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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WTO·FTA·TPP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는 어떻게 정책의 공공성을 위축시켰나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11월 1일 (화) 오후 7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


투자자 국가 소송제, 주로 투자자들의 공격수단으로 쓰여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의 문제점은?
협상 내용이 공개 되지 않는 것도 문제
투자자 국가 소송제가 미칠 영향은 예측 불가능하다


▶정관용> 시사자키 3부 시작합니다. 한미 FTA 비준 문제, 최대 현안이지요. 그 가운데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ISD라고 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어떤 제도이길래 이렇게 논란이 뜨거운지, 저도 사실 정확하게 몰라요. 또 미국과 FTA를 체결한 호주가 이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해서 FTA에서 이 제도를 빼냈고, 또 지난 4월에는 앞으로 다른 나라하고 모든 FTA를 체결하더라도 이 제도는 배제하겠다, 이런 결정을 호주는 했다고 그럽니다. 바로 그런 문제를 제기하고 계신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 오늘 모시고 공부 좀 하겠습니다. 홍 소장님, 어서 오십시오.


▷홍기빈> 예, 안녕하십니까?

▶정관용> 우선 개념 규정. ISD가 영어 뭐의 약자예요?

▷홍기빈> 이게 Investor-State Dispute의 약자인데, 보통 투자자-국가 소송제로 옮깁니다.

▶정관용> 그렇지요. Investor는 투자자이고, State는 국가이고, 그 다음에 분쟁이 있다, 그런 얘기로군요?

▷홍기빈> 예.

▶정관용> 이게 언제부터 만들어진 제도입니까?

▷홍기빈> 이게 참 말하기 애매한데요, 이게 정확한 제도가 아니고, 이 제도는 두 가지 구성요소가 있어요, 하나는 국제중재방식이라고 하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투자협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하나씩 좀 말씀을 드릴게요. 이 국제 중재, 이게 영어로 Arbitration이라고 하는데요, 중재. 이것은 우리가 소송제라고 부르기는 합니다만, 사실 법정에 가서 하는 재판은 아니고요, 보통 장사, 이 상업관계에서 발생하는 건데, 상인 A와 상인 B가 분쟁이 붙어서 시비를 가릴 길이 없다, 그러면 이걸 법정에 가면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업계의 존경받는 사람 한 사람 모셔다놓고 그 사람한테 중재, arbitration을 하는 겁니다.

이 기원은 유럽에 중세부터 있었는데요, 19세기 이후로는 국제 무역이 행해지니까, 국제적인 상인들끼리, 또 가끔 가다가는 투자자하고, 해외 투자자하고 그 투자대상국 국가하고 사이에도 이 분쟁을 중재로 문제를 푸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 제도가 뭐 60년대, 70년대 쭉 발전을 해서 이게 ICSID(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국제투자분쟁해결본부)라는 제도도 만들어지는데요, 이게 80년대가 될 때까지는 별로 사용되는 법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 요소가 더 중요한데요.

▶정관용> 투자협정?

▷홍기빈> 예, 투자협정입니다. 이 앞에 있는 국제 중재가 많이 사용되지 않았던 이유는요, 투자자하고 그 투자 대상국하고 이 중재로 가는 경우는 문제가 생기면 중재로 간다는 명시적인 계약을 하는 경우에만 그렇게 갔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경우가 많지 않았었던 거지요.

그런데 이 투자협정이나 이 자유무역협정은요, 일괄적으로 거기 가서 해결한다, 라고 일괄적으로 정해놓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이 계약을 맺은 두 나라 사이에서는 해외 투자자와 투자 대상국 정부 사이에 분쟁이 있다, 그러면 이거는 그 나라 안에 있는 법정으로 가지 않고, 투자자가 일방적으로 그 투자 대상국 정부를 그 중재절차로 끌고 갈 권리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정관용> 그 중재절차를 하는 곳은 어디입니까?

▷홍기빈> 그거는 어떻게 되어 있느냐 하면은요, 정해져있지도 않습니다. 국제적으로 몇 개 그 절차를 하는 어떤 시스템이 몇 개가 있는데요, 거기에서 양쪽, 그러니까 해외 투자자를 대표할 변호사 한 명 선임하고, 그 다음에 대상국 정부를 대표할 변호사, 이거는 양쪽에서 내겠지요, 그러면 심판관을 할 사람을 보통 투자절차를 맡아보는 국제기관이 몇 개가 있는데 거기에서 선정을 합니다. 그러면 그 다음에 어떻게 되느냐, 그 세 사람이 결정하는 겁니다.

▶정관용> 그 심판관은 투자 결정하는 무슨 기관?

▷홍기빈> 그게 어디 있느냐 하면 세계은행 산하에도 있고요, 몇 군데 세계 기관 중에 보면은 산하에 이 국제 Arbitration, 중재절차를 조직하는 절차라든가 이걸 주관한다고 할까요, 그런 기관이 몇 개 있습니다.

▶정관용> 그런 국제기관들이 있는데 그 기관 가운데 어디 한군데를 아무튼 투자자가 찍는군요. 그러면 그쪽에서 심판관을 아무나 하나 정한다?

▷홍기빈> 선정합니다. 그러면 양쪽 법률 대리인하고 심판관으로 찍힌 사람, 그 세 사람이 문을 완전히 닫아놓고 셋이 결정하는 겁니다.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한미 FTA에서 이 ISD 제도가 들어있다, 라고 하는 얘기는 미국의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뭔가 문제를 제기하고 싶으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어떤 국제기구에다 가져가면...

▷홍기빈> 그렇지요.

▶정관용> 거기에서 심판관을 지정해가지고 한국 정부를 대신하는 변호사랑, 그 투자자의 변호사랑 셋이 모여서 결정한다?

▷홍기빈> 예, 그렇습니다.

▶정관용> 똑같이 우리 쪽 투자자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도 그렇게 할 수 있겠지요?

▷홍기빈> 예, 그렇습니다.

▶정관용> 그런 제도다?

▷홍기빈> 예.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의 문제점은?

▶정관용> 그런데 이게 왜 어떤 문제가 있는 겁니까?

▷홍기빈> 이게 어떤 문제가 있느냐 하면은요, 그러면 이게 해외 투자자들이 보통 겁내는 게 그 투자 대상국 정부가 아주 전횡적인 정책을 해서 자기 재산을 뺏어가는 게 아니냐, 이런 두려움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그런데 이 폭이 굉장히 넓습니다. 그걸 간접수용이라고 하는데요, 직접적으로 그 투자자의 재산을 가져가는 직접수용뿐만 아니라 정부가 가령 어떤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어서 그 해외 투자자가 예상했던 기대 수익에 어떤 심각한 타격이 오잖아요? 그건 실제로 재산을 가져가지는 않았지만 가져간 거나 마찬가지로 불 수 있다, 그래서 간접수용이라는 개념을 써요.

▶정관용> 잘 모르겠는데요. 다시 설명해주시면은요?

▷홍기빈> 예, 가령 제가 어느 나라에다가 돈을 투자해서 공장을 세웠어요.

▶정관용> 그러니까 미국의 어떤 자본가가 한국에 공장을 세웠어요.

▷홍기빈> 그런데 한국이, 가령 미국 사람들 물러가라, 이런 이상한 생각을 해서 가령 공장을 뺏어버렸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이건 직접수용이라고 우리가 부릅니다.

▶정관용> 그렇지요.

▷홍기빈> 그런데 한국 정부가 그런 이상한 의도를 가진 게 아니고, 가령 그 공장이 가령 플라스틱 만드는 공장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이 플라스틱이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으니까...

▶정관용> 그렇지요.

▷홍기빈> 생산량을 줄이기로 하는 제도를 만들자, 그러면 그 공장이 수익에 영향을 받지 않겠습니까?

▶정관용> 그런데 그건 국내법으로 할 수 있는 조치지요.

▷홍기빈> 예, 할 수 있는 조치라 하더라도 그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기 수익에 영향을 받았잖아요.

▶정관용> 그렇지요.

▷홍기빈> 그러면 이건 내 재산을 간접적으로 가져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게 간접수용의 개념입니다.

▶정관용> 그래서요?

▷홍기빈>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물론 정부가 그 조치를 계속할 권리는 있어요. 하지만 보상을 해야 됩니다.

▶정관용> 보상을 해줘야 된다?

▷홍기빈> 예, 그 투자자가 그 정책과 제도 때문에 손해 본 만큼의 액수를 정부가 해외 투자자에게 돈으로 물어줘야 됩니다.

▶정관용> 또 이런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예를 들어서 미국의 어떤 투자자가 한국에 와서 공장을 차리고 한국 근로자들을 채용해가지고 하는데 노사분규가 일어났다, 그런데 그 노사분규에서 예를 들면 중앙노동위원회, 지방노동위원회 같은데 가가지고 그쪽 노동자 편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 그것 가지고도 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거예요?

▷홍기빈> 정확하게 그 케이스가 있는지는 제가 모르겠습니다만, 비슷한 케이스는 하나 있습니다. 볼리비아에 벡텔이라고 하는 수도회사가 들어와서 상수도, 하수도 사업을 하다가 수돗물 값을 너무 세게 매겨서 그 지역 주민들이 굉장한 고통을 겪다가 봉기를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봉기를 일으킨 결과 그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그 봉기가 일어나고 경찰들이 총을 쏴서 사람이 죽을 정도가 되니까 벡텔회사의 수도사업권을 취소를 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그거는 문제가 됐습니다. 그거는 간접수용, 직접수용이다 그래가지고 투자자-국가 제소제로 걸린 적이 있습니다.

▶정관용> 그렇게 했을 때도 그럼 볼리비아 정부가 물어줘야 되는 거예요?

▷홍기빈> 그런 판결이 나올 수가 있지요.

▶정관용> 그건 지금 판결이 아직 안 내려졌어요?

▷홍기빈> 그거는 옛날에 있었던 일인데요, 그거는 그 사건은 미국에 있는 환경운동가들이 굉장히 분노해서 그 회사 앞에서 너무나 크게 시위를 벌이고 그래가지고요, 회사 쪽에서 그거를 철회해버렸습니다.

▶정관용> 아, 자, 대충 제도의 개요하고 있을 수 있는 위험성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러면 이 제도의 필요성 같은 건 뭐예요? 왜 이런 제도가 만들어진 겁니까?

▷홍기빈>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지금 아주 옛날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아까 아주 흉측한 예를 들었잖아요? 정부가 막 해외 투자자 공장을 다 뺏어가고, 이런 일들이 5~60년대에는 뭐 없지 않았었거든요.

▶정관용> 독재국가들에서?

▷홍기빈> 그렇지요. 그러니까 이 투자자들한테 뭔가 안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 이 투자 대상국 정부가 전횡을 저지르는 일은 없다, 라는 안심을 시키기 위해서, 만약 그런 일이 있을 때에는 그 나라 안의 법정이 아니라 더 공정한 중재로 간다.

▶정관용> 그런 독재국가에서야 뭐 법정도 믿을 수가 없으니까 이런 제도를 그때 만들었다, 이런 이야기로군요.

▷홍기빈> 그렇지요.

▶정관용> 지금 FTA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들이 하고 있는데, 미국도 많은 나라랑 하고 있고, 이 제도가 들어있는 FTA하고 그렇지 않은 FTA하고 어떻게 됩니까?

▷홍기빈> 음.. 어떻게 된다는 게?


최근 들어 ISD 빼는 추세

▶정관용> 어느 쪽이 많아요?

▷홍기빈> 그게 90년대하고 2000년대까지는 폭발적으로 이게 늘어났었어요. ISD 있는 게요, 그런데 유럽 같은 경우에도 표준안에 없고요, 최근에 들어서 한 5~6년 전부터 굉장히 많은 나라들이 이 ISD를 빼야 되겠다, 라고 하는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관용> 예, 그러니까 기존에 체결되어 있는 FTA에는 대부분 들어있군요?

▷홍기빈> 예, 대개...

▶정관용> 상당 부분?

▷홍기빈> 예, 88년에서 한 2003년, 2004년 정도까지에 체결된 FTA에는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정관용> 그런데 그들 나라에서 빼려고 한다?

▷홍기빈> 예.

▶정관용> 호주가 이걸 뺐다면서요?

▷홍기빈> 호주가 2005년에 미국하고 FTA를 체결했는데요, 이 ISD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서 국내에서 굉장히 말이 많다가 결국은 미국하고 협정하면서 빼버리는 쪽으로 결론을 냈고요. 아까 초두에 말씀하셨지만, 호주가 그 다음에 다른 나라하고도 지금 많은 FTA를 맺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다시 한번 2010년에 문제가 됐었습니다. 앞으로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를 어떻게 할 거냐, 영구적으로 모든 투자협정에서 우리는 이것을 빼기로 정부가 결정을, 공식적으로 올해 4월에 천명했습니다.


투자자 국가 소송제, 주로 투자자들 공격수단으로 쓰여

▶정관용> 그런데 어떤 보도에 보면 호주는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를 채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가 제소당한 사례가 또 있다면서요? 그건 뭡니까?

▷홍기빈>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존재하는 이유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건데, 실제로는 투자자가 공격하는 공격수단으로 쓰이는 게 대부분 많습니다.

▶정관용> 조금 아까 설명을 들어보면 그러네요.

▷홍기빈> 예, 예를 들어볼게요. 지금 이 경우에 필립 모리스라는 회사였어요.

▶정관용> 담배회사?

▷홍기빈> 예, 담배회사이지요. WHO, 세계보건기구에서 담배 포장을 아주 플레인 패키징(plain packaging)이라고 그래서 아주 평범하게 하라. 그러니까 광고문안 같은 걸 넣지 마라, 이런 거였지요. 호주 정부도 그거를 시행을 하려고 그랬어요, 2009년 말에요. 그랬더니 이제 필립 모리스에서 타격을 입지 않습니까, 담배 회사에서. 그런데 필립 모리스는 대부분 우리가 미국 회사라고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미국하고 호주하고 사이에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가 없단 말입니다. 어떻게 했느냐. 호주가 93년에 옛날에 홍콩하고 맺은 투자협정에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가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필립 모리스의 자회사 중에 홍콩에 있는 자회사가 있거든요. 그래서 홍콩 자회사를 통해서 건 겁니다.

▶정관용> 아, 그런 방식으로?

▷홍기빈> 필립 모리스가 이런 게 처음이 아니고요, 이거는 뭐라고 그러냐 하면은, 보통 협정 쇼핑이라고 하는데요, 기업들 입장에서 자기들한테 유리한 투자협정을 이렇게 백화점에서 쇼핑하듯이 골라가지고 공격을 하는 겁니다.

▶정관용> 예, 그러니까 어느 나라하고라도 ISD가 하나 있으면, 다국적기업은 거기를 통해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이야기로군요.

▷홍기빈> 들어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정관용> 지금 우리나라가 칠레하고도 또 이미 지금 체결되어 있는 FTA가 있잖아요. 거기에는 이 ISD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홍기빈> 다른 데에도 있는 것들도 있는데요, 유럽하고 할 때에는 없었습니다. 유럽이 ISD를 하지 않으니까요.

▶정관용> 한-칠레에서는 있었습니까?

▷홍기빈> 예,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관용> 그런데 칠레의 투자자로부터 우리가 이것 때문에 피해를 받거나 하는 사례는 아직은 없습니까?

▷홍기빈> 제가 아는 바로는 없는데, 한 가지 있습니다. 여기에서 제소가 중재로 가잖아요, 이게 비공개입니다.


비공개로 진행 되는 것도 문제

▶정관용> 공개가 아예 안 된다?

▷홍기빈> 예, 그래서 어떤 일이 있었고 이 중재사례가 얼마나 있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정관용> 그거를 왜 공개를 안 합니까?

▷홍기빈> 아, 그거는 산업상의 기밀로, 이건 아까 말씀드렸듯이 상법, 상인법에 해당하거든요. 그래서 거는 쪽이건 걸린 쪽이건 이걸 공개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정관용> 양쪽 중의 한군데라도 공개하지 말자고 그러면 안 되는 거다?

▷홍기빈> 그렇지요.

▶정관용> 그런 이야기로군요. 이걸 노무현 정부 당시에 미국하고 이런 협의를 할 때 우리 대법원이나 법무부, 검찰 이런 데에서도 이 제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했다더라, 라는 설도 있고, 검토해보니까 문제 없었더라, 하는 설도 있고. 뭐가 맞는 겁니까, 그거는?

▷홍기빈> 제가 알기로는 2006년 여름에요, 당시에 법무부에서 이 제도가 있게 되면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 같은 것에 큰 문제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라고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정관용> 예컨대 어떤 거지요?

▷홍기빈> 예를 들어서 우리가 부동산 정책을 하게 되면은요, 부동산 정책에 각종 규제가 있지 않습니까?

▶정관용> 그렇지요.

▷홍기빈> 몇 층 이상 올리지 마라, 어디에는 뭐 세우면 안 된다, 이런 건물주 입장에서는 이게 수익성에 직결이 되겠지요.

▶정관용> 그렇지요.

▷홍기빈> 그래서 이게 보통 Regulatory 수용이다, 라고 해서 미국에서 많이 문제가 되었던 것인데, 미국에서도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문제로 삼는 게 이 부동산 규제입니다. 이 부동산 규제가 수익성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국가가 배상해라, 이렇게 나올 수가 있다는 거지요.

▶정관용> 그러니까 한 마디로 그러면 이 제도를 도입해놓으면 그 나라의 법령이라든지...

▷홍기빈> 공공정책이라든지.


각종 정책 공공성 위축될 우려도 있다

▶정관용> 공공정책이라든지 그걸 정부 마음대로 국민의 뜻에 따라서 할 수가 없다, 이런 얘기로군요.

▷홍기빈> 투자자의 수익성을 건드리지 않는 한에서 해야 되고요, 건드리게 되면 돈을 물어야 됩니다. 그래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는데요, 영어로 Regulatory Chill이라고 있어요. 이게 규제에 대한 찬서리라고 하는데요, 굳이 이 투자자가 그걸 걸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겁이 나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정관용> 그렇지요.

▷홍기빈> 그러니까 이걸 한번 해볼까, 했다가도 에이, 또 이것 했다가 무슨 일이 날까.

▶정관용> 아, 아예 규제를 안 한다?

▷홍기빈> 예, 그래서 된서리를 맞아가지고 쫄아드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사례들이 있는데, 캐나다 브런스윅 주에서 공공의료보험 회사를 하나 만들려고 했었는데, 이 민간 의료보험 회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요, 외국 회사들이요. 그래서 그걸 걸겠다, 라고 으름장, 의도 통지서라고 합니다, Notice of Intention. 그걸 보내니까 그 순간에 그걸 다 철회해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정관용> 공공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려다가 아예 안 해버렸다?

▷홍기빈> 예, 했다가 큰 돈 물릴 위험이 있으니까.

▶정관용> 그것도 그러면 미국하고 캐나다 사이의 FTA?

▷홍기빈> 예, 나프타(NAFTA)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정관용> 또 이것 때문에 벌어진 어떤 사례들이 또 있습니까?

▷홍기빈> 문제는 이런 사례가...

▶정관용> 제일 큰 게요.

▷홍기빈> 지금 말씀드린 게 상당히 유명한 사례이고요, 문제는 지금 이런 사례들은요, 알려지지를 않는다는 겁니다.

▶정관용> 아까도 말씀하셨지요.

▷홍기빈> 예, 그건 왜 그러냐 하면은요, 이건 할까? 하다가 에이, 하지 말자, 이렇게 되는 거니까 밖으로 공표되지 않은 사례들은 얼마나 있는지 알 수가 없고.

▶정관용> 게다가 또 제소까지 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어떻게 됐는지,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또 공개 안 하니까?

▷홍기빈> 예, 공개를 안 할 수가 있지요. 공개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정관용> 미국이 맺고 있는 FTA에는 거의 다 이 제도가 들어있습니까? ISD가?

▷홍기빈> 미국이 ISD 표준안을 94년에 만들었어요. 그게 나프타에서 제일 처음에 이 ISD 94년 표준안이 실현이 됐었는데, 미국 정부도 굉장히 상당한 곤욕을 치릅니다. 그러니까 캐나다 어떤 투자자라든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 안에서 장례절차 있잖아요. 장례회사들 같은 부분에서 싸움이 붙어가지고 캐나다 장례회사에서 미국 대법원에다 이 문제를 제기를 해서 이거를, 어떤 제도 하나를 없애버려라, 이런 적이 있었는데 미국 사법 법조계가 아주 난리가 났었습니다.

▶정관용> 그러니까 미국 내의 장례절차와 관련된 어떤 제도를?

▷홍기빈> 예, 그거를 캐나다 투자회사가 이것 잘못 되었으니까 우리한테 배상해라,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미국 내의 법조계에서 이런 도전을 받은 적이 없어서 미국 내에서도 이 제도를 없애야 된다는 여론이 비등했어요. 그 선두에 있었던 사람이 2004년에 대통령 선거에 나왔던 존 케리라는 상원의원이 있지요. 그래서 미국에서도 2004년에 94년에 만들었던 ISD 표준안은 너무 위험이 많으니까 좀 완화시키자, 그래서 2004년에 새로 표준안을 만들기도 합니다.

▶정관용> 지금 한미 간에 들어있는 건 2004년 새 표준안?

▷홍기빈> 그렇습니다.

▶정관용> 그러나 그것도 문제의 소지는 많이 안고 있다?

▷홍기빈> 예, 그 부분은 이렇습니다. 아까 호주에서 올해 앞으로 어떤 것도 넣지 않겠다, 라고 말한 부분을 좀 말씀을 드릴게요. 지금 많은 사람들이 그러니까 그 2004년 표준안은 그런 문제들을 많이 해소해놓지 않았느냐, 믿어도 되지 않느냐,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호주 의회에서 낸 보고서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첫 번째, ISD를 한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특별하게 보호를 받는 상황도 아니고, 또 이걸 한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더 많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경제적인 존재 이유는 없습니다. 대신 이걸 두었을 적에 아까 말했던 Regulatory chill이라든가 여러 가지 공공정책에 대한 제한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요, 보통 이런 문제들을 막기 위해서 협정이 이루어질 때 문안을 구체적으로 정한다던가 세세하게, 세밀하게 살핀다든가 하는 방법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제도는 도저히 예측을 할 수 없는 결론이 나오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건 세 사람이 결정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이거는 원천적으로 넣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결론이었어요.


ISD의 영향은 누구도 예측 불가능

▶정관용> 좋다?

▷홍기빈> 이 말씀을 왜 드리냐 하면은, 지금 있는 이 ISD 제도도 이 ISD 제도가 분명히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이나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쪽이나 사실은 양쪽 다 모른다가 정답입니다.

▶정관용> 어떻게 갈지 모른다?

▷홍기빈> 어떻게 갈지 사실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정관용> 어떤 경우가 벌어질지 모른다? 그런데 호주 의회의 분석 앞부분에 이런 설명을 하셨단 말이에요. 이 제도가 있음으로 인해서 투자자들이 더 많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그건 왜 그렇지요? 아무래도 이런 안전판이 있으면 그래도 조금 더 안심하고 가게 되지 않을까요?

▷홍기빈> 예, 그건 왜 그러냐 하면은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 위험한 상황은 5~60년대 옛날 이야기고요. 8~90년대 이후로는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해외 투자자들을 불러들이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정관용> 그렇지요.

▷홍기빈> 그래서 2010년에 한번 1만 명의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해외 투자자들은 대부분 우리들은 특혜를 받고 있다, 투자 대상국으로부터. 그리고 국내 사업가들은 우리는 역차별 당하고 있다.

▶정관용> 맞아요.

▷홍기빈> 그러니까 이게 지금 현재 상태가 된 상황에서 이게 무슨 효과가 있겠냐, 하는 거지요.

▶정관용> 하긴 우리 현대차 같은 업체도 미국에 직접 현지공장 차리고 그럴 때 엄청난 특혜를 받잖아요.

▷홍기빈> 아주 경사나지요, 그 마을에서요.

▶정관용> 아니, 경사뿐이 아니고 우리가 또 특혜를 받잖아요.

▷홍기빈> 아, 특혜를 받지요, 세제혜택이라든가 여러 가지 받지요.

▶정관용> 그렇군요.

▷홍기빈> 그러니까 지금 이 제도가 한참 옛날에나 있을 법한 것을 놓고서 만들어놓은 제도다. 그래서 이 제도를 채택한다 하더라도 그러면 해외 투자자가 더 들어오느냐. 2010년에 그걸 실증적으로 조사를 한 연구가 나왔는데, 의미있는 연관관계는 전혀 없다.

▶정관용> 없다? 그리고 이 제도가 들어왔다고 해서 당장 한달 후에 우리 정부가 이렇게 제소당할 것이다, 그것도 사실은 아니다?

▷홍기빈> 그렇게 말한 사람이 있으면 그것도 사실은 좀 문제있는 이야기지요. 아무도 모릅니다.

▶정관용> 거짓말이지요. 그러나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홍기빈> 가능성이 법적으로 열려있다는 거지요.

▶정관용> 열려 있다? 그러니까 별로 필요도 없는데 우려가 되는 점은 분명히 있는?

▷홍기빈> 그렇습니다. 그게 호주 의회 보고서의 판단입니다.

▶정관용> 당장 손에 잡히는 이런 문제가 터질 것이다, 이것도 또 아니다?

▷홍기빈> 예.

▶정관용> 그렇지요. 그래야 우리가 중립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이거는 만들어지기만 하면 큰 문제다, 이거는...

▷홍기빈> 그것도 오버지요.

▶정관용> 그러나 국내 법체계라든지 공공정책에 대한 자율권 같은 것은 심각하게 훼손당한다?

▷홍기빈> 훼손당할 우려는 존재한다.

▶정관용> 민주당 쪽에서는 헌법에도 문제가 된다고 하던데 그건 무슨 이야기예요?

▷홍기빈> 이게 이렇게 되겠지요.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의 법적인 문제는 말입니다, 주권국가하고 투자자하고 법적으로 동등한 지위에 서게 되지요. 그러니까 이 중재 절차로 가게 되면 둘다 상업적 주체가 되어버리게 되는 거니까.

▶정관용>그렇지요.

▷홍기빈> 그러면 우리 헌법상으로 보자면, 우리 한반도 영토 내에서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우리가 사법권을 가져야 되는데, 이 해외 투자자와 연결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이게...

▶정관용> 못 갖는다?

▷홍기빈> 사실상 치외법권이 되는 거지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미국은 여기에 목매달아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쭉 설명말씀을 들어보면.

▷홍기빈> 예, 미국 쪽에서 이 제도를 어느 만큼이나 소중히 하고 있는지, 그건 저도 미국 관료들 마음 속에 들어가본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알기로는 호주하고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FTA를 맺을 적에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를 뺀 것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정관용> 그러니까 빼달라 그러면 들어준다?

▷홍기빈> 어쨌든 그렇게 됐지요.

▶정관용> 결과는 그랬다?

▷홍기빈> 예.

▶정관용> 그런데 아까 홍 소장 쭉 설명말씀을 들어보면 현실적으로 그렇게 큰 기능이 없다, 그렇다면 그렇게 목매달지도 않을 것 같은데요, 미국도?

▷홍기빈>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모르겠는데요,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이게 상당히 좋은 옵션입니다. 2006년에 글로벌 리걸 그룹(Global Legal Group)이라고 그래서 국제법률회사에서 나온 어떤 브리핑 문서에 보면은요, 투자자들한테 이렇게 권하고 있습니다. 투자를 하기 전에 ISD가 어떠어떠한 게 있는지 옵션을 미리 봐서, 유사시에는 그걸로 충분히 돈을 얻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관용> 두고 해라?

▷홍기빈> 투자하기 전부터 그것을 염두에 두고 시작을 해라,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그러니까 말씀드렸듯이 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유리한 옵션이지요.

▶정관용> 유리하긴 하지만 실제 어떻게 쓰여지는지는 뭐 정확히 지금 우리가 파악하기는 어렵고?

▷홍기빈> 그렇습니다.

▶정관용> 아니, 지금 제가 계속 미국이 목매다느냐, 아니냐를 여쭤보는 것은 지금 민주당 쪽의 마지막 요구사항이,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곧 미국 대통령 만나지 않습니까? 거기에서 이것 좀 다시 논의하자, 라고 요청하면 들어줄 거냐, 안 들어줄 거냐, 라는 거거든요.

▷홍기빈> 제가 그 두 분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만, 호주하고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분명히 그렇게 했지요.

▶정관용> 들어줬다? 그런 사례들이 분명히 있다?

▷홍기빈> 예.

▶정관용> 아주 핵심적이라면, 한미 FTA에서 미국이 놓칠 수 없는 어떤 핵심적인 거라면 미-호주, 또 미-이스라엘 FTA에서도 그건 고집했겠지요? 그런데 그렇지는 않다, 라고 보신다?

▷홍기빈> 그거는 나라마다 법률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한미 FTA의 경우에는 지금까지는 이게 계속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두 나라 사이에서. 지금 새로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어떤 결론을 낼지 그것도 참 예측하기 힘드네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공부만 좀 했습니다. 이제 이런 문제점과 우려를 가지고 있는, 그러나 또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의 판단도 조금씩 다를 것 같고, 어떻게 풀려갈지, 이제 좀 알고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홍 소장님, 도움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홍기빈> 예, 감사합니다.

▶정관용>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이었습니다. 오늘 여기까지고요, 저는 내일 6시에 다시 옵니다. 안녕히 계세요.


출처 : http://maninwoods.khan.kr/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