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열겠다”며 수문 닫았던 ‘백제보’... 개방은 감감무소식
[현장] 약속 지키지 않은 정부, 얼마나 더 참고 기다려야 할까
[오마이뉴스] 김종술 | 20.04.19 15:57 | 최종 업데이트 : 20.04.19 15:57
“와, 바다다.”
“아냐, 강이야.”
강변에 펼쳐진 모래톱을 보고 아이들이 소리쳤다. 강바닥이 미칠 정도로 맑던 물에는 작은 물고기들도 보였다.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물속으로 하나둘 들어갔다. 옷이 물에 젖는 줄도 모르고 물장난에 빠졌다.
푹신한 모래밭에 구덩이를 파는 아이부터 두꺼비집을 짓는 아이까지, 동행한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노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어른들도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 체험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모래밭에 왜가리가 찍어 놓은 커다란 삼각 발자국에 자신의 발을 맞춰보는 사람들까지 금강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금강이 선물한 보물이었다. 지난해 금강의 3개의 보가 다 개방되고 백제보와 공주보 사이에 생겨난 모래톱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던 모습이다. 사람들만 찾는 것이 아니다. 낮은 여울 유리알처럼 투명한 모래톱에서는 물고기들이 첨벙거리고 수달과 고라니, 너구리, 삵 등 야생동물부터 꼬마물떼새, 왜가리, 백로까지 찾아드는 평화로운 낙원이었다.
그러나 금강의 평온은 오래가지 못했다.
백제보 상류 충남 부여읍 자왕펄에서는 1000여 동 가까이 되는 대규모 시설 하우스가 있다. 이곳에서는 일부 농가들은 겨울철 난방을 위해 지하수를 사용하여 수막재배를 한다. 겨울철 한꺼번에 많은 지하수를 사용하다 보니 백제보 수문개방으로 인해 지하수 고갈 문제가 제기되자 환경부는 100여 개가 넘은 공동관정을 파주었다.
그래도 불안했다. 혹시나 지하수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농민들 때문에 환경부는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한 이후에 올해 4월 1일 날 수문을 개방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지난해 수문을 다시 닫았다. 이렇듯 백제보의 수문이 닫히면서 상류에 생겨난 크고 작은 모래톱은 모두 물속에 수장되었다.
지난 1일 약속만 믿고 기다리던 백제보 수문은 열리지 않았다. 총선 4대강 사업을 이용하려는 세력들로부터 공격을 당할 것을 우려해서 늦어진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수문을 열지 못하는 이유를 놓고 환경부 담당자는 국가물관리위원회 탓이라고 했다.
환경부 담당자는 백제보 수문개방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농작물 출하가 되지 않아서 혹시나 물이 부족해질 수 있어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곳에 100개가 넘은 중형관정을 파주었고 올해 열기로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보 처리방안을 결정해야 하는데, 늦어지고 있어서 못하고 있다”고 말을 돌렸다.
이에 대해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4대강의 거짓말은 처음부터 그랬다. MB정부는 흐르는 강물을 막으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시절 수많은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했을 때도 원인을 알 수 없다고만 했다. 대규모 녹조가 발생해도 별일 아니라고 했다.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고 강바닥에 시궁창에서나 서식하던 실지렁이 붉은 깔따구가 득시글해도 수질이 좋아졌다고만 했다.
4월 1일 수문을 다시 개방하겠다고 했던 것은 국민과 한 약속이다. 이런 약속도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공무원들이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해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4대강 부역자 처벌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했던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약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금강은 많은 사람이 찾으면서 반짝 호황을 보이고 있다. TV에도 나오고 유명 유튜버들도 찾고 낚시 사이트마다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대물 붕어가 쏟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붕어는 더러운 물에서도 잘살며 산란기 낮은 물가로 나와 수초나 나뭇가지에 산란한다. 산란기 물고기를 잡기 위해 낚시꾼들이 금강이 주목받는 것이다.
정부의 수질 등급을 보면 붕어·잉어는 4급수 어종으로 바닥에는 침전물이 깔려 있으며 시궁창처럼 더러운 물에서도 서식한다. 이런 물은 맨몸으로 수영을 했다가는 피부병이 생기고, 대표적으로는 모기 유충, 파리 유충, 깔따구 유충, 실지렁이 등이 살고 다른 물고기는 서식하지 못한다.
낚시꾼이 차량타고 지나간 강변 갈대밭은 도로가 뚫렸다. 낚시에 걸리적거리는 버드나무는 베어지고 먹고 마시고 버린 쓰레기는 풀숲에 버려져 있다. 쓰다 버린 떡밥과 음식물 더미에는 날파리가 들끓고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그러나 수문이 열린 곳에서는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어종도 발견되고 있다. 최근 세종보 인근에서의 어류 조사에서는 고운 모래톱에서만 살아가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흰수마자 3마리가 발견되었다. 대전 갑천에서도 천연기념물 제454호인 미호종개 10여 마리가 발견됐다.
출처 “4월 1일 열겠다”며 수문 닫았던 ‘백제보’... 개방은 감감무소식
[현장] 약속 지키지 않은 정부, 얼마나 더 참고 기다려야 할까
[오마이뉴스] 김종술 | 20.04.19 15:57 | 최종 업데이트 : 20.04.19 15:57
▲ 지난해 백제보 수문이 개방되고 공주보 아래쪽에 만들어진 모래톱이다.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강변을 찾아 모래톱을 즐겼다. ⓒ 김종술
“와, 바다다.”
“아냐, 강이야.”
강변에 펼쳐진 모래톱을 보고 아이들이 소리쳤다. 강바닥이 미칠 정도로 맑던 물에는 작은 물고기들도 보였다.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물속으로 하나둘 들어갔다. 옷이 물에 젖는 줄도 모르고 물장난에 빠졌다.
푹신한 모래밭에 구덩이를 파는 아이부터 두꺼비집을 짓는 아이까지, 동행한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노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어른들도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 체험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모래밭에 왜가리가 찍어 놓은 커다란 삼각 발자국에 자신의 발을 맞춰보는 사람들까지 금강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금강이 선물한 보물이었다. 지난해 금강의 3개의 보가 다 개방되고 백제보와 공주보 사이에 생겨난 모래톱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던 모습이다. 사람들만 찾는 것이 아니다. 낮은 여울 유리알처럼 투명한 모래톱에서는 물고기들이 첨벙거리고 수달과 고라니, 너구리, 삵 등 야생동물부터 꼬마물떼새, 왜가리, 백로까지 찾아드는 평화로운 낙원이었다.
그러나 금강의 평온은 오래가지 못했다.
4월 1일 다시 열겠다
▲ 백제보 상류에도 강변까지 차를 타고 들어가면서 버드나무가 베어지고 강변이 훼손되고 있다. 굳게 닫힌 백제보, 우측으로 보이는 곳이 수막재배가 이루어지는 부여읍 자왕펄 시설하우스다. ⓒ 김종술
백제보 상류 충남 부여읍 자왕펄에서는 1000여 동 가까이 되는 대규모 시설 하우스가 있다. 이곳에서는 일부 농가들은 겨울철 난방을 위해 지하수를 사용하여 수막재배를 한다. 겨울철 한꺼번에 많은 지하수를 사용하다 보니 백제보 수문개방으로 인해 지하수 고갈 문제가 제기되자 환경부는 100여 개가 넘은 공동관정을 파주었다.
그래도 불안했다. 혹시나 지하수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농민들 때문에 환경부는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한 이후에 올해 4월 1일 날 수문을 개방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지난해 수문을 다시 닫았다. 이렇듯 백제보의 수문이 닫히면서 상류에 생겨난 크고 작은 모래톱은 모두 물속에 수장되었다.
지난 1일 약속만 믿고 기다리던 백제보 수문은 열리지 않았다. 총선 4대강 사업을 이용하려는 세력들로부터 공격을 당할 것을 우려해서 늦어진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수문을 열지 못하는 이유를 놓고 환경부 담당자는 국가물관리위원회 탓이라고 했다.
환경부 담당자는 백제보 수문개방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농작물 출하가 되지 않아서 혹시나 물이 부족해질 수 있어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곳에 100개가 넘은 중형관정을 파주었고 올해 열기로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보 처리방안을 결정해야 하는데, 늦어지고 있어서 못하고 있다”고 말을 돌렸다.
이에 대해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지난해 백제보 수문이 다시 닫히면서 백제보의 영향을 받는 공주보 인근에서도 다량의 붕어가 죽은 채로 발견되고 있다.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가 죽은 물고기를 들어 보인다. ⓒ 김종술
“4대강의 거짓말은 처음부터 그랬다. MB정부는 흐르는 강물을 막으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시절 수많은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했을 때도 원인을 알 수 없다고만 했다. 대규모 녹조가 발생해도 별일 아니라고 했다.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고 강바닥에 시궁창에서나 서식하던 실지렁이 붉은 깔따구가 득시글해도 수질이 좋아졌다고만 했다.
4월 1일 수문을 다시 개방하겠다고 했던 것은 국민과 한 약속이다. 이런 약속도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공무원들이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해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4대강 부역자 처벌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했던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약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 금강, 충남 청양군 강변에는 많은 낚시꾼이 차를 타고 들어가 낚시를 하고 있다. ⓒ 김종술
▲ 백제보 상류에도 강변까지 차를 타고 들어가면서 버드나무가 베어지고 강변이 훼손되고 있다. ⓒ 김종술
최근 금강은 많은 사람이 찾으면서 반짝 호황을 보이고 있다. TV에도 나오고 유명 유튜버들도 찾고 낚시 사이트마다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대물 붕어가 쏟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붕어는 더러운 물에서도 잘살며 산란기 낮은 물가로 나와 수초나 나뭇가지에 산란한다. 산란기 물고기를 잡기 위해 낚시꾼들이 금강이 주목받는 것이다.
정부의 수질 등급을 보면 붕어·잉어는 4급수 어종으로 바닥에는 침전물이 깔려 있으며 시궁창처럼 더러운 물에서도 서식한다. 이런 물은 맨몸으로 수영을 했다가는 피부병이 생기고, 대표적으로는 모기 유충, 파리 유충, 깔따구 유충, 실지렁이 등이 살고 다른 물고기는 서식하지 못한다.
낚시꾼이 차량타고 지나간 강변 갈대밭은 도로가 뚫렸다. 낚시에 걸리적거리는 버드나무는 베어지고 먹고 마시고 버린 쓰레기는 풀숲에 버려져 있다. 쓰다 버린 떡밥과 음식물 더미에는 날파리가 들끓고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그러나 수문이 열린 곳에서는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어종도 발견되고 있다. 최근 세종보 인근에서의 어류 조사에서는 고운 모래톱에서만 살아가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흰수마자 3마리가 발견되었다. 대전 갑천에서도 천연기념물 제454호인 미호종개 10여 마리가 발견됐다.
출처 “4월 1일 열겠다”며 수문 닫았던 ‘백제보’... 개방은 감감무소식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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