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살린다는 ‘메기 효과’, 알고보니…
[토요판] 조홍섭의 자연 보따리
메기효과 그런 건 없어요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 수정 : 2012.06.15 20:32
대선정국을 맞아 ‘메기론’이 곳곳에서 들린다. 수조에 미꾸라지의 천적인 메기를 집어넣으면 미꾸라지가 더 활발하고 건강해진다는 그럴듯한 ‘이론’을 안철수 교수나 김부겸 전 의원한테 적용하는가 하면, 어느 정당은 ‘보수의 메기’를 자처하기도 한다. 야구나 시장에도 ‘메기론’이 나오는 걸 보니 요즘 제법 인기 있는 비유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주장은 과연 과학적으로 타당할까?
문헌을 뒤져봐도 미꾸라지에 대한 메기 효과를 직접 조사한 연구는 없지만, 포식자와 먹이의 관계는 생태학의 주요 관심사여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미국 과학자들은 메뚜기를 들판의 사육장에서 길렀다. 새들은 사육장 위에 앉아 주변에서 잡은 메뚜기를 먹는 등 메뚜기에게 공포를 일으켰다. 천적을 의식한 메뚜기는 움직임을 삼가고 풀 위로 높이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생존에 급급하다 보니 번식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번식률은 떨어졌다.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 사는 도마뱀을 대상으로 천적인 때까치가 있을 때 먹이동물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본 연구에서도, 도마뱀이 덜 움직이는 경향이 분명했다. 평소 좋아하는 먹이를 찾아다니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는 먹이로 만족했다.
더 극적인 사례도 있다. 미국 미주리 주의 호수에 사는 잠자리 애벌레를 포식 물고기인 블루길 곁에서 키웠다. 수조에 칸막이를 쳐 천적의 냄새만 맡을 뿐 직접 잡아먹힐 걱정이 없는데도 애벌레의 사망률은 포식자가 없는 수조에서보다 4배나 높았다. 스트레스가 면역 약화를 불렀기 때문이다.
포식자와 먹이로 이뤄진 생태계의 먹이그물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육식동물이 약하고 병든 초식동물을 잡아먹고, 살아남은 강한 초식동물이 다시 늘어난다는 식의 일방적이고 단선적인 관계가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직접 잡아먹지 않고도 먹이동물의 행동과 생리 변화를 통해 생태계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최근 <사이언스>에 실린 메뚜기 연구는 포식자가 먹이동물의 화학조성을 바꾸어 놓으며, 결국 토양 생태계까지 변화시킨다는 결과를 보고해 눈길을 끈다. 연구진은 메뚜기 사육장 두 곳 가운데 하나에 천적인 거미를 집어넣었다. 거미의 입을 접착제로 붙여 메뚜기는 잡아먹히지는 않지만 공포에 사로잡히도록 했다. 공포는 메뚜기에게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켜 몸속의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공포를 겪지 않은 메뚜기에 비해 영양물질인 질소의 체내 함량이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스트레스에 시달린 메뚜기와 정상 메뚜기의 주검이 분해해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했다. 분해 기간은 약 40일로 같았지만 스트레스 메뚜기의 주검에 질소 함량이 낮아 토양 미생물 성장이 억제되고 결국 토양의 영양순환이 느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메기론’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억압을 합리화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미화하는 치명적 약점을 지닌다. 최근의 생태 연구는 과학적으로도 그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굳이 과학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과밀한 수조에 메기를 넣어 미꾸라지를 놀라게 하면 당장은 생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머지않아 산소와 에너지 고갈로 사망률이 높아질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출처 : 미꾸라지 살린다는 ‘메기 효과’, 알고보니…
[토요판] 조홍섭의 자연 보따리
메기효과 그런 건 없어요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 수정 : 2012.06.15 20:32
▲ 포식자는 먹이동물을 직접 잡아먹지 않고도 존재 자체로 치명적인 효과를 내기도 한다. 동유럽 원산의 거대 메기인 웰스메기(벨스메기)의 모습. 사진 디터 플로리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
문헌을 뒤져봐도 미꾸라지에 대한 메기 효과를 직접 조사한 연구는 없지만, 포식자와 먹이의 관계는 생태학의 주요 관심사여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미국 과학자들은 메뚜기를 들판의 사육장에서 길렀다. 새들은 사육장 위에 앉아 주변에서 잡은 메뚜기를 먹는 등 메뚜기에게 공포를 일으켰다. 천적을 의식한 메뚜기는 움직임을 삼가고 풀 위로 높이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생존에 급급하다 보니 번식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번식률은 떨어졌다.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 사는 도마뱀을 대상으로 천적인 때까치가 있을 때 먹이동물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본 연구에서도, 도마뱀이 덜 움직이는 경향이 분명했다. 평소 좋아하는 먹이를 찾아다니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는 먹이로 만족했다.
더 극적인 사례도 있다. 미국 미주리 주의 호수에 사는 잠자리 애벌레를 포식 물고기인 블루길 곁에서 키웠다. 수조에 칸막이를 쳐 천적의 냄새만 맡을 뿐 직접 잡아먹힐 걱정이 없는데도 애벌레의 사망률은 포식자가 없는 수조에서보다 4배나 높았다. 스트레스가 면역 약화를 불렀기 때문이다.
포식자와 먹이로 이뤄진 생태계의 먹이그물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육식동물이 약하고 병든 초식동물을 잡아먹고, 살아남은 강한 초식동물이 다시 늘어난다는 식의 일방적이고 단선적인 관계가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직접 잡아먹지 않고도 먹이동물의 행동과 생리 변화를 통해 생태계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메기론’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억압을 합리화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미화하는 치명적 약점을 지닌다. 최근의 생태 연구는 과학적으로도 그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굳이 과학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과밀한 수조에 메기를 넣어 미꾸라지를 놀라게 하면 당장은 생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머지않아 산소와 에너지 고갈로 사망률이 높아질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출처 : 미꾸라지 살린다는 ‘메기 효과’,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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