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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등 10곳, 산재로 하청노동자만 죽었다

포스코 등 10곳, 산재로 하청노동자만 죽었다
하청서 산재사망 많은 기업 첫 공개…‘죽음의 외주화’ 진행
철도공사 포함한 11곳선 94%가 하청…‘통합관리’ 대상 확대

[경향신문] 이효상 기자 | 입력 : 2020.02.20 21:36 | 수정 : 2020.02.20 22:38



산재 사고로 원청보다 하청에서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제조 대기업 10여 곳의 명단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삼성전자 기흥공장, 대우조선해양, 현대제철 등 10개 제조 사업장에서는 한 해 동안 산재 사고로 15명의 노동자가 죽었지만 모두 하청 소속이었다. 이들 사업장에서 하청 노동자들은 더 위험한 일에 노출됐거나, 제대로 된 안전관리도 받지 못했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원청과 하청을 합친 사고사망만인율(상시 노동자 수에서 사고 사망자 수가 차지하는 비중에 1만을 곱한 것)이 원청의 사고사망만인율보다 높은 사업장 11곳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명단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삼성전자㈜ 기흥공장,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현대제철㈜, ㈜포스코 광양제철소, 한국철도공사, 엘지 디스플레이, 대우조선해양㈜, ㈜에쓰-오일, 르노삼성자동차㈜,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 등 11개 사업장이 이름을 올렸다. 공공부문에서는 한국철도공사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정부는 2018년 전체 사업장의 안전관리에 원청의 역할을 보다 강조하기 위해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제’를 도입했는데, 1,000인 이상의 제조·철도운송·도시철도 운송업체에 우선 적용했다.

이번에 명단에 오른 11개 사업장에서는 2018년도 기준으로 총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중 16명이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원청에서 사망자가 나온 곳은 철도공사가 유일했다. 사고 발생 유형으로는 질식이 7명이었고, 추락과 끼임은 각각 4명이었다.

이들 사업장에는 하청 노동자(8만4519명)보다 많은 수의 원청 노동자(9만2276명)가 근무하고 있었지만, 사망사고는 유독 하청 노동자에게만 집중됐다. 사고사망만인율을 원·하청별로 구분하면 하청은 1.893으로 원청(0.108)의 17배 수준이다. 특히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4명,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각각 2명의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위험의 외주화’가 진행된 셈이다. 하청 노동자에게 더 위험한 일이 맡겨졌을 뿐 아니라 공정별로 원·하청의 업무가 나누어져 소통이 단절됐을 가능성이 있다. 애초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하청업체가 노동안전 관리에 실패했을 가능성도 크다.

노동부는 올해부터는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제도를 500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2022년부터는 김용균 씨 사망사고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불거진 태안화력발전소 등 전기업까지 통합관리 대상이 확대된다.

노동부는 원청의 책임이 강화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현장 안착, 하청업체 사고 빈발에도 오히려 원청은 산재보험료율을 할인받았던 기존 개별실적요율제 개편 등을 통해 하청 노동자 산재 사고를 줄여가기로 했다.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업장에 대해서는 ‘원청의 자율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점검’만을 강조했다. 실질적 제재는 없는 셈이다.

박영만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모든 노동자가 똑같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원·하청이 함께해야 한다”라고 했다.


출처  포스코 등 10곳, 산재로 하청노동자만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