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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WTO·FTA·TPP

투자자소송 위험 법무부도 인정

투자자소송 위험 법무부도 인정…교육자료로 배포
법무부 “공식입장 아니다”
김지환·정제혁 기자 baldkim@kyunghyang.com | 입력 : 2011-11-05 00:04:31 | 수정 : 2011-11-05 00:04:37


한국의 법무부가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위험성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제관습법상 공정·공평 대우 위반, 간접수용(정부 정책 등에 따른 간접적인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에 회부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승소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우려를 담은 교육자료를 만들어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관련 공무원들에게 배포했다.

외교통상부는 그동안 “사회서비스, 보건·의료서비스 등 44개 공공분야에 대해 미래유보(국가가 향후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것)를 하는 등 규제 권한을 확보했기 때문에 미국 투자자에 의해 분쟁에 회부됐을 때 패소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주장해왔다.

4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법무부는 지난해 6월 펴낸 ‘국제투자분쟁 공무원 교육자료’에서 “국제관습법상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부여할 의무 또는 수용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국제투자중재 사건에서 가장 빈번히 제기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의무의 적용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기에 보호 대상인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서 취한 정치적 행위가 원래 의도는 투자조약상의 의무와 상관없이 취해졌다고 해도 중재에서 문제가 되면 방어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투자 유치국이 공정하지 않고 공평하지 않은 대우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불리한 쪽은 피청구국인 투자 유치국”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는 공정·공평 대우, 수용(재산권 침해)·보상은 유보(규제 권한의 유지)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공정·공평 대우, 수용·보상은 그 성격상 유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협정문에서 유보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가 이 두 법리를 근거로 투자 유치국 정부를 국제중재에 회부할 경우 현행 협정문의 방어장치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남희섭 변리사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투자자-국가 분쟁 통계를 보면 최소대우 기준 위반을 이유로 한 분쟁 제기가 약 78%에 달한다”고 말했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투자자-국가소송제는 공무원들이 정당한 공공정책을 펼 의지를 꺾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 교육자료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 등은 원칙적으로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을 뿐이고, 이러한 조치가 ‘드문 상황’에 해당해 비례성을 일탈하는 경우에는 간접수용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여기지 않을 경우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공공정책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경우 투자자-국가 분쟁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며 “합리적 조치에 대해서는 정부가 투자자-국가소송제로 인해 권한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교육자료는 공무원들을 위한 내부 교육자료일 뿐 법무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며 “투자자-국가소송제가 100% 완벽하거나 위험성이 전혀 없는 제도는 아니기 때문에 관련 공무원들이 경각심을 갖고 가능한 한 모든 경우에 대비토록 하려는 것이지 위험이 실제로 그만큼 크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1050004315&code=91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