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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 1명 없이’ 감옥가는 MB의 유산, 언론·검찰개혁

‘지지자 1명 없이’ 감옥가는 MB의 유산, 언론·검찰개혁
누가 그런 사기꾼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나…시대적 화두이자 필연, 검언개혁
[고발뉴스닷컴] 하성태 기자 | 승인 : 2020.11.02 12:40:41 | 수정 : 2020.11.02 14:24:56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김씨의 거짓말과 사기 행각이었다. 여기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언론이 춤을 췄다. 그 결과 11월 27일 여론조사에선 ‘김경준 말을 믿는다’가 46%로 ‘이 후보 말을 믿는다’ 25%를 훨씬 앞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5년 전 대선 때 김대업 사건이나 기양건설 사건, 야당 후보 20만 달러 수수설 사건 때도 이와 똑같았다.”

2일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된 13년 전 <조선일보>의 사설이다. 제목은 <사기꾼 한 명과 그 가족에 놀아난 대한민국>이었다. 2017년 12월 5일, 검찰이 'BBK 수사' 발표를 통해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에게 면죄부를 주자 <조선일보>는 기다렸다는 듯이 김경준 BBK 대표를 가히 ‘사기꾼’에 가까운 표현을 써가며 매섭게 몰아붙였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헌데, 당시 무려 46%에 달하는 국민들이 여론조사에서 ‘김경준 말을 믿는다’고 대답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만약 검찰 수사 결과가 지금과 같았다면, 지지율 1위를 달렸던 MB의 운명도, 대한민국의 과거도 바뀌지 않았을까. 이를 의식한 듯, 당시 <조선일보>는 “BBK 의혹 제기의 상당수는 이런 김씨의 주장을 前提(전제)로 삼고서 김씨의 거짓 주장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만을 오히려 몰아붙인 것이었다”며 검찰 편을 들었다. 이런 식으로.

“지금 ‘검찰이 이 후보를 겁내고 있고, 나에게 협상을 제의했다’는 김씨의 메모가 나와 다른 후보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에 따르면 이 메모를 썼다는 김씨 스스로가 검사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느꼈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고 한다. 협상은 오히려 김씨가 요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전 수사 과정을 녹화 녹음했고 여기에 김씨 변호인도 입회했다고 발표했다.”

최소한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사과는 당연지사다. “이게 다 거짓말”이라던 MB도, 그런 MB에게 면죄부를 줬던 검찰도, 또 그런 대선후보를 열심히 밀어줬던 보수 언론들도. 허나, 부끄러워해야 할 언론이 어디 <조선일보> 뿐이었을까.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검찰 발표 승복하고 당당한 선거운동하라>고 MB에게 당부했고, <동아일보>는 <검찰수사보다 사기꾼 말 믿으라는 이색 촛불시위>라는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 ‘조중동’은 MB의 수혜를 통해 종합편성채널을 출범시킨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지금 대법원으로부터 17년형을 확정 받고 수감을 눈앞에 둔 MB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지자 1명 없는’ MB의 오늘

반면 절반 가까운 국민들의 눈은 정확한 듯싶다. 특히나 최소한 ‘김경준 말을 믿는다’던 46%의 국민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로 MB를 김경준씨보다 더 한 사기꾼이라 믿었을 테니. 나머지 국민들은 어떨까.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아니 이미 ‘다스가 누구겁니까?’란 국민적 질문이 두둥실 떠올랐을 때부터, 혹은 그 전부터 이미 MB에게 등을 돌린 것은 아니었을까.

“14일 이 전 대통령 모습은 지난해 박 전 대통령 ‘데자뷔’였지만, 두 사람 검찰 출두 풍경은 ‘극과 극’이라고 할 만큼 대조적이었다. 1년 전 박 전 대통령은 헌재 파면 선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신분임에도 자택 앞으로 대거 몰려온 열성 지지자들의 응원 속에 검찰청사로 향했다. 하지만 14일 집을 나서는 이 전 대통령을 배웅(?)한 사람은 그의 구속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인 시민단체 회원 단 하나뿐이었다.”

지난 2018년 3월 <노컷뉴스>의 <지지자 1도 없이.. MB, 외로운 검찰 출두> 보도 중 일부다. 해당 기사 속 영상의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MB의 모습은 말 그대로 초라한 전직 대통령의 모습 그대로였다. 탄핵 이후부터 열성 지지자들이 법원과 구치소, 자택 앞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박근혜와는 확연히 대조되는 분위기였다.


“경찰과 경호원들도 이 전 대통령의 자택 정문을 비롯해 자택 앞 골목 곳곳에 배치됐습니다. 한 유튜버는 이 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신속한 구속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고, 또 다른 유튜버는 ‘축 이명박 구속’이라고 적힌 화환을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 설치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을 찾은 측근이나 지지자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2일 오전 TBS 뉴스의 <재수감 앞둔 MB 논현동 자택앞 긴장감 고조…경찰 곳곳 배치> 기사 리포트의 일부다. “지지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대목이 눈에 콕 박힌다. 지난 주말 내내 이어진 리포트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 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의 구치소 재수감일인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사저 앞에 경찰병력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취재진과 경찰만 대기 중일 뿐, 일부 유튜버 외에 지지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현장 취재는 언론사마다 동일했다. ‘지지자가 1명 없는’ MB 자택 앞 풍경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한 셈이다.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한 MB가 바꿔놓은 시대정신은 혹독했다. 권위주의와 법만능주의가 만연했다. '미네르바 사태'가 대표적이다. <슈퍼스타K>로 대변되는 '무한 경쟁'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복기해 보자. 2007년 당시 유권자들은 ‘뉴타운’과 ‘재개발’로 상징되는 MB식 성장주의를 긍정했다. 대기업과 자본의 질주가 용인됐고, 개인의 욕망이 긍정됐으며, 그 결과 경쟁은 MB 시대의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MB식 법치주의의 한계는 뚜렷했다. 정치검찰이 호위무사로 나섰다. 언론도 장악됐다. 그 결과가 바로 '논두렁 시계' 보도와 검찰의 소환 조사에 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국정원과 기무사도 댓글 공작을 벌이며 보수정권 연장에 동원됐다. 국민들은 광화문에서 물대포를 맞았고, 정권에 반하는 목소리를 검찰의 정치적 기소로 잠재웠다. 돌아보면 그런 시대였다.


시대적 화두이자 필연, 언론개혁과 검찰개혁

누가 그런 사기꾼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나.
그런 대통령이 통치하는 시대에 누가 자기 주머니를 채우고, 자기 배를 불렸는가. 그 중 한 축이 바로 종편을 출범시킨 조중동과 매일경제 등 보수언론이요, 다른 한 축이 “쿨했던” MB 시절 승승장구한 정치검찰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 사기꾼이라 몰아 붙였던 김경준씨는 이명박의 대기업 확정 판결 직후 이런 입장문을 낸 바 있다.

▲ 'BBK 주가 조작 사건'으로 만기 출소한 김경준씨가 2017년 3월 29일 강제 추방됐다. 김 씨가 인천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명박에게 면죄부를 주어 국민의 눈을 가리웠던 당시 수사검사 김기동 전 부산지방검사장과 정호용 특검 등 당시 검찰은 반드시 역사의 재판대에 올려져야 합니다.

저를 지금까지 거짓말쟁이라고 모욕을 하였던 언론, 그리고 저와의 접견 내용을 공개하여 정치와 검찰에 이용당하게 한 변호사, 저의 접견내용을 녹음하여 검찰에 넘긴 교정당국 등에 대하여는 서운한 마음이나 이에 대하여 더 이상 다투고자 하는 기력은 없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위하여 저에 대한 이 모든 기본권 침해를 기획하였던 정치검찰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없다면, 저의 고초가 보람도 없이 검찰권력의 독립성과 국민의 인권보장은 요원할 것입니다.”


김 씨는 언론과는 더 이상 다툴 기력이 없다고 했다. 거대 언론과 싸우지 않겠다는 김 씨의 선택은 일견 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13년 전 ‘대통령 이명박’을 탄생시키는데 일조하고 그 대가로 종편이란 선물을 받아 챙긴 보수언론은 정치검사들과 함께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마땅할 것이다.

지극히 탐욕스러웠기에 ‘지지자 1명 없이’ 감옥으로 걸어들어가는 MB를 반면교사 삼아서. MB가 17년 형을 확정 받은 지금,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것은 어쩌면 필연이자 MB가 남겨 준 유물일지 모를 일이다.


출처  ‘지지자 1도 없이’ 감옥가는 MB의 유산, 언론·검찰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