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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정보경찰 없애야 범죄수사 강화할 수 있다”

“정보경찰 없애야 범죄수사 강화할 수 있다”
[경향신문] 주영재 기자 | 입력 : 2020.03.01 09:12


▲ 지난 2월 25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세상의 관심은 검찰개혁에 쏠렸다. 검찰개혁법은 지난 1월 선거법과 함께 통과됐지만 경찰개혁법은 국회 상임위에 묶여 있다. 보수통합으로 ‘4+1 협의체’가 사라진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실상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아쉬워해야 할까. 정보경찰 폐지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개선과 보완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경찰개혁법이 검찰과 국가정보원 개혁으로 비대해진 경찰을 통제하기에 역부족이라 보기 때문이다. 특히 ‘정권 안보’ 차원에서 시민을 사찰하고 선거에 개입해온 정보경찰을 그대로 남겨둔 것은 한계라는 지적이다.

지난 2월 25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이공 사무실에서 양홍석 변호사(42·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를 만나 경찰개혁 법안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양 변호사는 2018년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정보경찰개혁 권고안 작성에 참여했다. 양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이 상당 부분 경찰의 입맛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가 정책정보를 경찰에 의지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 정보경찰개혁 권고안에서 ‘치안정보’ 개념의 폐기, 정보기능 재편, 정보실명제와 정보이력제 등을 권고했다. 현재 개혁법안에 어느 정도 반영됐나.

“권고안은 최선보다는 개선의 단초를 만든다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주요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치안정보’를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 관련 정보’로 바꿨지만 여전히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어떤 기관이든 늘 자신의 활동 근거와 관련한 규정을 확장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기존에 ‘치안정보의 수집·작성·배포’라는 추상적 규정 하나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의 정보를 통제없이 상시적으로 수집했던 행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

- 정보이력제·실명제를 제안한 이유는.

“어떤 정보관이 누구에게서 정보를 획득해 어떤 가공 과정을 거쳐 어디로 납품됐는지 전체 과정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 청와대·국정상황실에 보고되는 정보를 누가 작성했는지 출처가 불명확한 정보들이 많다. 있지도 않은 정보를 가공할 수도 있고, 있는 정보를 경찰 입맛에 맞게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사후적으로라도 감독할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국가 안보나 외교상의 예외로 비실명 처리할 수 있지만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정보활동을 비실명으로 하는 것은 투명성 측면뿐 아니라 정보의 가치와 신뢰를 떨어뜨린다. 외부에 이름을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보 보고체계 내에서 필요한 경우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경찰의 정보기능 재편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나.

“정보경찰 문제 중 선결 과제는 정책정보수집과 인사검증 정보수집이다. 정책정보는 청와대 요구로 조직을 더 늘리는 형태로 가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에 대한 평가, 정책 수행 과정의 문제점이나 정책 수요를 발굴하고 조정과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제시하는 일은 치안활동과 관련이 없고, 경찰의 전문성도 떨어진다. 경찰의 세평 수집을 통해 이뤄지는 고위공직자 선발, 보직 이동, 해임과 감찰 등은 부처별 인사담당관실이나 감사원에서 처리하면 된다. 예를 들어 고위공직자가 어떤 평판을 받는지, 회식을 강요하거나 주사가 있는지 조사하거나 최저임금법 시행과 관련해 지역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모아 청와대에 보고하는 게 범죄수사나 치안활동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국가 전체로 보면 필요하지만 이걸 경찰이 할 필요는 없다. 각 부처나 국무조정실 산하로 이관하는 게 좋다.”

- 정책정보를 경찰에 의지할 경우의 문제점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하기 때문에 경찰에 밉보이거나 경찰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고위공직자가 되기 매우 어렵다. 경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경찰에 순화된 사람들만 고위공직자가 될 수 있어서 간접적으로 정책 수립·조정 과정에 경찰의 시각이 반영될 여지가 크다. 그런 측면에서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 정보경찰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범죄예방·치안활동을 위해서 경찰의 정보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말은 정보국의 활동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범죄정보는 수사정보과에서 수집하고 외사정보는 외사정보과가 맡는다. 테러정보나 교통정보도 맡는 부서가 있다. 정보국을 폐지하거나 여러 분야의 정보를 종합해 평가하는 역할로 재편·축소해야 한다. 청와대의 의지가 중요하다. 법무부 직제개편하듯 조직 개편으로 지금도 정보경찰 활동을 거의 없앨 수 있는데 조직 개편을 안 한다. 그런 상황에서 법을 개정한들 무슨 소용 있겠나.”

▲ 지난 2월 25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권력기관 개혁을 어떻게 보는지.

“경찰의 시각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국정원을 대신해 경찰의 정책정보가 청와대에 공급되면서 경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 경찰 입장에서 일반 사건에서 수사종결권을 제한적이지만 확보했고, 수사과정에 대한 통제를 걷어냈다. 정책정보가 편향되게 공급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본다.”

- 애초 경찰이 정책정보나 인사정보를 맡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치안본부 시절에도 이런 정보수집 행태는 있었지만 현재 형태의 정보국의 원형이 만들어진 것은 김대중 정부 때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 파트를 교차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 루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역 말단조직까지 잘 조직화된 경찰조직을 활용하는 게 당장의 현실적인 행정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 경찰이 여러 정보수집시스템을 운영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얼굴인식이나 수배차량 검색 등 경찰이 운영하는 많은 시스템이 경찰청 내의 훈령이나 예규에 근거하고 법률상 근거가 없다. 얼굴인식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는 범죄이력이 있는 사람이지만 넓어질 경우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 연구단계라도 법률상 근거가 있어야 한다.”

-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걱정할 때일까.

“그렇다. 이전에도 비대했고, 지금도 시민사회가 활성화된 선진국 중에서 이런 형태의 국가 경찰 조직에 인사검증과 정책검증을 맡긴 곳은 없다. 권한이 집중된다고 해도 그 권한 행사 절차가 까다롭거나 잘 통제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상관없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경찰청장부터 순경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청장이나 지도부 의사결정에 반대할 수 있는 구조가 없다. 상명하복 조직에 강력한 힘을 주게 되면 오남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 시민은 경찰의 정보활동이 당연히 범죄수사를 위해서라고 생각할 텐데.

“정보국의 정보활동은 범죄수사나 치안활동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문제다. 정보국의 덩치가 커서 오히려 경찰의 기능별 정보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범죄수사를 많이 해야 하는데도 치안활동과 관련 없는 정보를 모은다고 거의 3,000명의 인원을 빼먹으니 나머지 정보부서를 다 모아도 1,000명이 안 된다. 정보국을 다 없애야 범죄수사를 많이 할 수 있다. 경찰이 뻔히 알면서도 정보경찰을 없애면 마치 범죄정보 수집이 안 되는 것처럼 장난을 치고 있다.”


출처  “정보경찰 없애야 범죄수사 강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