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5·18 기밀문서’ 주인공은 ‘박근혜’
[신문읽기] 전두환 쿠데타 관련 내용은 외면…‘박근혜’에 초점 맞춘 조선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 2020.05.16 10:24:01 | 수정 : 2020.05.16 10:59:49
<‘12·12’ 직후 미 대사…“전두환이 도움 요청”>
오늘(16일) 경향신문이 1면에서 보도한 기사 제목입니다. 외교부가 어제(15일) 공개한 미국 국무부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기밀 문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문서는 모두 43건, 약 140쪽 분량입니다. 미국 정부가 5·18 관련 기록물을 한국 정부에 제공한 것은 이번에 처음입니다.
경향신문은 △12·12 쿠데타 직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미국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군부 내 반대 세력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한 것에 불안감을 드러냈으며 △미 대사는 본국에 보낸 보고에서 전 사령관이 쿠데타 계획을 숨기고 이같이 말하면서 미국의 도움을 원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16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의 보도 태도는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경향신문과 비슷한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5·18 관련 기록물을 한국 정부에 제공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많은 언론이 △5·18 광주민주화 운동과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움직임 △당시 글라이스틴 미 대사가 본국에 어떤 내용을 보고했는지 △미국이 전두환 신군부에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5·18의 도화선이 된 비상계엄 확대 과정에서 미국 측이 신군부에 힘을 실어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진압 안하면 공산화” 미국에 5·18 실상 감춘 신군부>(8면)라는 기사에서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이 12·12 반란을 ‘쿠데타나 혁명이 아니라 박정희 암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변한 데 대해 ‘길고 상세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자기 잇속만 차리는 설명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문서에는 전두환이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세력의 반격을 막기 위해 미국한테 도움을 요청한 사실도 적시됐다”면서 “전두환은 현재 상황이 표면적으로는 안정됐지만, 군부 내 다수의 정승화 지지자가 향후 몇주 동안 상황을 바로잡으려 행동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두환과 동료들은 (반대 세력의) 군사적 반격을 저지하는 데 우리의 도움을 받고 싶어한다”고 문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 역시 5면 <1980년 5·18민주화운동 전후 美국무부 기밀문건 추가공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에서 글라이스틴 대사가 본국에 보낸 보고 내용을 전했습니다.
동아는 글라이스틴 대사가 △12·12사태를 ‘영턱스(Young Turks·1908년 터키에서 군사혁명을 일으킨 젊은 장교들)’의 치밀한 계획에 따른 쿠데타로 규정한 점 △“(전두환의) 군사 반란 동기 중 하나가 권력에 대한 욕망인 점은 명백하다”고 명시한 점 △군사 반란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도움을 주길 원하는 게 분명해 보였이며 수개월 내 미국이 매우 까다로운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역시(!) 예외였습니다. 오늘(16일)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를 8면에 실었는데 제목이 <“박근혜, 박정희 前대통령 암살 이듬해 총선 출마 원했다”>입니다.
미국 정부가 5·18 관련 기록물을 한국 정부에 처음으로 공개한 문서 내용을 보도하면서 박근혜 총선 출마를 제목으로 뽑은 이유 – 제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대목입니다.
물론 당시 글라이스틴 미 대사가 본국에 보고한 문건에는 △당시 28세였던 박근혜가 “다음 총선(11대 총선)에 출마하길 희망한다”는 내용 △전두환이 박근혜 출마를 촉구했다고 언급한 대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미국 정부가 5·18 관련 기록물을 한국 정부에 처음 공개한 문건에서 주요하게 다뤄야 할 대목이었을까요? 조선일보가 아무리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신문이라 해도 ‘이 정도 뉴스 가치’를 판단하지 못하는 언론은 아니라고 봅니다.
무슨 얘기냐? 제가 봤을 땐 조선일보가 ‘전두환과 5·18 광주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부분을 외면하고 ‘박근혜 총선 출마’ 대목을 부각시킨 데에는 ‘의도성’이 있는 것을 보입니다. 이런 말씀 드려 죄송하지만, 동아일보마저(!) 그런 식으로 보도하진 않았습니다.
제목도 문제지만 기사를 보면 더 가관입니다. 기사의 상당 부분을 “전두환이 ‘스물여덟 박근혜’의 총선 출마를 지지했다는 증언도 이번에 처음으로 드러났다”는 내용을 채운 조선일보는 기사 말미에 다음과 같은 부분을 덧붙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1981년 3월 25일 치러진 11대 총선에 불출마한 배경은 이번 문건에 나오지 않았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나날이 만족스러웠다. 정치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종종 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썼다.”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번에 공개한 문건은 ‘5·18 관련 기록물’입니다. ‘박근혜 동향이나 당시 박근혜 총선 출마와 전두환 충고’와 관련된 게 아닙니다.
핵심적인 내용과 전체적인 맥락은 무시한 채 ‘부분적으로’ - 그것도 자신이 관심 있고 부각시키고자 하는 내용만 ‘확대 현미경’을 들이대는 조선일보식 ‘비틀기 보도’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하지만 백 번을 양보해 조선일보의 ‘자율적 판단’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려 해도 이 기사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기사 첫 문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된 이듬해인 1980년, 차기 총선에 출마하길 원했다는 첩보가 기록된 미국 국무부의 외교문서가 40년 만에 기밀 해제돼 15일 공개됐다”로 시작한 것도 그렇고, 기사 제목과 본문에 ‘5·18 광주’라는 단어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것은 특히 그렇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조선일보의 시각이 어떤 지가 상징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 같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5·18 기밀문서’ 주인공은 ‘박근혜’
[신문읽기] 전두환 쿠데타 관련 내용은 외면…‘박근혜’에 초점 맞춘 조선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 2020.05.16 10:24:01 | 수정 : 2020.05.16 10:59:49
<‘12·12’ 직후 미 대사…“전두환이 도움 요청”>
오늘(16일) 경향신문이 1면에서 보도한 기사 제목입니다. 외교부가 어제(15일) 공개한 미국 국무부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기밀 문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문서는 모두 43건, 약 140쪽 분량입니다. 미국 정부가 5·18 관련 기록물을 한국 정부에 제공한 것은 이번에 처음입니다.
경향신문은 △12·12 쿠데타 직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미국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군부 내 반대 세력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한 것에 불안감을 드러냈으며 △미 대사는 본국에 보낸 보고에서 전 사령관이 쿠데타 계획을 숨기고 이같이 말하면서 미국의 도움을 원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대다수 언론 ‘5·18 기밀문서와 전두환에 초점’ 맞춰 … 조선일보는 예외
오늘(16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의 보도 태도는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경향신문과 비슷한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5·18 관련 기록물을 한국 정부에 제공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많은 언론이 △5·18 광주민주화 운동과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움직임 △당시 글라이스틴 미 대사가 본국에 어떤 내용을 보고했는지 △미국이 전두환 신군부에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5·18의 도화선이 된 비상계엄 확대 과정에서 미국 측이 신군부에 힘을 실어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진압 안하면 공산화” 미국에 5·18 실상 감춘 신군부>(8면)라는 기사에서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이 12·12 반란을 ‘쿠데타나 혁명이 아니라 박정희 암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변한 데 대해 ‘길고 상세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자기 잇속만 차리는 설명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문서에는 전두환이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세력의 반격을 막기 위해 미국한테 도움을 요청한 사실도 적시됐다”면서 “전두환은 현재 상황이 표면적으로는 안정됐지만, 군부 내 다수의 정승화 지지자가 향후 몇주 동안 상황을 바로잡으려 행동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두환과 동료들은 (반대 세력의) 군사적 반격을 저지하는 데 우리의 도움을 받고 싶어한다”고 문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 역시 5면 <1980년 5·18민주화운동 전후 美국무부 기밀문건 추가공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에서 글라이스틴 대사가 본국에 보낸 보고 내용을 전했습니다.
동아는 글라이스틴 대사가 △12·12사태를 ‘영턱스(Young Turks·1908년 터키에서 군사혁명을 일으킨 젊은 장교들)’의 치밀한 계획에 따른 쿠데타로 규정한 점 △“(전두환의) 군사 반란 동기 중 하나가 권력에 대한 욕망인 점은 명백하다”고 명시한 점 △군사 반란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도움을 주길 원하는 게 분명해 보였이며 수개월 내 미국이 매우 까다로운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보도했습니다.
‘5·18 기밀문서’ 보도하면서 박근혜 총선 출마를 제목으로 뽑은 조선일보
그런데 조선일보는 역시(!) 예외였습니다. 오늘(16일)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를 8면에 실었는데 제목이 <“박근혜, 박정희 前대통령 암살 이듬해 총선 출마 원했다”>입니다.
미국 정부가 5·18 관련 기록물을 한국 정부에 처음으로 공개한 문서 내용을 보도하면서 박근혜 총선 출마를 제목으로 뽑은 이유 – 제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대목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물론 당시 글라이스틴 미 대사가 본국에 보고한 문건에는 △당시 28세였던 박근혜가 “다음 총선(11대 총선)에 출마하길 희망한다”는 내용 △전두환이 박근혜 출마를 촉구했다고 언급한 대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미국 정부가 5·18 관련 기록물을 한국 정부에 처음 공개한 문건에서 주요하게 다뤄야 할 대목이었을까요? 조선일보가 아무리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신문이라 해도 ‘이 정도 뉴스 가치’를 판단하지 못하는 언론은 아니라고 봅니다.
무슨 얘기냐? 제가 봤을 땐 조선일보가 ‘전두환과 5·18 광주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부분을 외면하고 ‘박근혜 총선 출마’ 대목을 부각시킨 데에는 ‘의도성’이 있는 것을 보입니다. 이런 말씀 드려 죄송하지만, 동아일보마저(!) 그런 식으로 보도하진 않았습니다.
제목도 문제지만 기사를 보면 더 가관입니다. 기사의 상당 부분을 “전두환이 ‘스물여덟 박근혜’의 총선 출마를 지지했다는 증언도 이번에 처음으로 드러났다”는 내용을 채운 조선일보는 기사 말미에 다음과 같은 부분을 덧붙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1981년 3월 25일 치러진 11대 총선에 불출마한 배경은 이번 문건에 나오지 않았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나날이 만족스러웠다. 정치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종종 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썼다.”
박근혜 자서전까지 인용하며 ‘박근혜’에 초점 맞춘 조선일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번에 공개한 문건은 ‘5·18 관련 기록물’입니다. ‘박근혜 동향이나 당시 박근혜 총선 출마와 전두환 충고’와 관련된 게 아닙니다.
핵심적인 내용과 전체적인 맥락은 무시한 채 ‘부분적으로’ - 그것도 자신이 관심 있고 부각시키고자 하는 내용만 ‘확대 현미경’을 들이대는 조선일보식 ‘비틀기 보도’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하지만 백 번을 양보해 조선일보의 ‘자율적 판단’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려 해도 이 기사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기사 첫 문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된 이듬해인 1980년, 차기 총선에 출마하길 원했다는 첩보가 기록된 미국 국무부의 외교문서가 40년 만에 기밀 해제돼 15일 공개됐다”로 시작한 것도 그렇고, 기사 제목과 본문에 ‘5·18 광주’라는 단어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것은 특히 그렇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조선일보의 시각이 어떤 지가 상징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 같습니다.
▲ 2016년 6월 28일 당시 유신폐계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연석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출처 조선일보 ‘5·18 기밀문서’ 주인공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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