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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추악한 자본

사망사고 1위 건설사의 `눈가림 보고서`

사망사고 1위 현대건설의 '눈가림 보고서'
사고 내용 전무…'원·하청 바꿔치기'도 누락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입력 : 2011.12.20 10:51


지난 5월 이정선 국회의원(한나라당)이 한국산업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100대 건설업체 재해발생현황을 공개했다. 내용은 지난 3년간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가 10대 건설사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현대건설의 현장사고 사망자 수는 도드라졌다. 산업안전공단이 발표한 2008년부터 2011년 2월까지 10대 건설업체 사망·부상자 발생현황에 따르면 2008년 현대건설은 9명의 사망자와 80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최대 인명피해 발생 회사로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역시 13명의 사망자와 66명의 부상자를 양산하며 1위 불명예를 얻었다.

2009년엔 GS건설의 현장에서 13명이 사망해 9명의 사망자를 낸 현대건설을 2위로 밀어냈지만 부상자 수를 더한 사상자수는 현대건설의 독주였다. 게다가 GS건설은 이듬해 사망·부상자 수를 절반 가까이 줄였지만 현대건설은 부상자 수만 소폭 줄었을 뿐 사망자는 오히려 4명이 늘었다.


올해 2월까지 결과를 봐도 현대건설의 사상자 수는 단연 발군이다. 10대 건설사 사상자 수 70명 중 15명이 현대건설 근로자다. 규모에 따른 사상자 비율로 보자면 SK건설이 유독 두드러진다. 2008년 이후 줄곧 SK건설 현장에서 5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2009년에는 현대건설(82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상자(70명)가 발생했다.

이정선 의원은 “건설 산재로 인해 장애 판정을 받은 근로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가 예상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 건설현장에서 사고 장애인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대기업들의 책임 있는 산재예방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 안전 강조하는 자성 없는 보고서

이러한 가운데 업계1위이자 현장사고 사망자수가 가장 많은 현대건설이 자사가 발행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현장 안전사고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은 채 안전교육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두 번째로 발행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안전’이라는 단어가 무려 30번이나 등장한다. 건설업체의 특성상 안전 문제를 빼놓고 지속가능성을 논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하지만 안전관리 관련 내용은 평범하기만 하다. 통합 환경안전관리 시스템인 H-PMS를 구축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기록을 공유하고 관련정보를 게시하는 것이 그나마 눈에 띄는 정도다.

반면 자체 사고건수나 사례, 대응 전략 등은 거의 없다. 지난해 발행된 보고서에는 2007년과 2008년 건설업체 평균 재해율이 0.44%와 0.43%인데 비해 현대건설은 각각 0.26%와 0.19%로 낮았다며 안전성만 부각시켰으며, 올해 보고서에는 재해도수율(연간 근로시간수에서 재해건수가 차지하는 비율)만 간단히 표기했다. 산업재해사망자수나 사고사상자수 등은 보고 되지 않았다. 자성은 없고 비전만 늘어놓은 식이다. 기업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분석하는 시민사회단체인 좋은기업센터가 사망산재 사건의 개요와 개선조치를 밝혀달라고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 형체 없는 안전교육, DJSI 홍보는 열심

좋은기업센터는 지난달 21일 지난 4년간 산업재해 사망률 1위와 관련 현대건설에 질의서를 발송했다. 법원에서 현대건설의 ‘원하청 바꿔치기’를 인정할 정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누락된 이유 등이 주요 질의내용이었다.

유정 좋은기업센터 팀장은 “CSR 부서 책임자에게 우편과 이메일을, 사장 비서실에 우편을 통해 내용을 전달하고 12월3일까지 회신을 요청했지만 15일 현재 회신이 없는 상태”라며 “국내 건설업계 1위 기업이고 글로벌 리더그룹에 편입되는 등 외부에는 굉장히 훌륭한 회사로 비춰지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는 기업으로 CSR 보고 내용의 실효성이 심각하게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건설현장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시민단체의 질의내용은 확인해보겠다“고 한 뒤 특별한 답변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질의내용은 껍데기뿐인 안전문제 개선사항의 구체적인 실행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컨대 보고서가 ‘현대건설이 안전보건 교육을 전사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모든 협력사를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만 추상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데 대해 좋은기업센터는 ‘안전교육이 절실히 요구되는 하청업체, 일용직 인력의 교육 여부와 교육내용 및 시간, 연간 피교육자 수 등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특히 좋은기업센터는 2년 전 현대건설이 시공한 수원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주목하고 있다. 모델하우스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인부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현대건설이 사고책임을 회피하고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시행사를 압박, 현대건설로 돼 있는 원청업체명을 삭제하는 대신 하청업체를 내세우는 새로운 도급계약서를 작성한 사건이다. 지난해 서울지방법원은 이러한 현대건설의 ‘원·하청 바꿔치기’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현대건설의 같은 행태는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거나 재해율이 높아지면 관급공사의 입찰자격에 제한을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유 팀장은 “건설사의 사망자수가 흔히 축소되곤 하는데 현장 작업과의 연관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여러 개의 원·하청 업체로 잘게 나뉘어져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 대형사 시공현장의 건설 노동자의 사상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재무적 경영성과와 사회적 책임을 근간으로 현대건설이 글로벌기업으로서 이해관계자를 위해 내놓은 약 90페이지짜리 결과보고서다. 3자검증과 GRI 어플리케이션 레벨 체크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것이 현대건설의 입장이다.

그동안 현대건설은 지속가능경영지수인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 2009년 편입되고 올해 수퍼섹터 리더기업으로 선정돼 지속가능성 세계 1위 기업이 됐다고 홍보해왔다. GRI는 전세계에 통용되는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가이드라인을 입안하기 위해 만든 연구센터다.


출처 : 현대건설, 시공 1위 노동자 사망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