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단독] 로펌에 포획된 공정위

[단독] 로펌에 포획된 공정위
퇴직후 대거 로펌行… 공정위 공격 무력화 앞장
6대 로펌이 기업 과징금 사건 87.6% '독식'

[한국일보] 조철환기자 | 입력시간 : 2012.09.11 02:31:22 | 수정시간 : 2012.09.11 12:40:12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민간기업 제재와 관련된 법률자문 시장(2011년 과징금 1조164억원)의 90%가 공정위 퇴직 관료를 대거 영입한 6개 대형 법무법인(로펌)에 장악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에 근무하며 기업규제의 논리와 틀을 만든 퇴직자들이 180도 입장을 바꿔 공직 근무 때 얻은 전문지식과 정보로 공정위의 예봉을 무력화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한국일보가 공정위의 226개 기업에 대한 '2012년 심판사건 의결서'를 분석한 결과, 과징금이나 벌금 등 금전적 제재 여부가 다뤄진 사건 가운데 김&장, 바른, 세종 등 6대 로펌이 변호인으로 나선 비율(금액기준)이 87.6%(총 4,348억원 중 3,907억원)에 달했다. 6대 로펌 중에선 김&장(1,689억원)이 압도적 1위였고, 이어 바른(738억원)과 세종(456억원) 순이었다.


대형 로펌은 공정위 근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를 내세워 사건을 싹쓸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장의 경우 농심(과징금 1,080억원)을 포함해 총 10개 기업을 위해 공정위와 맞섰는데, 이 가운데 5건이 공정위 경쟁국과 하도급국에서 근무했던 최기록 변호사가 맡았다.

올해 상반기 건수 기준으론 김&장보다 많은 11개 기업을 맡은 바른도 1999년부터 2007년까지 공정위에서 근무한 구상모 변호사가 거의 모든 사건을 책임졌다. 구 변호사는 지난 6월 법무법인 화우에 영입됐다. 세종과 광장 역시 각각 공정위 정책국장과 심결지원2팀장을 지낸 임영철ㆍ박정원 변호사를 대표 주자로 내세웠다.

더욱이 6대 로펌에는 변호사 면허가 없는 공정위 퇴직자 20여명이 고문이나 전문위원 직함을 갖고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법인 별로는 김&장 6명, 태평양 3명, 광장 3명, 율촌 2명 등의 순이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는 "지난해부터 공정위 4급 이상 공무원의 퇴직 후 로펌 직행이 금지됐으나, 이미 전직한 고위 공직자는 이전 근무처에 대한 정보 수집이나 로비가 주요 업무"라며 "미국처럼 로비스트를 인정하되 그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단독] 로펌에 포획된 공정위