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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 요양보호사들 “양아들, 꾸준히 돈 받아갔다”

길원옥 할머니 요양보호사들 “양아들, 꾸준히 돈 받아갔다”
허재현 “<조선>, 뭉칫돈 받아간 양아들 통장내역 공개도 요구하라…그래야 공평한 취재”
[고발뉴스닷컴] 김미란 기자 | 승인 : 2020.06.20 11:24:57 | 수정 : 2020.06.20 11:44:45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92)의 돈 가운데 적잖은 금액이 정의기억연대에 ‘보조금 유용’ 의혹을 제기한 양아들 측에 꾸준히 전달됐다는 요양보호사들의 증언이 나왔다.

20일 연합뉴스와 한겨레에 따르면, 정의연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최근까지 길 할머니를 돌본 요양보호사 A씨와 B씨는 길 할머니의 양아들 황선희(61) 목사가 매주 빈손으로 쉼터에 찾아와 할머니로부터 돈을 받아갔고, 할머니의 돈 가운데 적잖은 금액이 황선희 목사에게 꾸준히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절인 2013년 쉼터에 채용돼 최근까지 일했고, B씨는 모 입주간병업체 소속으로 2013년부터 작년 말까지 길 할머니를 돌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황선희 목사에게 들어간 길 할머니의 돈이 매달 100~200만 원 선에 이른다고 봤다.

황선희 목사는 정의연 회계 문제가 불거지고,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서자 길 할머니를 자신이 모시겠다고 나섰다. 이 때까지 길 할머니의 양자로 정식 입적하지 않았던 그는 지난달 말 길 할머니의 호적에 이름을 올렸다. 길 할머니는 황선희 목사를 갓난아기 시절부터 키워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길 할머니가 ‘입적하지 않고 놔둬도 된다’고 말했지만, 황선희 목사는 ‘소장님이 (통장을) 가지고 있으면 큰일 난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 내가 상주 역할도 해야 한다. 3천만 원을 내 앞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황선희 목사는 양자 입적 절차를 마친 지난 1일 故손영미 소장을 만나 손 소장 명의 통장에 보관하고 있던 돈 3천만 원을 송금 받았다. 이 3천만 원은 실향민인 길 할머니가 통일이 되면 북한에 교회를 세우려고 손 소장에게 부탁해 보관하고 있던 돈이었다는 게 정의연 측의 설명이다.

A씨에 따르면, 황선희 목사와 부인 조모 씨는 손 소장으로부터 3천만 원을 받아낸 지난 1일 손 소장에게 “8일에 다시 올테니 2004년 할머니를 모시기 시작할 때부터 할머니 계좌 내역을 다 준비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로부터 닷새 뒤 손 소장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9일 조선일보는 <[단독] 길원옥 할머니, 쉼터 떠나며 외쳤다 “이제 우리집 간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손 소장의 사망 이후 정의연 측과 길 할머니의 아들 황모 목사 내외는 길 할머니의 거처를 두고 입장이 갈렸다”면서 “쉼터에서 며느리 조씨는 윤미향 의원과 고성을 주고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며느리 조씨의 말을 인용해 “윤 의원은 조씨를 향해 ‘요구하신 돈 사용내역 때문에 소장님이 많이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며 “이에 조씨는 ‘내가 그 정도 요구한 것이 과한 요구였냐’고 맞받아쳤다”고 보도했다.

요양보호사들은 길 할머니가 일정 액수를 ‘현금으로 뽑아달라’고 하면 손 소장이 길 할머니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할머니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이들은 “손 소장이 돈을 뽑아 와서 드리면 할머니께서 현금을 가지고 쓰셨다”며 “아들에게 용돈을 얼마 주셨는지, 어디 쓰셨는지 손 소장이 기록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황선희 목사 부부가 지출내역을 모두 달라고 요구하며 폭언을 이어가자 손 소장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며 “손 소장이 하도 걱정하기에 ‘아드님이 가져간 돈들인데 어떻게 그걸 기록해놓겠나. 내가 뭐라고 할 테니 걱정 말라’고까지 말했었다”고 되짚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사진제공=뉴시스>

요양보호사들은 길원옥 할머니가 평소 쉼터를 떠나기 싫어했다는 증언도 했다. B씨는 “할머니가 쉼터를 떠나던 그 날에도 ‘가기 싫다. 떠나기 싫다’고 하셨다”며 “그렇지만 아들이 가자니 차마 거역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A씨는 “떠나기 전날 저녁까지도 길 할머니는 ‘집에 안 가면 안 되느냐. 내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물건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거냐’라길래 ‘싫으면 안 가면 된다. 아들에게 가기 싫다고 이야기하시라’고 말했다”며 “그러나 할머니는 막상 다음날 아들 얼굴을 보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따라갔다”고 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온라인판 기사 캡처>

한편, 정의연 논란을 집중 취재하고 있는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20일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고는 조선일보를 향해 “조선일보 기자는, 그동안 길원옥 할머니에게 뭉칫돈 받아간 목사님의 통장 내역도 공개하라고 요구하라”며 “그래야 공평한 취재”라고 일갈했다.

허 기자는 또 길원옥 할머니의 양아들 황선희 목사를 향해서도 “3천만 원은 받아서 어디다 쓰실 예정이었는지 그것도 사용처를 공개해주시라”며 “국민은, 정의기억연대의 투명성뿐 아니라 목사님이 가져가신 돈의 사용처도 똑같이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출처  길원옥 할머니 요양보호사들 “양아들, 꾸준히 돈 받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