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작전 방불케한 남산 ‘이상득에 3억 전달하라’
“이백순 행장 지시로 준비…MB취임 5일전 전달”
신한은행 ‘이상득에 MB축하금’ 의혹
남산서 돈건넨 직원들 증언
“007가방 3개에 1억씩 담아”
검찰 조사뒤 친한 간부 찾아와
“3억원 진술 번복 회유하며
[한겨레] 김정필 기자 | 등록 : 2012.07.16 08:17 | 수정 : 2012.07.16 10:20
“피고인 이백순은 2008년 2월 중순, ○○○에게 미리 준비해 둔 현금 3억원이 담긴 돈가방 3개를 서울 중구 장충동 남산자유센터 정문 주차장으로 가져오도록 지시했다. ○○○은 주차장 입구에서 이백순을 만나 그의 지시에 따라 나중에 도착한 ‘성명불상자’의 승용차 트렁크에 돈가방 3개를 옮겨 실어줬다.”
2010년 신한은행 횡령·배임 사건에 대한 검찰 공소장의 일부다. 검찰은 당시 이백순(60) 신한은행장이 3억원을 누군가에게 전달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끝내 ‘성명불상자’를 찾지 못했다. 돈을 빼돌려 전달한 사람은 있는데, 정작 받은 사람도 돈도 ‘증발’한 셈이다. <한겨레>는 2010년 검찰 수사기록과 관련자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 남산자유센터에서 이뤄진 3억원 전달과 회유 상황을 재구성했다.
■ 3억원, 당선축하금? 2008년 1월 중순 신한은행 직원 ㄱ씨한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행장이었다. 그는 “라응찬 회장의 지시니까 3개를 준비해라. 나중에 연락하면 갖고 와라”고 했다. ‘3개’는 3억원을 뜻했다. ㄱ씨는 신한은행 재일동포 주주 2명 등에게 “잠시 빌려쓰겠다”며 계좌에서 2000만원 미만으로 여러 차례 인출하는 방식으로 2주 동안 3억원을 마련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ㄱ씨는 ‘007가방’ 한개에 1억씩 3개에 3억원을 담은 뒤 보자기로 싼 채 사무실 금고에 보관해뒀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엿새 전인 2008년 2월19일. 오후 업무시간에 이 행장이 전화를 걸어 “내일 새벽 6시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으로 준비한 돈을 갖고 와라”라고 했다. 다음날, ㄱ씨는 함께 근무하는 ㄴ씨와 새벽 일찍 만나 사무실 금고에서 돈가방을 꺼내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남산자유센터로 차를 몰았다.
주차장 입구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6시께. 동이 트기 전이어서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았다. 10분 뒤 정장 차림의 이 행장이 회사에서 지급한 차량인 오피러스를 직접 몰고 도착했다. 이 행장은 ㄱ·ㄴ씨에게 다가와 “이따 손짓하면 갖고 오라”고 한 뒤 자신의 차로 돌아가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새벽 6시20분께, 짙은 회색의 중형차 한대가 이 행장과 ㄱ·ㄴ씨의 차량 중간 지점에 멈췄다. 차간 거리는 20~30m였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40대 초반의 남성으로 덥수룩한 머리에 점퍼를 입고 있었다.
이 남성과 잠시 얘기를 나눈 이 행장은 손짓을 보냈다. ㄱ·ㄴ씨는 돈가방 3개를 나눠 들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40대 남성의 차량 트렁크에 실었다. 이 남성은 ‘작업’이 마무리된 뒤 곧장 장충체육관 네거리 쪽으로 사라졌다. ㄱ씨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전이어서 당선 축하금으로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돈심부름을 하는 상황이라 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차량번호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 “SD에게 갔으니, 진술은 없던 걸로 해라” ‘완전범죄’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64)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신 사장의 횡령액이라고 주장한 15억원 가운데 3억원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같은해 9월13일, ㄴ씨한테서 3억원 전달 경위에 대한 상세한 진술을 받았다. 다음날인 14일 신한은행 이사회에서 ㄴ씨가 검찰에서 3억원과 관련된 진술을 했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ㄴ씨는 검찰 조사 이후 업무 때문에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10월13일, ㄴ씨와 친분이 두터운 신한은행의 한 피비(PB)센터장 이아무개씨가 일본으로 불쑥 찾아왔다. 이들은 일본 도쿄의 한식당 ‘청기와’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씨는 ㄴ씨에게 “남산자유센터 3억원이 어디로 간 줄 아느냐. 에스디(SD·이상득 전 의원)한테 갔다고 한다. 넌 거기(남산자유센터)에 간 적도 없고 3억원을 건넨 적도 없다고 해라. 이 전 행장은 3억원에 대해선 모르는 것으로 하기로 변호사랑 얘기가 됐다”고 진술 번복을 부추겼다. 이씨의 숙소인 리츠칼튼호텔 방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이씨는 ㄴ씨에게 ‘저는 3억원에 대해 모르고 남산자유센터에 간 적도 없다’는 진술서를 내밀며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그러나 ㄴ씨는 이를 뿌리쳤다.
그 뒤 ㄴ씨는 또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이씨의 회유 시도를 진술했지만, 이상득 전 의원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ㄴ씨는 “당시 신한은행 사건이 너무 커질까봐 솔직히 말하기가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ㄴ씨를 회유한 의혹이 있는 이씨는 “누구 지시를 받은 게 아니라 대학 후배인 ㄴ씨가 걱정돼 찾아갔다”며 “ㄴ씨한테 ‘위에서 시켰다고 하고 너는 빠져라. 정치자금이면 큰일 난다’고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출처 : 007작전 방불케한 남산 ‘이상득에 3억 전달하라’
“이백순 행장 지시로 준비…MB취임 5일전 전달”
신한은행 ‘이상득에 MB축하금’ 의혹
남산서 돈건넨 직원들 증언
“007가방 3개에 1억씩 담아”
검찰 조사뒤 친한 간부 찾아와
“3억원 진술 번복 회유하며
[한겨레] 김정필 기자 | 등록 : 2012.07.16 08:17 | 수정 : 2012.07.16 10:20
“피고인 이백순은 2008년 2월 중순, ○○○에게 미리 준비해 둔 현금 3억원이 담긴 돈가방 3개를 서울 중구 장충동 남산자유센터 정문 주차장으로 가져오도록 지시했다. ○○○은 주차장 입구에서 이백순을 만나 그의 지시에 따라 나중에 도착한 ‘성명불상자’의 승용차 트렁크에 돈가방 3개를 옮겨 실어줬다.”
2010년 신한은행 횡령·배임 사건에 대한 검찰 공소장의 일부다. 검찰은 당시 이백순(60) 신한은행장이 3억원을 누군가에게 전달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끝내 ‘성명불상자’를 찾지 못했다. 돈을 빼돌려 전달한 사람은 있는데, 정작 받은 사람도 돈도 ‘증발’한 셈이다. <한겨레>는 2010년 검찰 수사기록과 관련자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 남산자유센터에서 이뤄진 3억원 전달과 회유 상황을 재구성했다.
▲ 좌부터 이상득 전 의원, 라응찬 전 회장,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행장 |
■ 3억원, 당선축하금? 2008년 1월 중순 신한은행 직원 ㄱ씨한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행장이었다. 그는 “라응찬 회장의 지시니까 3개를 준비해라. 나중에 연락하면 갖고 와라”고 했다. ‘3개’는 3억원을 뜻했다. ㄱ씨는 신한은행 재일동포 주주 2명 등에게 “잠시 빌려쓰겠다”며 계좌에서 2000만원 미만으로 여러 차례 인출하는 방식으로 2주 동안 3억원을 마련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ㄱ씨는 ‘007가방’ 한개에 1억씩 3개에 3억원을 담은 뒤 보자기로 싼 채 사무실 금고에 보관해뒀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엿새 전인 2008년 2월19일. 오후 업무시간에 이 행장이 전화를 걸어 “내일 새벽 6시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으로 준비한 돈을 갖고 와라”라고 했다. 다음날, ㄱ씨는 함께 근무하는 ㄴ씨와 새벽 일찍 만나 사무실 금고에서 돈가방을 꺼내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남산자유센터로 차를 몰았다.
주차장 입구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6시께. 동이 트기 전이어서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았다. 10분 뒤 정장 차림의 이 행장이 회사에서 지급한 차량인 오피러스를 직접 몰고 도착했다. 이 행장은 ㄱ·ㄴ씨에게 다가와 “이따 손짓하면 갖고 오라”고 한 뒤 자신의 차로 돌아가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새벽 6시20분께, 짙은 회색의 중형차 한대가 이 행장과 ㄱ·ㄴ씨의 차량 중간 지점에 멈췄다. 차간 거리는 20~30m였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40대 초반의 남성으로 덥수룩한 머리에 점퍼를 입고 있었다.
이 남성과 잠시 얘기를 나눈 이 행장은 손짓을 보냈다. ㄱ·ㄴ씨는 돈가방 3개를 나눠 들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40대 남성의 차량 트렁크에 실었다. 이 남성은 ‘작업’이 마무리된 뒤 곧장 장충체육관 네거리 쪽으로 사라졌다. ㄱ씨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전이어서 당선 축하금으로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돈심부름을 하는 상황이라 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차량번호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 “SD에게 갔으니, 진술은 없던 걸로 해라” ‘완전범죄’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64)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신 사장의 횡령액이라고 주장한 15억원 가운데 3억원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같은해 9월13일, ㄴ씨한테서 3억원 전달 경위에 대한 상세한 진술을 받았다. 다음날인 14일 신한은행 이사회에서 ㄴ씨가 검찰에서 3억원과 관련된 진술을 했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ㄴ씨는 검찰 조사 이후 업무 때문에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10월13일, ㄴ씨와 친분이 두터운 신한은행의 한 피비(PB)센터장 이아무개씨가 일본으로 불쑥 찾아왔다. 이들은 일본 도쿄의 한식당 ‘청기와’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씨는 ㄴ씨에게 “남산자유센터 3억원이 어디로 간 줄 아느냐. 에스디(SD·이상득 전 의원)한테 갔다고 한다. 넌 거기(남산자유센터)에 간 적도 없고 3억원을 건넨 적도 없다고 해라. 이 전 행장은 3억원에 대해선 모르는 것으로 하기로 변호사랑 얘기가 됐다”고 진술 번복을 부추겼다. 이씨의 숙소인 리츠칼튼호텔 방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이씨는 ㄴ씨에게 ‘저는 3억원에 대해 모르고 남산자유센터에 간 적도 없다’는 진술서를 내밀며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그러나 ㄴ씨는 이를 뿌리쳤다.
▲ 이상득 전 의원 |
그 뒤 ㄴ씨는 또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이씨의 회유 시도를 진술했지만, 이상득 전 의원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ㄴ씨는 “당시 신한은행 사건이 너무 커질까봐 솔직히 말하기가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ㄴ씨를 회유한 의혹이 있는 이씨는 “누구 지시를 받은 게 아니라 대학 후배인 ㄴ씨가 걱정돼 찾아갔다”며 “ㄴ씨한테 ‘위에서 시켰다고 하고 너는 빠져라. 정치자금이면 큰일 난다’고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출처 : 007작전 방불케한 남산 ‘이상득에 3억 전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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