의 대외홍보·보도자료 누리집 ‘삼성 뉴스룸’에 올라온 ‘삼성인들의 솔직한 소통의 공간에 가다’라는 라이브 소개 글을 보면, 라이브는 “일방향성의 ‘사내 홍보’보다는 쌍방향성의 ‘사내 커뮤니케이션’으로의 새로운 시도 차원”에서 시작했다 한다. 임직원의 대변인 역할을 해서 임직원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회사도 직원에게 소식을 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라이브의 익명게시판은 의도와 다르게 직원 사찰 목적으로 쓰였다. 블라인드와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누군지를 특정할 수 있었던 삼성 인사팀에 사내 인트라넷 익명게시판 사찰은 ‘식은 죽 먹기’였다.

2013년 2월 1일, 연말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오자, 삼성전자 인사지원그룹 심 씨는 글을 올린 사람과 댓글로 동조한 사람의 인적사항을 파악했다.

댓글 33건을 썼고, 2010년부터 성과급 지급 때마다 관련 글을 올린 직원이었다. 인사지원그룹은 이 직원을 ‘퇴직유도’하겠다는 조치계획을 밝혔다. 성과급 지급에 대한 불만을 익명게시판에 여러 번 표출했다는 것이 퇴직유도 사유가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노조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거나 회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사람 53명을 ‘온라인 특이자’로 종합해 채용 시 면접·입사시험 결과 등의 데이터와 함께 관리했다. 이들의 ‘사고유형’에는 ‘NJ’와 ‘선동성 게시물’이라는 이름표가 추가됐다.

삼성전자는 2013년 11월 25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건전화’를 인사지원그룹 과제로 삼고 “게시글의 내용·빈도, 작성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게시자의 등급을 분류한 뒤, 문제인력으로 등재해 매월 동향을 보고하며, 문제인력 퇴출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퇴사자에게 재취업 권하며 누구인지 확인’ 계획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압수한 삼성 내부 문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삼성그룹 전체의 직원 사찰 이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1년 10월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 ROTC(학군장교) 입사 동기와 후배들에게 노조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내 전자우편을 일곱 번 발송했는데, 회사는 이를 파악한 뒤 전자우편 수신자들의 반응과 답장 여부를 모두 확인했다.

2015년 12월 30일 삼성전자서비스 강원지점 직원 2명이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우편물을 받자, 삼성전자서비스는 1998년 입사자 가운데 182명을 선별해 발송 의심자를 확인하고 ‘비상상황실’을 구축했다. 여기서도 이미 마련한 ‘주요 의심인력’ 데이터가 활용됐다.

여러 조건을 조합해 의심인력 13명의 동향을 파악한 뒤, A급 3명과 B급 10명으로 분류해 차례로 면담했다. 가장 유력한 인물로 지목된 직원은 컴퓨터(PC) 검색 이력이나 전자우편 수·발신 이력을 확인해 동선을 파악했으며, 개인 휴대전화와 하드디스크 열람을 위한 법적 검토까지 진행한다.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개인 행적이 모두 털린 것이다. 심지어 이미 퇴사한 문제인력을 만나 재취업을 권하며 발신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계획까지 세운다.

이러한 문제인력 명단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삼성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미전실이 주축이 되어, 계열사 직원들 ‘기부금 납부 실적’을 모두 털었다. 연말정산 기록을 통해서다. 2013년 5월 29일 미전실은 2012년 연말정산 기부금 공제 명세를 바탕으로 26개사 270명이 11개 ‘불온단체’에 기부금을 낸 것을 확인하고 그 명단을 각 계열사에 내려보냈다.

삼성이 불온단체라 판단한 기준은 ‘사이버정화시민연대’라는 극우단체가 만든 ‘69개 반국가 친북 좌파단체 리스트’에 등재된 단체다. 여기엔 통합진보당,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향린교회, 한국여성민우회, 환경운동연합까지 포함됐다.

이후 삼성은 기부한 직원들의 이름·나이·부서명·최종학력·기부액·기부처 등을 종합했다. 이들에 대해선 “노사부서 주관하에 특이행동 파악 및 밀착관리에 주력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계획은 실제 이행됐다.

삼성그룹 미전실 인사지원팀 노사담당 임원이던 김사필 상무는 검찰 조사에서 “11개 단체가 종북단체라고 해서, 그룹 차원에서 파악했던 것”이라며 “밀착관리는 면담을 말하는 것으로, 계열사에 면담 지시를 했고, 결과도 그룹에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관리한 문제인력은 계열사를 통틀어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서비스 부당노동행위 재판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항들의 미공개 ‘범죄일람표’(피고인의 판결문에 첨부된 범죄 명세)를 보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가입·탈퇴 조합원 806명의 이름과 나이, 경력, 이혼 여부, 가족관계, 채무 등 재산 상태, 성향, 노조 탈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친분관계, 개인 비리뿐만 아니라 노조 가입·탈퇴 사실, 정신병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인정보를 수집해 리스트로 관리했다.

최근 삼성은 ‘기부금 사찰’ 관련 단체들에 전화를 걸어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해당 단체들은 삼성의 사과를 받지 않고 ‘삼성 사찰 시민사회단체 대응모임’을 구성해 삼성에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또한 국세기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삼성을 고발하는 등 공동 대응할 예정이다.


계열사 총망라한 183명, 외국 국적 직원도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계열사를 총망라한 183명의 정보도 있다.

노조 설립 시도가 있었던 삼성SDI, 다른 계열사와 달리 ‘노동자협의회’(회사를 상대로 한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있으나 노동조합은 아니다)가 있는 삼성중공업에 집중됐다.

이를 보면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거나, ‘병원에 입원 예정’ ‘금속노조 간부 만남’ ‘금속노조 노동자 대회 참석’ 등의 개인 동선을 사찰한 정보도 포함됐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동료가 회사 관련 불만을 표현한 트위터 글에 “오빠 이게 웬일”이라고 답장했다는 이유로 리스트에 올랐다.

슬로바키아·멕시코 등 국외 법인의 외국 국적 직원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인정한 ‘범죄일람표’에 등장한 이들은 183명에 불과하지만, 이는 계열사가 미전실로 보내는 개인정보·민감정보 ‘유출’에 해당하는 것에 한정됐다. 실제 계열사별로 관리하는 문제인력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는 문제인력 감축이 지상과제가 됐다. 2010년 7월 1일 삼성전자 인사팀이 작성한 ‘전사 ER(노사관계) 전략’을 보면, 삼성전자는 2011년 6월까지 A~C급 문제인력 169명을 68명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 방법으로 전략적 승격, SLP, 심성관리(등급관리 해제) 등이 언급된다. 전략적 승격은 ‘승진’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고, SLP는 ‘삼성 리더십 프로그램’을 뜻해 교육연수로 문제인력을 회유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월 25일 삼성 미전실에서 작성한 ‘12년 점검 체크리스트’에도 문제인력 관리 방안이 적혀 있다.

‘문제인력 분류 및 등급별 리스트업 관리’, ‘문제인력 프로파일(인적사항·성향·계보도 등) 관리’, ‘문제인력별 요구사항 및 조치계획 수립’, ‘관리담당자 지정’, ‘문제인력 비위사실 채증·관리 현황’, ‘문제인력 안정화 및 퇴출 실적 등을 점검·평가’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 12월 27일 미전실이 작성한 ‘2013년 노사 전략’은 더욱더 노골적이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교육한 이 문건에는 “문제인력이 없는 회사는 노사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으므로 3년 내 문제인력 100% 감축”이라는 목표가 제시됐다. 또한 “재활용 불가자는 희망퇴직·징계해고 등 퇴출 조치, 재활용 가능자는 보직변경·고과·승격 등 우군화를 진행”한다며 “매월 조직관리 회의 때 문제인력 감축 실적을 체크하라”고 CEO들에게 당부했다.


종교가 된 ‘비노조’

삼성이 ‘가족’ 같다는 직원들에게 등급을 매겨 관리하고, 또 그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찰한 것은 종교처럼 여기던 ‘비노조’를 관철하기 위해서였다. 삼성이 어떻게 비노조 전략을 세우고 그것을 이행했는지는 다음 기사에서 다룬다.


출처  [단독] ‘블라인드’에 노조 글 올리자 ‘퇴사유도’한 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