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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도스 공격의 의문점과 ‘4가지 시나리오’

디도스 공격의 의문점과 ‘4가지 시나리오’
횡성 황영철 의원은 정말 반대?.. 네티즌, 이 분 식스센스 뺨치시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 입력 : 2011-12-05 23:04:49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재·보궐선거일인 지난 10월26일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공모씨(27)와 실제 공격을 감행한 강모씨(25) 등 구속된 피의자 4명의 금융계좌와 휴대전화 통화내역, e메일 송수신 내역의 조회 영장을 발부받아 범행 동기와 배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이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 공씨는 투표율이 중요한 변수였던 당시 선거 판세와 직책상 ‘윗선’으로부터 모종의 주문을 받았을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공씨는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강씨는 비교적 일관되게 범행 사실을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크게 네 가지 갈래로 수사를 하고 있다.


■ 제3의 인물이 지시했나

경찰 수사 결과와 진술을 종합하면 정보기술(IT)업체 대표인 강씨는 재·보선 전날인 10월25일 오후 9시쯤 공씨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놓쳤다. 그는 20일쯤 필리핀으로 인터넷 카지노 사업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 협상 목적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강씨는 오후 11시쯤 공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선관위와 박원순 시장 후보 홈페이지를 공격해달라”는 주문을 받은 뒤 업체 직원 2명을 통해 26일 새벽 1시에 시험공격을, 오전 6시가 채 못돼 본격적인 공격을 했고 해당 서버는 2시간여 동안 마비됐다.

현 단계에서 경찰이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부분은 공씨와 강씨의 은행계좌 거래와 휴대전화 통화 내역이다. 둘 사이의 금전 거래는 물론 이 두 사람에게 또 다른 누군가가 돈을 건넨 정황이 포착된다면 경찰이 추적하고 있는 ‘배후’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공씨가 최 의원의 운전·수행을 주로 맡았고 9급 공무원인 점에 비춰볼 때 단독 지시는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나 나경원 시장 후보 선거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가 공씨를 매개로 강씨를 움직인 것 아니냐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강씨는 평소 공씨에게 ‘디도스 공격 실력을 자랑해왔고 범행 당일 통화에서도 “(선관위 등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8월부터 악성코드를 심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좀비PC를 만들어왔다. 이를 눈여겨본 관계자가 선거 판세가 다급해지자 공씨를 통해 요청했을 개연성이 있다.


■ 디도스 공격대가는 후불인가

디도스 공격의 대가는 얼마였을까. 경찰이 피의자들의 계좌추적에 착수했지만 강씨의 회사가 실제로 돈을 벌어들인 것은 신분증 위조 및 대포통장 제조, 온라인 도박사이트 관리 등에 의한 것이어서 추적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포통장이나 차명계좌를 통해 금품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큰 데다 실제 대가성 금전을 ‘사후청구’했을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와 ‘원순닷컴’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보면 강씨 일당이 구축해 놓은 좀비PC는 최소 수천 대로 추정된다. 특정 사이트 공격 청탁을 받고 일단 급하게 실행한 뒤 ‘성공보수’는 구두로만 약속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조사에서 강씨가 “신뢰관계가 있는 형님의 부탁이어서 특별히 다른 말 없이 공격을 했다”고 밝힌 것도 참고할 만하다. 공씨는 강씨의 휴대전화에 ‘공○○ 형님’으로 저장돼 있는 고향 선배였다.


■ 공명심에 의한 범죄인가

경찰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사건을 10일까지 검찰에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가 현재 상태에서 더 진전을 보지 못한다면 이번 디도스 공격은 공씨의 공명심에 의한 것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 국민의 관심사였던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국가기관의 홈페이지를 마비시키겠다는 결정이 전화 한 통에 쉽게 결정됐다는 것은 설득력이 낮다. ‘3·15 부정선거 이후 최대의 선거 스캔들’이라는 지탄까지 받고 있는 범죄를 27세의 의원 ‘운전기사’가 지시해 성공한 것이 범행의 전부라면 국민들을 납득시키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 해커의 실력 과시였나

중대 범죄를 장난삼아 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설득력은 낮다. 강씨는 독일제 벤츠 승용차를 몰고 다녔으며 올해에만 러시아, 호주, 필리핀 등으로 여행·출장을 떠나는 등 20대 중반에 호화로운 생활을 해왔다. 고향인 경남 진주에서 전문계고를 졸업한 뒤 PC방을 운영하다 사업체까지 경영하며 나름의 성공을 거둔 터다. 이 때문에 금품에 구애받지 않고 지인의 부탁을 들어줬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하지만 최고 10년까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대범죄를 벌인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출처 : 디도스 공격의 의문점과 ‘4가지 시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