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지수 42위, 한국 언론의 윤리지수는?
[기자수첩] 언론인의 윤리의식을 점수로 매긴다면 ‘낙제점’ 아닐까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 2020.04.23 13:45:11 | 수정 : 2020.04.23 14:33:45
“국경없는기자회가 오늘(21일) 공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국가 가운데 42위를 기록해 45위에 오른 미국보다 앞섰습니다. 아시아에선 한국이, 이보다 1계단 낮은 43위를 기록한 타이완과 함께 ‘언론지수 양호’로 평가받았습니다.”
KBS가 지난 21일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한국 언론에 대한 뉴스수용자들의 신뢰도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지수입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은 한국이 아시아에서 언론자유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저는 이번 조사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언론자유지수가 앞선 점, 일본과 비교하면 훨씬 앞서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 등이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다가오더군요.
물론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세계 언론자유지수’는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2002년부터 해마다 전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언론의 자유가 어떤 수준인지를 측정하는 지표일 뿐입니다.
‘우리’의 언론자유지수가 지난해 혹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체크하는 지표로 삼아야지 이걸 국가별로 경쟁하는 ‘언론 월드컵’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언론 보도를 보면서 한 가지 아쉬움은 남습니다.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에서 언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기사나 칼럼 하나 찾기가 어려웠던 게 씁쓸했다는 말입니다.
언론자유지수는 사실 평가대상이 정부입니다.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얼마나 보장하고 있는가를 측정해서 평가하는 것이죠. 언론자유지수가 높다는 건 해당 국가나 정부가 그만큼 언론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지만 이 당연한 얘기가 현실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문제지요. 언론자유지수가 높지 않은 국가의 언론인과 시민들은 상대적으로 권위주의적인 정부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만 하더라도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엔 31위까지 언론자유지수가 상승했지만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엔 70위로 순위가 하락했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63위, 2018년 43위, 2019년 41위로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의 언론자유가 그냥 주어진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승 기조에 맞게 언론은 스스로 신뢰도 상승과 윤리의식을 높이고 있는가 – 저는 이 질문에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수차례 지적이 된 데다가 여전히 오보와 무리한 보도, 선정적 보도로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보는 대문짝만하게 내고선 ‘정정보도’는 단신으로 내보내는 ‘구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보를 낸 기자나 ‘오보 사설’을 쓴 논설위원을 어떻게 조치했다는 얘기도 없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받고 있지만 그만큼의 책임과 윤리의식을 가지려고 그리고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한국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언론인들의 윤리의식을 점수로 매긴다면 ‘낙제점’에 가깝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른바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기자‧PD 등 언론사 관계자 수십 명이 휴대폰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모여 불법 촬영물과 음란물 등을 비롯해 성매매 정보나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담긴 사설 정보지를 공유한 사건입니다.
경찰은 이들을 수사한 후 1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 대부분을 기소유예‧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수사를 받은 피의자가 모두 12명이지만 11명은 증거불충분에 따른 무혐의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1명만 성폭력특별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위반 혐의로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약식 기소됐습니다.
검찰이 대부분 기소유예나 무혐의 처분을 했으니 ‘그냥 넘어가면 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반문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미디어오늘을 비롯한 언론비평지들이 보도하면서 공론화가 됐죠. 그 내용을 보면 검찰의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검찰의 이 같은 결정을 비판하는 언론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검찰 비판만 없는 게 아니라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 대해 기성 언론 상당수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보도 자체가 거의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나마 한 가지 유의미한 점을 꼽는다면 검찰이 기소유예에도 한국일보가 진상조사 후 해당 기자에게 중징계를 내렸다는 점입니다.
한국일보는 지난 17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죄로 기소유예된 해당 기자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결정했습니다. 한국일보는 피의자 중 자사 기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조사에 착수해 8일 만에 징계 절차를 마무리 했습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징계는 다음 주 초 확정될 예정인데요. 징계 결정 후 이의 제기 기간인 5일 내에 이의 신청이 접수되면 재심 징계위가 열리고, 그렇지 않으면 기존 결정이 확정됩니다.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는 조선일보 사진 기자도 연루가 됐고 기소 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내부 조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요. 조선일보 측은 해당 사진기자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관련해서 언론노조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해당 사건에 연루된 기자들은 단톡방을 복잡한 가입과정을 통해 매우 비밀스럽게 운영했다는 점에서 ‘n번방 성착취 사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12명의 피의자가 소속된 언론사에 대해서도 “각 회사에서 빠르게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언론사 역시 마찬가지”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일보를 제외하곤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 대해 응답하는 언론사는 아직 없습니다. 이런 ‘치부’에 대해 쉬쉬하며 넘어가는 언론이 다른 부문에 대해선 ‘교과서적인 기준과 잣대’를 들이댄다? ‘언론 너나 잘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020년 언론자유지수는 한국이 42위지만, 만약 한국 언론의 윤리지수를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이나 나올까요? 저는 낙제점을 겨우 면하거나 아니면 ‘낙제 수준’의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출처 언론자유지수 42위, 한국 언론의 윤리지수는?
[기자수첩] 언론인의 윤리의식을 점수로 매긴다면 ‘낙제점’ 아닐까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 2020.04.23 13:45:11 | 수정 : 2020.04.23 14:33:45
“국경없는기자회가 오늘(21일) 공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국가 가운데 42위를 기록해 45위에 오른 미국보다 앞섰습니다. 아시아에선 한국이, 이보다 1계단 낮은 43위를 기록한 타이완과 함께 ‘언론지수 양호’로 평가받았습니다.”
KBS가 지난 21일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한국 언론에 대한 뉴스수용자들의 신뢰도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지수입니다.
▲ 국경없는기자회(RSF)가 21일 발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 세계 지도. <사진제공= 국경없는 기자회>
아시아 언론자유지수 1위 한국 … 언론윤리지수를 매긴다면?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은 한국이 아시아에서 언론자유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저는 이번 조사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언론자유지수가 앞선 점, 일본과 비교하면 훨씬 앞서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 등이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다가오더군요.
물론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세계 언론자유지수’는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2002년부터 해마다 전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언론의 자유가 어떤 수준인지를 측정하는 지표일 뿐입니다.
‘우리’의 언론자유지수가 지난해 혹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체크하는 지표로 삼아야지 이걸 국가별로 경쟁하는 ‘언론 월드컵’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언론 보도를 보면서 한 가지 아쉬움은 남습니다.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에서 언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기사나 칼럼 하나 찾기가 어려웠던 게 씁쓸했다는 말입니다.
언론자유지수는 사실 평가대상이 정부입니다.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얼마나 보장하고 있는가를 측정해서 평가하는 것이죠. 언론자유지수가 높다는 건 해당 국가나 정부가 그만큼 언론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지만 이 당연한 얘기가 현실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문제지요. 언론자유지수가 높지 않은 국가의 언론인과 시민들은 상대적으로 권위주의적인 정부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만 하더라도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엔 31위까지 언론자유지수가 상승했지만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엔 70위로 순위가 하락했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63위, 2018년 43위, 2019년 41위로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의 언론자유가 그냥 주어진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대하는 언론의 민낯
하지만 이런 상승 기조에 맞게 언론은 스스로 신뢰도 상승과 윤리의식을 높이고 있는가 – 저는 이 질문에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수차례 지적이 된 데다가 여전히 오보와 무리한 보도, 선정적 보도로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보는 대문짝만하게 내고선 ‘정정보도’는 단신으로 내보내는 ‘구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보를 낸 기자나 ‘오보 사설’을 쓴 논설위원을 어떻게 조치했다는 얘기도 없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받고 있지만 그만큼의 책임과 윤리의식을 가지려고 그리고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한국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언론인들의 윤리의식을 점수로 매긴다면 ‘낙제점’에 가깝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른바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기자‧PD 등 언론사 관계자 수십 명이 휴대폰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모여 불법 촬영물과 음란물 등을 비롯해 성매매 정보나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담긴 사설 정보지를 공유한 사건입니다.
경찰은 이들을 수사한 후 1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 대부분을 기소유예‧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수사를 받은 피의자가 모두 12명이지만 11명은 증거불충분에 따른 무혐의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1명만 성폭력특별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위반 혐의로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약식 기소됐습니다.
▲ <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홈페이지 캡처>
한국일보만 진상조사 후 해당 기자에게 중징계 결정
검찰이 대부분 기소유예나 무혐의 처분을 했으니 ‘그냥 넘어가면 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반문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미디어오늘을 비롯한 언론비평지들이 보도하면서 공론화가 됐죠. 그 내용을 보면 검찰의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검찰의 이 같은 결정을 비판하는 언론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검찰 비판만 없는 게 아니라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 대해 기성 언론 상당수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보도 자체가 거의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나마 한 가지 유의미한 점을 꼽는다면 검찰이 기소유예에도 한국일보가 진상조사 후 해당 기자에게 중징계를 내렸다는 점입니다.
한국일보는 지난 17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죄로 기소유예된 해당 기자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결정했습니다. 한국일보는 피의자 중 자사 기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조사에 착수해 8일 만에 징계 절차를 마무리 했습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징계는 다음 주 초 확정될 예정인데요. 징계 결정 후 이의 제기 기간인 5일 내에 이의 신청이 접수되면 재심 징계위가 열리고, 그렇지 않으면 기존 결정이 확정됩니다.
한국일보를 제외한 다른 언론사들은 현재까지 ‘무대응’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는 조선일보 사진 기자도 연루가 됐고 기소 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내부 조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요. 조선일보 측은 해당 사진기자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관련해서 언론노조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해당 사건에 연루된 기자들은 단톡방을 복잡한 가입과정을 통해 매우 비밀스럽게 운영했다는 점에서 ‘n번방 성착취 사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12명의 피의자가 소속된 언론사에 대해서도 “각 회사에서 빠르게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언론사 역시 마찬가지”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일보를 제외하곤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 대해 응답하는 언론사는 아직 없습니다. 이런 ‘치부’에 대해 쉬쉬하며 넘어가는 언론이 다른 부문에 대해선 ‘교과서적인 기준과 잣대’를 들이댄다? ‘언론 너나 잘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020년 언론자유지수는 한국이 42위지만, 만약 한국 언론의 윤리지수를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이나 나올까요? 저는 낙제점을 겨우 면하거나 아니면 ‘낙제 수준’의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출처 언론자유지수 42위, 한국 언론의 윤리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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